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둘째는 학교에서 조퇴를 하였다. 학교 보건실에서는 장염일 것 같다고 했는데, 병원에 갔더니 가스가 가득 차기는 했는데, 장염은 아니랜다. 얹힌 것 같다고. 

동네에 소아과가 없다. 아니, 딱 하나 있는데, 여기가 약간 돌팔이성이라.. 여기에 갔다가 어김없이 병이 커져서 입원을 하고는 했던. 심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당장 아프다고 해서 약국이라도, 그랬더니 12살 미만은 병원 처방 없으면 약을 못 주게 되어있다고.. 별 수 없이 먼 데 병원까지 갔다. 

마침 오늘은 둘째도 대면학습인데, 집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하고 약 타고, 근처 시장에서 순대랑 떡볶이 사고, 배 아픈 둘째는 죽을. 오후에 큰 애는 방과후에서 로봇 실습이 있는 날이다. 그건 또 가고 싶다고 해서, 다시 큰 애 학교 데려다 주고. 

NHK에서 유전자 편집하는 걸 몇 년 전에 방영했었고, 그걸 방영한 팀에서 책을 냈다. 금방 읽을 것 같아서, 읽는 김에 마저 읽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손에 집지도 못 했다. 

그 사이에 전화가 많이는 아닌데, 딱 애들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 순간마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는. 

11월은 이래저래 너무 많은 일이 몰려 있는, 지옥의 11월이다. 과연 해야 할 일들을 제 시간에 끝낼 수 있을지, 일정표 보고는 한숨이 푹 났다. 국회의장하고 식사가 잡혀 있다.. 아, 안 가고 싶다. 지금 밥 처먹고 돌아다닐 시간이 아닌데. 

술 마시자고 모임 약속이 두 개가 왔는데, 두 개 다, 이번에는 어렵겠습니다.. 

아내는 일하러 나가고, 둘째는 입원한 이후로 일주일에 두 번은 아프다고 조퇴를 하는 것 같다. 학교 보건실에서도 입원한지 얼마 안 되어서 조금만 아파도 그냥 집으로 보낸다. 

잠시 돌아보는데, 나한테 도움을 주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고, 온통 내가 돕거나 손을 보태야 하는 일 투성이다. 

내년 초에는 도서관 경제학을 마무리지을 생각이고.. 대선 지나고 나면, 거시경제에 대한 책 대신, 10대를 위한 경제학 책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출판부에 몇 년 전에 계약된 책 중의 하나다. 그냥 우리 집 애들한테 경제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세상은 왜 이런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자산이라는 건 뭔가.. 기대확률과 행위의 결정, 그런 얘기들을 담담하게 써보려고 한다. 시민에 대한 얘기를 그런 형식으로라도 좀 담담하게 써보고 싶다. 

며칠 동안 인공지능에서 유전공학까지, 몇 권을 내리 읽었더니, 시민단체는 근본주의자들이고, 암 것도 모르면서 언론이랑 붙어서 온갖 지랄들이다, 이런 얘기들을 너무 많이 읽었다. 나도 지식이 필요하니까 그냥 참고 읽기는 하는데.. 유전공학 얘기 하다 말고, 마르크스는 베를린 담벽과 함께 끝난 거다, 이런 얘기들이 툭툭 튀어나는 걸 너무 며칠 동안 참고 읽었다. 

아마 내년 여름이면, 누군지는 몰라도 대통령은 결정되어 있을 것이고, 거시경제의 기본 기조도 어느 정도는 결정되어 있을 것이다. 그 시점에는 내 삶도 많은 것이 결정되어 있을 것 같다. 

내년이면 둘째가 2학년이 되고, 이제 나도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도 될 때인 것 같다. 3학년 되면 더 이상 애들 하교 그런 거 안 챙겨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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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서민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좋은 미덕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윤석열을 지지하는 일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열을 좀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기존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친분이나 그런 이유로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전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늘 똑 같은 생각과 한결 같은 정치적 견해만 가질 수 있겠나.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바뀔 수 있다. 오히려 그런 게 더 자연스럽다. 

전향에 대해서 뭐라고 그런 적이 거의 없다. 수많은 전향을 보았고, 그 중에는 충격적인 전향도 있었다. 나도 나이를 먹고 나니, 이제 그런 것에는 점점 더 무뎌지고, 그런가보다 하고 만다. 

그래도 서민의 윤석열 지지에는 여전히 좀 갸우뚱하는 구석이 있다. 그가 윤석열을 잘 알까? 잘 모를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패와 감성적 측면이 많은 사람들을 정권으로부터 등 돌리게 했다. 그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윤석열 지지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투표를 국민의 힘에 한다거나, 그런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지지하는 것은 좀 다른 일 아닌가 싶다. 

어떨 때 보면 정치 상황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할 수 있다. 내리면 물려 죽고, 대충 달려도 물려 죽고, 그냥 더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는. 그렇게 그 등에 올라타고 달리다 보면, 호접몽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어느 내가 진짜 나인가? 

여러가지 설화로 서민이 대외 활동을 잠시 접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의미로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윤석열을 지지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했는데, 그가 찾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잠시 같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선거 특히 대선은 큰 거 같지만, 사람의 삶에서 사실 그렇게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어느 쪽이 되든 실망과 후회의 연속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장 폴 뒤부아가 소설 <프랑스적인 삶>에서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별로 장을 나누어서 한 사진 작가의 삶을 그려낸 적이 있다. 매우 특수한 경우다. 우리의 삶은 대선에 따라서 그렇게 분화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대선보다는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이후,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한 이후, 중요 사건은 정치 일정과는 거의 상관 없이 그려진다.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아무쪼록 서민이 겉에 보이는 화려함 잠시 뒤에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를 소망한다.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것은 그의 오류와 실책에 대한 비난의 일부를 감내한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쉽게 누구를 지지한다고 얘기하기 어렵고, 크게 말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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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se alguem

책에 대한 단상 2021. 11. 4. 00:45

유전자 관한 책 잡고 오늘 밤에는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커피 받아놓고 밤샐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로라 피기 25주년 앨범을 틀었다. 지난 주에 처음 한 번 들었는데, 다른 일 하면서 건성건성 듣거나 말거나. 

아무 생각 없이 책장 넘기다가, 목소리 하나가 콱 귀로 들어와서, 어 잠시. 이 꽉 찬 목소리는 뭐지? 

disse alguem. 뭐지? 불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아니고. 독일언가?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이런 포루투칼어다. 브라질.. (어쩌지 작년부터 포루투칼어를 기초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ㅠㅠ.)

아주 오래 전에 세종문화회관에 로라 피기가 왔었고, 그때 갔었다. 햐, 진짜 오래 전 일이다. 그 뒤에 내 삶은 그냥 아주 지 맘대로 튀는 용수철 같은 인생이 되었다. 나도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니 당장 다음 달에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그런 엉망진창의 인생이 되었다. 로라 피기 공연에 갔을 때에는 에너지관리공단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되던 시절이었다. 그 뒤로 하도 많은 일이 생겨서, 그것도 굴직한 것 없이 고만고만한 일들로, 정리도 쉽지 않고, 기억도 잘 안 나는. 

disse alguem, ‘all of me’라는 재즈 스탠다드로 다 아는 노래다. 브라질 노래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고.

로라 피기가 걸그룹 출신인 것도 처음 알았다. 이게 약간 로맨틱한 얘기다. 유럽 순회 공연 중 오느날 바에서 로라 피기가 재즈 밴드에게 이 노래를 반주해달라고 하고, 나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자기 팀 매니저가 “이제 네 솔로 CD를 낼 때가 되었네.”, 그렇게 말했단다. 그리고 첫 CD를 내면서 데뷔를 하였단다. 

나도 몰랐었다. 이 배음 가득 찬 목소리는 대체 뭔가, 뭔가 몽롱한 느낌이 들어서 갑자기 찾아본. 아, 로라 피기가 이 노래로 데뷔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구나.. 

책 읽어야 되는데, 야 밤에 갑자기 내가 살아온 삶이 끈적끈적하게 되살아났다. 

 

https://youtu.be/ikKPrD4SY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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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아린이들 메모 2021. 11. 1. 15:11

둘째는 오늘도 숨쉬기 힘들다고 오늘도 오전에 조퇴했다. 학교 가서 데리고 왔다.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는데, 계획대로 되지가 않는다. 차 한 잔 하자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마시고는 싶은데, 약속을 잡을 수가 없다. 사는 게 정상적이 아니다.

작크 아탈리 책 읽다보니까, 스웨덴에 혼자 사는 사람 50%가 넘는다고 한다. 스웨덴 출산률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닌데, 이게 물리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아빠는 아예 없고, 엄마와 아이들과 사는 걸 계산해도 이렇게까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언제 시간 나면 1인 가구 최근 통계들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책 읽는 것도 약간 중독성이 있다. 한 권 읽기 시작하면, 근처에 있는 거 뒤적뒤적, 며칠 동안 책만 보게 된다. 주로 최근에 나온 기술 현황 같은 거 중심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 그만 읽고 밀린 일들을 해야 하는데, 한 권만 더, 한 권만 더, 이러면서 계속 보고 있다 (그만큼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하기 싫은 것인지도 모르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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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확실히 4차원이다. 3차원 공간에서 살면서 3차원 방식으로 사유하는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 반면 홍준표는 전형적인 2차원이다. 직진과 후진이 대부분이다. 가끔 좌우로 움직인다. 4차원과 2차원의 격돌, 그야말로 '에일리언 vs 프리데이터', 누가 이겨도 인류는 망한다. (영화 막판에 영웅적인 프레데이터 용사가 나왔다가, 그의 죽음이 후편에 이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이 잠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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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유감..

잠시 생각을 2021. 10. 29. 16:09

kt가 황당하다고 느낀 것은 이번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원래는 핸펀까지 전부 kt로 통합해서 쓰고 있었는데, 몇 가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른 데로 옮기면서 지금은 인터넷만 kt로 남았다. 이게 공영기업도 아니면서, 공영 기업의 황당한 요소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그렇다고 독점 기업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독점 기업의 소소한 부패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공기업 부패와 관련해서 가장 마음 아프게 본 사태는 나프타 때 멕시코 대중들이 공공 부문에 대한 미국 기업의 진출을 오히려 환영하던 걸 보던 때. 공기업의 부패가 너무 심해서, 미국 기업의 악랄함을 알면서도 그래도 자기네 공기업보다는 나을 거 아니냐.. 나프타 체결을 위한 기본적 여론은 이렇게 형성되었었다.

kt야 이제는 민영회사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공기업 전통과 틀이 남아서, 완전 민간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공회사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독점은 아니더라도 독과점 회사로서 가지고 있는 경직성도 많고.

한전과 같은 큰 회사도 그 가운데에서 보면, 황당한 모습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얼마 전에 전화로 서비스 설문조사 와서 진짜 0점 줬다. 한전 사외이사 할 기회는 몇 번 있었는데, 내가 안 했었다. 그런 걸로 덕 봤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안 했는데.. 제대로 정비를 하려고 하면, 한전 같은 경우는 좀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

정치인들이나 시민사회의 지도자들이 워낙 하시는 일들이 바빠서 그런지, 생활인들이 만나는 생활의 곤란함 같은 것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부패와 근본적인 결함 같은 것들을 정치 영역에서 나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권한이 강하다. 지배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소소한 부패 같은 게 없어지는 건 아니다. 작은 것들을 고치는 것들이 사실은 거대한 구조의 부패와 무능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kt 사태를 계기로, kt는 물론이고 거대 공기업들의 경영의 위기에 대한 진단 작업 같은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 혼내고 책임지라고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이런 큰 조직은 혼자서 끌고 나갈 수가 없다. 긴장 관계를 사회적으로 형성시키는 것이 길게 보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s://news.v.daum.net/v/20211029150245594?fbclid=IwAR0PiAim4QWeAsVgihiFSn-zSgDpkgmP3OPwRJcQv0F0DbES5TZHfc2-6-c 

 

'exit' 이 단어 하나가 KT 전국망 셧다운 시켰다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지난 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KT 유·무선 통신 장애는 명령어 입력 과정에서 ‘exit’ 단어 하나가 누락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작업은 당초 야간 시간에 수

news.v.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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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극우파 정당 이름이 민주당이다. 그걸 안지도 얼마 안 되었다. 민주당이 맨날 나와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게 극우파다. 

스위스의 극우당 이름도 끝내준다. 영어로는 민중당. people’sparty라고 간편하게 번역하는데.. 정식명칭은 UDC, 번역하면 중앙민주연합 정도 된다. 영어로 하면 Union of Democratic Centre 정도 된다. 이걸 표기하려다 보니, 악상을 찍어야 한다. 컴 바꾸고 한 달 정도 되었는데, 불어 언어팩 안 깔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깔게 되었다. 까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영어에서 언어가 하나라도 늘어나게 되면 나중에 전환할 때 좀 복잡해진다. 방법 없어서 그냥 깔았다. democratic 할 때 e에 악상이 붙는다. 

원래의 오래된 계획으로는 올해에는 실용 독일어라도 좀 해서, 뜨문뜨문 조각난 독일어를 좀 제대로 해서 소시지라도 좀 제대로 시켜먹을 수 있는 상황까지 해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밀려서 이것저것 다 꽝이다. 독일어는 조금만 더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몇 년 전에 독일어 공부 다시 한다고 ‘서부전선 이상없다’ 영한대역본을 사다 놓은 적이 있었다. 버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디 처박혔는지도 모르겠다. 

일어랑 독일어 조금만 더 잘 하면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로울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게을러져서 도통 접근을 못 한다. 이제 환갑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니까 환갑 전에 해야 할 일로 일어와 독일어를 올려놓았다. 사실 필요하기는 스페인어가 더 필요한데, 이건 엄두도 못 내겠다. 60이 넘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아무래도 과한 욕심인 것 같고.. 하루에 한 시간씩만 내면 되는데, 한 시간 낼 형편이 안 되는 삶을 살았나 싶다. 한 시간 낼 형편이 되면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몇 주째 밀려 있는 시간을 지내다보니..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다. 

지금 쓰는 글만 끝내고 한다고 하는데, 한 번도 시간에 맞춰서 글을 끝내지를 못했다. 그러면 그때 하려고 했던 일이 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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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비행기 타고 이동할 일이 있어서, 책 보기는 무리고,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봤다. 

우와. 겁나 재밌다. 한 번 더 보기 시작했다. 잘 생기고 꽉 막힌 남자들이 엄청 나온다. 그리고 징그러울 정도로 못 된 일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엄청 나온다. 선인과 악인의  갈림길, 그 중에 최고는 역시 약쟁이인가? 

여러 사람이 인상적이었는데, 주인공 여동생 제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여동생 같은 얘기지만, 그게 험악한 감옥 얘기들 옆에 끼어들어 오니까 정말로 다른 세상 얘기처럼 보였다. 그런 스타일의 연애가 아직도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고. 

감옥에 관한 영화로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넬슨 만델라와 럭비팀 관련된 얘기. 

굳이 감명 깊은 사람을 생각해본다면, 서부 교도소 소장. 적당히 속물이고, 날탕인 것 같은 사람이지만, 속이 생각보다 깊다. 팽부장 전출시키자고 할 때, 그런 사람이 이 교도소에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가 아는 많은 기관장들의 얼굴이 눈 앞에 막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저 상황에서 저렇게 전출을 반대하고, “일 잘 하는 것은 알겠는데, 선은 넘지마, 나과장”, 그렇게 얘기할 사람이 있을까? 다들 그렇게 할 것 같지만, 물 밑에서 조용히 벌어지는 그런 깊은 얘기는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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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좀 알고, 윤석열은 그 아버지와 친척 어른들만. 

처음 이재명 봤을 때 느낌은, 하따 이 아저씨 말 많네. 일도 몇 번 같이 했고, 절박한 순간에 도와준 적도 있다. 대법원 재판할 때 연판장이 돌았었는데, 그때 연명한 적도 있었고, 좀 말이 많고, 거칠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처럼 험악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대통령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다. 

윤석열은 아는 게 너무 없어 보인다. 검사하는 친구가 한 명 있기는 한데, 그 친구가 보수기는 하지만 그렇게 무식하지는 않다. 정말 이렇게 아는 게 없나, 깜짝 놀랐다. 법조인들 가끔 보면 아는 거 아무 것도 없이 입만 달고 다니는 스타일들이 좀 있다. 절차만 알고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 변호사들 중에 진짜 날탕들이 맨날 무슨 절차 얘기만 하고, 절차 하자 있는 데에만 끼어드는. 딱 질색이다. 그래도 그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참 찾아보기 어렵다. 

드라이하고 건조하면서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종종 만나게 되는데, 점집까지 다니는 스타일은 영. 아마 결국은 이재명과 윤석열이 선거에서 만나게 될 것 같은데, 만약 윤석열이 대선에서 진다면 다른 주변 형편 문제가 아니라 점집 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그건 좀 너무하다 싶다. 

근대, 현대를 지나 포스터모던 얘기하던 시절이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난데 없이 튀어나온 점집 열풍. 윤석열이 대통령 안 되면 다 점집 때문이다. 점집 아이언맨은 너무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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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차를 바꾸면서 하이브리드에서 갑자기 전기차로 바뀌었다. 지출이 커져서 내가 타던 아반떼를 같이 팔았다. 덕분에 통장이 달랑달랑 하는 상황은 피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아내의 빨간 모닝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타고 금방 바꾼다고 하던 게,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전기차 타다가 모닝 타면, 차가 좀 너무 안 나간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여기저기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기는 한다. 

모닝이 좀 묘하다. 별로 그렇지도 않은데도 왠지 성실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사야지, 그러면서 700만 원짜리 스피커랑 500만 원짜리 앰프를 보면서, 딱 이거야 그러는데. 30대 초반에는 이런 거 턱턱 샀는데, 몇 십년만에 바꾸는데, 이제는 좀 더 좋은 거 사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차 살 때에는, 정말 손이 달달 떨린다. 

<모피아> 쓰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것도 벌써 10년 전이다. 그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생겼고, 참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모피아> 내던 즈음에 큰 애가 태어났다. 큰 애 낳고 복직하면서 아내가 모닝을 샀었다. 원래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살 생각이었는데, 막상 대리점에 가면서 아내가 마음이 바뀌었다. 그 돈 그냥 달라고.. 나중에 둘째가 아프고, 아내도 복직을 못 하게 되면서 사실 그 돈 유용하게 잘 썼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그랜저 샀다가 나중에 곤란한 일이 벌어질 뻔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차 덜컥 사려면 손이 벌벌 떨린다. 

아내 차는 니로를 샀는데, 차는 이거면 되었다 싶은 생각이. 기능적으로는 더 필요한 게 없다. 오히려 더 뒤에 나온 차들은 기능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내년에 그냥 같은 거로 하나 더 사면어떻겠냐고 했더니 아내가 웃는다. 미친 넘 보는 것처럼.. 해보는 생각이다. 전기 차 두 대 살 형편은 아니다. 그래도 전기 차 사고, 이것저것 관련된 일들 처리하다 보니까, 이건 정책적 배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뭔가 무슨 본부 같은 거 있어서 부처끼리 겹치거나 한전 독점으로 생기는 문제들 해결할 좀 더 높은 단위의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한테 필요한 차는 카니발 같은 사람들 많이 타는 차다. 아버지도 내년에는 더 이상 운전하기가 어려우실테니까, 어머니, 아버지, 장인, 장모, 여기에 애들 둘까지, 우와.. 사고 싶은 차는 아반떼 n 수동, 나만 생각하면 딱 이 정도면 충분한데. 그랬는데 전기차 한 달 정도 운전해보니까, 200마력이든 300마력이든, 전기차 앞에서는 다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력이 상대가 안 된다. 근데 좀 비싸다. 

부산을 배경으로 이승만에 대한 얘기를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마음 먹자마자 바로 코로나 사태라, 부산에는 별로 가지도 못 했다. 이것저것 생각만하고 줏어담지 못한 것들이 많다. 여력이 되면 이 얘기도 마무리할 생각은 있는데, 모닝으로 부산 왔다갔다 하기는 좀 무리일 것 같다. 

이제 내가 움직여봐야 길어야 10년이다. 50권까지는 일단 쓰기로 했는데, 그것도 2~3년 내에 마무리될 것 같다. 그 뒤에는 뭐하고 살지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다. 그렇게 멀리까지는 생각하기 어렵고, 일단 하기로 한 것부터 무난히 마무리하는 게 소원이다. 책이 점점 더 인기가 없어지면서, 책 쓰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맞춰야 할 것도 많아지고. 

토요일부터 일주일간 스위스에 간다. 그 기간에 끼어 있는 칼럼도 미리 써놓아야하고, 이것저것 할 일들이 많은데, 꼭 이럴 때면 잡생각이 더 많이 난다. 사실 꼭 읽어야 할 책도 한 권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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