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키우다 보니, 요즘 정말 머리 박고 얌전하게 산다. 30대에는 정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는데, 요즘은 이상한 거 봐도, 내는 잘 모른다, 그냥 처박혀 지낸다.

이제 둘째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갈 때가 되면, 나도 50대 중반이다. 나이도 처먹을 만큼 처먹은 셈이고, 뭔 욕심을 부리는 것도 이상할 것 같다.

방송 진행 요청 같은 게 가끔 오는데, 물리적으로도 애 보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고.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자꾸 방송하면 숨보가 흐트러져서 뭘 만들기가 어렵다. 일간 방송은 물론이고 주간방송도, 결국에는 생각이 그 단위로 만들어진다. 1년에 한두개, 아니 2년에 한 개라도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뭔가를 만드는 게 내가 하는 일이다. 결국 생각이 아주 길어야 한다.

유행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서 결국 사람들 손에 들어가는 데에는 몇 년 걸린다. 그 때 무슨 유행이 있을지, 뭔 일이 있을지 알 게 뭐냐. 그냥 하고 싶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하는 게 낫다.

농업 경제학 같은 게 대표적으로 그런 일이다. 진짜 인기 없는데, 그나마도 더 인기가 없어진다. 이것저것 따지면 하기 싫어진다. 이 경우는 의미를 생각해서 하는 일이다. 그래도 좀 특색 있게 하고 싶어서 머리를 쥐어짜고 쥐어짜는데, 딱히 지름길 같은 건 없다.

논리에는 정답이 있지만, 감정에는 정답이 없다. 감정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남들도 힘든지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힘들다.

처음 내가 책을 쓸 때 비슷하게 하던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돌아보니까 이제는 거의 나 혼자 남은 것 같다. 진작 그만두었어야 할 걸, 아직도 못 그만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딱히 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이승만은 3권짜리로 하기로 했고, 출판사하고도 상의는 끝났다. 1권짜리랑 3권짜리 중에서 고르라고 했더니, 내 얘기 듣고, 이건 무조건 3권짜리로 가야 한다는 것 같다. 그게 맞기는 맞는데, 품이 어마무시하게 든다. 뭐, 그런 걸 무서워한 적은 없다.

기본 작업이 공간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내가 원래 그렇게 작업을 한다. 다음 달에도 경주 한 번, 울산과 포항 3박 4일, 줄구장창 틈만 나는대로 다닐 생각이다. 애들 데리고 다니면, 혼자 다니는 것과 공간을 보는 눈도 좀 바뀌는 것 같다. 애들 한테 친절한 동네, 애들 막 대하는 동네, 아주 간단한 기준 하나가 추가되는 데도. 동네 보이는 눈이 다르다.

제주도는 애들하고 가면 식당 주인들이 아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안 된다고 하는 집도 많고, 겨우겨우 들어가도 돈은 돈 대로 내고 눈칫밥 먹고 오는 경우도 많다. 오늘 아내가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 몇 년간 아내가 제주도 가면 애들 다 데리고 따라가고는 했는데, 올해는 안 간다고 했다. 애들 너무 눈치 줘서, 내 돈 쓰면서 가기가 좀 그렇다.

하여간 이승만을 내기로 출판사와 얘기를 마치고 나니까, 삶에 긴장감이 확 높아진다. 어떻게 되겠지..

그래도 먹고 살 걱정 안 하면서 글 쓸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마무시한 행운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최근에 아내 저축이 조금 늘었다. 슬라이트하게 쁠라스.

뭐, 플라스라고 해도 카메라 같이 사야할 것을 뒤로 미루면서 버티는 거라서 별 의미는 없는 일이지만.. 그거 가지고 불평할 처지는 아닌 것 같고.

농업경제학은 여전히 고민이다. 무난하게 갈지, 아니면 게임중독인 10대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좀 괴팍하게 갈지.. 아직도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아서 첫 줄 시작을 못하고 있다. 그냥 며칠째 노는 중.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요즘 10대는, 나도 무섭다. 10대 관찰을 90년대 후반부터 했는데, 지금처럼 무서운 10대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다.

종교 경제학 하려고 할 때, 결국 접은 건 무서워서는 아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하도 귀찮게 해서, 진짜 귀찮아서 치워버렸다.

10년 후, 지금 10대가 20대가 되면 어떤 사회가 펼쳐질까? 다 업보다. 교육이, 교육이 아니다.

그래도 그냥 처음에 마음 먹은대로 직진할까, 우회로를 찾을까, 별 하는 것도 없이 마음 복잡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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