내가 잘 하는 게 거의 없는데, 그 중에 제일 못 하는 건 사람 이름이랑 전화번호 외우는 거다. 겁나게 험블하다. 유일하게 잘 하는 게 있다면, 순간 집중력.. 준비동작이나 예열 거의 필요없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20분~30분 남아도 그 시간에 뭘 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집중력을 겁나게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다. 몇 시간이고 집중할 수 있는데.. 다만 혼자 있을 때에만. 회의하면서는 집중력 유지가 안 된다. 뻘소리 겁나게 하는 사람 있으면 팍 열받기 시작해서, 도망갈 생각만 하기 시작한다.
기계로 치면 기동시간이 무지하게 짧다. 요즘은 LNG 발전기들도 복합화력으로 많이 바뀌면서 기동시간들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LNG 발전기를 그래서 내가 더 좋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30분 내에 기동할 수 있는 발전기, 그래서 그게 그렇게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요즘이랑 비교하면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은 진짜 낭만의 시대였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총체적 부패의 시대. 2000년대 초반, 분당에 있는 분당화력, 가스발전소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방문 기념으로 은수저 셋트를 줬다. 요즘 같으면 택도 없는 얘기다. 가장 최근에 간 건 목동에 있는 지역난방공사의 복합화력 시설. 태양광으로 전기를 모으는 비사용 미니 조명기. 굽신굽신하며서 애들이 둘이라고 하나만 더 달라고. 사장이 절친인데, 어딨는지 모른다고 뚝 잡아뗀다. 집에서 전쟁 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하나만 더 내놓으라고, 결국 2개 받아왔다.
애들 보면서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하기 어렵다. 그냥 최소만 한다. 기동하고 아이들링 타임 가지고 있는 거랑 비슷하다. 그래도 그 아이들링 타임에 뭔가 쓰고, 뭔가 정리하고, 계산도 하고, 그렇게 지난 몇 년을 살았다.
몇 년 전에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전 사장은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젠 그것도 귀찮다. mb 이래로, 멀쩡한 한전 사장이 오는 걸 본 적이 없다. 쌍수가 대표적이었지만, 나머지 놈들도 크게 다르다고 할 게 없는.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좋아지는 거, 그걸 내가 뭘로 비교하겠나? 한전 사장이 멀쩡한 놈이 되느냐, 그런 걸로 보지 않겠나? 황당한 넘이 그 자리에 가서, 되도 않는 짓 하다가 시간 까먹는 거, 그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
산업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모피아들이 막 밀고 들어오던 시기가 있었다. 윤진식 같은 애들..
역설적이지만, 윤진식이 그나마 자기 자리 좀 오래 붙잡고 있었으면 나도 그 시절에 그냥 교수했다. 된장.. 삽질하고, 짤리고, 내가 기다리던 학교 총장으로 쫓겨왔다. 그래도 인간이 가오가 있지, 어떻게 윤진식 같은 쪼다 밑에서 일을 하냐? 나도 같이 관뒀다.
그래도 그렇게 모피아들 내려오던 시절이 상대적으로 좀 나았던 것 같다. 모피아는 나쁜 놈이기는 한데, 바보는 아니다. 그 뒤로는 순실이 영향력으로 움직였다. 나쁜 놈도 아니고, 그냥 순수 바보들이 왔다. 그리고는? 우와.. 이게 뭐냐? 촛불이 기대한 산업이란..
나쁜 넘 축에도 끼지 못하는 멍청한 넘들이, 언넘은 줄 잘 서서, 언넘은 어부지리로..
그 꼴을 보면서도 내가 잘 참은 건, 애들 보고 있느라고. 아마 현장에 그냥 있었으면, 벌써 사직서 내고 그만뒀을 것 같다는 생각을.
민요에 이런 노래가 있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랴, 성화는 부려서 무엇하랴, 니나노. 릴리리야 릴리리아 니나노.
진짜 지난 2년, 니나노의 시절이다, 현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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