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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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장에서 돌아온 큰 애가 꽁치 통조림을 들고 나에게 왔다. 오후 간식으로 먹을 거니까 열어달라는 거다. 순간 시껍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직은 통조림 열기는 좀 이르다.
배가 고픈 건 알겠는데, 그냥 꽁치 통조림을 먹기는 좀 그렇다, 타협을 했다. 꽁치 대신 참치 통조림을 주기로 했는데, 이런, 밥통에 밥이 없다. 햅반 뜯었다. 그랬더니 큰애가 밥공기에 참치를 통째로 넣어서 비볐다. 배가 고프기는 고팠나 보다. 다른 반찬 꺼내기가 그래서 조미김 하나 뜯어줬다. 참치 김밥이라고 엄청 잘 먹는다. 햅반 반 남은 거는 둘째가 달라고 했다.
 
오후 다섯 시, 오후 간식으로 보통 빵 같은 거 주는 시간인데.. 아이들 둘이 공기밥에 코 박고 정신 없이 먹는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아이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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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는 인쇄소로 넘어갔다. 워낙 전례가 없던 책이라서 출판사는 물론 전문가들도 이 책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지 예측을 잘 못 하는 것 같다. 시작할 때 제목은 ‘나는 좌파다’로 했는데, 그때 같이 제안된 제목이 ‘슬기로운 좌파 생활’이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좌파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달고 주로 작업을 했었다. 

결국 마지막에 <슬기로운 좌파 생활>로 제목이 결정된 것은, 일단 이 제목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부드러워서 좋다고 얘기를 했던. 나이가 많을수록 <나는 좌파다>가 좋다고 했고, 나이가 어릴수록 슬기 쪽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중에 본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너무너무 재밌었다. 두 번째 볼 때, 아버지 병실에서 노트북으로 이어폰 끼고 틈틈이 봤는데.. 몇 주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병원 얘기랑 진짜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부드럽고 벽이 느껴지지 않는 쪽을 결국 선택하게 되었다. 

인쇄 시작하는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까, 맨 앞에 쓴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나를 위해서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파로 살았고, 앞으로도 좌파로 살 건데, 정작 한 평생 “나는 좌판데요”, 이 얘기도 제대로 못해보고 살다가는 죽기 직전에 후회할 것 같았다. 망하는 건 괜찮은데, 후회하는 건 싫다. 그리고 변명을 하게 되는 건 더욱 더 싫다. 망하는 건 괜찮지만, 망하는 게 무서워서 아무 것도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결국 변명만 하게 된다. 

아직도 더 많은 소명을 생각하고, 영광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좌파라고 말하기가 좀 곤란한 것 같다. 이해는 한다. 나는 그런 계획이 없고, 그래서 좌파라고 말해도 괜찮다. 그런데도 안 하면, 정말로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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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애들 방학식이다. 오전에 일찍 학교에 가서 애들 데리고 왔다. 점심은 그냥 족발 시켜먹기로 했다. 나도 귀찮다. 그래도 어머니 점심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그거야 하면 되고. 

코로나 때문에 방학은 두 달간이다. 죽었다. 아내가 아껴두었던 육아휴직을 한 달 쓰기로 했다. 그래도 방학은 길다. 

내일은 어머니 검진일이다. 안 간다고 버티시는데, 어떻게 모시고 갈지, 머리가 빡빡하다. 이것저것 검사도 세 시간은 걸린다는데, 내시경 같이 복잡한 것은 뺐어도 차마 엄두가 안 난다. 어머니는 비협조의 극치다. 문진표가 안 왔다. 겨우겨우 안내 통화가 되어서 온라인으로는 없냐고 물어봤더니, 몇 년 전에는 있었는데 하도 사고가 많이 나서 이제 온라인은 없다고 한다. 택배 아직 도착 안 했으면 예약 뒤로 미루어주겠다고 하는데, 순간 경기.. 내일도 애들끼리 집에 있어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일 처리 안 되면 다음 주에는 더 힘들다. 네, 그냥 하지요. 

내 바로 밑의 동생도 역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화도 안 받는다. 오전에 전화 걸어보니까, 받기는 받았다. 부탁할 일이 좀 있기는 했는데, 하나마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어려울 때니까 세 끼 잘 챙겨먹으라고만 말했다. 형으로 사는 게 가끔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저녁에는 다큐영화 시사회에 가기로 했다. 영화사 진진에서 하는 행사다. 여러번 못 가고 미안해서, 이번에는 간다고 했다. 과연 갈 수나 있을런지. 

나한테 의지하는 사람들이 몇 명인가 잠깐 세볼까 하다가, 잠깐 세다가 말았다. 식구들이 줄줄줄, 여기에 아주 작은 규모의 출판사 몇 개, 그리고 기획을 하는 사람들. 

몇 년간 같이 일하던 사람들 중에서 한 명이 떠나갔고, 몇 명이 더 늘었다. 주변 사람들이 줄지는 않고, 오히려 약간 늘었다. 아프고 싶어도 아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속으로는 골골 하는데, 몇 년간 열 한 번 오른 적이 없고,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다. 팬데믹 국면에서 내가 감기 걸리면, 우리 집은 완전 정지다. 

어디선가 자문위원으로 위촉장 준다고 텔레그램으로 이력서 양식 채워서 보내달란다. 순간 컴퓨터 부술 뻔했다. 바빠주겠는데.. 

바쁘긴 바쁜데, 뭘 하느라고 바쁜지도 잘 모르겠다. 다다음 주에 중요한 인터뷰를 하나 할 생각인데, 아, 이 양반이 전화를 안 받는다. 돌아삐리. 

멜론에서 앙드레아 보셀리 노래를 하나 추천해준다. 꾹, 응, 들어.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 주인공 테마곡으로 나왔던, 감옥 가는데 하루 종일 굿바이하면서 나왔던 노래. 기왕 듣는 김에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왔던 <마리아>도 같이. 몇 년 전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한 달 내내 들었던 때가 기억이 났다. 

아주 예전, 은퇴하면 노르망디 바닷가에서 조용히 지내다가, 아무도 성거시지 않은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은퇴 준비 중인데, 노르망디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때는 별 거 없이 살다가 조용히 사라진다는 생각이었는데, 나한테 매달린 사람들이 아직은 너무 많다. 

나는 바다가 그렇게 좋았다. 수많은 바닷가에 갔었는데, 아직도 기억 속에서는 노르망디의 바다가 제일 좋다. 아마 거기서 노년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심지어 한 번 놀러갈 일도 없을 것 같다. 파리에는 가끔 가지만, 짧게 출장을 가면서 노르망디까지 갔다 오기는 쉽지 않다. 

불어로 부르는 앙드레아 보셀리의 라라의 테마를 듣다 보니, 문득 노르망디 생각이. 참, '라라의 테마'가 <닥터 지바고>에 나왔던 노래라는 생각이 문득. 윤석열이 재밌게 본 영화가 닥터 지바고였다는.. 그는 뭘 보고 이걸 인생 영화라고 했을까? 내 기억에는 영원히 살아남는 악인에 관한 영화였다. 그는 누구를 악인이라고 생각할까? 

점심 먹기 전, 그래도 족발 오는 거 기다리면서 약간의 휴식을 가졌다.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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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무 것도 안 하고 계속 잠만 주무시지만, 때 되면 식사는 조금씩 하신다. 병원에서는 이제 밥 먹어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그건 아직은 좀 무리인 것 같고. 

집에 가신다고 몇 번 하셔서, 혼자서 밥 하실 수 있고, 시장 볼 수 있기 전에는 집에 못 가신다고 했다. 하루 종일 누워계시는 건 똑같지만, 그래도 식사는 좀 하신다.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검진 예약은 했는데, 병원 모시고 가는 게 또 난제다. 자신 없다. 

아무 것도 안 드신다고는 하지만, 조미김을 드렸더니 그건 좀 드신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반찬은 쇠고기 장조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며칠 전에 반찬 가게 가서 사왔는데, 그건 잘 드셨다. 메추리알과 쇠고기 장조림. 벌써 다 드셨다. 

우리 집에서 밑반찬은 주로 아내가 한다. 아내도 회사 일이 정신이 없어서 몇 달 전부터는 나물 같은 거는 내가 애들 데리고 옆동네 시장에 가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오고는 했다. 그냥 날 잡고 해도 되기는 하지만, 나도 나물 한다고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사온다. 

쇠고기 장조림 하나 사러 시장에 가기도 그렇고, 또 어머니만 두고 그렇게 괜히 집을 비우기도 좀 그렇고. 배달 앱에서 전에는 없었는데, 새로 찾아보니까 반찬 가게가 하나 생겼다. 시장보다는 좀 비싼 것 같은데, 지금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 처음으로 반찬 배달 해봤다. 금방 온다. 몇 년 전에 어머님에게 반찬 정기 배달을 신청했던 적이 있었는데, 너무 짜고, 입에 안 맞아서 다 버린다고 욕만 잔뜩 먹었던 적이 있다. 

오전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강의하고 돌아오는데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아버지 계신 병원은 좀 멀고, 좀 무리가 되더라도 가까운 데로 모실 계획이 있기는 했다. 아버지 신분증 들고 한 달쯤 전에 가서 의사 면담하고 입원 대기하던 중이었다. 결국에는 좀 어렵게 되었다고, 병원 옮기는 것은 당분간 포기했다. 

어머니가 아프시기 전에는 그래도 아버지에게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걸로 막내 동생하고 계획을 했었는데, 어머니도 같이 누워 계신 상황에서 두 군데 다 왔다갔다 하는 건 이래저래 무리다.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막냇동생이 아버지 계신 병원에 전화해봤는데, 이제 존댓말을 하신단다. 존댓말, 반말 섞어서 하신지는 사실 좀 된다. 아버지 기억은 뇌에 종양이 너무 커져서, 두 달 전부터는 왔다갔다, 좀 그랬다. 

지금에 와서는 아버지나 어머니나, 증상이 같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어머님이 아직은 거동을 하실 수가 있어서 조금 사정이 낫기는 한데, 그냥 누워만 계시는 것은 같다. 운동도 좀 하실 수 있게 해드리고 이것저것 더 챙겨드려야 하는데, 지금 같아서는 제 때 식사 챙겨드리는 것도 버겁다. 

어머니가 유일하게 드시는 간식은 감말랭이 작게 자른 거. 어제 저녁 때 큰 애가 감을 막 집어먹었더니 어머니가 “얘, 감 얼마 안 남았다”고 그러셨다고 한다. 그거 냉장고에 더 있다. 나랑 큰 애가 워낙 감을 좋아해서 떨어지지 않게 넉넉하게 사다 놓는다. 손자가 감 집어 먹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시니, 웃음이 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거라도 드시니까 다행이다. 

주말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 환자들이 먹는 유동식 몇 박스를 주문했는데, 오늘 왔다. 먹어보니까 딱 두유맛이다. 점심 때 식사하시고 드시라고 하나 뜯어드렸는데, 처음에는 안 먹는다고 하셨다. 두유랑 맛이 똑같다고 했는데, 잠시 커피 타다고 돌아보니 그새 하나 드셨다. 맛이 보통 두유보다 훨씬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라서 배지밀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동식 오래 먹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까. 

친한 선배한테 안부 인사차 전화했는데, 그새 청와대 있다가 나왔다고 한다. 얼굴 보고 식사 한 번 하자고 하는데, “형, 내가 커피 약속을 할 처지가 안 돼”, 그러고 말았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일도 엄청 큰 대형 사업이 되었다. 집에서 잠시 나가려면 사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엄청 많다. 

나도 몇 주 후에 병원 가야 하는 날인데, 이건 한 달 미루기로 했다. 나도 여기저기, 아이고 삭신이야, 병원 다닌지 꽤 된다. 정기적으로 피검사도 하고, 1년에 몇 번 스캔도 하고 MRI도 찍고 그런다. 나이를 처먹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 병실에서 몇 주 버티고 나니까 머리의 두피에 온통 크고 작은 염증이 났다. 병원에 가보니까, 이건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라고 한다. 그냥 나이 먹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라고. 원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완치가 없단다. 그냥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약이랑 연고랑 그런 거 잔뜩 받아왔다. 3달 후에 다시 보잔다. 의사가 그랬다. 평소 같으면 한약방 하는 얘기 같은 거라서 잘 안 하는데, 자기가 요즘 딱 그런 얘기하고 있다고.. 그러면서 자기 동생이 서른도 안 되었는데, 같은 증상이라서 자기가 약 주고 있단다. 

이제 나도 50대 중반이다. 여기저기, 아이고 삭신이야, 그러면서 살아간다. 10살인 큰 애는 어깨가 뻐근하다고 해서, 며칠째 어깨 마시지랑 머리 지압을 해주는 중이다. 훨씬 나아졌단다. 자기 전에 마사지 해달라고 오는데, 그때마다 “아빠가 좋아”, 그런다. 귀엽다. 중학교 때 심심해서 마사지책이랑 지압책 잔뜩 읽고 주변 사람들 대상으로 연습하면서 살았던 게, 이렇게 써먹을 일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사람들이 전화해서 힘들지 않느냐고 위로를 한다. 사실 나는 요즘 힘든 건 거의 없다. 힘든 건 부모님들이 힘들지, 나는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재밌는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아내가 하는 일이 아주 잘 되고 있고, 여름과 가을에 병원에 입원했던 둘째도 지금은 입원과는 좀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중이다. 부쩍 소년티가 나기 시작하는 큰애와는 일주일에 몇 번씩 인생에 대해서 논하고, 삶에 대해서 대화한다. 큰애는 자기 딴에는 경제학자와 화가 두 개를 놓고 자기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중이다. 나는 어느 쪽이라도 다 좋고, 그거 아니라도 상관 없다고 했다. 이제 곧 초등학교 4학년, 이제 어른이 느낌 보다는 소년의 느낌에 점점 더 가까워졌다. 물론 하는 짓이나 생각은 아직 영락 없는 어린이지만, 느낌은 많이 변했다. 산타가 뻥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래도 초등학교 1학년 동생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적당히 둘러대는 것 정도는 협조해 준다. 

어느덧 나는 내 또래의 친구들과는 좀 다른 문화의 삶을 살게 되었다. 뭔 상관이냐. 아직은 어머니, 아버지, 다 살아 계시다. 내 삶에 이런 순간이 그렇게 길게 남지는 않았을 것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아직 다 계신 이 시간들을 슬프게만 지내고 싶지는 않다.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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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애들 보는 시간이랑 겹쳐서 수영장 가기가 아주 어렵다. 그나마 코로나 거리두기로 9시에 문을 닫게 되어서 아주 급하다. 사실 거의 못 간다. 어제 갔었는데, 오늘은 이래저래 할 일도 밀렸고, 안 갈까 했다. 요번 주에는 영화 시사회 가기로 한 것도 있고, 다음 주에는 저녁 시간에 일정이 몇 개 있다. 그 다음 주에는 지방 출장도 있다. 사실 갈 수 있는 날이 별로 없다.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하는 건데, 그것도 쉽지 않다. 

오늘도 습관처럼 그냥 쉴까 하다가 계속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억지로 갔다. 수영장은 집에서 꽤 멀다. 문정동 살던 시절에는 걸어가는 거리에 구청에서 만들어준 수영장이 있었는데, 이 동네는 그 정도 조건은 아니다. 

수영 끝나자마자 운전해서 청운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땀이 났다. 영하 3도인데, 더워서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아니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순간 매우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초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지난 달 두 달 전 쓰러지셨다. 어머니는 지난 주부터 아무 것도 드시지 않고 계셔서 급하게 일단 집으로 모셔왔다. 갑갑한 상황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하루 종일 인상만 쓰고 그렇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란 참 단순하다. 수영하고 바로 나오는데, 땀이 막 흘렀다.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몇 달만에 하는 거라서 풀어진 근육들이 놀랐다. 연초에 이것저것 검사를 했는데, 대부분 다 안 좋은데, 근육량만 좋게 나왔던 게 기억이 났다. 몇 달 수영장 다니다가 다시 검사를 했는데, 30대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수치들이 다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코로나 이후로 2년 동안 신경 써서 걷기를 많이 했는데, 내 경우에는 관절만 안 좋아지고, 별로 특별히 건강상 지표로는 변한 게 없었다. 몇 달 수영을 하고 먹는 걸 아주 약간 줄였는데, 10킬로 가까이 체중이 줄었다. 수영을 해서 나아진 건지, 살이 좀 빠지니까 나아진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대학 졸업할 때 체중이랑 비슷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해서 유학 시절 체중으로 돌아가는 창대한 계획을 세웠었는데, 아버지 쓰러지신 이후로 모든 것은 일단 스톱. 그리고 죽어라고 먹기만 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내일 오전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할 발표 준비도 오후에 끝냈고, 교육방송의 자료들도 검토 다 해서 보내줬다. 아주 잠깐이지만, 해야 할 일도 없고, 모든 것을 잠시 잊어도 좋은 순간이 왔다. 아주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초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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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에게 권해주고 싶은 영화

윤석열이 대선에서 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공교롭게 내가 본 영화가 처칠이 총리로서 지휘권을 확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다키스트 아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전 망한 영화지만, 이 영화로 게리 올드만이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너무 재밌어서 3일 동안 매일 밤 세 번을 봤다. 좀 뒤늦게 봤는데, 아마 올해 본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지난 수 년 동안이라고 해도, 역시 최고일 것 같다. 예전에 재밌게 봤던 <킹스 스피치>하고 쌍둥이 영화라고 해도 좋을 것 같고, <덩커르크>와는 내부편, 외부편, 그래도 될 것 같은. 

말은 점잖게 하지만, 겨우겨우 총리가 되어서 자기 당인 보수당 내에서 신임이 없어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처칠이 사기 가득한 당내 연설로 국정 운영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친위 쿠데타에 관한 내용이다. 

첫 장면은 처칠이 자기는 버스는 한 번도 안 타봤다고 하는 얘기로 시작한다. 지하철은 아내의 도움으로, 파업 때 한 번 타봤다고 한다. 

영화가 에너지를 받는 장면은 두 장면이다. 자신의 비서 오빠가 덩커르크에서 전사했다는 얘기를 듣는 장면. 이때 처칠은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맺으면 곤란하다고 판단을 한다. 또 한 장면은, 출근 중에 차에서 갑자기 내려서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렇게 방향과 에너지를 얻은 처칠이 몇 번의 연설을 하면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고, 히틀러와 평화조약을 추진하는 각료들을 날려버리고, 전권을 갖게 되는 얘기다. 

윤석열이 책을 좀 읽는지는 모르겠다. 같은 보수라고 하지만 처칠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처칠은 문필가였고, 소설도 몇 권 쓴 사람이다. 그림도 아주 열심히 그린 사람이다. 윤석열이 글을 쓰는 건 상상하기 어렵고, 힘들 때마다 술을 마실지는 몰라도, 책을 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영화는 보지 않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책은 안 봐도, 차분히 앉아서 영화라도 보면 쌩무식쟁이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겉으로 드러난 윤석열은 문화 활동은 아무 것도 안 한 쌩무식으로 보이기는 한다. 

쿠데타와 친위 쿠데타가 난무하는 지금, 성공한 친위 쿠데타로 처철의 무용담을 그린 <다키스트 아워>를 권해주고 싶다. 

조지 6세가 처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고, 심지워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그가 총리가 되는 것을 승인한 이유가 재밌다. 히틀러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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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리 엄마가 딱 그래. 나이 많은 엄마들은 다 아무 것도 안 한다고 그래. 우리 엄마가 내 환자였으면 확!”

결국 간호사 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 하는 후배 엄마도 치매가 있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아무 데도 안 간다고 하신단다. 

금요일부터 우리 집에 와 계신 어머니는 죽 조금 드는 듯 하시고, 계속 방에서 잠만 주무신다. 아버지가 병실에서 저러고 계신 걸 한 달 동안 봤던 게 지난 달의 일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더니, 진짜 그런 건가? 

마지막 건강검진 받으신 게 언제인지 물어봤는데, 아무 대답도 없고 눈만 감으신다. 돌아삐리. 금요일날 간 동네 병원에서는 장염 증상이 조금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다음 날부터는 죽 대신 밥 드셔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건 물리적인 증상이고. 

오전에 병원에 모시고 가서 다시 링겔 주사도 맞고, 큰 병원 가기 위한 소견서도 받을 생각이었는데, 아무 데도 안 간다고 그냥 버티신다. 

“그만둬, 그만둬.”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의 대부분은 이 애기랑 같다. 싫다, 안 한다, 그리고 오늘 하나 추가된 것은 “집에 가겠다.” 

“어머니가 혼자서 식사도 준비하시고, 시장도 보셔야 하잖아요. 지금 그러실 수가 없잖아요.” 

오전 내내 고민을 하다가 간호사 하는 후배랑 상의를 해서, 약식 검진받는 것, 요양 등급판정 받는 것. 다 어머니가 펄펄 뛰실 일인데, 큰 병이 있는지 없는 건지, 알아야 치료를 한다, 집에 도와줄 사람을 보내더라도 등급이 있어야 정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설명은 드렸다. 

“우리나라 모든 엄마들이 다 똑같이 하는 레파토리야, 오빠.”

후배 얘기 듣고 잠시 웃었다. 치매 시작되면 병원에 가는 거, 누군가의 도움 받는 거, 협조적인 엄마는 아무도 없다는 거다. 우리의 노년은 이렇게 되고, 죽음은 이렇게 시작이 된다. 아마 우리 집에 오시지 않으셨으면 어머니는 그렇게 곡기를 끊고, 내가 사정을 알았을 것은 며칠 후일텐데, 그때는 시간을 잠시 세워놓을 수도 없을 것 같은 후회를 했을 것 같다. 

어머니는 싫다고 하셔도 어떻게든 병원에 예약해서 진단도 받고, 등급도 받는 일을 이번 주에 처리하려고 한다. 다음 주에는 나도 바쁘고, 그 다음 주에는 더 바쁘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내일 모래 인하대에 강연이 있는데, 나도 처음 해보는 경제생활에 대한 강의다. 준비도 좀 해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아니다. 

막내 동생은 아버지 쓰러지신 다음에 두 달 동안을 매달려서 진이 다 빠진 데다가, 어머니 병원으로 모시려고 하다가 벌써 한바탕 해서, 이 일에는 끼지 않으려고 한다. 이해도 되는 이리다. 아내는 회사 일이 겁나게 바쁜 시즌이다. 아내에게 매달린 사람이 여럿이다. 

우리는 다 그렇게 산다. 달력을 보니까 나도 병원 예약해 놓은 게 며칠 뒤다. 이것도 한두 달 연기헤야 하는데, 오늘은 전화를 너무 많이 걸어서, 그 전화 할 힘도 없다. 이건 내일 처리하기로. 

오늘 저녁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수영장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몇 달 수영장 다녔더니 간을 비롯해서 많은 수치들이 다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갔다. 2년 동안 걷는 걸 해봤는데, 내 경우에는 몇 킬로를 걷든, 걷는 건 거의 수치에는 반영이 안 되고, 몸의 변화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정서상 그런 건지, 체질상 그런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수영은 직빵이다. 몇 주만 해도 많은 수치들이 급격히 움직이고, 몇 달 하면 거의 다 제 자리에 가 있는다. 아내는 내가 워낙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럴 것 같다고 한다. 하여간 이유는 모르지만, 인생의 위기 때마다 수영을 하면서 힘든 것들을 참고 넘어간 기억이 있다. 

몇 달 꾸준히 했었는데, 팬데믹 높아지면서 수영장이 다시 문을 닫았고, 다시 수영장 가려고 할 때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그렇게 후딱 몇 달이 갔다. 오늘 저녁에는 꼭 수영장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실 것 같아.”

간호사 하는 후배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그런 경우도 많이 봤다고 한다. 사람이 생명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불안한 균형 같은 것 같다. 병원에 가면 어떤 경우라도 쉽게 죽도록 방치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매끼 드시거나 말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이것저것 드실 수 있는 것을 들이미는 것 외에는 없다.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주무시는데, 금방 근육량이 떨어지고, 거동이 어려워지고, 그렇게 생명이 붙어있는 작은 줄들이 점점 더 가늘어진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일이다. 

아버지는 지금 있는 병원에서 조금 더 집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서 병실을 기다리며 대기를 걸어놓은 상태다. 어머니와 아버지, 양 쪽을 모두 다 케어하기는 어렵다. 아버지 병원은 옮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지금 나를 도울 수 있는 건,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어쨌든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야옹구, 고양이 한 마리다. 

어머니가 나에게 한 마지막 명령조의 언어는 “저 고양이 가져다 버려랴”였다. 어머니는 고양이와 집 안에서 같이 사는 걸 이해하시지 못 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방에서 고양이를 잠시 길렀던 적이 있었다. 겨울이라서 가능했다. 봄이 되고 고양이는 다시 현관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물론 나는 고양이를 나가게 할 생각도 없고, 그럴 마음도 먹어본 적이 없다. (고양이가 방문 열라고 난리다 ㅠㅠ.)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라면,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계시고, 어머니도 언제 병원으로 가게 되실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내 통장이 그래도 비교적 여유로운 때라는 점이다. 살다 보면 돈이 꽤 많았을 때도 있고, 달랑달랑 할 때도 있다. 지금은 비교적 넉넉한 때인데, 별 이유가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그렇다. 인세 등 들어오는 돈은 평균적으로 비슷한데, 팬데믹 이후로 나가는 돈이 확 줄어서 통장이 조금 넉넉하다. 사람들 만나서 밥 사고 그런 게 확 없어지니까, 나가는 돈이 아예 없다. 아마 지금 같은 상황에서 통장도 달랑달랑 했으면 훨씬 더 시껍했을 것 같다. 다행히 그런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대법관이었던 루이 긴즈버그의 초창기 사건 중에서 아이를 기르게 된 아빠가 국가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해달라고 신청한 건이 있다. 엄마는 되는데, 아빠는 안 된다는 게 소송의 핵심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아빠들도 전업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제도 정비가 되었다. 

나같이 아버지든 어머니든 돌보게 되는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장벽들이 있을 것 같다. 전에는 왕진 같은 게 있었던 모양인데, 팬데믹 이후로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정지되었다. 그렇다고 사회복지사한테 대뜸 전화 걸어서 상의할 수 있는 상황인 것도 아니고. 

시청이나 구청에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원스탑 서비스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긴급 돌봄’ 정도의 이름으로, “아무 것도 안 할 거야”, 그렇게 얘기하기 시작하는 어머니들이 공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것들을 최소한 상담이라도 해줄 수 있는 곳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의사, 간호사, 시청에서 일하는 사람, 구청에서 일하는 사람, 경찰, 정말 전화 너무 많이 걸었다. 평소 자주 보지도 못하다가 급할 때만 연락하는 귀찮은 선배처럼 보일까 봐 정말 전화하기 싫었지만, 방법이 없다. 염치 불구하고 내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해야 되니, 그렇게 물어보는 수밖에. 누구나 간호사 후배가 있고, 의사 친구가 있지는 않다. 이런 것들을 모아서 한 번에 알려주거나 상의하는 그런 창구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 보면 ‘키다리 아저씨’ 사연이 나온다. 병원비를 처리할 수 없는 딱한 사연의 문제들을 다루다가, 뒤쪽에서는 병원 사이의 협진 문제 같은 걸로 처리 범위를 조금 더 넓힌다. 그런 걸 조금 더 공적 버전으로 만드는 것과 비슷한 얘기다. 

생의 후반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연을 만난 것 같다. 병원들 홈페이지에 가보면 예약하려면 회원가입하란다. 좋아, 회원 가입, 딱 이렇게 맘 먹고 시작하면 밑에 조그만 글씨로 “당사자 예갸만 가능합니다”, 요렇게 적혀 있다. 어머니, 여기 대학병원 회원 가입하시구요, 여기 여기 클릭하시면 예약 가능합니다, 예약 좀 해주세요! 요게 가능하면, 그냥 “어머니 병원 가시지요, 이러고 바로 모시고 가지! 

“난 그냥 여기 있으련다”, 많은 것들을 본인 의사에 반하게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검사 받는 것도 싫다고 하시는데,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몇 달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가 똑같이 “그냥 내버려둬”라는 얘기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렇다고 정말로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그게 딱 청개구리 얘기인 거고. 너무 많은 행정 절차가 본인이 일단 오고, 본인이 뭔가 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일상적인 때에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그렇게 자기가 가서 자기가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 

아이고, 애들 올 시간이다. 잠시의 휴식도 이걸로 끝이다. 애들 학교에서 오면 “배고파요, 아빠”, 이게 제일 처음 하는 얘기다. 케익 조금 남은 게 있다. 오후 간식은 그런 대로 버틸 만하다. 오늘은 간만에 애들하고 빵을 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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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몸이 힘들어서 아내가 먹으라고 준 환약들 그냥 아무 소리 안 하고 꾸역꾸역 먹었다. 큰 애가 그 빈병들 모아서 미사일 손, 그런 놀이하고 있다. 아빠, 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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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난 것 같다. 결정적인 장면은 TV 토론 기피라고 생각된다. 토론을 살살 피하는 후보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안 하겠다고 하는 대선 후보는 일찍이 없었다. 사람들은 대선 토론을 좋아한다. 보고 안 보고는 내가 판단해, 그런데 쇼를 안 하겠다니!

뭐라고 이유를 달든, 쇼를 안 하겠다는 것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윤석열의 진짜 위기는 안철수와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 순간이 왔다. 단일화하기는 어렵고, 한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홍준표로 후보가 바뀌면? 그래도 큰 변화가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 보수는 정말로 굳건해 보였는데, 이제 그들이 얼마나 허약하고, 비과학적인 명제 위에서 감정적인 것들에 많이 의존했는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이 잘 한 건 별로 없다. 그냥 시스템 대로,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보수는 시스템도 붕괴했고, 그들이 뭘 잘 했는지를 잃어버린 것 같다. 

2020년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다. 한국의 보수는 이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박정희 얘기 하고, 전두환 얘기 하고, 광주 얘기 하지. 

프랑스와 독일의 최근 흐름을 보면, 독일이 확연히 상승세다. 국가 브랜드 3~4위 정도였는데, 몇 년 전에 미국을 넘어서서 이제는 1위다. 그 동안에 메르겔이 집권을 했고, 독일 보수들이 녹색당과 사민당의 프로그램들을 다 흡수했다. 독일 보수는 탈원전, 영국 보수는 탈석탄, 이 분야에서 서로 난타전 중이다. 프랑스는 좌파는 완전히 위기이고, 지금은 중도가 집권 중이다. 원전에 목숨 건다. 미래를 놓고 두 나라가 팽팽하게 원전을 둘러싸고 경쟁 중이다. 

한국의 보수는? 원전 얘기 말고는 요즘 하는 얘기가 없다. 미국에 네오콘 한참 힘쓰던 시절의 얘기들을 단순 반복하는 것에 가깝다. 좋게 봐줘도 프랑스 중도 정도 된다. 

윤석열이 허당이라서 지리멸렬한 것도 있지만, 실제로 한국의 보수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얘기가 없고, 새로 준비한 것이 없다. 뭐가 있었으면 윤석열이 그냥 그거 한다고 하면 되었을텐데, 그런 게 거의 없다. 

지금까지는 윤석열의 정부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정책을 할 것인가, 그런 걸 중심으로 생각했다.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은 김종인 아니라 그 어떤 신선이 와도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것 같다. 내일부터는 이재명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그런 걸 살펴보는데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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