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부터 둘째 병실에 있다가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있으면 하는 것에 비해서는 많이 피곤하다. 나만 그런가? 아버지 쓰러지셨을 때에는 나도 별의별 희한한 병이 다 생겼었다. 아마 그때쯤 검사 받았으면 “바로 입원”, 그랬을 것 같은데.. 지금도 여러가지로 상태 안 좋다. 조신하게 지내는 중이다. 

집에 와보니까 토론회 발제 부탁이 몇 개 와있다. 모른 척 하기는 좀 그런 것들이라, 어지간해서는 해주고 싶은데.. 내가 그럴 여건이 안 된다.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면 큰 애가 아주 외로워 한다. 혼자 집에 있게 되거나, 내가 있더라도 밀린 일들 급히 처리하느라고 뭔가 같이 놀아줄 형편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병원 면회도 없고,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애 둘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집에 와서 뭔가 질척질척한 음악을 듣고 싶어서 크림의 앨범을 틀었는데, 이 밤에는 뭔가 좀 아니다 싶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으로 지미 핸드릭스를 틀었는데, 역시 좀 아닌 듯 싶다. 결국 그냥 손에 잡히는 추천곡 대충 아무 거나 틀었는데, “Dinner Classical Music”이라는 이름의 옴니버스 앨범. 호텔에서 저녁 먹을 때 나오는 것 같은 음악. 별 테마도 없고, 공통점도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듣기에는 그냥 무난.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서 코로나와 관련된 원고를 지금 써야 하는데, 내내 병실에서 둘째랑 이것저것 놀아주다가 왔더니, 마음이 잘 안 잡힌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다 보면, 언제 다 나을까, 아니 언제 퇴원할 수 있을까, 얘하고 뭘 하고 놀아줘야 시간이 잘 갈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신경이 나름 곤두서는지도 모른다. 시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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