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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0.26 중앙민주연합.. 1
  2. 2021.10.24 슬기로운 감빵생활
  3. 2021.10.13 점집 대통령은 좀.. 10
  4. 2021.10.13 이것저것 잡생각..
  5. 2021.10.11 게임 오버.. 2
  6. 2021.10.10 어머니..
  7. 2021.10.10 좌파 에세이, 마무리하고.. 3
  8. 2021.10.07 아디오스, 김웅.. 6
  9. 2021.10.04 둘째 퇴원..
  10. 2021.10.03 병원 앞에서

스웨덴은 극우파 정당 이름이 민주당이다. 그걸 안지도 얼마 안 되었다. 민주당이 맨날 나와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게 극우파다. 

스위스의 극우당 이름도 끝내준다. 영어로는 민중당. people’sparty라고 간편하게 번역하는데.. 정식명칭은 UDC, 번역하면 중앙민주연합 정도 된다. 영어로 하면 Union of Democratic Centre 정도 된다. 이걸 표기하려다 보니, 악상을 찍어야 한다. 컴 바꾸고 한 달 정도 되었는데, 불어 언어팩 안 깔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깔게 되었다. 까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영어에서 언어가 하나라도 늘어나게 되면 나중에 전환할 때 좀 복잡해진다. 방법 없어서 그냥 깔았다. democratic 할 때 e에 악상이 붙는다. 

원래의 오래된 계획으로는 올해에는 실용 독일어라도 좀 해서, 뜨문뜨문 조각난 독일어를 좀 제대로 해서 소시지라도 좀 제대로 시켜먹을 수 있는 상황까지 해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밀려서 이것저것 다 꽝이다. 독일어는 조금만 더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몇 년 전에 독일어 공부 다시 한다고 ‘서부전선 이상없다’ 영한대역본을 사다 놓은 적이 있었다. 버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디 처박혔는지도 모르겠다. 

일어랑 독일어 조금만 더 잘 하면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로울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게을러져서 도통 접근을 못 한다. 이제 환갑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니까 환갑 전에 해야 할 일로 일어와 독일어를 올려놓았다. 사실 필요하기는 스페인어가 더 필요한데, 이건 엄두도 못 내겠다. 60이 넘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아무래도 과한 욕심인 것 같고.. 하루에 한 시간씩만 내면 되는데, 한 시간 낼 형편이 안 되는 삶을 살았나 싶다. 한 시간 낼 형편이 되면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몇 주째 밀려 있는 시간을 지내다보니..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다. 

지금 쓰는 글만 끝내고 한다고 하는데, 한 번도 시간에 맞춰서 글을 끝내지를 못했다. 그러면 그때 하려고 했던 일이 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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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비행기 타고 이동할 일이 있어서, 책 보기는 무리고,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봤다. 

우와. 겁나 재밌다. 한 번 더 보기 시작했다. 잘 생기고 꽉 막힌 남자들이 엄청 나온다. 그리고 징그러울 정도로 못 된 일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엄청 나온다. 선인과 악인의  갈림길, 그 중에 최고는 역시 약쟁이인가? 

여러 사람이 인상적이었는데, 주인공 여동생 제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여동생 같은 얘기지만, 그게 험악한 감옥 얘기들 옆에 끼어들어 오니까 정말로 다른 세상 얘기처럼 보였다. 그런 스타일의 연애가 아직도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고. 

감옥에 관한 영화로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넬슨 만델라와 럭비팀 관련된 얘기. 

굳이 감명 깊은 사람을 생각해본다면, 서부 교도소 소장. 적당히 속물이고, 날탕인 것 같은 사람이지만, 속이 생각보다 깊다. 팽부장 전출시키자고 할 때, 그런 사람이 이 교도소에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가 아는 많은 기관장들의 얼굴이 눈 앞에 막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저 상황에서 저렇게 전출을 반대하고, “일 잘 하는 것은 알겠는데, 선은 넘지마, 나과장”, 그렇게 얘기할 사람이 있을까? 다들 그렇게 할 것 같지만, 물 밑에서 조용히 벌어지는 그런 깊은 얘기는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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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좀 알고, 윤석열은 그 아버지와 친척 어른들만. 

처음 이재명 봤을 때 느낌은, 하따 이 아저씨 말 많네. 일도 몇 번 같이 했고, 절박한 순간에 도와준 적도 있다. 대법원 재판할 때 연판장이 돌았었는데, 그때 연명한 적도 있었고, 좀 말이 많고, 거칠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처럼 험악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대통령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다. 

윤석열은 아는 게 너무 없어 보인다. 검사하는 친구가 한 명 있기는 한데, 그 친구가 보수기는 하지만 그렇게 무식하지는 않다. 정말 이렇게 아는 게 없나, 깜짝 놀랐다. 법조인들 가끔 보면 아는 거 아무 것도 없이 입만 달고 다니는 스타일들이 좀 있다. 절차만 알고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 변호사들 중에 진짜 날탕들이 맨날 무슨 절차 얘기만 하고, 절차 하자 있는 데에만 끼어드는. 딱 질색이다. 그래도 그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참 찾아보기 어렵다. 

드라이하고 건조하면서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종종 만나게 되는데, 점집까지 다니는 스타일은 영. 아마 결국은 이재명과 윤석열이 선거에서 만나게 될 것 같은데, 만약 윤석열이 대선에서 진다면 다른 주변 형편 문제가 아니라 점집 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그건 좀 너무하다 싶다. 

근대, 현대를 지나 포스터모던 얘기하던 시절이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난데 없이 튀어나온 점집 열풍. 윤석열이 대통령 안 되면 다 점집 때문이다. 점집 아이언맨은 너무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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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차를 바꾸면서 하이브리드에서 갑자기 전기차로 바뀌었다. 지출이 커져서 내가 타던 아반떼를 같이 팔았다. 덕분에 통장이 달랑달랑 하는 상황은 피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아내의 빨간 모닝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타고 금방 바꾼다고 하던 게,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전기차 타다가 모닝 타면, 차가 좀 너무 안 나간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여기저기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기는 한다. 

모닝이 좀 묘하다. 별로 그렇지도 않은데도 왠지 성실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사야지, 그러면서 700만 원짜리 스피커랑 500만 원짜리 앰프를 보면서, 딱 이거야 그러는데. 30대 초반에는 이런 거 턱턱 샀는데, 몇 십년만에 바꾸는데, 이제는 좀 더 좋은 거 사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차 살 때에는, 정말 손이 달달 떨린다. 

<모피아> 쓰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것도 벌써 10년 전이다. 그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생겼고, 참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모피아> 내던 즈음에 큰 애가 태어났다. 큰 애 낳고 복직하면서 아내가 모닝을 샀었다. 원래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살 생각이었는데, 막상 대리점에 가면서 아내가 마음이 바뀌었다. 그 돈 그냥 달라고.. 나중에 둘째가 아프고, 아내도 복직을 못 하게 되면서 사실 그 돈 유용하게 잘 썼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그랜저 샀다가 나중에 곤란한 일이 벌어질 뻔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차 덜컥 사려면 손이 벌벌 떨린다. 

아내 차는 니로를 샀는데, 차는 이거면 되었다 싶은 생각이. 기능적으로는 더 필요한 게 없다. 오히려 더 뒤에 나온 차들은 기능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내년에 그냥 같은 거로 하나 더 사면어떻겠냐고 했더니 아내가 웃는다. 미친 넘 보는 것처럼.. 해보는 생각이다. 전기 차 두 대 살 형편은 아니다. 그래도 전기 차 사고, 이것저것 관련된 일들 처리하다 보니까, 이건 정책적 배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뭔가 무슨 본부 같은 거 있어서 부처끼리 겹치거나 한전 독점으로 생기는 문제들 해결할 좀 더 높은 단위의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한테 필요한 차는 카니발 같은 사람들 많이 타는 차다. 아버지도 내년에는 더 이상 운전하기가 어려우실테니까, 어머니, 아버지, 장인, 장모, 여기에 애들 둘까지, 우와.. 사고 싶은 차는 아반떼 n 수동, 나만 생각하면 딱 이 정도면 충분한데. 그랬는데 전기차 한 달 정도 운전해보니까, 200마력이든 300마력이든, 전기차 앞에서는 다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력이 상대가 안 된다. 근데 좀 비싸다. 

부산을 배경으로 이승만에 대한 얘기를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마음 먹자마자 바로 코로나 사태라, 부산에는 별로 가지도 못 했다. 이것저것 생각만하고 줏어담지 못한 것들이 많다. 여력이 되면 이 얘기도 마무리할 생각은 있는데, 모닝으로 부산 왔다갔다 하기는 좀 무리일 것 같다. 

이제 내가 움직여봐야 길어야 10년이다. 50권까지는 일단 쓰기로 했는데, 그것도 2~3년 내에 마무리될 것 같다. 그 뒤에는 뭐하고 살지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다. 그렇게 멀리까지는 생각하기 어렵고, 일단 하기로 한 것부터 무난히 마무리하는 게 소원이다. 책이 점점 더 인기가 없어지면서, 책 쓰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맞춰야 할 것도 많아지고. 

토요일부터 일주일간 스위스에 간다. 그 기간에 끼어 있는 칼럼도 미리 써놓아야하고, 이것저것 할 일들이 많은데, 꼭 이럴 때면 잡생각이 더 많이 난다. 사실 꼭 읽어야 할 책도 한 권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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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버..

잠시 생각을 2021. 10. 11. 14:22

이재명 당선은 끝난 게임인데, 자구 해석을 놓고 뒤늦게 일전불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정치만큼 이기고 지는 것이 승패가 명확하면서도 또 길게 보면 불투명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룰은 룰 아니겠나 싶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14651.html?_fr=mt1 

 

이낙연 쪽 “이재명 49.32% 득표, 결선투표에 모든 방법 동원”

“부정선거 의도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지도부 압박송영길, 추천서 공식 수여 언급하며 ‘수용 불가’ 입장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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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린이들 메모 2021. 10. 10. 22:55

 

둘째는 생일날 갑자기 기관지염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 안 해도 되는 상황이기는 한데, 잘 못하면 폐렴으로 넘어갈 수도 있어서 병원에서 입원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졸지에 3박4일,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뒤늦게 부모님이 둘째 생일이라고 집에 오셨다. 마침 얼마 전에 맛탱이 간 카메라를 새로 수리하고 온 뒤라서. 간만에 50미리 렌즈 들고. 

요즘은 가끔 부모님 사진을 찍는다. 이게 좀 그런 생각일지도 몰라도, 언제 영정 사진이 필요할지도 몰라서. 가급적이면 밝게 웃으시는 모습 같은 게 있으면 멀찍이서 찍어두려고 한다. 손자들 노는 거 볼 때 아니면 웃을 일도 거의 없으신 양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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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 에필로그도 새로 썼다. 여름에 끝날 줄 알았던 일이 결국 10월 들어와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어지간해서는 책 쓰면서 힘들었던 얘기는 잘 안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핵핵..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쓰면서 원고 돌리다 보니까, 좌파라는 얘기가 아무도 안 좋아하는 얘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반응이 영.. 이런 걸 뭐하러 쓰느냐, 이런 얘기가 기반이다. 이래저래 내 얘기는 중간에 많이 날렸는데, 그래도 여기저기 맥락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다 보니까 총분량은 늘어났다. 

인기가 있는 주제는 원고를 미리 돌려보면, 자기한테 재미가 있던 부분 중심으로 얘기들을 한다. 그런데 인기가 없는 주제는 재미가 없는 부분 중심으로 얘기를 한다. 하나만 재밌어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과 하나만 재미가 없어도 재미가 없다고 하는 것, 기본적으로는 주제가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에 달린 문제다. 팔리는 것은 또 그것과는 크게 상관은 없고. 

좌파는 인기가 없는 정도를 넘어서, 보고 싶지 않은 대표적인 주제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렇다. 그래도 꼭 쓰고 싶어진 것은, 나는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다. 그렇다고 편한 길만 갈 수는 없고.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 좀 귀찮고 힘든 것도 잘 피해가지 않게 된다. 재밌고 인기 있는 주제 몇 개 더 잡아서 책 몇 권을 쓴다고 해서, 그게 내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지금 와서 빅히트 책을 쓴다고 해서 더 영광스럽지도 않고, 그게 꼭 필요하지도 않다. 인기는 잠시 있다가 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얘기 혹은 꼭 필요한 얘기를 하기에도 남은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 그럴 거면 곤란한 주제라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걸 다루는 게 나을 것 같은. 

몇 주 전에 에필로그는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로 제목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쓰기 전에 찾아보니까 장석준이 그 제목으로 벌써 몇 년 전에 책을 냈다. 그리고 망.. 사람 생각하는 게 더 거기서 거기다. 그래도 조금 버전을 바꾸어서 AI 버전으로 에필로그를 썼다. 이래도 망, 저래도 망이면,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낫겠다 싶은. 

뒷부분의 절 제목 하나가 ‘조선의 마지막 빨갱이’다. 몇 년 전부터 그런 별명이 생겼다. 뒤에서야 어떻게 얘기할지 몰라도 공식적으로 좌파라고 하는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그런 별명이 다.. 개인적 삶에서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것도 다 운명이겠거니 하고 살아간다. 

아마 나의 나머지 삶은 완전히 좌파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사회 한 쪽 구석에 고립되고 처박힌다는 얘기이기는 한데, 딱히 뭔가 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렇게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깃발을 들고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나 같은 삶이 이런 때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냥 좌표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삶, 나는 그런 걸 참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중간에 둘째가 입원을 하기도 하고. 좌파 얘기를 하다보니 중압감이 너무 강해서 10년 넘게 처박아 두었던 오디오를 꺼냈다. 고칠 거 고치고, 손 볼 거 손 보고.. 한 여름에 앰프 들고 용산 왔다갔다 하면서 생노동을 했다. 그만큼 이게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걸 전부 술 마시면서 버티려고 하면, 몸이 먼저 뒤질 것 같고.. 무슨 엄청난 얘기 하는 것도 아닌데, 정신적으로 너무 중압감을 느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약 빠는 심정이 뭔지 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고. 

겨울까지는 밀린 일들 처리할 게 너무 많다. 좌파 에세이 쓴다고 전부 뒤로 밀려서, 큰 작업들 몇 개가 있는 데도 겨울까지 왔다. 내년 초에는 도서관 경제학 작업에 드디어 들어간다. 겨울에 필라델피아 갔다오는 정도라도 처리했으면 한다. 

계획을 세우면 뭘 하나, 제대로 지켜지는 계획이 최근에는 거의 없는데..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는지, 내가 짠 일정도 제대로 못 맞춘다. 10년 전에는 어쨌든 일정보다 먼저 끝내고 중간에 다른 일도 좀 더 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애들 키우다 보니까 그런지, 순발력도 별로 없고. 

그래도 마무리 짓는 게 어디냐, 그런 소박한 기쁨이라도 누리면서 살려고 한다. 

<매운 일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그런 에세이를 쓰면서 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쓴 적이 있다. 사실 그렇다. 잘 알지도 못 하는 독자 반응을 생각하면서 고치고 또 고치면서,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결국 마무리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재밌게 잘 고치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마무리는 지을 수 있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안 믿었지는 게 나 자신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만을 믿을 수 있다고 하기도 하는데, 나는 도저히 나를 못 믿겠고, 내 판단도 잘 못 믿겠다. 그래도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순간에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점집에 가서 물어볼 수는 없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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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은 책도 재밌게 읽었고, 신문에 서평도 썼었다. 그가 정치를 하기로 했다고 했을 때, 그래도 잘 하기를 기원했다. 국민의힘으로 간다고 발표가 났을 때에도,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최고위원 나왔을 때에는 좀 그랬다. 누구를 위해서 왜 정치를 하는지는 사라지고, 보여주기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그랬다.

고발장 사건으로 녹취록이 복원되면서, 정치인으로서 김웅은 이제 끝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런 양아치짓을 했을까 싶다. 책이 거짓인가, 그의 삶의 거짓인가?

마음이 잠시 심난해져서, 간만에 칼라스의 아리아들을 틀었다. 푸치니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흘러나온다. 나는 김웅의 책과 글들을 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 권의 짧은 단상만을 남기고 흘러갈 것 같다.

서글프다. 아디오스, 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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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병원에서 세 밤 자고 퇴원했다. 지난 주 화요일에 기침 너무 해서 학교 보건실에 있다가 조퇴한 다음, 일주일 동안 아팠다. 내일은 병원에서 학교 가도 된다고 한다. 심심해서 학교 가고 싶단다. 지금은 집에서 밀린 숙제하는 중이다.  

나야말로 일이 너무 밀려서 돌아버리기 직전이다. 아내도 엄청 일이 밀렸다.. 

큰 애를 주로 내가 집에 데리고 있었는데, 집에 있는 동안 며칠 동안 계속 밥 해서 먹였다. 애가 둘이면, 병원에 입원해도 양쪽으로 뭔가 해야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둘째도 이제 많이 커서, 예전에 아프고 입원하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만나는 정말로 아픈 친구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별 거 아니다. 

간만의 연휴였는데, 둘째 입원하는 통에 며칠이 후딱 지나갔다. 사는 게, 계산대로 되지는 않는다. 어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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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에서 잠시 보는 동안에도 열심히 노는 큰 애와 둘째. 집에서는 틈만 나면 싸우는데, 그래도 안 보니까 보고 싶다고들 울었다. 날씨가 아주 화창해서, 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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