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어머니 사시는 동네 동사무소에 긴급 돌봄 서류 신청하러 간다. 아버지 입원해계시는 병원에는 일반 병동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내일 옮긴다는데, 거기는 막내 동생이 간다.
일주일에 이틀에서 삼 일 정도 부모님한테 쓰고, 남는 시간은 또 애들 방학이라 상당수 들어간다. 나도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느라 또 며칠 쓴다.
원래도 뉴스 죽어라고 보는 편은 아닌데, 정신 없이 며칠 지내다 보면 뭔 뉴스가 나왔는지 아예 모르고 가는 경우도 점점 흔해진다. 일상이 도 닦는 것 같다.
처칠 얘기 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엘리자베스 1세 즈음한 얘기들이 요즘 너무 재밌다. 좀 쌓아놓고 읽고 싶은데, 아직 뭘 읽어야 할지 고르지도 못했다. 그래도 좀 보려고 한다. 읽지는 않고, 나가기만 하면 나중에는 속살까지 파먹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순간이 문득..
책이 영광스러운 순간은 분명히 지난 것 같지만.. 나는 영광을 추구한 적도 없고, 명예를 추구한 적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내가 보기에 나 스스로가 창피하지 않게 살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 좀 웃게 만들면 더는 바랄 게 없고.
시민이라는 단어가 많은 한국인들 가슴에는 와닿는 게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삶을 시작한 1세대가 내 또래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시민으로서의 삶, 그런 나를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는다. 아무도 세상이 어디로 갈지, 정확하게 먼저 아는 일은 없다. 그냥 내가 가는 길을 가면서, 세상을 지켜본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눈이 온다.
다음 일은 다음 고민, 일단 펑펑 내리는 눈을 잠시 즐기고.
50살 중반,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잊혀지지 않는 가슴 아픈 일도 몇 번은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내가 눈을 감을 때,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살았다, 이렇게 한 마디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리는 눈을 보면서 잠시 들었다.
누군가 날 미워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미워하지 않는 것은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감사하고..
오늘도 감사하면서 하루를 살려고 한다.
(오후에 ytn 라디오 생방이 있어서 잠시 마음을 추스리려다보니, 눈 보면서 억지로라도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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