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한 번도 춘천을 못 가본 둘째한테 춘천에 데리고 간다고 약속을 했었다. 개학하는 주에 춘천에 가서 하루 자고 왔다. 

춘천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은 고등학교 때 읽은 한수산의 에세이집에서 처음 봤다. 뭔가 이국적이고, 멜랑콜리한 느낌 같은 것을 받았었다. 춘천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한수산의 문장이 좋았던 것인지, 사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 전에 내가 읽었던 한국 작가들의 문장은 사투리가 많이 섞인 걸죽한 문장이거나, 좀 거칠다 싶은 직선형 아니 남성형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한수산의 문장은, 좀 충격적이었다. 왠지 도시적이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게 춘천에 대한 판타직 같은 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춘천에 참 많이 갔었다. 일부러 놀러간 적은 없고, 대부분 일 때문에 갔다. 특히 시민단체 관련된 일들로 많이 갔었던 것 같다. 최문순 인터뷰 등 방송 때문에 간 것도 여러 번이고. 일부러 놀러간 게 아니라서 자고 올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가? 춘천에 대한 기억은 돌아오면서 서울 근처부터 엄청나게 길이 막혀서 돌아오고 나면 피곤한 기억들이. 

시인 최영미가 춘천 살이에 대한 즐거움을 얘기할 때, 그게 그렇게 좋을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좀 했었다. 어느덧 50 중반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도 생겼는데, 춘천은 내가 딱 바라는 그런 도시는 아닌 것 같다. 이사 가서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는 않는다. 

전임 시장과는 이런 저런 인연이 많았고, 특히 시장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막상 그 기간 동안에 만날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춘천은 어떤 도시일까, 혹은 어떤 도시가 되는 것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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