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빌빌거리며 별 역할을 못 하던 파워 앰프를 방으로 옮겼다. 지난 여름에 손 본 것들 중 하나. 프리는 맛탱이가 갔는데, 천안까지 가서 고쳐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직도 손을 못 봤다.

프리는 역시 지난 여름에 대대적으로 손을 본 뮤지컬 피델리티 a3 인티에서 pre out으로 빼서.

뮤피는 2001년에 jbl과 짝을 이루어서 산 정말 초창기 시절에 산 앰프. 지난 번 세검정 집에 살 때에는 방에서 큰 모니터를 따로 세워놓고 영화를 봤었다. 그때 뮤피랑 모니터 오디오 스튜디오 6 스피커랑 짝을 이뤄, 정말 많은 영화들을 봤었다. 결국 오래 되어서 볼륨단이 맛탱이가 갔는데, 이번에 고쳤다.

파워 앰프는 아내랑 결혼하면서, 샀던 거. 우여곡절 끝에 아직도 버리지 않고 껴안고 있는 (그때 산 스피커는 친구한테 보내기로 했고.) 별로 비싼 건 아닌데, 모노로 쓰면 300와트가 나온다. 시간이 오래 되서 이제는 트랜스 흠이 나온다. 앰프 안에서 웅하는 소리가 나오기는 하는데.. 어지간한 스피커의 단점을 힘으로 눌러서, 음 분리만큼은 기가 막히게 만들어준다. 그 맛에 아직도 안 버리고 있는.

이래서 진공관 앰프까지, 이 좁은 공간에 앰프가 두 조, 스피커가 세 조가 되었다. 더 쌓았다가는 싼 맛에 지난 추석에 산 장식장이 무너져 내릴 거다 (위에 꽃병 같은 거 올려서 쓰라고 만든 장식장에 이렇게 무식하게 탑을 쌓아올렸으니 ㅠㅠ.)

이렇게 해놓고 이상은의 2003년 앨범, 신비체험을 틀었다. 문정동 살던 시절에 워낙 많이 들어서, 그야말로 음향 테스트용으로.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믹전혜원이 이상은 같이 보자고 몇 번 했었다. 글쎄.. 막상 만나서 잘 얘기할 자신이 없어서, 다음에.. 그 다음이 이렇게 시간이 많이 갔다. 이 앨범에서는 '비밀의 화원'이 유명해졌지만, 나는 'supersonic;을 훨씬 좋아했다. 어쩌면 인생 음악일지도. 행복해지는 데에는 동전 한 잎 필요 없어..

스피커를 좀 더 모던한 놈으로 사고, 앰프도 좀 더 안정적인 놈으로 바꿀 생각은 있다. 30대에 완성시킨 시스템으로 평생 듣는다는 게 좀 그렇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칸 더 갈려면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든다.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톨보이는 내년 안에는 바꿀 생각이다. 지금 것도 소리는 잘 나는데, 좀 더 개성 넘치는 넘으로 바꿀 생각은 있다 (동전 여러 닢 필요하다..)

밤에 갑자기 몇 십키로는 족히 나가는 이런 떡대들을 끌고 간 것은, 좌파 에세이에 글 하나를 마지막에 추가하면서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뭔가, 좀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잠시만요.

그냥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최상의 조합을 해놓고, 그런 마음으로 이 마지막 몇 문단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냥 그런 마음이 문득 들었다. 정화수 떠놓고 아침마다 절 한다는 마음이 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게 무슨 효엄이 있겠냐만은 그냥 최선을 다 한다는 마음 아니겠나 싶다. 나도 그런 마음이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닌데, 저녁에 푹 자고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의 마지막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간단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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