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빌빌거리며 별 역할을 못 하던 파워 앰프를 방으로 옮겼다. 지난 여름에 손 본 것들 중 하나. 프리는 맛탱이가 갔는데, 천안까지 가서 고쳐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직도 손을 못 봤다.

프리는 역시 지난 여름에 대대적으로 손을 본 뮤지컬 피델리티 a3 인티에서 pre out으로 빼서.

뮤피는 2001년에 jbl과 짝을 이루어서 산 정말 초창기 시절에 산 앰프. 지난 번 세검정 집에 살 때에는 방에서 큰 모니터를 따로 세워놓고 영화를 봤었다. 그때 뮤피랑 모니터 오디오 스튜디오 6 스피커랑 짝을 이뤄, 정말 많은 영화들을 봤었다. 결국 오래 되어서 볼륨단이 맛탱이가 갔는데, 이번에 고쳤다.

파워 앰프는 아내랑 결혼하면서, 샀던 거. 우여곡절 끝에 아직도 버리지 않고 껴안고 있는 (그때 산 스피커는 친구한테 보내기로 했고.) 별로 비싼 건 아닌데, 모노로 쓰면 300와트가 나온다. 시간이 오래 되서 이제는 트랜스 흠이 나온다. 앰프 안에서 웅하는 소리가 나오기는 하는데.. 어지간한 스피커의 단점을 힘으로 눌러서, 음 분리만큼은 기가 막히게 만들어준다. 그 맛에 아직도 안 버리고 있는.

이래서 진공관 앰프까지, 이 좁은 공간에 앰프가 두 조, 스피커가 세 조가 되었다. 더 쌓았다가는 싼 맛에 지난 추석에 산 장식장이 무너져 내릴 거다 (위에 꽃병 같은 거 올려서 쓰라고 만든 장식장에 이렇게 무식하게 탑을 쌓아올렸으니 ㅠㅠ.)

이렇게 해놓고 이상은의 2003년 앨범, 신비체험을 틀었다. 문정동 살던 시절에 워낙 많이 들어서, 그야말로 음향 테스트용으로.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믹전혜원이 이상은 같이 보자고 몇 번 했었다. 글쎄.. 막상 만나서 잘 얘기할 자신이 없어서, 다음에.. 그 다음이 이렇게 시간이 많이 갔다. 이 앨범에서는 '비밀의 화원'이 유명해졌지만, 나는 'supersonic;을 훨씬 좋아했다. 어쩌면 인생 음악일지도. 행복해지는 데에는 동전 한 잎 필요 없어..

스피커를 좀 더 모던한 놈으로 사고, 앰프도 좀 더 안정적인 놈으로 바꿀 생각은 있다. 30대에 완성시킨 시스템으로 평생 듣는다는 게 좀 그렇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칸 더 갈려면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든다.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톨보이는 내년 안에는 바꿀 생각이다. 지금 것도 소리는 잘 나는데, 좀 더 개성 넘치는 넘으로 바꿀 생각은 있다 (동전 여러 닢 필요하다..)

밤에 갑자기 몇 십키로는 족히 나가는 이런 떡대들을 끌고 간 것은, 좌파 에세이에 글 하나를 마지막에 추가하면서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뭔가, 좀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잠시만요.

그냥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최상의 조합을 해놓고, 그런 마음으로 이 마지막 몇 문단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냥 그런 마음이 문득 들었다. 정화수 떠놓고 아침마다 절 한다는 마음이 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게 무슨 효엄이 있겠냐만은 그냥 최선을 다 한다는 마음 아니겠나 싶다. 나도 그런 마음이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닌데, 저녁에 푹 자고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의 마지막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간단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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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지방에 아침 일찍 출장 갔고, 둘째는 학교 데려다 줬다. 큰 애는 오늘 대면 수업인데, 그냥 집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마침 오늘은 어디 나가는 데가 없다. 원래는 광주 갈 계획이 있었는데, 사정의 여의치 않아서 취소되었다. 

어떤 집 얘기를 뉴스에서 봤는데,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학교 문 닫고. 그런데 그 확진자 동생도 확진, 공교롭게도 그 동생과 같은 어린이집에도 둘째가 다니고. 꼼짝 없이 엄마가 휴가 내고 애들 보게 생긴. 그런데 한참 격리 단계 높던 시절에는 회사도 재택근무라서 좀 버틸 수가 있었는데, 회사는 얄짤 없이 열고, 애들은 툭하면 집에 있어야 하는. 

그나저나 큰 애랑 점심 먹을 게 큰 일이다. 큰 애는 피자 좋아하는데, 둘째는 절대 피자 안 먹으니까 오늘 같은 날 시켜도 좋기는 한데. 우동 사다 놓은 게 있어서, 우동 끓여주고 햄 구워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나물은 며칠 전에 반찬가게에서 사다 놓은 게 좀 있다. 나 혼자 있으면 이것저것 다 귀찮아서 그냥 나가서 먹거나, 라면 같은 걸로 때우기도 한다. 애들 있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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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나서 식빵 새로 만드는 중이다. 어제 밤에 구웠는데, 남자 애들 둘이라서 호로록.. 한 조각 남고.. 애들 어린이집 다닐 때만 해도 빵 한 번 구우면 4~5일은 갔다. 남은 건 내가 메이플 시럽 찍어가면서 꾸역꾸역 먹었던.. 이젠 애들이 커서, 아침 먹고, 오후 간식 먹고 나면 반 이상 없어지는. 그나마 큰 애는 저녁 먹고 냉장고에 있던 소보로빵을 후딱 하나. 

기본적으로 요즘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좌파 에세이 하면서 뒤로 밀려간 것들, 스위스 갔다오면서 뒤로 밀린 것들 그리고 최근에 책 읽으면서 또 뒤로 밀린 것들 등등등. 내가 원래 일 안 밀리고 많은 경우, 계획보다 일찍일찍 끝내고는 했었는데.. 애들 태어나고 나서는 이제 일정보다 밀리는 게 아주 기본이 되었다. 

나도 생활인이라,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뭔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 중에는 골 아픈 일도 있고, 머리 빡빡 아픈 일도 있다. 단편 영화로 “우모 씨의 평범한 하루”, 이런 거 찍으면 진짜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가, 그런 느낌이 들 것 같다. 

한 때 작업실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는데, 도니도 없고, 무슨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잠시 생각하다가 접어버렸다. 문득 그 시절 생각이 잠시 났다. 그런 거 유지하는 것도 어지간히 부지런한 사람들이라야 할 수 있는 일인 듯 싶은. 

어제 계란 두 개 넣는 바람에 물 조절이 실패해서 빵이 좀 덜 부풀어올랐다. 오늘은 딱 그만큼 뺐는데, 잠시 들여다보니 원래 크기대로 부풀어서. 이런 거 제대로 하는 것도 거저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다 처리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그런 생각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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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제빵기로 구운 빵. 아직 새 제빵기 특성을 잘 모르기도 하고, 애들이 계란 하나씩 넣고 싶다고 해서 두 개를 넣었더니, 반죽이 약간 질게 된. 평소보다 조금 덜 부풀어 올랐다.

큰 애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제빵기는 내년부터 큰 애가 쓰기로.

식사용 호밀빵 만드는 게, 애들 태어나기 전부터 나에게는 큰 프로젝트였었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슬슬 시도해볼까 싶다.

다음 주에는 식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올 겨울방학에는 과일 푸딩도 만들어보고, 김치도 같이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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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좌파 에세이 초고를 열어서 넘버링을 하나 높였다. 버전 11. 부제를 ‘슬기로운 좌파 생활’로 최종 결정하면서, 거기 맞춰 조금씩 손을 볼 생각이다. 이 부제는 원래 출판사 대표가 제목으로 밀었던 건데. 결국 제목은 ‘좌파 상실의 시대’로 결정이 되었고. 

부제가 막판까지 참 여러 개가 있었다. 원래는 10대용 좌파 교양서 같은 책을 생각했었는데, 현실적 벽에 부딪혀, 좀 더 어른스러운 내용으로 가기로 했고. 그게 반영된 제목이 ‘좌파 상실의 시대’다. 한 때 우리도 좌파 전성기를 꿈꿨던 시대가 있었다. 

버전 11 작업이 끝나면, 진짜로 원고는 손을 떠나고, 여기에서 아쉬웠던 10대들에 대한 얘기는 내년 말 정도로 생각하는 10대 경제학으로 넘길 생각이다. 좌파 에세이에서 인공지능 얘기는 좀 했는데, 유전공학 얘기를 비롯한 미래 경제에 대한 얘기는 10대 경제학으로 넘길 생각이다. 

지금 좀 장기 작업으로 해보고 싶은 건 가칭 ‘전세계의 극우파’, 요런 얘기들이다. 스웨덴 얘기는 좌파 에세이에서 조금 다루었는데, 스위스랑 프랑스 얘기는 좀 더 폭넓게 해보고 싶다. 스위스 경제라는 주제로 스위스만 따로 떼어서 책을 한 권 준비할지, 아니면 극우파로 묶어서 좀 더 여러 나라를 다룰지, 아직은 모색 중이다. 

좌파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내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 과학기술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주로 IT 계통의 엔지니어들이 많이 쓰는 leftist라는 단어는 나도 잘 모르던 얘기들이었다. 그냥 번역해서 좌파라고 하면 원래의 의미가 전혀 전달이 안 되어서 나는 ‘레프티스트’라고 썼다. copy left 운동을 하는 좌파, 그런 정도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인공지능 공대 교과서도 보고, 분자생물학 교과서도 좀 볼 생각이다. 가볍게 개요만 봐서는 사실 나중에 좀 응용하기가 어렵다. 듬성듬성 보더라도 역시 교과서를 한 번 봐야, 그 위에 뭐가 쌓일 것 같다. 교과서 안 보고 대충대충 이해했다고 넘어가면, 그때는 편한데, 나중에 결국 후회하게 된다. 

이런 책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비로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딱히 머리가 좋거나, 남들보다 엄청난 정의감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호기심이 좀 더 많은 편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원래 보기로 한 책을 읽는 경우가 별로 없고, 그냥 이것저것 막 아무 거나 빌려서 쌓아놓고 막 넘기는 스타일이었다. 그냥 차분히 앉아서 궁금한 거 찾아보는 거,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삶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문재인 정권 동안에 내가 잃어버린 것은 호기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눈치 보느라고, 그냥 크게 티 나는 일 안 하고, 조용히 지내다 보니까, 호기심도 그냥 같이 쉬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새로 배우거나 새롭게 시도한 게 없다. 애들 태어나고 나서 치워두었던 진공관 앰프랑 CD 플레이어 다시 꺼내서 설치한 게 내가 새롭게 한 거의 유일한 일이다. 사실 그건 새로 한 건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 내가 만들었던 시스템을 그냥 다시 손질해서 재가동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권에서 내가 새롭게 한 일은 거의 없고, 예전에 이미 했던 생각들을 다시 정리하거나 정돈한 것 밖에 없다. 창고에서 뭔가 꺼내서 수선하는 일 외에는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서 뭔가 삐가번쩍한 일을 도모하는 것, 이런 것도 내 스타일 아니다. 난 좀 더 호기심 많고, 모르는 것들을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그냥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문재인 정권에서 내가 결정한 것은 딱 두 개다. 사실 뭐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공직은 안 한다는 거, 그리고 남은 인생은 좌파로 살아가겠다는 거, 요거 딱 두 개다. 두 개 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 결정이기는 한데, 그게 가장 내 마음이 편하다. 지금까지 날 위해서 살아오지도 못 했고, 날 위해서 뭘 한 적도 거의 없다. 그냥 아주 조금은, 나를 위해서 살기로 했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 오랫동안 껴안고 살았던 와트퍼피 복각 스피커는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었더니 한 쪽 트위터가 삭았다. 나에게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은, 결혼할 때 샀던 이 복각 와트퍼피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삶이었다. 10년 넘게, 힘들거나 어려울 때나, 그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 고칠까 말까, 지난 여름 내내 그 생각만 했는데, 결국 친구가 자기가 고쳐서 쓰겠다고 해서, 그렇게 주기로 했다. 와트퍼피 살리는 일이 내 인생에서 빠지고 나니까, 정말로 뭐가 목표가 되어야 할지, 아무 생각 안 나는 그런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사는 게 좀 더 넉넉해지면 지금 쓰는 것보다는 좀 더 모던한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 두 조를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좀 괜찮은 앰프도 하나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야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제일 처음 집어든 책이 인공지능에 관한 책이었다. 인공지능 책 보면서 자율주행 관련된 책도 좀 보고, 기왕 읽는 김에 분자생물학에 관한 책들도 좀 읽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조금은 느낌이 오는 것 같다. 

공직을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앞으로 나서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뒷짐 지고 앉아서 논평하는 스타일로 살아갈 생각은 더더욱 없다. 논평이 나쁘거나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는 한데, 나는 뭔가 만들어내는 형태의 삶이 훨씬 더 보람 있고, 재밌다. 그건 아주 오래 전에 내 삶에 대해서 내가 내린 선택이다. 

아주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이승만 얘기도 내년에는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당인리> 하던 중간에 생겨난 얘기인데, 부산 중심으로 펼쳐질 얘기다. 딱 준비하려고 하는데, 바로 코로나 터지면서 부산에 제대로 가 볼 수가 없었다. 그냥 나의 로망이다. 이승민 얘기하다 보면 그의 정적이었던 조봉암도 나올 공간이 있을 것 같다. 조봉암 얘기는 지금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나도 살펴보고 싶다. 

나머지는 대체적으로 내릴 결정들은 요 며칠 동안 거의 다 내렸는데, 아직도 마음을 못 먹은 것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이건 아직 결정을 못 했다. 그냥 이재명 찍을지, 아니면 그래도 살아온 시간의 정을 생각해서 심상정 찍을지, 이 결정이 쉽지 않다. 이게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가 않고, 정서적인 것도 많은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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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non t'accotare all'urna. 내가 아직 좌파가 아니던 대학교 2학년 시절에 즐겨듣기도 하고, 가끔 따라부르기도 하던. 경제학을 계속할지, 다시 재수할지, 그런 생각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가사는 대충만 알았었는데, 세상 좋아졌다.. 이탈리아 가곡 전공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부르는 아주 고전적인 이탈리 가곡.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져서, 몇 시간째 이것저것 다른 버전으로 듣다가, 급기야 유튜브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_X7A14s489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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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기..

아린이들 메모 2021. 11. 8. 16:29

아침에 둘째가 나한테 요즘은 빵 안 만드냐고 물었다. 아빠가 만들어주는 빵 맛있었다고. 제빵기 아랫 쪽에 반죽날개가 있는데, 그게 부러졌다. 간단한 부품인데, 내가 쓰던 제빵기는 워낙 싼 걸 사서, 더 이상 안 만들어지는. 몇 년 그러다가 자리만 차지해서 버렸다. 

몇 년만에 제빵기 새로 주문했다. 원래 제빵기 산 목적은 우리 집 아들들하고 나중에 호밀빵 같은 거 만들어보려고. 다른 건 몰라도, 제빵기 정도는 돌릴 줄 알아서 믹서 빵 정도는 자기가 해먹는 청소년으로 키우는 게 목적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밥하고, 간단한 찌개나 떡국 정도는 끓여 먹었다. 밑으로는 동생이 둘이고,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시고. 혼자 살기도 오래 살았고. 

제빵기 새로 오면 이번에는 식혜도 좀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전에는 생각만 있었는데, 도통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다. 과일 젤리도 같이 만들려고 했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못했다. 

애들 어린이집 다니던 시절에는 가끔씩 식빵 두 개씩 구워서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했었다. 집에서 구우면 건포도 같은 거 왕창 넣고 만들 수 있어서, 파는 거보다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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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경제학..

낸책, 낼책 2021. 11. 7. 20:32

분자생물학은 박사 논문 쓰면서 정말 생태학과 관련된 기초적인 것만 보았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었지만, 한글책도 거의 없었다. 생물학이나 생태학 책 읽기가 어려운 게, 종명이 대부분 라틴어라서 이게 뭐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지 알아먹기가 쉽지 않았다. 꽃과 관련된 용어는 물론이고, 동물들도 흔히 쓰는 불어나 영어가 아니라서, 맨날 철학책 아니면 수학책만 보다가 갑자기 읽기가 너무너무 힘들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주변에 생물학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시절에 어깨 너머로 gene 5니 그런 그들이 주로 보던 책들을 좀 넘겨보기는 했는데, 역시 너무 힘들었다. 

최근에 인공지능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보는 김에, 여기서 워낙 유전공학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곁가지로 유전공학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그 사이에 많이 변했다. 크리스퍼에 관한 책 몇 권 읽고 나니, 재미는 있다. 

내년 적당한 시기에 ‘10대들을 위한 경제학’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기에 이런 인공지능하고 유전공학에 대한 얘기들을 별도의 장으로 넣을 생각이다. 공학에 대한 얘기들도 능력 되는대로 많이 넣을 생각이다. 

몇 년 전까지는 새로운 경제학이라고 하면 행동경제학과 함께 진화심리학의 유행에 따라 인간 심리에 대한 실험 얘기를 많이 넣는 것이 트렌드였다. 행동이란 무엇이냐, 그런 질문이 한참 유행이었다. 글쎄, 그것도 유행이기는 한데. 아마도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개개인의 인간 심리로 넘어가서, 구조적이거나 큰 변화보다는 개개인의 선택 문제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졌던 시대가 온 것 같다. 

나는 기술의 변화가 더 궁금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날 새로운 경제적 관계가 더 궁금했다. 옳고 그른 것의 문제라기 보다는, 호기심에 관한 문제일 것 같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 그런 것보다는 호기심이 나에게는 더 컸던 것 같다. 

10년 후에는 어떤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을까? 아마 정권이 두 번쯤 바뀌었을 것이고, 헌법은 여전히 한 글자도 고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개헌에 그렇게 관심 있는 인간들은 아니고, 또 국회의원의 2/3의 지지를 받는 헌법 개정 같은 거 추진할 수 있는 스타일들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87년 9차 개정헌법은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을 것 같다. 

지금 10대가 그때는 20대가 되어있을 것이고, 경제생활 인구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쉽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집 애들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는 일이다. 

큰 애는 20살이 되어있을 것이고, 둘째는 고등학생이다. 그들에게 내가 경제학에 대한 얘기를 해준다면, 내가 경제학에 대한 얘기를 할까, 아니면 그야말로 경제, 돈에 대한 얘기를 할까? 우리 집 애들이 경제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나는 관심도 없다. 그보다는 그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 더 관심 있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더 관심이 있다. 당연하지 않겠나? 

홍준표 지지하던 20대를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이 들었다. 홍준표보다는 훨씬 더 노골적인 장 마리 르펜 시절에 그를 지지하던 대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좀 있었다. 

그 시절에 아버지 르펜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의 딸인 마리 르펜을 지지한다. 대를 이어 지지한다는 말도 가끔은 있기는 할테지만, 마리 르펜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이 아버지를 당에서 축출하면서, 일종의 개혁파였다는.. 아버지를 몰아낸 딸, 화끈하다. 참 희한하게, 변호사 출신인 마리 르펜이 국선변호사 시절에 주로 변호를 맡았던 것이 불법 이민자들이었다니.. 

그 영향이 남아서 그런지 마리 르펜은 나름 강성 여성주의자이기도 하고,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히 개혁적이다. “외교는 우파, 경제는 좌파”, 이런 프랑스 국민전선의 희한한 포지션은 어느덧 세계적으로 극우파의 기조 같은 게 되었다. EU에서 완전히 탈퇴하고, 프랑스를 고립시키자는 고립노선이 아니라면 이걸 극우파로 봐야할지, 그 정도로 정책에서는 유연하다. 아마 이번 대선에서도 마리 르펜이 결국은 결선투표까지는 가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 같다. 파리 시장인 사회당 이달고의 지지율이 5% 정도 되는데, 마리 르펜은 15% 정도 나온다. 

나는 청년들이 좀 더 극우로 가는 세상에 대해서도 이미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간지 좀 된다. 장 마리 르펜을 열렬히 지지하는 대학생 중에서는 나의 친구들도 있었다. 

이념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건 아니다. 케인즈 시대에 펼쳐진 냉전과는 다른 이념이기는 하지만, 사회가 움직이고 정치 영역이 존재하는 한, 이념은 사라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홍준표 지지는, 그것도 하나의 이념이다. 

그러나 이념은 이념이고, 경제는 또 경제다. 누군가가 지도자가 되고, 새로운 엘리트 그룹이 부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일이다. 그걸 경제라고 부르든, 혹은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르든, 집단으로나 개인으로나,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일이다. 

그런 얘기들을 좀 차분하게 해보는 게, 내가 생각하는 10대 경제학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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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국민의힘 최종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었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착잡하다. 치솟는 아파트 값에 비례해서 정권 교체의 열망도 그만큼 높다. 그야말로 장강의 저 물결을 누가 막으랴.. 

아직 나는 누구에게 투표할지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다. 이재명에게 할지, 아니면 이제 마지막 대선이 될 심상정에게 할지. 그냥 어느 쪽을 생각해도 마음이 애잔하다. 

이번 대선에서 특별히 뭘 할 생각은 없다. 프리랜서에 대한 뭔가 전환점 같은 것을 만들면 좋겠고, 문화 정책에서도 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애 보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딱히 그렇게 툭하면 입원하고 학교에서 조퇴하는 아이 두고 헹가래를 치고 다닐 형편도 아니고. 

몇 년 전만 해도 신자유주의 개념 같은 것을 사람들이 썼었다. 그게 이제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너무 멀어진 것 같다. 윤석율은 신자유주의 같은 개념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정말로 개념 미탑재의 인간이기는 한데.. 이걸 뭐라고 부를지, 진짜 신기하고 희한한 인간이다. 그것도 시대 정신이라면 시대 정신이라고 할까? 

우리 편 너희 편만 있고, 패싸움만 난무한 몇 년이 흘렀다. 이 산이다, 아니 저 산이다, 그런 논의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과거로 가자는 홍준표가 떨어지는 건 결국 너무 당연해 보인다. 그래도 참 희한한 것은, 어디론가 가자고 하는 게 없는 사람이 이겼으니. 괜히 얘기해봐야 표만 떨어진다는 게 필승 전략이라니, 이거야 참. 신자유주의 같은 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기 맘 가는 대로 하는 나름대로의 소신,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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