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요즘 전화하면 괜찮냐고 물어본다. 

네, 저야 괜찮죠, 어머니랑 아버지가 엄청 속 썩이시지만요. 

아버지는 폐암 말기, 어머니는 중증 우울증, 그냥 아무 것도 안 하시고 잠만 주무신다. 여기에 방학이라서 애들 둘. 

요즘 내 신경이 고래 심줄만큼 굵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건 그거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또 해야 하는 거고. 

책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좀 움직이게 된다. 큰 출판사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할 수 있으면, 품이 조금 줄어들기는 하지만.. 요즘은 아주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 때문에, 그런 건 없고. 

부산에서 첫 행사를 했다. 작은 서점에서 작게 얘기하는 걸로 시작을 했다. 

독서 모임이 있어서 대전에 한 번 가기로 했고, 광주에서도 작은 모임 한 번 하게 될 것 같다. 제주도도 겸사겸사 가볼까, 생각 중이다. 

평소에 하던 것에 비하면 아주 소규모지만, 좌파는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게 소수파 중의 소수파다. 작게, 작게 하더라도 좀 길게 할 생각이다. 

메이저에게는 메이저 전략이 있겠지만, 마이너에게는 또 마이너 전략이 있다. 가늘고 길게, 그리고 스타일리쉬하게 하게. 

왜 나는 좌파로 사는가? 그건 내 삶이고, 내 스타일이다. 좌파라서 생태 공부를 한 거고, 환경 얘기를 한 거다. 좌파라서 비정규직 문제를 들여다본 거고, 청년의 삶을 본 거다. 그리고 좌파라서 지역 경제를 본 거고, 각 동네의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살았다. 

그런 내 삶을 한 번쯤은 더 좌파다운 삶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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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태권도장 간 둘째한테 태권도장 문 닫혔다고 전화가 왔다. 알아보니까 여자 화장실 하수도가 고장나서 급하게 공사를 하게 된. 

급하게 뛰어나가서 애들 데리고 들어왔다. 방학하면서 두 애들이 따로 움직일 일이 많아서, 결국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에게도 전화기 사줬다. 그새 LG는 핸드폰 안 만들어서 없고, 인터넷 연결 안 되는 공부폰이라는 게 새로 나왔다고 한다. 

애들은 코로나 이후로 언제 확진자가 나와서 학교나 학원이 비상상황이 될지 모른다. 아직은 혼자서 집에 오기가 좀 어려워서, 결국 비상 대기를 하게 되는. 

어제 오후에 급한 일이 생겨서 어머님에게 가는 걸 하루 미루었다. 그 여파로 아내가 병원 예약된 걸 다시 연기하게 된. 별 하는 일도 없는데, 스케쥴이 칼 같이 연동되어 있어서. 

아버지는 일반 병동에서 암 병동으로 어제 옮기셨다. 방사능 치료 받은 게 효과가 그래도 좀 있어서 이제 전화기 들고 전화도 하신다. 그건 좋은데.. 전화하시면 끊지를 않으신다. 심심해서 그러신 건데, 병실의 tv가 기본만 있어서 스포츠도 안 나오고, 바둑 방송도 안 나온다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보면 구동매가 “나으리, 제가 동경 유학 갔다온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희성이 술자리 내내 동경 유학만 하니까 나온 대사다. 며칠째 아버지 전화 계속 받다 보니까 내가 병원 생활하는 것 같은. 

요 며칠 영화 <엘리자베스>와 <골든 에이지>를 이어서 몇 번 봤다. 바르보사가 연기한 윌싱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통 그렇게 음침하게 정보와 공작을 다루는 사람들이 인상적인 경우가 별로 없는데, 엘리자베스에서는 거기가 또 키 포인트다. 저렇게 영국이 결국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군.. 책을 좀 봐야 하는데, 일단은 영화로라도. 재미가 제일이다. 

영국 간 게, 후아.. imf 한 가운데인 98년이 마지막이었으니까, 21세기에는 간 적이 없다. 학회 첫 데뷔를 영국에서 했었는데, 진짜 안 갔었다는 생각이 문득. 그런 생각하다 보니까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같이. 권순옥이 다음 주에 이사오기로 한 학교 사택에서 그 전주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전순옥과 일할 때, 그 시절 얘기를 잠시. 이소선 여사는 예전에 노회찬 후원회장할 때 같이 했던 적이 잠시. 

제국의 성립, 제국의 혼돈, 움베르트 에코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코난 도일 연구도 에코가 했던 작업들을 추적하면서 만나게 된. 그 시절에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걸 좀 자세히 보면 좋았을 걸,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 누가 물어봐서 전화로 프랑수아 케네에 대해서 한참 얘기해주었었다. 박사과정에서 경제학사를 계속 전공했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잠시. 언젠가 나이 먹으면 경제학사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게 살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도 평생, 내 주변에는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나에게 연락을 많이 했었다. 늘 누군가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평생을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나중에 고맙다고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지금은 당장, 어머니와 아버지가 날 힘들게 한다.. 결국 하루 미룬 어머니 동사무소 가서 서류 처리하는 일과 집에 들를 생각을 하니까, 꾀가 난다. 주차할 데가 없어서 결국 차 두고 가야 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마음이 들지 않고, 저기를 또 가네,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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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

아린이들 메모 2022. 1. 20. 10:09

이번 방학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애들은 학교 돌봄 교실에 안 간다. 큰애는 계속 유튜브 너무 많이 보고, 안 봤다고 하다가 아내에게 크게 혼났다. 

오늘부터 두 페이지씩 일기를 쓰기로 했다. 일기 쓰라고 했더니 진짜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새 노트 꺼내서 일기 쓸 준비 시키는데, 큰 애는 하염 없이 운다. 

둘째는 자기도 두 페이지씩 일기를 쓰겠다고 한다. 아니, 너는 그냥 그림일기 한 페이지 써도 돼. 

이제 큰 애는 키도 훌쩍 크고, 어린이 느낌 보다는 틴에이지 느낌이 더 많이 난다. 방학, 아마 집집마다 애들 보느라고 생난리를 한 번씩 겪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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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머니 사시는 동네 동사무소에 긴급 돌봄 서류 신청하러 간다. 아버지 입원해계시는 병원에는 일반 병동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내일 옮긴다는데, 거기는 막내 동생이 간다.
일주일에 이틀에서 삼 일 정도 부모님한테 쓰고, 남는 시간은 또 애들 방학이라 상당수 들어간다. 나도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느라 또 며칠 쓴다.
원래도 뉴스 죽어라고 보는 편은 아닌데, 정신 없이 며칠 지내다 보면 뭔 뉴스가 나왔는지 아예 모르고 가는 경우도 점점 흔해진다. 일상이 도 닦는 것 같다.
처칠 얘기 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엘리자베스 1세 즈음한 얘기들이 요즘 너무 재밌다. 좀 쌓아놓고 읽고 싶은데, 아직 뭘 읽어야 할지 고르지도 못했다. 그래도 좀 보려고 한다. 읽지는 않고, 나가기만 하면 나중에는 속살까지 파먹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순간이 문득..
책이 영광스러운 순간은 분명히 지난 것 같지만.. 나는 영광을 추구한 적도 없고, 명예를 추구한 적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내가 보기에 나 스스로가 창피하지 않게 살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 좀 웃게 만들면 더는 바랄 게 없고.
시민이라는 단어가 많은 한국인들 가슴에는 와닿는 게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삶을 시작한 1세대가 내 또래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시민으로서의 삶, 그런 나를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는다. 아무도 세상이 어디로 갈지, 정확하게 먼저 아는 일은 없다. 그냥 내가 가는 길을 가면서, 세상을 지켜본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눈이 온다.
다음 일은 다음 고민, 일단 펑펑 내리는 눈을 잠시 즐기고.
50살 중반,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잊혀지지 않는 가슴 아픈 일도 몇 번은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내가 눈을 감을 때,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살았다, 이렇게 한 마디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리는 눈을 보면서 잠시 들었다.
누군가 날 미워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미워하지 않는 것은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감사하고..
오늘도 감사하면서 하루를 살려고 한다.
(오후에 ytn 라디오 생방이 있어서 잠시 마음을 추스리려다보니, 눈 보면서 억지로라도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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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녹취록 건은 좀 그렇다. 윤석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아내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좀 그렇다. 무슨 엄청난 비밀을 알거나, 음모를 꾸몄다면 모를까, 정말 사적으로 수다 떤 것에 가까운 얘기로 뭐가 엄청나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슬프다.
 
그걸 죽어라고 물고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죽어라고 막겠다고 방어하는 것도 그렇고.. 사적인 것은 사적인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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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지방 출장 간 사이에, 나는 애들하고 정말 간만에 불금 외식. 애들은 돼지갈비 먹었고, 얼추 거의 다 구웠을 때쯤 국밥 나왔다. 나는 매운 국밥도 좋다.. 돌아오면서 월드콘 사서, 애들은 아이스크림 후식. 둘째가 "이것이 진정한 방학이지!", 한참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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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통일 포럼과 관련된 얘기를 잠시 상의할 일이 있었다. 지난 5년간에도 누군가 북한 관련된 연구나 사업 얘기를 하면, 잘 안 될 거니까 최대한 속도 조절을 하라고 얘기를 해줬었다. 결론적으로.. 그때 내 조언을 들었던 사람들 중에서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다음 정권에는? 아직은 조금 더 봐야 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이 얘기하는 방식의 '멸공'은 그게 오래된 주제라거나, 감성에 안 맞거나 그런 문제라서가 아니라, 이게 냉전적 사유라서 좀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소의 냉전 시대가 끝나고, 다시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지역별 사안 등 민족주의와 결합하면서 다시 돌아온 냉전적 사유를 신냉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윤석열의 멸공과 선제타격은 그런 점에서 신냉전적 사유의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얘기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다. 

통일은 크게 바라지도 않지만, 안정적인 지역 질서 유지에도 그렇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자신이 레이건처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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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좀 쉴려고 tv 켰더니, 야옹구도 놀자고 나왔다. 잠시 웃는다. 스피커가 캣타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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