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께서..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 관련해선 "복지 공무원 인원이 부족한 문제는 아니었다"며 "이번에는 지속 점검을 했는데, 위기가구 당사자가 이전하면서 아무 데도 신고하지 않고 옮겨버린 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투병과 생활고로 자살한 수원 세모녀는 2020년 2월 화성시에서 수원시로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총리가 한 얘기는, "신고를 하지 않고 옮겨버린" 걸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는 건보 체납 이후 현장 조사에서 주소지 불명으로 나왔을 때, 경찰 협조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정말로 없었느냐, 그런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알아서 신고를 해야 복지 시스템이 움직이는 우리의 신고주의에 대해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거 아니냐, 그런 논의도 진행 중이다. 


여기다 대고, 공무원 숫자는 충분한데, 자기가 전입신고 안 한 걸 우리보러 어쩌라는 말이냐, 이런 얘기를 총리께서 하신 것이다. 


학부 때 경제학 배우면서 제일 처음 배우는 경구가 알프레드 마셜이 얘기한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라는 말이다. 논리적으로는 최선을 다 해서 생각을 하더라도,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뜨거운 가슴을 잃지 말라.. 이랬다. 학부 1학년 때 수업이 바뀌어도 꽤 많은 시간에서 이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다.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하면, '공감 능력'에 대한 것을 마셜이 얘기했던 것 같다.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대하는 한덕수의 답변을 보면서, 얼척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시스템이 충분히 그걸 따라가지 못해도, 최선을 다 해서 줄이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국회에서 답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2차 세계대전으로 풍지박산이 난 영국이 재건을 하면서 내건 구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였다. 처칠이 주관을 해서 만들어진 비버리지 위원회에서 나온 결과였다. 영국이 전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서", 이런 자세로 폐허에서 새로 나라를 만들지는 않았다. 


내가 꼬꼬마이던 시절, 마셜의 얘기를 가지고 "그런데 만약 차가운 가슴에 뜨거운 머리를 가진 사람"이 되면 어떻게 해, 그렇게 친구들하고 농담하던 게 갑자기 기억이 났다. 


뜨거운 머리는 잘 모르겠지만, 한덕수가 '차가운 가슴'이라는 것을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설명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무조건 송구하고,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게, 정치를 하는 사람 입에서는 공적으로는 무조건 나와야 하는 말이다. 


전입신고를 안 한 걸 왜 공무원 숫자 탓을 하느냐는 총리의 답변.. 이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공감 능력 없는 공인은 mb 이후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설령 자기들끼리는 뒤에서 그렇게 얘기하더라도, 이걸 어떻게 자기 입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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