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경제 생활’이라는 제목을 달고 파워포인트 파일을 새로 만들었다. 모대학교 학생상담소에서 온 부탁이다. 원래도 강연 잘 안 하지만, 경제 생활 같은 어려운 주제를 강연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거의 한 적이 없다. 

아마 학생상담소에서 연락 온 게 아니라면, 너무 어렵다고 그랬을 것 같다. 그래도 해보겠다고 한 건, 별로 상관이 없는 두 가지 흐름이 여기서 문득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라는 정부 기관이 있다. 여기에 2년째 자문을 해주는 중이다. 경제학자로서는 좀 드문 경험이기는 한데, 몇 달 전부터는 여기 주요 행사 때 발제를 하고,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그러는 중이다. 자살과 우울증, 이런 문제를 주로 다룬다. 물론 나는 통계 인프라, 지역별 네트워크, 예산, 이런 문제를 주로 다룬다. 주로 의사 선생님들 아니면 판사나 검사 같은 사람들이 관여하는 곳인데, 나는 그런 얘기랑 좀 결이 다른 예산과 정책 우선 순위, 그런 걸 주로 분석한다. 시스템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자살율 1위인 게 아무 이유도 없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상담소 같은 정신 건강과 같은 기구들에 대한 문제도 다룬다. 우리의 미래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자살도 좀 줄고, 우울증도 좀 줄어든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냥 죽어라고 어디로 가기만 하자는 것, 그게 우리의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어도 내가 여기에서 계속 자문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게 다 임기가 있는 거고, 그래서 계속하는 자리는 아니다. 몇 년간 이걸 들여다보면서 가지게 된 생각들 그리고 좀 개선했으면 하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최근 좀 정리해보는 중이다. 

나에게는 어떤 좋은 점이 생겼을가? 자살과 우울증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다 보니까, 내 삶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얘기가 한 흐름이었다면, 청소년과 경제에 대한 주제가 또 하나의 주제다. 이것도 좀 내력이 있다. 거시경제에 대한 얘기는 <괴물의 탄생> 때 크게 한 번하고, 다시 하지는 않았다. 이지순 선생이 최근에 비슷한 작업을 하기는 했는데, 그것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런데 이게 좀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다음 정권에는 이런 얘기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재인이 너무 못하기도 했거니와, 이상하게도 했다. 하여간 그걸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생각하니까,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그걸 좀 다른 각도로 다룰 생각을 하다보니까, 10대와 경제에 대한 또 다른 얘기가 하나 생겨났다. 

물론 뭘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잘 모른다. 다만 10대들에게 경제를 설명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런 얘기들을 한 번은 묶어보기로 계획을 잡고 있는 중이기는 하다. 원래는 올해 말에 할 생각이었는데, 작년에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올해로 넘어와서 아마 내년으로 밀릴 것 같다. 10대에 대한 얘기는 시효가 없는 거라서 조금 더 늦어져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 

모대학 학생상담소에서 나에게 한 질문은 지난 몇 년 동안 해오던 이 두 가지의 작업이 한 군데에서 만나는 일이다. 묘하게 그렇게 되었다. 10대와 20대 초로 대상이 약간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그건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고.. 학생상담소에 상담을 받으러 오거나 아니면 이런 데에서 하는 행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20대’라고 말하는 그런 학생들과는 조금은 다른 속성이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부분 집합이다. 조금은 독특한 입장에서 뭔가 얘기를 하게 되는. 

그런 상태에서 경제 생활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조금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오늘과 내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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