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평화에 관한 소설이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동네 친구 등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경험하였다. 많은 소설들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에 촛점을 두지만, <반지의 제왕>은 자신과 상대한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다. 백색 마법사 사루만도 죽이지 않았고, 웜통도 죽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설이 발표된 후에 아시아 계열 등 비 유럽지역에 대한 인종적 논란에 휩싸인다. 중간계의 인간들에게 "Man of the west"라고 칭하는데, 이게 지나치게 서구 중심의 세계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우론 쪽으로 참전하는 많은 다른 국가들이 코끼리 등 인도와 페르시아 등의 문화 상징이 많았던 것도 이런 비판의 요소가 된다. 


중간계 최후의 보루인 미나스트리스가 전형적인 기사들의 성곽이었던 것, 역사를 만든 유명한 소설인만큼,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이준석이 인용한 "today, we fight"는 영화 반지의 제왕 3편의 마지막 전투에서 나온 대사다. 프로도가 반지를 없애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사우론의 눈을 피해서 달려나가야 하는 순간, 아라곤이 사우론을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전멸 작전 같은 것을 하면서 했던 연설이다. 


전투 장면이 많기는 하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평화에 대한 얘기, 더 근본적으로 악에 대한 얘기이다. 


이 아라곤의 대사가 이준석이 인용하기에 적당한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라곤은 왕의 적통이기는 하지만, 스튜어드가 왕계를 상속하면서 황야에서 악과 싸우던 스트라이더였다. 소설로 따지면, 이준석은 절대 권력을 만드는 데 기여한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이나 힘을 숭상하던 웜통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 내면의 욕망과 악의 관계를 얘기했던 <반지의 제왕>이 이준석의 입을 통하니까,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누구나 톨킨을 인용할 수는 있지만, 이준석은 좀 아닌 것 같다. (영화에서는 아라곤 보다는 요정 레골라스가 훨씬 큰 인기를 끌었는데, 레골라스는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론스타 판결..  (0) 2022.08.31
차가운 가슴의 총리..  (5) 2022.08.30
국회의원의 실언에 대한 윤리적 제재..  (0) 2022.08.23
녹색당의 수박..  (0) 2022.08.18
국유지 매각이 개혁?  (5) 2022.08.08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