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영화..

영화 이야기 2022. 1. 26. 17:25

 

<듄>을 뒤늦게 보았다. 

<듄>은 그의 후손들에 대한 얘기의 맨 마지막 부분은 아직도 못 본 것 같다. 하여간 내 인생의 출발인 나의 20대와 <듄>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화폐경제학으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다가 생태경제학으로 바꾸었다. <듄>에 나온 생태학자의 보고서가 너무 재밌어서 그랬다. 사람들은 재밌는 것은 나중에 성공하고 나서 하라고 그랬다. 재밌는 것을 왜 미루느냐, 나는 지금 하겠다.. 그렇게 해서 파리 10대학의 1호 생태경제학 논문을 쓰게 되었다. 

대학원 후반부 때부터 <듄>을 읽었다. 그때 영문판 <듄>을 처음 빌려준 선배는 나중에 삼성경제연구소에 취직을 했다. 좀 더 자주 만나면서 살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 산 내 인생의 어둡고 아쉬운 면 하나를 회상한다. 몇 년 전, 어느 한적한 산길을 산책하는데, 요란뻐적지근한 스포츠카가 빵빵거리면서 내 옆에 섰다. 

“야, 석훈아..”

<듄>을 빌려줬던 바로 그 선배였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 스타일로 멋지게 사는 건 마찬가지군. 

듄은 폴이 황제가 되는데, 황제가 되고 나서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는 데까지가 폴의 얘기다. 그리고 그의 아이들의 시대, 쓸쓸한 폴의 죽음, 그리고 천년 왕국, 그렇게 이어진다. 

나는 그 중에서 폴이 황제가 되고, 사막으로 갈 때까지의 얘기들을 가장 재밌게 봤다. 내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얘기 시작할 때 나오는 곰자바 얘기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냥 참으면 돼.. 

데이빗 린치의 <사구>로 번역된 영화본은 상업적으로는 망했는데, 난 그것도 재밌게 봤다. 스팅이 나온다. 스팅과의 마지막 결투 신은 지금 생각해도 멋지다. 뒤에 미국에서 나온 TV 시리즈도 다 봤다. 재미는 있는데, 긴장도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영화 <듄>은 애들 보면서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아주 뒤늦게 보았다. 폴이 프레멘 만나는 데까지가 1편이다. 데이빗 린치는 거기에서 프레멘과 함께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황제가 되는 데까지가 전부 한 편이다. 바쁘다. 

듄의 핵심 테마인 어보미네이션은 아직 안 나왔다. 살짝 대화로만, 얘에게는 많은 선대가 깃들여 있다.. 

그리고 그 어보미네이션은 아직 엄마 배 속에 있는 상태로 1편이 끝났다. 

사실 영화 <듄> 보다 <더 킹 – 헨리5세>를 먼저 봤다. 티모시 샬라메는 거기서 처음 봤다. 느무느무 재밌다고 생각해서, 미루어 두었던 <듄>을 이어서 봤다. 뭐지, 이 별스러운 느낌은? 

하여간 간만에 다시 <듄>의 세계로 돌아가, 어보미네이션, 스파이스, 그런 사막에 대한 얘기를 꿈꾸던 시절로 돌아갔다. 

그 후에 사막에 가보는 게 로망이 되었다. 사하라는 아직 비행기로만 넘어봤고.. 사하라 북부에는 잠시 머물면서 사막 느낌만 받은. 50대에는 사하라에 가봐야겠다, 그런 작은 소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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