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에세이는 이전의 내 인생과 이후의 내 인생을 가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은 쪽은 아니다. 무난하고 크게 별 탈 없는 게 내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좌판데요”, 하는 순간 머뭇거리는 상대 반응을 금방 확인하게 된다. 상대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하다. 적당히 진보라고 하면 아무 일도 없는 상황에서, 텐션 확 올라간다. 그냥 그렇게, 서로 긴장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 평생을 살았던 것 같다. 나야 이렇게 살다가 한 인생 가도 그만이지만, 그게 꼭 좋은 것인가 싶었다. 

그래서 좌파는 한국에서 소수자다. 

어느 매체에서 글을 써달라고 해서, 좌파라는 키워드로 하겠다고 했더니, 회의를 해봐야 한다고 한다. 최근에 그런 반응이 많았다. 어색함과 불편함, 두 가지 모두 일 것 같다.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런 게 싫다. 그냥 밥이나 먹고 한 세상 살았다, 그렇게 나중에 말하는 게 싫다. 

원고를 읽은 사람들 반응은 어렵다, 대충 그렇다. 출판사랑 상의를 많이 했는데, 어려운 건 아니고, 익숙하지 않고 이질적인 것.. 아닐까 싶다. 진보로 얘기를 푸는 경우는 많지만, 좌파로 얘기를 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질적이고 불편한 것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어쨌든 내 얘기는 많이 덜어내고, 분량을 좀 더 확보해서, 이 정도는 알겠지 싶은 것에도 설명을 좀 더 길게 달았다. 

뒷부분은 고칠 게 많지 않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던 것들인데, 꼭 좌파랑 연결하지 않더라도 재밌는 얘기들이다. 이 뒷부분을 아예 앞으로 빼고, 좌파 얘기는 날리면 좀 더 많이 보지 않겠느냐는 얘기들도 있었는데.. 그러면 책을 쓸 필요가 없는 거고. 

하여간 그럭저럭 이제 거이 마무리 단계다. 누가 볼지, 그것까지는 이제 잘 모르겠다. 작은 출판사에서 소박하게 준비하는 거라서, 마케팅 같은 건 잘 모르겠고. 

전체적으로 책을 고치면서 들었던 생각이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라는 단어다. 이걸 키워드로 에플로그를 새로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것은 후반부 흐름 그대로 간 건데, 무난하기는 하지만 확 꺾는 맛이 없다. 지금까지 이랬다는 내용보다는 앞으로는 이렇다, 그렇게 좀 더 미래지향적인 얘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싶어졌다. 

원래 제목은 좀 달랐지만, 지금은 제목이 <좌파 상실의 시대>로 확정이 되었다. 이래저래 에필로그가 이 제목 분위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기왕 고생하는 김에 새로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편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이래저래 긴장할 일이 많았고, 매번 승부 같은 결정 앞에 한 평생을 서 있었던 것 같다. 말년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하던 거나 슬슬 마무리하면서 적당히 내려놓고, 그렇게 잔소리나 하는 뒷편에 서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았는데.

밋밋한 건 또 내가 참기가 어렵다. 하나마나한 소리는 이제 내가 지겨워서 계속 하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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