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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체계의 국제비교분석과 유통정책 개선방향'이라는 이름의 2017년 보고서를 읽고 있는 중이다. 하이고. 얼핏 살펴보려고 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하던 일 다 착파하고 읽고 있다. 이게, 소설이나 영화 보다가 피가 끓어야 하는데, 보고서 요약문 보면서 피가 끓기 시작하니.. 나도 참 특이 체질인 것 같다. 어지간한 영화 보다는 보고서가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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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경제학, 두 번째 편지 마쳤다. 8장 중에서 setup에 해당하는 1장이 끝났다. '최소한의 농업'이라는 제목 만큼이나 최소한의 얘기들을 담으려고 한다. 관건은 얼마나 경쾌하게, 읽을만하게, 그리고 읽고 나서 좀 찡하게 감정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한동안 이 '최소한' 시리즈로 몇 권을 더 해 볼 마음이 생겼다. 다음 책도 역시 10대들에 관한 최소한의 제목으로 쓸 생각이다.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최소한이라도 방향을 보게 되면, 그걸로 족하다.
쉽게 쓰는 게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기는 하다.
우리 시절의 나쁜 버릇이다. 니가 잘 알아, 내가 잘 알아, 니가 똑똑해 내가 똑똑해.. 지금 와서 돌아보면, 참 고만고만하게 제대로 모르면서 엄청들 잘난 척들 하고 살았다. 그리고 남에게 상처주고 집에 가서 기분 좋아하고.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뭔 의미가 있나 싶다.
최소한 지난 3년 동안, 농업 경제학에 관한 책을 정리해본다고 할 때, 고개 푹 숙이고 한숨 쉬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니는 왜 또 그렇게 아무도 안 볼 책을 붙잡고 인생 한심스럽게 사냐, 그런 표정들이었다.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안 볼텐데.
그저께, 첫 번째 편지의 첫 번째 꺽기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 책을 경쾌하게 쓰고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오래 쓰다 보니까, 진흙탕도 즐기면서 경쾌하게 지나가는 재주가 생긴 것 같다.
40 통 정도의 편지를 쓰게 될 것인데, 이제 두 통 썼다. 우리 또래에 편지 많이 써 본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편지 정말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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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경제학은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책이다. 3월 중반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매주 한 통씩 쓰게 되는데, 방학 때 좀 줄이고 하면 대략 40개 내외의 편지가 될 것 같다. 여기에 8장보다 좀 줄여서 장 구조를 갖추게 되고, 장마다 시작하는 글 하나씩 들어가니까, 이래저래 50개 미만의 절로 만들어지는 책 구조를 갖게 된다.
첫 번째 편지를 막 끝내고, 내가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88만원 세대' 쓰면서, 십만 부는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는 몇 배 더 팔렸다. 그 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책 사정은 그 때보다 훨씬 나쁘지만, 그 때도 사회과학 상황이 좋다고 하던 때는 아니었다. 요즘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정말 바닥이지만, 그 시절, 20대나 세대에 관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었다. 물론 결과는 내봐야 아는 거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갖게 되는 느낌 같은 게 있다.
책이라는 게 그렇다.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케미'를 만드는 것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게 뭔지 실체도 불분명하다. 역사적으로 그런 게 성공한 대표적인 책이라면 나는 '빨간 머리 앤'을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캐나다 어느 한 변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한 여성이 쓴 글이 그렇게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내가 이 얘기에 대해서 들여다보게 된 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반지의 제왕의 상징들을 찾아보다가 북구 신화와는 또 다른 계열의 기괴한 상징들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면서였다. 마침 그 시절, 마법 학교 호그와트에서 벌어진 해리포트도 세계적인 히트를 치던 중이었다. 이런 얘기들을 따라가다보니까 나도 아일랜드 환상이 가득한 몽고매리 여사의 얘기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에게 아일랜드 등 소위 켈트 상징은 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빨간 머리, 대놓고 켈트족의 환상을 거론하는 얘기인데, 어린 시절 앤의 얘기는 이런 켈트풍 상징으로 가득하다. 런던과는 좀 경계감이 있는 상징인데, 프랑스로 대표되는 또 다른 대륙에서는 "엄머, 이건 내 얘기야", 그렇게 먹어주고 들어간. 여기에 스코틀랜드의 소위 '네오스토이시즘', 신금욕파가 가졌던 매우 별란 서구 근대사의 사상적 전통을 만나게 된다.
요즘 욕 더럽게 많이 먹는 꿀벌의 우화의 맨더빌이나 공리주의의 벤담, 이 사람들이 매우 독특하다. 이 사람들하고 사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게 멘더빌-아담 스미스, 벤담- 존 스튜어트 밀, 그렇게 나온다. 동시대 사람들이고, 다들 정말 친했다. 거기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왔고, 존 스튜어트 밀에게서 여성들의 인권과 권리 그리고 참정권에 대한 주장이 나온다. 19세기에 여성에 대해서 교육을 해야한다는 가장 적극적인 얘기들을 스코트랜드의 전통이라고들 한다. 신금욕주의의 또 다른 정신적 다리이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관심 갖는 사람은 잘 없다.
이런 게 '빨간 머리 앤'에 다 모여있다. 비슷한 흐름의 또 다른 축으로는 당연히 '오만과 편견'인데, 지독할 정도로 지적인 스노비즘을 추구한 런던의 전통과, 뭔가 이교도적이면서도 환상적 그리고 어디선가 엘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낭만의 전통에 서 있는 '빨간 머리 앤'이 기묘하게 대척점을 이룬다.
뒤에 성공한 얘기의 성공사례를 분석하는 것만큼 허탈한 얘기도 없지만, 나는 켈트 전통과 스코틀랜드의 근대철학의 흐름 같은 게 만든 환상적 공간, 그런 게 빨간 머리 앤을 뒷받침하는 철학적 배경이라고 보았다.
처음 책을 쓰면서 내가 제일 많이 참고한 것은 움베르트 에코와 '빨간 머리 앤'이었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프랑크 허버트와 아이작 아시모프를 보았고. 앤 얘기의 4권은 편지와 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도 수많은 로맨스 코미디가 만들어지지만, 앤의 얘기는 캐나다에서 본 세상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켈트적 상징과 환상 그리고 여성들만이 갖게 된 복잡한 의식 그런 게 일종의 케미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세익스피어의 골 때리게 웃긴, 그렇지만 런던 중심의 서사와는 좀 결이 다른 게 만들어진 거 아닌가 싶다.
농업경제학 첫 번째 편지를 마치고, 낭만의 시대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블랙유머를 다루는 법에 대한 생각이 좀 들었다. 나는 실패한 인생이다. 뭔가 좀 더 아는 게 많다고, 그 실패가 가려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으로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험악하고 힘들게 살 필요까지 있나 싶다. 그 주변부적 의식이 켈트 전통에 있고, 몽고메리 여사에게 있었던 것 같다.
첫 편지를 쓰고 나서 나도 알았다. 내가 속세적 관점의 인생으로서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을. 그걸 내가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두 번째 편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영화 대사 하나를 고르자면..
대부 2편에 마이클의 둘째 형인 프레도가 엄마 장래식에서 했던 대사다.
"I'm smarter than you."
망설이던 마이클이 결국 이 말 한 마디로 형을 죽이게 된다. 그 가족을 끝까지 따라다니는 동족 살해의 비극을 잉태시킨 한 마디이다. 한국 남자, 아니 한국의 엘리트 남성들이 가장 마음 속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이게 아닐까 싶다. "난 너보다 똑똑해."
이 얘기로 한국을 가장 처절하게 읽은 사람이 강준만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수없는, I'm smarter than you들.
이 충동을 내려놓기는 어렵다. 망한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해도, 그래도 사실은 내가 쟤보다 더 똑똑해, 이런 바보 같은 전통 속에서 살아간다.
이제 나는, 그런 생각도 좀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몽고매리 여사가 앤의 첫 권을 마무리하는 여정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그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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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경제학의 50개 테마는 정했고, 그걸 실어나를 스토리 보드를 만들었다. 중학교 2학년과 아빠가, 뭔가 순탄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현실적이지는 않고. 그 안에 갈등과 함께 자연의 흐름 속에서 뭔가 해소되는 그런 상황을 설정했다. 안에는 더 많은 대꼬보꼬, 오르락 내리락 할텐데, 어쨌든 전체적인 얘기는 이 안에..
스토리 보드 – 농업 경제학
1. 등교 정지, 사건의 시작
2. 몸을 쓰는 삶 – 생태계와 조화 그리고 균형
3. 땅 고르기 - 20세기, 풍요의 시대
4. 첫 수확 – 감자꽃
5. 장마, 움직이기가 싫다
6. 아빠는 너무 올드해 – 이제 텃밭은 싫어
7. 추수, 가끔 생기는 기적 – 호박
8. 초대 받지는 않았으나 – 농부의 성찬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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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번째 책을 시작하며..
36번째 책은 직장 민주주의였고, 37번째 책은 당인리, 지금 출판사에 가 있다. 38번째 책은 농업경제학, 굉장히 오래된 책이다. '88만원 세대' 디자인할 때 거의 같이 시작했는데, 이래저래 형편이 맞지 않아 지금까지 밀렸다. 처음에는 국민투표로 시작된 스위스 농정이 사실상 결론이었는데, 책이 늦어지면서 이래저래 여기저기 소개하고 되었고, 한 때는 가장 최신 이론으로 통하기도. 그 시기도 지났다. 영국의 defra 소개하던 얘기가, 광우병 집회 때에는 한참 유행하기도 했고. 이것도 지난 얘기다. Csa 소개하던 시기도 있었고. 이건 여전히 살아있는 주제. 노무현 정부, 6헥타르 정책을 막아서면서 농지제도연석회의라는 시민단체 연대회의의 사무국장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아, 진짜 옛날 일이다. 시민단체에 상근 활동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다 옛날의 일이다. 이제는 세상도 많이 변했다. 그리고 농업은 진짜로 더 어려워졌다. 몇 년 전 같으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이렇게 간단하게는 못하는데, 이제는 아무 일도 아니다.
책은 어느 순간인가 세보지 않다가, 작년 가을에 어느 주말, 심심해서 한번 세보기 시작했다. 아마 50권까지는 갈 것 같다. 별 특별한 의미는 없는데, 괜히 50이라는 숫자가 뭔가 딱 떨어지는 것 같은. 별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다.
한국에서 낼 수 있는 책 중에서, 농업경제학 정도 되면 난이도 특급이다. 농업은 책으로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청와대 농업비서관이 막 임명되고, 축하인사차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농업 책 난다고 했더니, 자료 도움은 주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자료 도움 받아봐야 나중에 피차 곤란한 처지가 될 것 같아서, 말이라도 고맙다고 했다. 어차피 최근에 분석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봐야 큰 도움 안 될 것 같다.
농업 경제학 정리하겠다고 책 모으고, 자료 정리하는 거 보면서 아내가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게 난이도 상중상이라서 그렇다. 돌이켜보면,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나, 한심스럽기도 하다. 예전에 청와대에 농업 비서관 자리 만들면서, 이젠 좀 나아질 거라고들 했었다. 나아지기는 개뿔. 아무 것도 안 변했다.
지난 총선에 농업 관련된 공약 정리는 신정훈하고 했다. 둘째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박근혜 힘 한참 좋을 때, 신정훈하고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몇 번 술을 마셨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같이 있었던 사람이 그 시절 한참 자주 만나던 원혜영 그리고 아직 유명해지기 전 진선미 누님, 뭐 그런. 신정훈하고 한동안 농업 얘기 많이 했었다. 그런 그가 청와대 농업 비서관이 되었는데, 된장. 행정관까지 그 라인들, 선거가 너무 바빴다. 사요나라.
농업 한참 할 때 참 수많은 사람들이 파트너로 일하고 떠나고는 했다. 인생이란 게 참 묘하다. 노무현 시절, 6헥타르 정책 비판할 때, 정부측 파트너로 나온 양반이 있다. 한참 논쟁하는 사이였는데, 그러다가 자주 보니까 정이 들었다. 지금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이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식품안전기본법 만들면서 같이 작업했던 박상표 수의사. 벌써 떠났다. 또 다른 파트너가 송기호 변호사, 그도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이런 10년 넘는 기간 동안에 보고 경험한 그런 얘기를 하려고 책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실패의 역사가, 지금 와서 뭔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책 제목을 '최소한의 농업'이라고 잡았다. 정말 미니넘, 인간적으로 이 정도는 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은 얘기만 정리하려고. 대상은 중학교 2학년. 2년에 걸쳐서 어디다 대고 던져야 하나, 분석하고 분석해서 나온 결론이다.
그래도 다음 세대,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사람들에게 얘기를 거는 편이, 어려워도 나을 것 같다. 한국의 분기점은 중학교 2학년이다.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노무현 시대, 진보 인사들이 하던 말이 "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였다. 솔직히 외국의 좌파 엘리트 집단 중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어렵기는 하지만 중요하기는 하다, 그 정도가 일반적인 입장이다. 문재인 시대, 뭐가 좀 바뀌었을까? 그래도 그 때는 그런 얘기라도 했다. 뉘기? 뭐라캤나! 아예 관심이 없다.
그야말로 나는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논리적으로는 이런 난이도 높고 험악한 주제는 피해가는 게 답인데, 그렇게 피한 게 15년이 지났다. 나도 더는 피할 데가 없다. 전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이런 비겁한 변명도 댔었다. 지금은 딱히 이거 안 팔리면 삶이 곤란해지는, 뭐 그런 건 아니다. 잘 되면 좋겠지만, 별 반응 없어도, 한두 번 망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털고 나갈 형편은 된다.
처음 책 쓰기 시작하면서 나 혼자 정한 모토가 "어깨에 힘 빼기"였다. 여기에 '명랑' 하나를 더 더하고, 그 힘으로 10년 넘게 버텼다. 이번 얘기는 그렇게 즐거운 얘기도 아니고, 가벼운 얘기도 아니다. 여기에 최선을 다 해서 유머를 넣으려고 한다. 생태계의 시선이, 보는 각도에 따라서 굉장히 유머러스할 수도 있다. 물론 그래봐야 내가 하는 유머라서 별 거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한다.
내가 살면서 본 가장 큰 유머는 YS가 했다.
"박근혜, 그거 그냥 칠푼이라.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대이."
팔푼이에서 한 푼 뺀 칠푼이, YS식 진심이다. 그가 그 얘기를 할 때, 우리는 뭔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그러나 그 유머는 진실이었다. 나도 그런 얘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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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치밀하게 정리된 주제는 아니지만, 축산과 어업까지 포함해서 대략적인 50개 정도의 주제를 뽑아보았습니다.
하나당 A4 2장 정도의 편지를 쓰면, 기본적인 책 한 권 분량이 됩니다.
꼭 50개에 맞춰야 하는 건 아니라서, 하다 보면 몇 개가 더 추가될 거고, 자신 없거나 완성도 떨어지는 것들 몇 개 추리면 대충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여기에 편지를 받게 설정 되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의 스토리 보드를 만들면서 순서를 잡게 될 거고, 게임 중독인 아들과 갈등하는 감정선을 설계하계 될 것 같습니다.
30대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게임 중독인 중학생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놓고 마지막까지 생각해봤는데요.
무난하게 해서 무난하게 망하는 것 보다는, 품도 들고 위험도도 높지만, 10대 얘기를 이번에 전면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출판사랑 상의했는데, 출판사 쪽 생각도 같은 것 같구요..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 전, 한 달 정도는 더 넣고 빼고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1. 몸을 움직이는 것
2. 자연과 생태
3. 가위 가격 현상
4. 자본주의와 농업
5. 6.25와 농지 제도
6. 근교 농업
7. 감자
8. 6헥타르 정책
9. 식품 안전
10. 종 다양성과 논 생태계
11. 부부 농업과 가족농
12. 소농과 유기농
13. 토마토
14. 커피와 토양 유실
15. 평양성 전투와 서산대사
16. 주식과 동아시아에서의 쌀
17. 멕시코와 GMO 옥수수
18. 스위스의 국민 투표
19. 광우병과 영국 농업
20. 밀밭으로 가득한 지평선
21. 도시락에서 학교급식까지
22. 급식 넘어, 마음의 점
23. 가락 시장과 중앙형 유통
24. 여왕의 부재 지주 사건
25. 농업 기업
26. 미국의 뉴딜과 팜빌
27. 캘리포니아 오렌지
28. 항구에 버려지는 곡물들
29. 아파트형 농업
30. 로봇 농업과 인공지능의 미래
31. 농협
32. 협동과 생협과 연간 계약
33. 시민지원 농업 (CSD)
34. 코를 믿지 마라, 조향의 세게
35. 도시화와 도시화율
36. 김밥, 삼각김밥, 중국산 찐쌀
37. 덴마크왕과 낙농업의 나라
38. 제이미 올리버와 영국의 10대
39. 농업과 농촌의 차이, 토건의 시대
40. 공정 무역
41. 공장식 축산
42. 꽃등심과 달걀 – 탄소 발자국
43. 과일방
44. 지속가능한 어업
45. 연어는 왜?
46. 범고래 이야기
47. 우주 식단은?
48. 바람이 안 분다
49. 빵 굽는 남자
50. 초대받지는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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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복잡한 밤.. (1) | 2019.11.12 |
농업 경제학, 카페 개설.. (0) | 2019.11.10 |
1.
한국에도 계몽의 시대가 있었는가, 가끔 그런 질문을 해보게 된다. 노태우 시절, 금서가 애매하게 풀리던 시절, 사회과학 책에서 백만 부 종종 넘기는 책들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맑스, 레닌, 대충 이름만 달아도 어지간히는 나갔다. 보다보다 못해서 레닌의 부인이었다는 쿠르스카야인가, 하여간 그런 책도 봤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농담으로, 그 시절 출판사 사장들만 건물 사고 실제로 생긴 변화는 아무 것도 없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회과학 책은 어디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사실상 쟝르가 붕괴한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한 때 한국을 뒤덮던 계몽의 시대는 끝이 난 것 같다. 경로에 대한 해석은 복잡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보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계몽을 하거나 말거나, 변하는 것은 없다. 뭘로 계몽을 할 것이냐도 문제지만, 누가 누구에게 계몽을 하겠느냐? 이건 답 없는 질문이다. 지금 우아하게 '계몽'이라고 이름붙여진 일을 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게 없다. 한 때 한국에도 원로 같은 게 있기는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있는 원로 자체가 없다.
계몽이 성립하려면, 뭔가 더 알거나, 더 깨달았거나, 하다 못해 먼저 했거나, 그런 게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용자의 조건 같은 것도 필요하다. 2020년대를 바라보는, 21세기 하고도 물경 1/5이 지나간 지금, 그딴 건 없다. 이건 꼭 우리 편, 남의 편으로 나뉘어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런 팬덤 현상이 벌어지기 전에 권위는 이미 사라졌고,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듣는 시대도 사라졌다. 신문과 잡지의 위기가 그런 거다.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게 되었다. Mb가 집권하기 전에 Kbs가 공신력 1등이던 시절이 있었다. 좋든 싫든, 그 시대는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2.
그러면 이 세상이, 아니 이노무 '대한민국'이라고 목 놓아 부르는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기다리면 모든 것은 좋아질 것이다", 그런 낙관론의 대표적인 책이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세계관일 것이다. 기본적인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되었고, 이제 좀 더 '심화학습' 단계로! 뭐, 그 낙관론은 현실 앞에서 여지없이 부수어졌고, mb, 근혜를 거치면서 절망의 끝자락으로 달린 것 같다. 그 시기는 탈계몽의 시대라기 보다는 '증오'의 시대였던 것 같다. 우리 모두 증오했다. '쥐박이'를 증오했고, 순실이를 증오했다. 그것도 그냥 증오한 게 아니라, 정성껏 증오했다.
나는 문재인이 뭔가 좀 잘 할 수 있는 시대를 희망했다. 꼭 조국 사태 때문에 뭔가 엄청나게 변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그 증오 위에 우리는 또 다른 증오를 더 했다. 10년 전에는 싫어도 식구들끼리 정치 얘기를 하고, 아빠와 딸과 아들이 등 돌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는 정치 얘기는 안 한다. 하면 등 돌리는 정도가 아니라, 막 뭔가 던져버릴 정도로 인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계몽? 그딴 건 이제 없다.
10대와 20대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탈 코르셋 논쟁은 10대 여성과 30대 여성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나이가 어릴수록, 10대일수록 그 민감도가 특히 높았다. 야,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구나!
조국 사태에서 많은 사람들은 20대들에 주목을 하지만, 진짜로 그 사건이 영향을 주는 것은 10대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끼리' 잘 논의하고, 얘기해보면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딴 시대도 끝났다. 그리고 한국에서 '계몽의 시대'는 정말로 끝이 났다. 한국에서 누가 그들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다.
3.
'농업 경제학'은 형식적으로 중학교 2학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려고 한다. 마음은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내가 할 수 있을지, 최종적으로 마음을 먹지 못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아주 고전적인 관계에서 어떻게 권위적이지 않고, 강요하는 방식의 아닌 지식에 대한 얘기가 가능할 것인가? 이게 아주 어렵다.
그야말로 '지대루 계몽적', 이렇게 되기 딱 좋은 위기다. 이래라, 저래라, 제대로 꼰대처럼 보이기 딱 알맞다. 게다가 주제가 농업이다. 관심도 없을 얘기다. 안 하는 게 맞는데, 나는 지금 왜 이 이야기 앞에 서 있는가?
학부 시절에 농업에 대해서 별 게 배운 게 없다. 경제사 시간에 이래저래, 조금씩 본 게 다다. 그 때는 경제학과에서 회계원리 배워야 한다고 난리가 났다. 한다, 안 한다, 좀 복잡하기는 했는데.. 배워둔 게 나중에 도움이 되기는 했다. 농업 같은 얘기, 들어올 공간이 없었다. 철학과 청강하고, 사학과 수업 듣고, 남는 학점은 전부 수학에 몰았다. 뭐, 학기 시작만 그랬고, 4학년 1학기 때에도 시험 거부를 주동한 처지라. 중간 고사 이후로는 수업은 커녕, 시험도 맨날 거부였다. 1학년 1학기 때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서 시험 못 봤고. 2학기는 건대 사태로 시험 거부. 그냥 안 본 정도가 아니라, 맨날 주동하는 처지라. 학점은 커녕, 학교 제대로 다닌 학기가 거의 기억에 없다. 그래도 2학년 때부터 틈 나는 대로 대학원 입학 준비를 했더니, 시험만큼은 왠만큼 봤다. 그런 처지에, 농업 공부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해야하는지 알지도 못했고.
나중에 유학 가서 대학원 논문을 국제 자원 중에 쌀시장을 가지고 썼다. 와.. 이 논문 점수가 걔들 표현대로, 환상적으로 나왔다. 대학원 입학 성적이 거의 꼴지 비슷했었는데, 졸업할 때에는 논문 점수 배점이 워낙 커서 좀 점수 떨어지는 과목들 평균점 다 올려주었다. 졸지에 1등으로 졸업하고, 박사 과정도 이 논문 점수 덕분에 1등으로 들어갔다. 편하게 유학하는데, 진짜 1등 개국공신 같은 주제였다. 물론 박사 과정에서 그걸로 계속 논문을 쓰지는 않았다.
하여간 그 때 논문 준비하면서 농업경제학이라는 걸 처음 공부했다. 90년대 초반인데,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다. 아직 냉전이었고.
다시 농업경제학을 공부한 것은 회사를 그만두고 녹색당 만드는 일을 하다가, 이게 농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농업공부모임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아내와 결정적으로 결혼하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고, 내 측근들을 형성하는 사람들이 농업을 계기로 만나게 되었다.
그 때 생각한 것은.. 이건 나의 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 시절에 식품 안전을 놓고 법 같이 준비하던 수의사가 박상표와 송기호다. 송변은 될 듯 말 듯 여전히 잘 버티고 있다. 박상표는 벌써 자살했다. 참, 사는 게 뭔지! 약간 뒤에 FTA 논의로 윤석원 선생을 만나게 되었고. 그 시절에는 거의 매주 봤다. 그 때 정부 쪽 전문가로 논쟁하던 양반이, 논쟁하다가 정이 들었는데, 지금은 농촌경제연구원장이다. 노무현 때 6헥타르 정책 놓고, 진짜 지겹도록 논쟁을 했다. 장태평 장관 시절에는 GMO 문제 가지고 장관하고 논쟁을.
그것도 다 옛날 일이다. 한 때 농업 문제로 같이 논의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청와대 농업비서관 아니면 행정관이라도 되었는데, 다들 그 자리를 정거장으로만 썼던 것 같다. 청와대 가면 엄청 뭐 할 것 같더니, 금방 출마할 자리 알아보고들 했다.
그렇게 농업 경제학 공부하면서, 즐거운 일도 많았고,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죽거나 사라진 사람들이 많다. '토사구팽'이라는 전화 한 통화를 남기고 더는 보기 어려워진 누님 등등.
둘째 태어나면서 그 시절과 단절하게 되었다. 더는 나도 시민단체의 농업 얘기를 맨 앞에서 발제할 처지가 아니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농지제도연석회의라는 시민단체가 잠시 있었고, 내가 사무국장을 맡았었다. 강기갑, 단병호, 이런 사람들과 한참 논의하던 시절이.. 농지은행 도입할 거냐, 말 거냐, 그런 거 가지고 엄청 논쟁하던. 다 옛날 일이다.
4.
계몽의 시대는 끝났다.
어떻게 해야 이 얘기를 계몽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아직은 실마리를 못 찾았다. 딜레마다. 아내를 목졸라 죽였던 알뛰세의 책을 한참 많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절친이었던 에티엔 발리바르가 "Tais-toi, Althusser!", "입 좀 닥쳐라, 알뛰세!", 그런 책을 쓴 적이 있었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뒤, 진짜 알뛰세 말 많았다.
내가 책을 쓴다고 해서 10대들이 읽을 것 같지도 않고, 읽는다고 해도 뭔 반응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게 지금 나의 딜레마다.
술 한 잔 마시고, "때려쳐!", 딱 이게 제일 좋은 전략이다. 나도 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이게 내 양심의 문제라서 그렇다. 생태에 관한 얘기는, 농업이 빠지면 한 바퀴 돌지를 않는다.
예전에 이상의 산문집을 읽다가 만주로 도망간 자기 여동생에게 쓴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고3 학력고사 끝나고였는데, 사실 충격 받았다. 그 충격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담배를 피웠다. 에고, 아직까지 그 모양으로 살아간다. 자기는 충분히 자유롭게 살았는데, 여동생에게는, 니가 그러면 안 되느니,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동거는 안 된다, 정신 차려라, 하여간 엄청 빡빡한 내용이었다. 꼰대 꼰대, 왕꼰대의 편지였다.
그런 편지를 쓰고 싶지는 않다. 근데 지금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은, 누가 쓰더라도 이상이 여동생에게 보내는 것처럼 써지게 되어 있다. 지금의 딜레마다. 아직 딱히 해법을 못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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