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주는 월요일 빼고는 매일 뭐가 하나씩 있다. 내일은 총리실 간부들하고 점심 먹으면서 강연하기로 (물론 총리가 오지는 않는다.) 일정은 최소한으로만 하는데, 그래도 여차직하면 이렇게 몰린다. 인정에 이끌려서 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살다 보면 이건 얘 때문에 해줘야 하고, 저건 쟤 때문에 해줘야 하고..

성격상, 누군가의 도움 받는 걸 정말로 끔찍히 싫어한다. 물론 그래도 도움을 아예 안 받는 건 아니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정말 소수의 린간들과 동료들이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꽤 많은 사람을 돕는 스타일의 삶을 산 것 같다. 뭐, 무슨 엄청난 박애주의자라서 그런 건 아니다. 바쁘다고 말하는 걸 싫어하고, 바빠 보이는 것도 싫어한다.

도와주고 나면, 고맙다는 소리 들을 생각은 정말로 안 하고 산다. 대부부의 잘난 린간들은, 자기가 잘 나서 남들이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날 도와줄 기회를 너에게 주었으니, 니가 나에게 얼마나 고마워하겠느냐.. 소위 좋은 대학, 좋은 과 나온 사람들이 이런 경향이 강하다. 그래 정말 고맙다, 내가 널 도울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어서.

그런 껄적지근한 마음들을 털어놓는 시간이, 우리 또래들에게는 술 처먹는 자리였다. 그 땐 좀 그랬다.. 지나간 일들을 서로 꺼내놓는다. 그렇다고 잘났다고 하는 린간들이, 그걸 또 웃으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있겠느냐. 결국에는 폭발한다. 듣자듣자 하니까, 이 개새가..

그래서 술 처먹다가 싸움 나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음 날 또 처먹는다. 그리고 왜 술을 먹기 시작했는지를 또 까먹고, 또 새로운 싸움을.

이래저래 그렇게 거국적으로 술 처먹는 걸 못하게 된 게, 순전히 애들 때문이기는 하다. 부인님 출근하고, 나는 술 처먹고 못 일어난다고 하면, 애들은 울 거다.

물론 나도 저녁 겸 술을 여전히 처먹기는 한다. 그렇지만 린간들은 꼭 자기 얘기는 2차나 3차 가서야 한다. 나도 1차에 열나 처 마시고, 빠빠이.. 그러다 보니 무척 드라이한 인생을 살게 되었고, 린간들의 깊은 속은 안 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나는 이제야 한가지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 린간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지, 무슨 불만이 있을지, 알 게 뭐냐. 내 인생에 앞으로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일을 할 것도 아니고. 린간들의 속내는 몰라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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