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자들이 집 앞 카페에 엄청 온다. 야, 진짜 일주일에 신문에 두 번씩 인터뷰를. 벌써 그런지 몇 달째인 것 같다.
오늘도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래도 다음주 안에 꼭 해야 한다고.. 오후 시간은 다 차서, 결국 오전에 만나기로 했다.
나라고 신경질 나거나 짜증 날 일이 왜 없겠나.. 그래도 '짜증'이라는 단어는 아예 쓰지 않고, 신경질도 안 내려고 한다.
50대 에세이 쓰면서 '찌그러진 맛'이라는 개념을 처음 써봤다.
내가 무슨 힘이 있나, 권력이 있나, 그러다고 정보가 빠르기를 하나. 암 것도 없다. 그렇지만 찌그러진 맛이 있다.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한도 내에서는 성심성의껏 답 하려고 한다.
퇴물이면 퇴물답게, 좀 찌그러지는 맛이 있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성기가 지나 찌그러지는 생활도 좀 즐기게 된다.
책도 잘 되면 좋지만, 아니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 해서 재밌게 만들지만,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방송은 더 그렇다. 가급적 안 나가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되면 다른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 말수도 좀 줄이고..
최근에 이 책은 왜 썼냐,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을 좀 만났다.
"네, 심심해서요.."
그렇게 대답했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시간을 보내기에는 책 쓰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아주 뭉텅이로 시간이 잘 간다.
오늘 메일 하나 받고 살짝 열 받으려고 했는데, 금방 마음을 가라앉혔다..
찌그러진 맛이 최고지.
찌그러진 사람은 금방 왈칵하고 그러지 않는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대충 맞춰드릴께요..
코로나 정국에 애초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일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대체로 짜증들이 나있다. 가끔은, 짜증 지대루가, 신경질 지대로 가득 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대충 살고, 찌그러져서 살기 때문에.. 그냥 오늘도 별 탈 없이 하루를 넘어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 갈메기 조나단을 참 재밌게 봤던 기억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난다..
피곤해..
그런 생각을 나는 50이 넘어서야 처음하게 되었다. 쓸 데 없는 생각을 했었네, 그려.
멀리 날 필요도 없고,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보면 유쾌하지는 않아도 짜증을 내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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