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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9.22 안녕, 이인표.. 1
  2. 2022.09.21 나도 정부의 재정준칙에 대해서 반대한다.. 2
  3. 2022.09.21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택.. 3
  4. 2022.09.18 둘째, 병원에서..
  5. 2022.09.17 둘째 병원 점심..
  6. 2022.09.17 병실에서 돌아와서.. 1
  7. 2022.09.16 둘째 입원.. 1
  8. 2022.09.09 세브란스 병원 주4일제.. 3
  9. 2022.09.09 윤석열 정부 1년차 예산.. 1
  10. 2022.09.08 사랑이란.. 1

 

개그맨 김학도와 한참 방송하던 시절, 같이 어울리던 친구 한 명이 이인표였다. 재주가 너무 아까운 친구였다. 책을 출간할 수 있게 주선을 했던 적도 있었다. 김학도랑 셋이 같이 술 마시러 다니던 시절, 그때만 해도 나는 아직 젊었었다.


암 치료 시작한다는 얘기를 몇 년 전에 들었고, 조만간 한 번 보자고 했는데..


오늘 부고장이 왔다. 


마음 속에 또 한 명의 친구를 묻는다. 이제 51세인데, 고생만 하다가 한 번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그 환한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한데.

안녕, 이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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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오늘 학교 갔다가 숨쉬는 게 어려워서 바로 집으로 왔다. 퇴원은 해도,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한참 걸린다. 지난 가을에도 둘째는 학교 가다 말다 했다. 갔다가 조퇴하는 날도 많았다. 약간은 꾀병도 있고, 진짜 아픈 때도 있고, 그런 걸로 알고 있다. 

나도 이것저것 일정을 짜기는 하는데, 아이가 아프면 짜나마나다. 지난 가을에는 둘째가 아팠고, 둘째가 좀 괜찮아질 즈음에서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겨울에 얄짤 없이 병실에서.. 그후로는 어머니 치매가 심해지셔서, 건보 홈페이지에 매달리면서 등급 받고, 긴급 돌봄 시작하고. 그리고는 애들 방학. 지옥의 두 달 간을 보내고, 가을 되니까 둘째 입원.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일이 밀려있나 보니까, 1년 가까이 이렇게 지냈다. 도저히 시간 관리가 어려워서 학교도 그만두었다. 학교에까지 시간을 쓰면, 돌아버릴 것 같았다.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박사 코스웍 끝나고 논문 코스 들어갈 때 지도 교수가 명예교수 전환이 안 되었다. 학교 앞 바에서 지도교수가 맥주 한 잔을 사주면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보수 총리가 들어오면서 좌파 교수들 밀어내기 같은 것을 하게 되었는데, 신체 검사가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대학원 수업을 조금 더 듣고, 박사 학위 세 개를 동시에 받는 걸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게 좀 어렵게 되었다. 그때 처음 들은 얘기였는데, 국가 장학금이 원래 나에게 오게 되었는데, 심사 시준이 국적자 기준으로 바뀌면서 그것도 어렵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사 과정 등록이 바로 다음 달이었는데, 생각하지 않던 혼동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개인적 삶도 아주 어렵던 시기였다. 학위 등록이 안 되면 당장 체류증부터 곤란해진다. 지도 교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당장 대학 등록도 하기가 어렵다. 맨날 이거 안 해준다, 저거 안 해준다, 싸우기만 하던 학과 사무실을 찾아갔다. 나는 지도교수 찾을 때까지는 불법 체류하다가, 그게 되면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입학 가는 걸로 해서 그렇게 체류증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근데 학과 사무실에서 그냥 박사 코스웍 1년 더 다니는 걸로 처리해주었다. 도장 꽝 찍은 학생증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게 되었다. 통합 박사 학위는 포기했고, 그냥 경제학 학위 하나만 받는 걸로 처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천재가 등장했다고 하던 나의 박사 학위는 아주 평범한 것이 되었다. 국가 장학금이 사라졌고, 나는 가끔 식당에서 서빙하는 알바를 하게 되었다. 

2안으로 화폐 경제학으로 논문 쓰는 걸 생각했었는데, 결국 너무 무서워서 포기했다. 현실을 생각해서 생태 경제학으로 논문 주제를 바꾸었고, 우여곡절 끝에 파리 7대학 조교수와 하게 되었다. 

그 기간이 힘들었다고 하면,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변화도 컸고, 건강도 별로였고, 돈도 달랑달랑했다. 슈퍼에서 떨이로 파는 감자를 박스째 사와서, 한 달 정도 버틸 각오를 했었다. 한 달 먹을 정도의 감자를 사다 놓기는 했는데, 식당에서 서빙하는 알바가 금방 구해져서 사실 한 달씩 감자만 먹어야 할 정도가 되지는 않았다. 결국 통합 학위를 포기하는 대신, 학위는 더 일찍 끝나게 되었다. 다른 수업들은 안 하고, 경제학만 하게 되었으니.. 논문 초기에는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고생을 좀 하기는 했는데, 논문 과정 들어가기 전 1년 간 붕 떠 있던 기간에는 참 힘들었다. 

그 뒤로도 속상한 순간이나 힘든 순간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닌데, 그때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하는 일도 불투명하고, 빨리 방향을 잡아야 했고, 사는 것도 어려웠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힘들었다. 그때 알레르기성 천식이 왔었다. 도서관에 긴 시간을 있다보니 오래 된 책 먼지를 많이 접해야했고. 몸도 힘들었고. 

아주 어렸을 때 딱 한 번 죽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호흡기 문제였다고 들었다. 아주 어린 시절의 일이다. 동생 한 명은 실제로 그렇게 죽었다. 그 후로는 큰 문제 없이 평생을 살았다. 둘째의 호흡기 질환은 나한테 간 것일 수도 있다. 

지금도 그렇게 편한 시기는 아니고, 나한테 뭐 좀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잔뜩 밀려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예전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그냥 시간 관리하기가 좀 어려울 뿐이다. 

내년까지만 하면 둘째도 이제 혼자서 학교 갔다왔다 할 정도는 된다. 이제 1년 약간 더 남은 건데, 시간이 좀 되다. 

이 며칠 동안에도 겨울에 있어야 할 일 몇 가지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뭘 더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덜 못 하는 게 중요한 순간이 있다. 지금은 최선을 다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결정들을 내린다. 그리고 문득.. 난 내 삶의 대부분의 시간, 늘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결정들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결정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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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둘째가 퇴원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별 일 없이 무사히 폐기능이 퇴원 가능할 정도로 좋아진 이후에 마음은 좀 편해졌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성동일 대사, “미안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사실 그렇다. 맨날 미안하다. 그리고 둘째 입원할 때마다 집에서 혼자 있게 되는 큰 애한테도 미안하고. 

오늘은 점심 때 큰 애 데리고 병원 갔다가, 오후에 다시 데리고 와서 구청에서 하는 축구 교실에 데리고 갔다. 지금이라도 더 일상에 가깝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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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점심 시간. 고등어 나왔는데, 폭식 모드. 내 거까지 줬다.

고대 구내식은 정말 아주 오래 전, 학력고사 끝나고 고대 법대 원서 넣을지 알아볼 때 장국밥 먹어보고는 처음이다. 그때 고대 법대 갔으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잠시 생각. 고대 앞에서 술은 엄청 처먹었는데, 안에서 먹을 일이 별로.

둘째는 폐기능이 많이 올라와서 내일은 퇴원한다. 전에 있던 병원은 일요일날 원무과가 열지 않아서 일요일 퇴원이 없던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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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부터 둘째 병실에 있다가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있으면 하는 것에 비해서는 많이 피곤하다. 나만 그런가? 아버지 쓰러지셨을 때에는 나도 별의별 희한한 병이 다 생겼었다. 아마 그때쯤 검사 받았으면 “바로 입원”, 그랬을 것 같은데.. 지금도 여러가지로 상태 안 좋다. 조신하게 지내는 중이다. 

집에 와보니까 토론회 발제 부탁이 몇 개 와있다. 모른 척 하기는 좀 그런 것들이라, 어지간해서는 해주고 싶은데.. 내가 그럴 여건이 안 된다.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면 큰 애가 아주 외로워 한다. 혼자 집에 있게 되거나, 내가 있더라도 밀린 일들 급히 처리하느라고 뭔가 같이 놀아줄 형편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병원 면회도 없고,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애 둘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집에 와서 뭔가 질척질척한 음악을 듣고 싶어서 크림의 앨범을 틀었는데, 이 밤에는 뭔가 좀 아니다 싶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으로 지미 핸드릭스를 틀었는데, 역시 좀 아닌 듯 싶다. 결국 그냥 손에 잡히는 추천곡 대충 아무 거나 틀었는데, “Dinner Classical Music”이라는 이름의 옴니버스 앨범. 호텔에서 저녁 먹을 때 나오는 것 같은 음악. 별 테마도 없고, 공통점도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듣기에는 그냥 무난.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서 코로나와 관련된 원고를 지금 써야 하는데, 내내 병실에서 둘째랑 이것저것 놀아주다가 왔더니, 마음이 잘 안 잡힌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다 보면, 언제 다 나을까, 아니 언제 퇴원할 수 있을까, 얘하고 뭘 하고 놀아줘야 시간이 잘 갈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신경이 나름 곤두서는지도 모른다. 시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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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호흡이 안 좋던 둘째는 결국 급성 천식으로 입원했다. 증상 자체는 조금 치료하면 금방 나아지기는 할 건데, 해마다 이맘 때면 결국 폐렴으로 입원한 전력이 있어..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입원했다. 응급실 찾고, 결국 다른 병원으로 입원하느라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호흡기가 약했다. 세 살 때 몇 달 사이에 폐렴으로 계속 입원을 했다. 결국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애들 보기 시작했다. 내 삶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큰 애가 있어서, 둘 다 병원에 매달리기는 어렵다. 교대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둘째 입원한 첫 날, 집에서 밀린 빨래를 하고, 또 밀린 설거지를 한다. 둘째가 며칠 학교 못 가면서, 이래저래 밀린 것들이 많다. 내일 낮에 아내랑 교대를 할 건데, 그래도 집이 조금은 산뜻했으면 한다. 

애들 키우다 보면, 감정이 평탄해진다. 통계 처리할 때 normalization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감정에 대해서도 벌어지는 것 같다. 뭐 하나 벌어질 때마다 어울렁 더울렁하면, 주변 사람들이 견디기 너무 힘들다. 우선은 내가 힘들다. 어떻게 보면 감정이 좀 밋밋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입원했던 병원은 밥이 괜찮았다. 둘째는 ‘맛집’이라고 좋아했다. 며칠 입원하고 살 왕창 쪄서 나왔다. 이번에 입원한 병원은 밥이 어떨지 모르겠다. 응급실과 입원실에 자리가 없어서, 겨우겨우 갔다. 

둘째 입원하면 이제 진짜 가을이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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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주4일제. 


죽어라고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노동 시간은 더 많이 줄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더 많이 생기는 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나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결국은 내가 생각하는 미래로 갈 것이라고 본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9090300105?fbclid=IwAR1-hklfl3rOuIctTsP_xlBzdya7OJPo0xnLl47AYMGIr7oVkwPogboSKzs 

 

[세상읽기]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그 ‘시간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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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차, 복지는 말로만 했고, 대기업 감세는 실제로 했다. 집부자 감세도 우선적으로 했고.. 공정성을 높인다고 공공성을 줄이는 일을 매우 열심히 하는 중이다. 이렇게 2~3년만 더 하면 나라 거덜나게 생겼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9090300005

 

[최현수의 사람을 생각하는 정책] ‘약자 예산’ 축소…소리만 요란한 ‘윤석열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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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시절, 매주 나꼽살을 녹음하고, 아주 바쁘게 살았다. 좋은 세상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도 건강이 별로였는데, 그냥 이를 악물고, 이런 시대는 곤란하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런 어느 날, 그때 살던 집 마당에 고양이들이 태어났고, 식구를 이루고 살기 시작했다. 결국 열 마리 넘는 고양이들을 돌보게 되었다. 고양이들은 계속 태어났고, 며칠이면 몇 마리는 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그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또 새로운 고양이가 태어나고는 했다. 

시간은 MB 후반기로 향했고,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으로 모양을 바꾸어 한참 추진되던 그런 시점이었다. 그때 나를 가득 채운 감정이 증오라는 생각을 했다. 증오하고, 또 증오하고, 그렇게 과연 세상이 좋아질까, 그런 질문을 문득 했다. 조국 선배랑 일을 하기 시작한 것도 대략 그 시점 언제였던 것 같다. 

대선에서는 박근혜가 이겼다. 그때부터 몇 년간, 문재인과 아주 뜨거운 몇 년간을 보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세균이 국회의장이 될 즈음부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뭔가 해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냥 애들 보면서 이제는 단촐하게 집에서 살던 고양이 한 마리만 남게 된 후, 더 이상 더 많은 고양이를 돌보지는 않게 되었다. 전세로 살던 이전 집은 마당이 아주 크고 넓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동네에 민원도 너무 많았었다. 

이재명과는 성남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 시절에도 일을 같이 했었다.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 초반에 곤란한 문제들에 그가 부딪혔을 때, 좀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혼동스럽던 시절, 도와준 적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일일 뿐이다. 

나의 40대는 뜨겁게 지나갔지만, 어떻게 보면 증오 속에서 지나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좌파 에세이를 쓰면서, 혼동스럽던 나의 삶도 한 번은 정리가 되었다. 한국에서 좌파에게 주어진 자리는 거의 없거나, 아주 희박하다. 그냥 그렇게, 밥이나 먹고 살다가 죽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지키고 싶은 것, 도서관이나 지역 경제, 그런 얘기들을 조그맣게 해보려고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다양성의 시대이고, 사람들이 조금은 더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삼각형을 그려 놓고 그 꼭지점을 향해서 모두가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사회, 그건 지옥과도 같다. 마름모꼴 사회가 쉽게 얘기하면 중산층이 많은 사회인데, 삼각형 사회보다는 이 사회가 긴장도가 조금 더 낮다. IMF 경제 위기를 경계로, 한국은 매우 빠르게 삼각형 사회로 전환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환 과정 속에서 온갖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진다. 

초기 자본주의는 철저한 피라미드 즉 삼각형 사회였는데, 자본주의가 변화하고 또 적응하면서 마름모꼴 사회를 만들었다. 한국 자본주의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가서, 연령 구조에서 극단적인 역 마름모꼴 형태로 가는 중이다. 농가들이 먼저 만난 이 현상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 문제에 해법이 없을까? 기술적 해법이 없지는 않겠지만, 사회적으로 도달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시스템의 의사 결정, 이건 어려운 일이다. 대중의 결정을 민주주의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이게 반드시 옵티멈으로 도달한다는 보장은 없고, 장기적으로 그게 꼭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가 의사 결정을 독점으로 가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않는 것은, 소수 독점에 의한 사회적 비용이 결국 더 크게 되기 때문이다. 

<솔로 계급의 경제학>을 쓰면서 다른 조건은 다 같고 내가 만약 지금 여대생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그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지금 20세 여대생이라면 나도 결혼하지 않는 편을 선택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오늘부터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나는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성격과 조건은 다 똑같고, 사회적 조건만 바꾼 상황에서의 질문이다. 그 시절에도 짝사랑만 하고 연애는 거의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대학교 3학년 때 서울민중연합, 서민련의 반상근 간사가 되면서 내 인생은 전혀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 지금도 그런 선택을 할 것일 것?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자본론>은 읽었을 것 같다. 20대 내내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으니까 아마 그건 나의 개성이 아닐까 싶다.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면서,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사랑, 여전히 미래에 대한 중요한 고민이다. 

아내랑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새만금 방조제에 올라가기 전에 삭발을 했을 때였다. 아마 지금 대학생이라도, 그렇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 과감히 움직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책은 여전히 많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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