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차를 바꾸면서 하이브리드에서 갑자기 전기차로 바뀌었다. 지출이 커져서 내가 타던 아반떼를 같이 팔았다. 덕분에 통장이 달랑달랑 하는 상황은 피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아내의 빨간 모닝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타고 금방 바꾼다고 하던 게,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전기차 타다가 모닝 타면, 차가 좀 너무 안 나간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여기저기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기는 한다. 

모닝이 좀 묘하다. 별로 그렇지도 않은데도 왠지 성실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사야지, 그러면서 700만 원짜리 스피커랑 500만 원짜리 앰프를 보면서, 딱 이거야 그러는데. 30대 초반에는 이런 거 턱턱 샀는데, 몇 십년만에 바꾸는데, 이제는 좀 더 좋은 거 사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차 살 때에는, 정말 손이 달달 떨린다. 

<모피아> 쓰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것도 벌써 10년 전이다. 그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생겼고, 참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모피아> 내던 즈음에 큰 애가 태어났다. 큰 애 낳고 복직하면서 아내가 모닝을 샀었다. 원래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살 생각이었는데, 막상 대리점에 가면서 아내가 마음이 바뀌었다. 그 돈 그냥 달라고.. 나중에 둘째가 아프고, 아내도 복직을 못 하게 되면서 사실 그 돈 유용하게 잘 썼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그랜저 샀다가 나중에 곤란한 일이 벌어질 뻔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차 덜컥 사려면 손이 벌벌 떨린다. 

아내 차는 니로를 샀는데, 차는 이거면 되었다 싶은 생각이. 기능적으로는 더 필요한 게 없다. 오히려 더 뒤에 나온 차들은 기능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내년에 그냥 같은 거로 하나 더 사면어떻겠냐고 했더니 아내가 웃는다. 미친 넘 보는 것처럼.. 해보는 생각이다. 전기 차 두 대 살 형편은 아니다. 그래도 전기 차 사고, 이것저것 관련된 일들 처리하다 보니까, 이건 정책적 배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뭔가 무슨 본부 같은 거 있어서 부처끼리 겹치거나 한전 독점으로 생기는 문제들 해결할 좀 더 높은 단위의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한테 필요한 차는 카니발 같은 사람들 많이 타는 차다. 아버지도 내년에는 더 이상 운전하기가 어려우실테니까, 어머니, 아버지, 장인, 장모, 여기에 애들 둘까지, 우와.. 사고 싶은 차는 아반떼 n 수동, 나만 생각하면 딱 이 정도면 충분한데. 그랬는데 전기차 한 달 정도 운전해보니까, 200마력이든 300마력이든, 전기차 앞에서는 다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력이 상대가 안 된다. 근데 좀 비싸다. 

부산을 배경으로 이승만에 대한 얘기를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마음 먹자마자 바로 코로나 사태라, 부산에는 별로 가지도 못 했다. 이것저것 생각만하고 줏어담지 못한 것들이 많다. 여력이 되면 이 얘기도 마무리할 생각은 있는데, 모닝으로 부산 왔다갔다 하기는 좀 무리일 것 같다. 

이제 내가 움직여봐야 길어야 10년이다. 50권까지는 일단 쓰기로 했는데, 그것도 2~3년 내에 마무리될 것 같다. 그 뒤에는 뭐하고 살지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다. 그렇게 멀리까지는 생각하기 어렵고, 일단 하기로 한 것부터 무난히 마무리하는 게 소원이다. 책이 점점 더 인기가 없어지면서, 책 쓰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맞춰야 할 것도 많아지고. 

토요일부터 일주일간 스위스에 간다. 그 기간에 끼어 있는 칼럼도 미리 써놓아야하고, 이것저것 할 일들이 많은데, 꼭 이럴 때면 잡생각이 더 많이 난다. 사실 꼭 읽어야 할 책도 한 권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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