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차는 의견이 분분해서 잠시 방치했다가, 결국 지난 주에 폐차 처분했다. 디젤 차라서 누가 딱히 탈 사람도 없고. 처분이 늦었다고 벌금 27만 원 나왔다. 나머지는 6개월 기한인데, 망자의 폐차 처분은 또 왜 이리 짧은 건지. 

올해 갑자기 집에 개미가 많아져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별 소용 없어서 결국 세스코 불렀다. 57만 원.. 개미들도 협조 안 해준다. 

나는 하는 게 거의 없는데, 그냥 여기저기 돈 나가는 게, 진짜 손가락에서 백사장 모래가 흘러내리는 것 같다. 

괜히 돈 나는 것만 생각하다가.. 이게 할 일 없는 사람이 괜히 신경을 긁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애들하고 특식으로 먹기 위해서 양갈비 주문했다. 양고기는 안 먹는 사람은 아주 안 먹는데, 나는 적당히 잘 먹는 편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틈틈이 양고기 해줘서, 잘 먹는다. 기분이 안 좋아질까봐 또 돈을 쓰는 것.. 나의 소심한 보복 소비다. 

며칠 전부터 극장판 스타트렉 7편인 <넥서스>를 보고 있는 중이다. 보복 소비가 끝나고 다시 잠시의 문화 생활. 넥서스는 처음 본 극장판 스타트렉이었는데, 개선문 고몽에서 봤던 기억이다. 커크 선장 때에는 afkn에서 가끔 보던 것이고, 피카디 선장 시절은 볼 기회가 없었다. 

우와.. 엔터프라이즈호가 박살나는 장면은 여기에서 처음 보았다. 충격적이기도 하고,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커크 선장이 마지막이 그리고 진짜 죽음도 나왔다. 여기에서는 감정이 주제였다. 로봇 데이터가 감정 칩을 이식한 후에 벌어지는 상황이 진짜 주제에 대한 가이드 라인과 같은 것이었고.. 원하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넥서스에서 보게 되는 행복,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런 질문들이.. 프로이드는 이걸 ‘소마’라고 불렀다. 인도식 표현. 

똑 같은 주제는 나오고 또 나온다. <매트릭스>에서의 스테이크 장면, 과연 이게 진짜일까? 프로그램으로 재현한다고는 하는데, 느낌만 허상일 뿐더러.. 과연 로봇은 스테이크 맛을 알까, 그런 질문들이 이어지는 신에서 전개된다. 스테이크도 프로그램이지만, 스테이크 맛도 과연 원래의 스테이크 맛이었을까? 넥서스는 이런 질문이다. 결국 커크 선장은 “이건 현실이 아니야”, 그렇게 환상에서 나오기로 하고, 엔터프라이즈 승무원들을 구하고 사라졌더라는 말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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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께서..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 관련해선 "복지 공무원 인원이 부족한 문제는 아니었다"며 "이번에는 지속 점검을 했는데, 위기가구 당사자가 이전하면서 아무 데도 신고하지 않고 옮겨버린 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투병과 생활고로 자살한 수원 세모녀는 2020년 2월 화성시에서 수원시로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총리가 한 얘기는, "신고를 하지 않고 옮겨버린" 걸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는 건보 체납 이후 현장 조사에서 주소지 불명으로 나왔을 때, 경찰 협조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정말로 없었느냐, 그런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알아서 신고를 해야 복지 시스템이 움직이는 우리의 신고주의에 대해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거 아니냐, 그런 논의도 진행 중이다. 


여기다 대고, 공무원 숫자는 충분한데, 자기가 전입신고 안 한 걸 우리보러 어쩌라는 말이냐, 이런 얘기를 총리께서 하신 것이다. 


학부 때 경제학 배우면서 제일 처음 배우는 경구가 알프레드 마셜이 얘기한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라는 말이다. 논리적으로는 최선을 다 해서 생각을 하더라도,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뜨거운 가슴을 잃지 말라.. 이랬다. 학부 1학년 때 수업이 바뀌어도 꽤 많은 시간에서 이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다.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하면, '공감 능력'에 대한 것을 마셜이 얘기했던 것 같다.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대하는 한덕수의 답변을 보면서, 얼척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시스템이 충분히 그걸 따라가지 못해도, 최선을 다 해서 줄이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국회에서 답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2차 세계대전으로 풍지박산이 난 영국이 재건을 하면서 내건 구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였다. 처칠이 주관을 해서 만들어진 비버리지 위원회에서 나온 결과였다. 영국이 전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서", 이런 자세로 폐허에서 새로 나라를 만들지는 않았다. 


내가 꼬꼬마이던 시절, 마셜의 얘기를 가지고 "그런데 만약 차가운 가슴에 뜨거운 머리를 가진 사람"이 되면 어떻게 해, 그렇게 친구들하고 농담하던 게 갑자기 기억이 났다. 


뜨거운 머리는 잘 모르겠지만, 한덕수가 '차가운 가슴'이라는 것을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설명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무조건 송구하고,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게, 정치를 하는 사람 입에서는 공적으로는 무조건 나와야 하는 말이다. 


전입신고를 안 한 걸 왜 공무원 숫자 탓을 하느냐는 총리의 답변.. 이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공감 능력 없는 공인은 mb 이후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설령 자기들끼리는 뒤에서 그렇게 얘기하더라도, 이걸 어떻게 자기 입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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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평화에 관한 소설이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동네 친구 등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경험하였다. 많은 소설들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에 촛점을 두지만, <반지의 제왕>은 자신과 상대한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다. 백색 마법사 사루만도 죽이지 않았고, 웜통도 죽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설이 발표된 후에 아시아 계열 등 비 유럽지역에 대한 인종적 논란에 휩싸인다. 중간계의 인간들에게 "Man of the west"라고 칭하는데, 이게 지나치게 서구 중심의 세계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우론 쪽으로 참전하는 많은 다른 국가들이 코끼리 등 인도와 페르시아 등의 문화 상징이 많았던 것도 이런 비판의 요소가 된다. 


중간계 최후의 보루인 미나스트리스가 전형적인 기사들의 성곽이었던 것, 역사를 만든 유명한 소설인만큼,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이준석이 인용한 "today, we fight"는 영화 반지의 제왕 3편의 마지막 전투에서 나온 대사다. 프로도가 반지를 없애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사우론의 눈을 피해서 달려나가야 하는 순간, 아라곤이 사우론을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전멸 작전 같은 것을 하면서 했던 연설이다. 


전투 장면이 많기는 하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평화에 대한 얘기, 더 근본적으로 악에 대한 얘기이다. 


이 아라곤의 대사가 이준석이 인용하기에 적당한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라곤은 왕의 적통이기는 하지만, 스튜어드가 왕계를 상속하면서 황야에서 악과 싸우던 스트라이더였다. 소설로 따지면, 이준석은 절대 권력을 만드는 데 기여한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이나 힘을 숭상하던 웜통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 내면의 욕망과 악의 관계를 얘기했던 <반지의 제왕>이 이준석의 입을 통하니까,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누구나 톨킨을 인용할 수는 있지만, 이준석은 좀 아닌 것 같다. (영화에서는 아라곤 보다는 요정 레골라스가 훨씬 큰 인기를 끌었는데, 레골라스는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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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의 시대가 이제는 끝나간다. 미국의 연준은 대략 3.5%에서 4.5% 사이 어딘가를 적정 금리로 보는 것 같다. 돈을 빌렸으면 응당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 

아담 스미스 등 고전학파에게 자연 금리라는 개념이 있었다. 특별한 외부 효과가 없는 안정된 균형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 이자율 같은 것..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오랫동안 돈을 빌리면 이자를 어느 정도는 내는 것이 상식이었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는 2008년 이후,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로 금리,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인 상태가 계속 되었다. 돈을 빌리는 것이 별로 무섭지 않은 시대가 전개되었고, 돈을 빌려서 더 많은 수익률을 찾는 것이 개개인의 삶에도 중요하다는 시대가 전개되었다. 

지난 주에 상암동에 있는 누리꿈 스퀘어에 갔었다. 오마이뉴스가 이 건물에 있어서 처음 와봤던 곳이었다. 나중에 ytn과 mbc가 옮겨오면서 상암동 방송가 한 가운데 있는 건물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여기서 밥을 먹게 되었다. 시간상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들렀는데, 맙소사! 문 연, 아니 살아남은 가게가 몇 개 안 된다. 코로나 자가격리 한참 때 홍대 앞에 일부로 조사 차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점심 시간에 연 곳이 몇 군 데 안 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건 휴업이 많았지, 완전 망한 곳은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다. 

코로나 경제의 여파로 아주 긴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과 고이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두 가지 충격이 동시에 오는 것인데, 하나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의 여파다. 또 하나는 장기간 제로 금리가 만들어 놓은 과잉 생산의 위기다. 돈 빌리는 것에 대한 위기가 별로 없으니 재화든 서비스든, 과잉 공급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이게 조절되는 과정이 아주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70년대 석유파동이 경제위기가 되는 과정에서도 과잉 생산이 조건으로 존재했었다. 그 시절과 비슷하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고금리 시절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IMF 경제위기가 끝나고, 21세기로 넘어오면서 한국은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잡은 나라가 되었고, 자본 과잉의 조건이 생겨나면서 이자율도 제로 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늦은 상황이 되었다. 이 시기가 이제 끝나고, 꽤 긴 기간 동안 이어질 적정 금리 – 느끼기에는 고금리 – 상황이 진행될 것 같다. 

그럼 고금리는 얼마나 오래 전개될 것인가? 여기에는 또 다른 장파동이 하나가 변수로 작동한다. 미국의 강달러 정책, 이 기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가, 혹은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갈 것인 것, 그런 또 다른 질문이 같이 있다. 90년대 이후 동구의 붕괴와 함께 형성된 세계화 국면이 전환되는, 그야말로 30년짜리 사이클이 개입하게 된다. 

트럼프의 정치는 많이들 얘기하지만, 경제는 거의 안 보는 것 같다. 트럼프는 외국에 간 기업들 다시 미국으로 오라고 했고,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려고 했다. 이게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오바마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차이점은 오바마는 말만 그렇게 했는데, 트럼프는 흔히 슈퍼 301조라고 불리던 공법 301조 같은 것들을 다시 총동원하다시피 한.. wto, 그딴 건 난 모른다, 그렇게 강압적으로 했다. 그게 지금의 연준의 인플레이션 논쟁의 뿌리에 있다고 본다. 

바이든 역시 그런 ‘제조업 미국’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고금리와 강달러 그리고 풍부한 고용을 제공해줄 제조업 강국, 그런 게 현재의 국제 상황을 만드는 세 축이다. 방향은 다 한 뱡향이다. 다른 나라야 죽든 살든, 미국에 풍부한 일자리를 만드는 “영광의 미국 경제”… 이걸 뭐라고 하겠나? 이 새로운 조건에 살 나라 살고, 죽을 나라 죽고.. 엄청난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마구 찍어대며 약달러 정책을 할 때는 유태인이 장악한 연준 등 음모론도 꽤 나왔었다. 지금 딱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는 중인데, 사실 미국의 힘을 회복하기 위한 음모적 배경도 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음모론 얘기는 거의 안 나온다. 미국이 자기네 상황부터 먼저 챙기겠다는 데야..  

연준의 기준금리 상승이 끝나면 금방 이자율이 내려갈 것 같이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마 적정 금리 혹은 자연이자율 같은 논쟁이 다시 나오게 될 것이다. 고전학파가 만개하던 시절과 비슷한 논의구도가.. 정책적 개입이 없고 평온한 시기, 얼마의 이자율이 과연 자연 이자율인가? 이런 논쟁들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자율을 낮추면 자본주의적이고, 이자율을 올리면 그렇지 않은 것이냐? 아니다. 자본주의의 내부 조절 과정의 연장이다.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화폐 사이의 균형 과정이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고, 여기에 정치가 얹히는 것 아니겠는가?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머지 일들이야 거의 법칙처럼 진행될 것이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국민 경제의 상당 부분이 빚으로 버티는 걸 너무 오래 했다. 이자율이 낮을 때 생겨난 구조인데, 이 정도 극적인 변화가 생기면 내부적으로도 또 다른 흐름이 생겨나게 된다. 

90년대 세계화 국면부터 따지면 그야말로 30년짜리 장파동을 지금부터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이러한 변화를 격발시킨 것이지만, 더욱 더 압축적으로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뿐이지, 어차피 한 번은 생겨났을 변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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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넬라 메도우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의 원형 같은 것이었다. 급작스런 사망 후, 전 남편을 비롯한 로마 클럽 보고서 시절 그의 동료들이 그녀가 하던 작업을 모아서 유고집을 낸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온 결론들을 동북아 관점으로 재해석을 했던 책이 <촌놈들의 제국주의>였다. 이걸 한 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책을 50권째 책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다. 


전쟁은 왜 벌어지는가, 그런 질문을 하게 한 책이 도넬라 메도우의 마지막 책이었던.. 오랜만에 그 시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260300075?fbclid=IwAR1SC8Z5BYPdyMNFW9bTkg2YIg4BzLl1CkEu68537N_m82kKxq49WwSGOEY 

 

[녹색세상] ‘성장의 한계’, 그 후 50년

지금부터 딱 50년 전인 1972년 3월2일, 로마클럽의 유명한 <성장의 한계>가 발표되었다. ...

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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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한 번도 춘천을 못 가본 둘째한테 춘천에 데리고 간다고 약속을 했었다. 개학하는 주에 춘천에 가서 하루 자고 왔다. 

춘천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은 고등학교 때 읽은 한수산의 에세이집에서 처음 봤다. 뭔가 이국적이고, 멜랑콜리한 느낌 같은 것을 받았었다. 춘천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한수산의 문장이 좋았던 것인지, 사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 전에 내가 읽었던 한국 작가들의 문장은 사투리가 많이 섞인 걸죽한 문장이거나, 좀 거칠다 싶은 직선형 아니 남성형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한수산의 문장은, 좀 충격적이었다. 왠지 도시적이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게 춘천에 대한 판타직 같은 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춘천에 참 많이 갔었다. 일부러 놀러간 적은 없고, 대부분 일 때문에 갔다. 특히 시민단체 관련된 일들로 많이 갔었던 것 같다. 최문순 인터뷰 등 방송 때문에 간 것도 여러 번이고. 일부러 놀러간 게 아니라서 자고 올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가? 춘천에 대한 기억은 돌아오면서 서울 근처부터 엄청나게 길이 막혀서 돌아오고 나면 피곤한 기억들이. 

시인 최영미가 춘천 살이에 대한 즐거움을 얘기할 때, 그게 그렇게 좋을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좀 했었다. 어느덧 50 중반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도 생겼는데, 춘천은 내가 딱 바라는 그런 도시는 아닌 것 같다. 이사 가서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는 않는다. 

전임 시장과는 이런 저런 인연이 많았고, 특히 시장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막상 그 기간 동안에 만날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춘천은 어떤 도시일까, 혹은 어떤 도시가 되는 것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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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좀 왔으면 좋겠다", 폭우 때 실언을 한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내린다고 한다. 


실언은 실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걸 윤리적으로 처리하는 게 옳은 것인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적 언어 등 윤리적으로 문제를 삼는 경우가 있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말에 대해서 윤리적으로 제재를 남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품위'와 같은 경계를 설정하기 어려운 일에 대해서 윤리적 징계를 남발하는 것은 운영자의 편의주의다. 


문재인 정부에서 LH 공사에서 어떤 직원이 "그래봐야 나는 잘 먹고 잘 살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 직원을 색출하고 벌을 주어야 한다고 난리였다. 나는 이때도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국민적 감정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한다고 그냥 벌주는 게 맞는가? 대통령 모독을 비롯해서, 의도적으로 우리는 욕도 하고, 농담도 한다. 그런 것을 그냥 윤리적으로 처벌한다고 하면? 


집권 여당에서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윤리적으로 제재를 가한다고 하는 일이 빈번해지면 어떻게 될까? 회사에서 경영에 이익이 되지 않거나 불리한 발언을 했다고 직원을 처벌한다고 할 때, 무슨 근거로 그건 개인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수와 양심을 무슨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나도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말이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매 순간 잔뜩 긴장해서 한 번도 실수가 없는 그런 삶을 살 수는 없다. 인간이 과연 그렇게 매순간 '충일'한 자세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살 수가 있는가? 


그 실수를 이유로 들어 국회의원에게 다음 번 총선에서 공천 심사할 때 벌점을 줄 수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윤리'를 이유로 그걸 제재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반대한다. 


우리 집 일이니까 내 맘대로, 나는 윤리를 그렇게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발언에 대한 윤리적 제재에 반대한다. 


그런 식으로 판단한다면, 대통령과의 대화를 부주의하게 언론에 흘린 권성동은 중징계이고, 그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은 더욱 무거운 윤리적 죄를 지은 것이다. 이 사건도 어이가 없지만, 당사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 행위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는다. 


윤리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법적 행위를 해야지, 윤리가 기분 내키는 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행위를 제재한다고 나서는 것, 그것은 윤리의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실수에 대한 무자비한 통제의 시대를 만들게 된다. 


집권 여당의 윤리 기준은 당 지지율만이 아니라 사회적 윤리의 기준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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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점심은 국수를 주로 먹는다. 몇 달 전까지는 둘째가 국수를 잘 안 먹었는데, 이제는 잔치국수도 잘 먹는다. 

오늘 점심은 황태포 불려서 국수 끓였다. 멸치 육수 내는 게 좀 지겨워졌다. 황태포는 기름에 좀 볶으면 먹을 때 황태가 좀 더 똘똘해진다. 

아이들 둘 다 엄청 면을 많이 줬는데, 둘째는 다른 식구들 식사 끝나고도 한참을 혼자 더 붙어 앉아서 결국 다 먹었다. 며칠 전 도장에서 수영장 갔는데, 간식 이것저것 탓하다가 나한테 많이 혼났다. 둘째는 처음 폐렴 걸려서 입원한 다음부터는 편식이 생겼다. 먹어본 것 아니면 잘 안 먹으려고 한다. 정말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냈다. 큰애랑 싸우다가 혼난 적이 있어도, 둘째만 따로 혼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 애들은 먹고 싶은 거 생기면 나한테 해달라고도 종종 부탁한다. 어지간하게 어려운 거 아니면 보통은 해준다. 스파게티 종류나 양갈비 구이 같은 것들인데,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음식들이다. 

여름방학 지나면서 둘 다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이다. 큰 애는 거의 살 안 쪘었는데, 방학 지나고 코로나 걸리고 나면서 부쩍 살이 쪘다. 전에는 주말마다 동네 운동장 가서 축구도 하고 그랬었는데, 코로나로 학교 운동장들이 문을 닫은 이후에 주말에 마땅히 운동할 게 없다. 

나 닮아서 그런지, 우리 집 어린이들은 먹는 것은 엄청나게 먹는다. 둘째를 위해서 이제는 된장국과 청국장 같은 것으로 우리 집 식단을 좀 바꿔볼까 한다. 오후에 청국장도 좀 먹어보자고, 둘째랑 그야말로 상담 시간을 가졌다. 

내 또래의 친구들과 나는 이제 많이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다. 뭔가 좀 원하는 걸 살 수 있는 여유가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애들한테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가서, 점점 더 내가 쓰는 돈을 줄이는 중이다. 아마 이번 생에 풍요로운 삶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 끼 먹을 걱정은 안 하고 사니까,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기는 하다. 남 눈치 크게 안 보고, 치사한 짓이라도 어쩔 수 없이 참고, 그렇게는 안 살고도 먹고 사는 게 어렵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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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북스 송성호 대표가 뇌출혈로 불귀의 객이 되셨다. 

차 마신 적이 있었고, 포도주를 선물로 받았었다. 소주라도 한 잔 하자고 했었는데, 코로나로 왕래하기가 어려운 시간이.. 

 

부디 세상의 모든 걱정은 여기에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영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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