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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11.03 졸업 1
  2. 2024.05.26 씰 팀.. 2
  3. 2024.05.09 디어 헌터
  4. 2024.05.07 대외비
  5. 2024.04.21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메모 1
  6. 2023.05.22 워리어 넌.. 1
  7. 2023.05.20 티파니에서 아침을 1
  8. 2023.05.17 문 베이스 8 1
  9. 2023.05.16 뉴스 오브 더 월드 2
  10. 2023.05.04 시빌 액션.. 1

졸업

영화 이야기 2024. 11. 3. 09:13

 

더스틴 호프만 나오는 <졸업>을 앞뒤로 다 본 건 처음이다. tv에서 해줄 때 앞에 좀 보다가, 마지막 보다가.. 사실 스토리를 잘 몰랐다. 그냥 평생 노래만 들었다. 50 중반에 처음으로 앞뒤 다봤다. 우와. 이게 이렇게 재밌는 얘기인 줄 몰랐다. 그냥 개막장 청춘이 연애하는 얘기 정도로만 알았다. 버스 타는 장면까지, 진짜 손에 땀이 났다. 겁나 재밌는 걸! 스토리만 가지고 얘기하면 개막장 스토리인데, 많은 고전은 사실 개막장에서 휴머니즘을 끌어낸 얘기들이다. 영화 다 보고 나니까, 나도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파박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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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 팀..

영화 이야기 2024. 5. 26. 22:34

<씰팀> 시즌 6까지 봤다. 예전에 하우스를 재밌게 보던 시절이 있기는 했는데, 미국 드라마들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나이를 먹어서 내가 감성이 바뀐 건지, <씰팀>은 너무 재밌게 봤다. 직업 군인이니까 직업 세계를 다루는 건 당연하겠지만, 출장이 잦고, 위험도가 많은 매우 특별한 회사 얘기와 같다. 


시즌 5까지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는 투 탑 구조로 가다가, 시즌 6에서는 투 탑 중에 한 명을 죽인다. 원래부터 그렇게 얘기가 설계되어 있는 건지, 아니면 중간에 방향을 튼 건지는 이렇게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역산을 하면, 최소한 시즌 2 정도에서는 투 탑 중의 한 명을 죽이겠다는 계산을 어느 정도는 했던 것 같다. 


드라마는 영웅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드라마치고는 전투 신이 많이 나오지만, 결국은 일상적인 삶에 대한 얘기이고, 일하면서 생겨나는 많은 상처에 관한 얘기다.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하던 일을 그만두기에는 지난 열정이 아까워서 어떻게든 계속 일을 하게 되는. 


다 보고 나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정치도 영광이 있지만, 상처도 많다. 그리고 부상당하기 전에는, 그만두기가 매우 어렵다. 그만 두고 싶어도, 걸려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쉽게 그만두기가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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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헌터

영화 이야기 2024. 5. 9. 13:02

영화 <디어 헌터> 다시 봤다. 10여년 전에 봤나, 하여간 그때는 너무 슬프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집중해서 보지를 못했다. 최근에 매릴 스트립 나오는 영화를 몇 편 봤었다. <더 포스트>에서 너무 멋있었다. 중학교 때 스크린 영어 공부하면서 영화 <크레이머 vs 크레이머>를 봤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테이프로 대사만 들어서, 사실 매릴 스트립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면서, 목소리만 들었었다. 중학교 때 이혼 얘기가 그렇게 감동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서 <디어 헌터>를 다시 보니까, 이제 매릴 스트립의 눈으로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이제 새삼스럽게 로버트 드 니로의 눈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어색하고. 

윤석열은 요즘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는 한 것 같다. ‘가짜 평화’라는 말은,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여주었다. 어서 그런 전쟁광 같은 소리를 하는지, 사실 잘 이해는 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디어 헌터>를 다시 보는데, 사실 너무 슬펐다. 예전에는 우정에 대한 얘기가 더 눈에 갔던 것 같 같은데, 이번에는 엇갈린 사랑 얘기가 더 눈이 갔다. 아무래도 매릴 스트립 영화를 최근에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전쟁에서 돌아온 후 로버트 니로가 사슴에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장면은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한 방에 사슴을 쓰러뜨리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던 사람에게도 전쟁은 견디기 어려운 상처를 남겨놓았다. 사슴을 쓰러뜨리지 못한 그가 결국 친구들을 찾아나서고, 사람들에게 근본적으로 마음을 여는 이후 시퀀스는, 그렇지만 너무 슬펐다. 

영화에 나온 can’t take my eyes off는 이미 클래식이 되었고, 사슴 사냥과 엔딩신에 나온 카바티나는 아주 자주 듣는 노래다. 음악이랑 같이 보는 장면들은 하나 같이 슬펐다. 흥겹게 그려져 있는 결혼식 장면도 너무 슬펐다. 

전쟁 없는 세상이라는 꿈은 아직도 너무 멀다. 여기저기서 여전히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전쟁들이 참혹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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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비

영화 이야기 2024. 5. 7. 03:26

영화 <대외비> 봤다. 김무열의 열연이 있었다. 그야말로 못 믿을 남자들만 잔뜩 나오고, 서로 끝없이 뒤통수 치는 얘기다.  끝없이 이어지는 배신의 얘기들을 보다 보니까, 국회의원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가,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아무리 군사정권 때라고 해도, 좀 그렇다. 얘기의 개연성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이정재 나왔을 때 봤던 장면과 같은 모티브다. 그래도 그때는 대전환을 위해서, 워낙 그치들이 양아치들이고 등등, 그런 밑밥을 많이 깔았었다. 여기는 그런 장치들이 없으니까, 설득이 되거나 감동이 오는 게 아니라,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김무열에게 더 정이 가기는 했다. 어쩌다 저런 더러븐 넘들 한 가운데에서 살아가게 되었을까, 뭐 그런 의도치 않은 감정의 효과가. 


그렇기는 한데, 원초적인 감정에는 굉장히 충실한 영화다. 후반부는 한 번 더 봤다. 한두 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더러븐 얘기가, 괜히 끌리는 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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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미루어 두고 있다가 결국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를 보기 시작했다. 사실 1부 앞은 작년에 보다가, 지금 때가 언젠데 클링온 얘기야.. 보다 말았다. 나중에 다시 봤는데, 앞부분만 클링온 얘기고, 2부는 신과 유령에 대한 얘기였다. 그리고는 미래로 가서, 스타트렉 시리즈에서는 가장 나중의 얘기를 다루게 된. 딥 스페이스 나인은 워낙에도 별도 편성이라, 그렇게 얘기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건 없던 걸로. 체인질링이 나중에 나오는 걸 보니까,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아서 그 뒤로는 어떻게 얘기가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5부는 4편까지 나와 있다. 어지간하면 시리즈 다 끝나면 보기 시작하는데, 끝난 걸 줄 알았더니, 아직 한참 하는 중. 아뿔싸. 

스타트렉 시리즈 중에서는 <보이저>를 제일 재밌게 봤다. 전체 에피소드를 세 번을 봤다. 딥 스페이스 나인은 두 번째 보다가, 다른 재밌는 게 많아져서 잠시 쉬고 있는 중. 

상대적으로 나중에 나온 시리즈 보다가 원래 커크 선장 나오는 거 보려고 하니까, 너무 마초틱해서 좀 그랬다. 하긴 그 냉전의 시대에는 그런 게 문화의 거의 전부인 줄 알기도 했다. 디스커버리에는 게이 얘기가 좀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리고 스토리에서도 핵심이다. 딥 스페이스에서도 일부 나오기는 하는데, 그게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니까, 좀 억지로 등 떠밀려서 넣은 분위기가 강하다. 수십년에 걸친 스타트렉 시리즈를 보면,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런 변화를 한 번에 볼 수 있기는 하다. 어쨌든 미소가 강렬하게 대치하던 시절에 시작되어서, 클링온에서 소비에트의 전체주의적 분위기를 많이 투영했던 출발점에 비하면.. 이제 그런 냉전의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위협이 변화하면서 큰 틀이 많이 바뀐 007 시리즈도 있기는 한데, 그건 너무 상업적이라서, 스타트렉만큼 너드 분위기가 별로 없다. 

어쨌든 디스커버리에서 주인공인 인류학자 출신이라는 게 흥미롭기는 했다. 수많은 너드들 사이에서 인류학자라. 그래도 마초 선장들이 힘 쓰던 전통을 잇는다는 의미여서인지, 주인공 이름이 마이클이다.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첨 봐, 대사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어쨌든 스타트렉 시리즈는 피카드 3편까지 다 봤고, 영화는 진작에 다 봤다. dvd로도 전부 샀었고. 아직 전부 보지 않은 게, 커크 선장 나오는 원 시리즈인데..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커크 선장을 그렇게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그래도 한 번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디스커버리의 주인공이 사실은 스팍의 누나였다.. 그렇게 역사적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누나가 스팍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하이고. 커크와 스팍 얘기를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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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넌..

영화 이야기 2023. 5. 22. 20:23

<워리어 넌> 다 봤다. 워낙 좋아하는 소재와 분위기이기는 한데, 약간 좀 참고 봤다고 하는 게 솔직한. 

셋업이 너무 길었다. 시즌 1이 사실상 셋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본 설정에 너무 시간이 길었다. 워넉 좋아하는 소재 아니었으면, 초장 보다 접었을 것 같은데.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셋업이 사실상 없다. 일단 황당한 형제들을 사건 속에 밀어넣고, 중간에 술을 처먹게 하면서 조금씩 개성들을 드러나게 했다. <빅 숏트>의 경우는 개별 주인공들의 전사 같은 게 거의 없어, 그냥 금융상품 사고 파는 걸로 바로 들어간다. 그리고 각자의 금융거래를 하고 쪽빡차는 고난의 사건을 버티는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나게 했다. 가장 유사한 느낌이 들었던 <블레이드> 시리즈 역시 별 셋업 없이 사건 속으로 가장 들어간다. 

셋업도 길지만, "내가 니 아비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비밀이 나오는 데, 이게 너무 많다. 그리고 그런 설정과 실제 전개 사이에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다. 이 정도 앞뒤는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갑자기 "엄마, 나야", 이러고 나온다. 그리고 "엄마 나 뒤져", 그래버리는데. 

암흑 전투가 너무 많다. 밤에 벌어지는 일이라서 그렇기는 한데, 나처럼 눈 나쁜 사람은 거의 보기가 어렵다. 주요 장면들이 그런 암전 톤으로 진행되어서, 사실 좀 보기가 그랬다. 

다른 요소들은 울트라 모던이라고 할까, 요즘 애들 분위기는 이래, 그런 요소들이 즐겁게 해주었다. 올드 피플, 뉴 피플, 그런 두 종류의 인간들이 섞이고, 부딪히고, 화해하고.. 그리고 거기에서 많은 유머들을 뽑아냈다. 난 가벼운 인간이야, 인상만 잔뜩 썼지, 그런 얘기하는 것 같았다. 

셋업이 본 얘기하고 막 섞여서 좀 그렇기는 했는데, 이런 얘기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재밌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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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같이 일하던 에디터들이 20대였고, 아주 젊었다. 나도 30대였다. 국회의원을 만나면 다 할아버지들이었고, 보좌관들도 대부분 형님들이었다. 방송국에 가도 피디와 작가들이 대부분 나보다 한참 위였고, 기자들도 그랬다. 

이제 나랑 같이 일하는 에디터들 중에는 20대는 물론, 젊은 사람이 거의 없다. 몇 년째 계속 같이 일하는 에디터들이 있기는 한데, 그들도 이제는 젊다고 할 수는 없다.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수업을 해서 학생들은 종종 만나기는 했는데, 앞으로는 학교에서 수업할 계획은 없다.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제 내 또래의 같이 늙어가는 처지의 친구들 정도나 보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뭐를 막 벌이고 그럴 생각은 없다. 지금 애들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당장 할 건 아니지만, 20대에 대한 얘기 하나를 작년부터 조금씩 준비하던 게 있다. 앞의 것들이 너무 밀려서 예정 없이 그냥 뒤로 밀려가고만 하고 있다. 나이를 처먹으면서, 조바심 같은 게 없어졌다. 사실 열정이 사라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보고 싶어! 그런 건 이제 별로 없다. 되는 대로 하고, 안 되면 또 말고. 

사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며칠에 걸쳐서 본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여운이 길게 남아서 그런 것 같다. 몇 번 시도를 했었는데, 한번도 앞뒤 전체를 보지는 못했다. tv에서 해줄 때 좀 보다 말고, 그랬다. 예전에 오드리 햅번 관련된 책들은 좀 읽기는 했었는데, 오래된 영화들까지 챙겨서 보지는 못했다. 진짜로 차분히 앉아서 다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볼 때는 몰랐는데, 보고 나니까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영화가 아니겠나 싶다. 요즘 너무 잘 정돈되어 있고, 왜 이렇게 하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너무 잘 구성된 얘기들만 너무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대책 없는 인간들이 인생 마지막 순간 같은 곳에서 만나는 얘기가 너무 멋졌다. 티파니에서 10달러만 쓸 수 있다는 사람들이 결국 내민 싸구려 반지에 이름을 새겨주겠다는 얘기는 정말로 로맨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방시가 만든 옷들도 너무 멋있었다. 아주 유명한 첫 장면, 크라상을 입에 물고 테이크 아웃 커피 잔을 들고 티파니 앞에 서 있을 때 헵번이 입었던 검은 드레스, 이건 헵번이 고집을 해서 옷이 이 모양이 되었다고.. 그렇게 알고 있다. 지방시는 장식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뭔가 악센트가 되는 걸 꼭 하나씩은 넣고는 했었단다. 헵번이 이 검은색 드레스에는 아무 장식도 없어야 한다고,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될 정도로 고집을 했다고 한다. 장식이 있는 편이 나을지, 아니면 아무 장식도 없는 편이 나았을지, 그걸 판단할 정도로 내 눈이 고급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위기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내려서 크라상을 되는 대로 한 입 물고, 손에 든 테이크 아웃 커피 잔의 뚜껑을 여는 장면에서 인트로가 끝난다. 그게 그대로 영화 제목이다. 티파니에서 먹은 브렉퍼스트..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 엽서였다. 한 장면 한 장면이 cf 같은 영화들은 가끔 있다. (유명한 cf 감독이 만든 영화 하나를 보다가, 멀미 나는 것 같아서 고생한 적이 있기도.) 

‘티파니에서 아침을’ 보고 나니까, 요즘 내 주변에 20대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은 영화를 보면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오후에 수영장 갔다 와서, 아이들 데리러 나가기 전에 잠시 이루마의 피아노 소품들 틀어놓고 내 나름의 낭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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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베이스 8

영화 이야기 2023. 5. 17. 00:08

<문 베이스 8>은 우연히 봤다. 8이 붙어 있어서 시즌 8인 줄 알고, 앞에 걸 찾으려고 한참 난리를 쳤다. 그런 게 아니라 23분짜리 에피소드 6개 짜리, 그야말로 소품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보는 내내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하이 인텔리들의 블랙 코미디 원단 같은 얘기다. 

기본적으로는 루저들에 관한 얘기다. 물론 설정상 전혀 루저라고 할만한 사람들은 아닌데, 젊은 비행사들에게 밀려서 한쪽으로 내쳐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nasa의 약자를 모르는 나사 직원들, 뭐 그거야 그럴 수도 있을까, 그렇게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전형적인 너드.. 

하여간 너무 웃어서 한번 더 보려고 한다. 

웃다가 영 씁슬한 마음이 드는 게, 이게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사는 당신들이 어떤 마음이고, 누구인지, 잘 알아! 그리고 당신들 인생은 어떨지 모르지만, 실험은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아주 리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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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 다 봤다. 이래저래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거의 일주일 동안 띄엄띄엄 봤던 것 같다. 

뒷부분을 오늘 마저 봤는데..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정말로 감정이 움직여서 울컥했다.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다. 그래,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거야! 

영화는 미국이 어떻게 미국이 되었는가, 그런 것에 관한 얘기인 것 같다. 황당한 이유로 총을 들고 설치던 시절, 게다가 북부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던.. 그 시절에 뉴스가 어떤 역할을 했던가, 그런 게 배경이다. 

영화는 대체적으로 잔잔하다. 물론 총질이 난무하고, 사람도 죽고 죽이고 그렇지만, 그건 시대 상황의 설정일 뿐이다. 거의 인디 영화 스타일의 소규모이고, 전형적인 상업 영화와는 설정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아주 황당하거나 보기 힘든 사건을 법정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다루는, 그런 아이디어의 참신함으로 승부 보는 영화도 아니다. 

실화라고 하지만, 실화라서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삶을 대하는 진지함 같은 것이 짙게 배어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막걸리 냄새 풀풀 풍기는, 그런 오래된 좋은 기자의 삶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아직도 내가 이런 잔잔한 얘기에 감정이 움직이고 감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라기도 했다. 그게 고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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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액션..

영화 이야기 2023. 5. 4. 18:07

 

요즘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 영화 <시빌 액션>을 봤다. 시빌 액션은 시민 행동이라기 보다는 민사 소송의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존 트라볼타도 인상적이었지만, 상대편 노회한 변호사가 존 트라볼타 갖고 놀면서 노련하게 자빠뜨리는 과정이 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찾아보니까 로버트 듀발. 이게 누구야? 아이고, <지옥의 묵시록>에 나왔던 바로 그 중령이다. 

영화는 미국 매사추세츠 한 작은 마을에 생겨난 백혈병으로 사망한 자녀들의 부모가 대기업 공장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면서 시작한다. 세척 과정에서 아세톤과 톨루엔 등을 강에 흘려보냈고, 공장은 이걸 은폐했다. 여기에 필요한 지질 조사 등 조사 비용을 작은 로펌에서 부담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재판은 지고, 열성적인 변호사는 물론 그의 동료들까지 집 등 모든 것을 차압당하고 결국 파산하게 된다. 나중에 파산한 변호사가 파산 법정에 불려가는데, 개인 소유물은 작은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전부인 상태. 그리고 재판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진다. 결정적 증거를 찾아서 항소하려고 하지만, 이미 망한 로펌은 그걸 감당하지 못한다. 뒷맛이 쓰다. 

결국은 미국 환경청(EPA)가 재판에 들어와서 증거 소각 등을 이유로 대기업 쪽에 섰던 변호사들 싹 다 발라버리고, 미국 최대의 환경정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요런 뒷얘기다. 

용산에서 토양 정화 과정 없이 공원을 만들어서 “어린이들 오세요” 하는 걸 보면서 영화 <시빌 액션>이 생겨났다. 결국은 한국에서도 부모들이 길고 긴 소송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영화와의 차이점은 미국은 환경청이 결국 소송에 나서서 대역전극을 이루게 되지만, 한국에서는 국토부와 환경부를 상대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게 차이점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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