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절, 매주 나꼽살을 녹음하고, 아주 바쁘게 살았다. 좋은 세상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도 건강이 별로였는데, 그냥 이를 악물고, 이런 시대는 곤란하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런 어느 날, 그때 살던 집 마당에 고양이들이 태어났고, 식구를 이루고 살기 시작했다. 결국 열 마리 넘는 고양이들을 돌보게 되었다. 고양이들은 계속 태어났고, 며칠이면 몇 마리는 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그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또 새로운 고양이가 태어나고는 했다. 

시간은 MB 후반기로 향했고,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으로 모양을 바꾸어 한참 추진되던 그런 시점이었다. 그때 나를 가득 채운 감정이 증오라는 생각을 했다. 증오하고, 또 증오하고, 그렇게 과연 세상이 좋아질까, 그런 질문을 문득 했다. 조국 선배랑 일을 하기 시작한 것도 대략 그 시점 언제였던 것 같다. 

대선에서는 박근혜가 이겼다. 그때부터 몇 년간, 문재인과 아주 뜨거운 몇 년간을 보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세균이 국회의장이 될 즈음부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뭔가 해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냥 애들 보면서 이제는 단촐하게 집에서 살던 고양이 한 마리만 남게 된 후, 더 이상 더 많은 고양이를 돌보지는 않게 되었다. 전세로 살던 이전 집은 마당이 아주 크고 넓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동네에 민원도 너무 많았었다. 

이재명과는 성남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 시절에도 일을 같이 했었다.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 초반에 곤란한 문제들에 그가 부딪혔을 때, 좀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혼동스럽던 시절, 도와준 적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일일 뿐이다. 

나의 40대는 뜨겁게 지나갔지만, 어떻게 보면 증오 속에서 지나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좌파 에세이를 쓰면서, 혼동스럽던 나의 삶도 한 번은 정리가 되었다. 한국에서 좌파에게 주어진 자리는 거의 없거나, 아주 희박하다. 그냥 그렇게, 밥이나 먹고 살다가 죽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지키고 싶은 것, 도서관이나 지역 경제, 그런 얘기들을 조그맣게 해보려고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다양성의 시대이고, 사람들이 조금은 더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삼각형을 그려 놓고 그 꼭지점을 향해서 모두가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사회, 그건 지옥과도 같다. 마름모꼴 사회가 쉽게 얘기하면 중산층이 많은 사회인데, 삼각형 사회보다는 이 사회가 긴장도가 조금 더 낮다. IMF 경제 위기를 경계로, 한국은 매우 빠르게 삼각형 사회로 전환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환 과정 속에서 온갖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진다. 

초기 자본주의는 철저한 피라미드 즉 삼각형 사회였는데, 자본주의가 변화하고 또 적응하면서 마름모꼴 사회를 만들었다. 한국 자본주의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가서, 연령 구조에서 극단적인 역 마름모꼴 형태로 가는 중이다. 농가들이 먼저 만난 이 현상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 문제에 해법이 없을까? 기술적 해법이 없지는 않겠지만, 사회적으로 도달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시스템의 의사 결정, 이건 어려운 일이다. 대중의 결정을 민주주의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이게 반드시 옵티멈으로 도달한다는 보장은 없고, 장기적으로 그게 꼭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가 의사 결정을 독점으로 가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않는 것은, 소수 독점에 의한 사회적 비용이 결국 더 크게 되기 때문이다. 

<솔로 계급의 경제학>을 쓰면서 다른 조건은 다 같고 내가 만약 지금 여대생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그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지금 20세 여대생이라면 나도 결혼하지 않는 편을 선택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오늘부터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나는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성격과 조건은 다 똑같고, 사회적 조건만 바꾼 상황에서의 질문이다. 그 시절에도 짝사랑만 하고 연애는 거의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대학교 3학년 때 서울민중연합, 서민련의 반상근 간사가 되면서 내 인생은 전혀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 지금도 그런 선택을 할 것일 것?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자본론>은 읽었을 것 같다. 20대 내내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으니까 아마 그건 나의 개성이 아닐까 싶다.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면서,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사랑, 여전히 미래에 대한 중요한 고민이다. 

아내랑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새만금 방조제에 올라가기 전에 삭발을 했을 때였다. 아마 지금 대학생이라도, 그렇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 과감히 움직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책은 여전히 많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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