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신없이 지냈는데, 간만에 토요일 오후에 혼자 집에서 창문 너머 비 내리는 것도 마당에 감자 심어놓은 것도 보고.

원래는 내일쯤 조카들 데려다가 감자 캘려고 했었는데, 다음 주로 미루었다.

요즘 좀 심난해서 그런지, LP를 잘 못 들었다.

나야 그냥 계속해서 슬럼프니까, 심난하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무료하게 원고 들척들척, 이 책 저 책 들척들척,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책은 고양이 키우는 법에 관한 일본 책이다.

그렇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요즘 꽤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아직 기사로는 안 나갔는데, 아마 다음 주부터는 좀 부지런한 기자들 손에는 포착되서 이래저래 기사가 나가지 않을까 싶은데, 한 두명도 아니고 줄줄이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통과하는 중이다. 왜들 그러시나...

이번 주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나야 늘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 가능하면 소비를 줄이고, 꼭 하고 싶은 몇 가지에만 약간의 호사를 누리지만... 청바지 사본 게 몇 년 전인가 싶게.

그래도 경제학자로서 돈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다다익선이 아닐까 싶었는데, 생활인에게는 돈은 꼭 다다익선은 아닌 것 같다.

돈도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근 불가원, 너무 멀면 춥고, 너무 가까우면 데이고.

그저 딱 필요한 돈보다 만 원짜리 한 장 더 있는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돈이 아주 많아진 다음에 불행해진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아들이 엄마에게 소송을 걸고,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맞고소 하고, 새엄마가 딸을 고소하고, 다시 딸은 새엄마를 맞고소 하고.

그런 소소한 사연에서부터 아버지가 돈벼락을 맞은 다음에 아주 나태해진 아들, 이런 것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너무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들으면 속상할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돈이라는 게 불가근 불가원 아닌가 싶다.

요런 생각들을 하면서, 중학교 듣던 LP 들을 꺼내서 듣는데, 괜히 기분 때문인지, 아니면 마흔이 넘어가면서 생기는 퇴행성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해진다. 새로운 것이 주지 못하는 평온감을 오래된 것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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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영화 이야기 2010. 7. 5. 03:24
나도 나를 잘 못 믿겠다. 내 직관과 감각은, 진짜 나도 못 믿겠다.

<워낭소리> DVD는 샀고, <어느날 그 길> DVD 셋트도, 사실 감독한테 직접 받은 DVD가 있기는 하지만,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샀다.

그렇게 지나는 길에 <똥파리> DVD를 보고, 내가 이걸 볼까, 싶어서 안 샀다. 참, 내 감각이란... 진짜 빙신이다.

하여간 개봉한지도 한참 지난 어느날, 우여곡절 끝에 똥파리를 보게 되었다.

아, 이 느낌이란!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이 보는 영화는 <황산벌>인데, 이건 극장에서 볼 때는, 아, 이런 게 있구나 싶다가,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서 아주 재미었진 영화이다. 그래도 <여배우>까지 극장에서 챙겨볼 정도로, 생각보다는 극장도 자주 가고, 영화도 챙겨보는 편인데...

극장에서도 보고 DVD도 챙겨서 사서 본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짝패>, 조금 더 올라가면 <달마야 놀자> 정도?
하여간 그런 내 인생에 <똥파리>는, 그야말로 한 방에 충격,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다.

자, 곰곰히 생각해보자, 처음에 보자마자, 팍 녹아버린 그런 영화가 뭐가 잇었을까? <반지의 제왕>? 그건 아니다. 공부해서 나중에 해석한 거지, 처음에 1편 보러 갔을 때, 입이 툴툴 나와서 - 영화와는 다른 사정이 좀 있었다 - 좀 심드렁했었다. 

자, 다시 생각을 해보자, 뭐가 이렇게 한 방에 가게 만들었던 영화일까? 

전또깡 시절에 숨어서 봤던 <전함 포템킨호> 그리고 영화에 목숨 건 사람들이 나한테 이건 꼭 봐야 한다고 보라고 해서 본 구로자와 아키라의  <난>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들은, 생각만 바꾼게 아니라, 내 삶도 바꾸었다.

<똥파리>는, 그러나 솔직히, 충격의 깊이로는 그런 영화와도 정도가 달랐다. 한 마디로, 뭐 저런 게 다 있나...

처음에는 배우한테 관심이 갔다. 어디서 저런 개뼉다구가 튀어 나왔나, 옛날에 <깜보> 보면서 박중훈 유명해지기 시절에 처음 봤을 때의 느낌보다 더 강렬했다. 뭐야, 저 개뼉다구는, (씨발넘이..).

어서 저런 게 튀어나왔나 싶었는데, 아, 이 씨발넘이 감독이랜다, 돌아버리겠네...

충격에 젖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생각해본다. 이 익숙한 느낌은, 어디에서 나왔던 건가?

아, ,<쏘나티네>... (이건 DVD만 벌써 3번을 샀는데, 첫번째거는 트랙이 날라가서 불랴이었고, 그 뒤에 산 2장은, 어렵쇼, 안 보이네? 한 장 더 살까 하는데, 어째 나와는 인연이 없다 싶어, 고심 중이다.)

기타노 다케시 생각할 때마다, 왜 우리에게는 저런 넘이 없나 싶었는데, <똥파리>, 이건 확실히 기타노 타케시로 쳐도, 살짝 넘는다. 게다가, 그는 조선말로 말한다, 시빨넘아...

리얼리즘은 한국 영화에서는 다신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 구석에서 돌아왔고, 난 넘들은 마치 시대가 만드는 것처럼, 충격으로 다시 돌아왔다.

살아서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볼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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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끝 간데 없는 슬럼프 중이다. 하여, 원래 뭔가 잘 될 데 극장도 가고, 놀러도 다니는데, 극장 가본지도 몇 달 된다. 하여 <내 깡패같은 애인>은 극장에서 못 보고, 쿡티비에서 그냥 3,500원 내고 봤다. 괜히 KT 돈 벌게 하는 것 같아 맘이 썩 편치는 않지만, 하여간 공짜로 보는 짓은 어지간해서는 안 하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감독과 박중훈에게 집중되는 영화인데, 나는 김광식 감독의 인터뷰를 먼저 봤다.

인터뷰가 많이 있기는 할텐데, 가장 길게 인터뷰 기사를 내는 곳은 보통 <인물과 사상>과 의외로 <월간 바둑>이다.

나는 <월간 바둑>에 나온 인터뷰를 먼저 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월간 바둑>에 나온 사람들은 민감한 얘기들도 술술 털고, 자기의 민감한 얘기들도 자발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매체가 아니고, 또 바둑이라는 소재가 워낙 중립적이며, 경계심을 늦추게 하는 때문일까? 아니면 월간 바둑 인터뷰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는 것일까?

어쨌든 김광식 감독의 월간바둑 인터뷰는, 간만에 보는 재밌는 인터뷰였다. 그가 어떤 경로로 예술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저예산 영화 감독으로 데뷔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면으로 나온 인터뷰 중에 하나가  기억에 남는 것은 박중훈에 대한 감독의 평가였다.

"그는 데뷔하는 감독이 뭐가 필요한지, 미리 알고, 그렇게 했다."

이걸 보면서, 나는 박중훈이 이제는 슬슬 한국의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했다. 작년에 KBS에서 열었던 토크쇼는 전 정권에 있던 수많은 MC들을 학살하고 펼쳐진, 그야말로 킬링필드였다. 그 자리에 떡 하니 자기 토크쇼를 여는 걸 보면서, 내심 섭섭하기는 했다.

아니, 저러고 입에 밥이 넘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토크쇼는 실패했고, 대체적으로 시기를 보면 토크쇼의 실패 이후 그 직후 아니면 약간 뒤에 시작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뭔가 생각이 있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박중훈급 되는 스타가 저예산 영화에 기꺼이 끼어들고, 그 안에서 혼심의 힘을 보여준 영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강 보존 그리고 KBS의 광역화라는 두 가지 민감한 주제를 다루었던 <라디오 스타>도 간만에 박중훈의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후일담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KBS 피디들은 이 영화의 예기치 않은 영향으로 좀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내 깡패같은 애인>은, 박중훈이 있어야 설명이 될 것 같고, 이미 <투 가이즈>부터, 양아로 나오는 껄렁껄렁 스타일에 상당히 익숙해 있으니, 그야말로 예습 많이 하고 보는 셈이다. (또 그래서, 너무 익숙한 분위기로 놓치는 부분도 많아진다는 문제점도 있는 것 같다.)

두목급 어깨에서 자동차 유리창 닦이로 전락한 사례는, 그 옛날에 <영웅본색>의 윤발이 오빠와 이미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하여간 비장하지 않아서 좋았다.

여배우인 정유미는, 익숙하지 않은 배우라서, 사실 아무 느낌 오지 않았다.

(<가족의 탄생>을 한 10분 보다가, 도저히 재미없어서 못 보겠다, 꺼버린 적이 있어서, 불행히도 그의 전작 중에 본 게 없다.)

<걸 스카우트>에서 처음 봤던 박원상이 여전히 매력적이었는데, 박원상만 중심으로 보면 이번 영화가 훨씬 더 매력적이면서도 느끼하지만, 약간은 비장한, 그래서 입체적인 인물로 나왔던 것 같다.

박중훈이 연기는 잘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는 깡패 영화에서 그를 살려냈던 그 모티브가 워낙 반복되다 보니, 입체적인 느낌이 들었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그런 점에서 좋아한다.)

정유미의 경우는, 너무 많은 레퍼런스들이 있어서 그런지, 납짝하게 눌린 듯한, 그런 평면적 모습이 나왔다. 무슨 생각을 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그리고 저 장면에서는 어떠한 표정을 지을지, 그다지 입체적인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하긴, 그 군상에 속한 사람들의 모집단 자체가 워낙 밋밋하고, 단면적이니, 그를 표상화해도 어차피 그런 모습 밖에 나오지 않는 것 아닐까...

대상을 뛰어넘는 표상이 있다면, 그것 역시 공갈인 셈일 것이다.

영화는 재밌었나? 충분히 돈을 지불하고 볼만큼 재밌기도 한데, 소제 자체가 풍성할 수도 있는 얘기라서, 약간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거의 유일하게 입체적인 인물을 묘사했던, 식상하지만 반전이 있는 박원상에게 더 눈이 간 것인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어지간해서 울지 않을 듯한 영화였는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눈시울을 적셨을 딱 그 장면에서, 나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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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기출문제집에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은, 아마도 봉은사 사태의 명진 스님일 것이다.

그거 보면, 북 하우스에서 사람들 찝어내는 제주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불교계의 대표 선수 한 분을 딱 집었는데, 그게 그렇게 통박 수준을 넘어 대박 수준으로 간담...

날고 기는 제주가 모두에게 하나쯤은 있다고 하는데, 인생기출문제집에 원고를 줄 때, 그런 기똥찬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인생기출문제짐 2가 그 사이에 새로 만들어져서 나온다고 한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분들은 '조선 넘'들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다. 조선 넘이 과연 뭐를 하겠나, 그런 생각들이 있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잘 보고 배워야 할, 그런 좋은 분들은 많이 계시다.

하여간 2권까지 나왔으니, 아마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일종의 한국 명사의 자기고백서 시리즈처럼 될 것 같은데...

양식상, 뒷쪽으로 갈수록 점점 원고 쓰기가 어려워질 것 같기는 하다. 처음에야 아무 거나 써도 됐는데, 기출문제가 누적되기 시작하니, 문제은행식으로 할 수도 없고, 새로 출제하는 출제위원이 고심이란, ㅋㅋㅋ...

잠깐 저자를 보니, 만화가 최규석이 눈에 띄고, 노홍철이 눈에 띈다. 노홍철? 설마 무한도전 노홍철? 우와, 대박이다...

이러고 눈을 내렸더니 마쓰모토 하지메가 눈에 들어온다.

설이 분분하기는 한데, 내가 직접 인터뷰해본 경험으로는, 일본 대학생보다 오히려 한국 대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좋은 인사이다. 일본 할아버지들한테는, 생각보다 설설 분분하더라... 는. 아마미아 카린은, 일본 할아버지들에게서 좌우 넘어서 초절정 인기인 점을, 어느 정도는 확인했다만...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의미 마저 가볍지 않은 책들, 그런 게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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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와 프레시안이 작년의 <괴짜 사회학>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독자들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일단 규모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냈다, 1,000명...

과연 찰까, 넘칠까, 차지 않을까...

이런 양적 사유라는 게 웃기기는 하지만, 나는 경제학자니까...

넘치지는 않았다. 그건 하나의 팩트.




시작하기 전에 뒤를 돌아다보면서, 잠시 한 번 스케치 한 거니, 이 정도 분위기가 강연 시작 5분 전 분위기였다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작...

다들 지켜보고, 또한 이것도 촬영된다는 상황에서 사진 찍는 건, 넘사스러워서 안하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___

몇 가지의 사연이 있는데, 나는 전기라는 형식에 대해서 여전히 관심이 있다.

여유가 좀 있으면, 정주영 전기를 써보고 싶고, 명박의 전기도 써보고 싶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전 같은 복잡한 방식이 아니라, 당대를 봤던 사람이 느꼈던 감성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데,

얼마 전부터, 지금은 아니고 10년쯤 지나면, 김용철 변호사의 전기를 한 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짬이 없었는데, 진짜 2분 정도 여유가 났을 때, 한 번 찍어봤는데...

(역시 똑딱이로는, 이 이상이 한계다...)

(김용철 변호사, 참, 잘난 사람인데, 그 분위기를 이렇게 밖에 못 살리나... 옆에 앉은 패널로서,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그 순간을 못잡아내는 이 허탈함이란... 괜히 카메라 탓만 한다. 겨우 3장 찍었는데, 그나마 나은 게 이거..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김용철 변호사의 모습, 상당히 분위기 있었고, 그걸 잡아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능이 나에게는 없다... 에고고...)

___

.....

____

정의를 생각하는 5만 독자가 있는 한국,

이 게임에서 우리가 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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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요즘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진짜 잘 팔리는 책이다.

내가 확인해본 바로는, 한 달 남짓한 시기에 5만부 가량 팔렸으니, 와...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한국에는 그런 책이 별로 없었는데,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이 정도 책은 읽어줘야...

아무리 생각해도 '명박 현상'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의로 생각하면 재밌는 강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사람들이 재밌게 읽는 책과는 좀 결이 다른데, 신드롬이 아닐 수 없다.

하버드 대학이라는 이름 탓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버드 대학의 교수들이 쓴 딱딱한 다른 책들은 다 그냥 처 박힌다.

마케팅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마케팅으로도 책을 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건 그 한계 바깥의 일이니까, 신드롬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2.
'정의'라는 단어를 나도 한 번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정의를 중심에 놓고 분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이클 샌델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롤스에 대해서 다른 식으로 반박을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의 독서는 롤스에서 끝났고, 그의 맥스민 원칙을 이해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보통 '정의'라는 질문은, 우파들의 질문이고, 또한 지극히 미국식 질문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just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유래한 개념은 나도 종종 쓰고, 무엇보다도 <자본론> 1권의 1장 1절이 이 개념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justice라고 이름을 붙이면, 약간 맥락이 복잡해진다.

3.
그러나 이런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읽더라도 책은 충분히 재미있다. 정치철학 수업은, 나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 정치철학에서는 이렇게 수업을 하고, 필자들을 이렇게 나열하는구나...

4.
읽으면서 매리 더글라스의 "How institutions think?"라는 책이 떠올랐다. 제도학파 혹은 인지심리학적 제도학파의 한 길을 열게 만든 계기가 된 인류학 책인데, 박사 후반기에 그 책을 읽으면서 뭔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질문에 대답해보기 위해서 노력했던 그 시절의 생각이 얼핏 떠올랐다.

약간 다른 사례이지만, 조난자들이 동료를 잡아먹는 사례가, 이 책에도 같이 나와있다. 매번, 머리를 터지게 만드는 종류의 질문이다. 

지난 겨울, 호주에 갔다가 <Rabbit-Proof Fence>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실화였고, aborigin이라고 부르는 문제에 대해서,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게 있는 줄 알았던... 나는 그 때 이렇게 정부에 의한 원주민 납치 사례가 오랫동안 공공연히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그 문제가 영미권에서는 종종 논쟁 거리가 되었었군...

기타 재밌고 생각해볼 사례들이 꽤 있다.

5.
남들 다 읽는 책이 하나 등장하면, 기분 나빠서 안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대개는 그런 경우이고, 뭔가 유행할 때 괜히 심통이 나서 안 읽을 때가 많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최소한 한국에서는, 남들 다 읽는 책이 된 셈이지만, 이 책은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칸트를 읽은 적이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 사람, 존 스튜아트 밀을 읽을려고만 했는데 정작 읽지는 못했던 사람, 그리고 롤스는 교과서에서 정식화된 설명만 보고 정작 롤스를 읽지는 못했던 사람,

만약 지금 그렇다면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죽을 때까지 이런 책을 손에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럴 때에는, 학부 수준의 강의를 재구성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약간 고급스러운 논란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명박 시대라는 이 정국에서, 정의는 정말 최소한의 질문이지만, 그 최소한의 질문도 황당하게 전개되는 이 상황에서,

봐, 하버드에서도 이런 고민하쟎아, 그렇게 기준을 세우기에는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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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가 아니라 짧은 추천사를 쓴 건 올해 두 번째인 것 같다. 어지간해서 추천사는 안 쓰는데...

나오미 클라인의 <노 로고> 추천사를 썼고, 그 다음의 책이 <하우스 푸어>이다.

나오미 클라인 책에 추천사를 쓰는 것은, 전작에서도 관련된 인연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롤 모델로 제시하고 싶은 여성이라서 그렇다. 물론 그렇게 제시하기에는 이제는 너무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나오미 클라인은 현장에서 박박 기면서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는 방식으로는 정말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한국 대학생들도 해볼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어디선가 '롤 모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기꺼이 나오미 클라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편이다.

<하우스 푸어>라는 책은,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 내는 책인데, 저자가 PD 수첩의 김재영 PD이다.

나와는 꽤 많은 방송을 만들었던 적이 있고.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소장님은 아직 면식이 없지만, 부소장은 선대인 부소장과는 종종 만날 기회가 있어서.

나와 김광수 경제연구소와 경제 인식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약간씩 다른 버전 속에서 대체적으로 몇 년 동안 부동산 공급론자들과 맞섰던, 같은 쪽에 오래 서 왔던 곳이다.

대체로 보면, 김헌동 교수, 선낙구 선배, 선대인 부소장, 그리고 이제는 세종대로 간 김수현 교수가 비슷비슷한 지점에 서 있지만, 약간씩 입장들이 다르다.

김헌동 교수가 건설사 자체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면, 손낙구 선배는 그야말로 집없는 서민들의 정치적 입장에서 출발했고, 김광수 연구소는 조금은 더 거시경제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김수현 교수가 주거복지 혹은 도시빈민의 문제에서 출발한 셈이다. 나는 생태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체적인 분석이 비슷비슷하지만, 결론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고층빌딩 문제에서 약간 차이가 나고, 그린벨트와 보금자리 주택에서는 좀 많이 차이가 나고.

어쨌든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이렇게 한 진이 되어서 주공토공 시절을 헤쳐왔고... 사실상 우리는 늘 이 싸움에서 졌다.

노무현 때도 졌고, 명박 때도 졌고.

노무현 시절에 청와대에 들어갔던 인사 중에서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했던 사람은 김수현 교수가 유일했던 것 같다...

한 때, 그래 너 청와대에서 나오기만 해봐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지만, 막상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고 하는데, 또 뭐라고 면박을 하기에 마음이 약해져서...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PD수첩의 김재영 PD가 PD수첩에서 방영되었던 내용에 살을 붙이고, 더 보강조사해서 책으로 내게 된 '하우스 푸어' 현상이다.

쉽게 말하면, 과도하게 빚 내서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며 집 샀던 사람들...

사회계층 분석하면, 대략 7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중산층으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실제 이 사람들의 삶을 보면, 진짜 개털, 게다가 자산 실사 해보면 마이너스인 상태.

보통은 이 사람들이 뉴타운 지지하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력군이라고 하는데, 아주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앞으로 펼쳐진 명박 경제와 함께, 그야말로 '하우스 푸어'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생겼다.

이 사람들에게 어떤 전망을 제시할 것인가, 이게 우리들끼리는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기는 한데, 나도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아파트 폭탄 돌리기를 계속 할 수도 없는 거고, 언젠가는 멈춰야 할 그 아파트 인플레이션에서 재수 없게 꼭지 잡은 사람들.

그 얘기에 추천사를 쓰면서, 가슴이 좀 답답해지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박 찍으면 집값 올라간다고 생각한 사람들 눈에서 피눈물이 한 번 나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삶의 문제로 돌아오면, 이 사람들은 그런 투기꾼 보다도 선량한 피해자에 더 가깝다.

5년 동안 죽어라고 누르고 있었지만, 이제 명박의 관치금융도 더 이상 이자율을 누르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왔다.

워킹 푸어에 뒤이은, 하우스 푸어, 그야말로 '푸어맨스 무디 블루스' 시리즈 앞에서,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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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에서 마케팅이라기 보다는 독자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의 간담회를 연다.

작년에 할 때에는 준비모임이 따로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래는 작심하고 대규모로 한 거라서 그런지 예비모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박경철 선생은 방송에서 꽤 자주 뵈었고, 금태섭 변호사도 예전 그 양반 하던 라디오에서 뵈었고,

김용철 변호사는 처음...

김용철 변호사가 최근에 겪은 고초에 대해서 좀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 대담회 때 본인이 직접 얘기하실 것 같다.

(기가 막힌 사연이...)

몇 가지 얼핏 드는 생각들이 있어서 약간의 단상을 적어보면...

1.
작년 건대에서 했던 조합에도 그렇고, 이번 조합에도 그렇고, 여성이 없다.

진짜 F4 컨셉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여성 저자가 적어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고미숙 등 인기 저자가 없는 건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여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요즘 강연의 특징이 대형화되는 추세가 좀 있는 것 같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최근에 내가 본 강연회나 대담회 같은 게, 작고 소박하게 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50명, 이렇게 한 것은 그 절반도 못 채우는데, 오히려 100명 이상 혹은 1,000명, 그렇게 스케일감 있게 하는 것은 오히려 성황리에 잘 된다.

박경철 선생한테 들었는데, 어떤 지방대학의 강연회에서는 2,000명도 온 적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까지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장하준 강연회 때 500명이 왔던 게 가장 큰 것이었다. 역시 장하준의 힘, 그랬었는데, 박경철 선생 2,000명 얘기를 듣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이번 대담회도 종로5가에서 하는데, 1,000명이 좌석 규모인데, 신청자만 벌써 500명이 넘었다는 것 같다. 일단 신청을 받기는 하는데, 현장으로 그냥 오는 사람들도 다 입장을 시키겠다고 하는 것 같고, 최근의 흐름으로 봐서는 1,000명짜리 대형 방에서도 미리 가지 않으면 서서 듣거나 아니면 입장이 어려운 경우가 생길 것 같다.

작년에는 700명 정도 오셨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때는 자리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부족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불과 1년 사이인데,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가 있고, 이상하게 규모가 큰 것들은 잘 되는데, '소박 버전'이 오히려 잘 안된다.

현재 내가 생각해본 가설로는...

집회가 불가능해지고, 광장이 사실상 막히다 보니까, 집회로 갈 힘들이 실내에서 하는 강연회 같은 데로 몰리는 것 같다. 어쨌든 참석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게 모인다는 게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명박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편이, 이 정도 규모는 되는구나, 그런 걸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가 좀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대중집회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재미도 있고, 괜히 뿌듯하기도 한데, 같은 내용이라도 사람 별로 없이 파리 날리면 영 재미없다...

그런 집회 대용품으로 대형 강연회를 사람들이 이해하는 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검증하기는 어려운 가설이다.)

이 정도 되면, 원래는 TV에서 하거나 중계를 해주기도 하는데, 지금 한국 TV가 이래저래 다 막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강당으로 가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강당이 광장 대용, 그리고 TV 대용인 셈이다.

3.
괜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

최근의 김용철 변호사의 경우가 그렇다.

나는 그를 처음 봤는데, 엄청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원래 유쾌한 건지, 아니면 최근에 살아가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은 건지...

한국에서 양심선언했던, 소위 인사이더들의 불행이 늘 마음에 아팠다만, 김용철 변호사가 행복해져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그런 생각이 잠시, 머리를 빡 때리고 지나갔다.

"시민들이 당신 옆에 항상 있을 지어다..."

제발 좀 그런 해피엔딩의 역사가 있었으면 좋겠고, 살아서 그런 걸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아직 김용철 변호사 책 안 사신 분들은, 그걸로 어쩌면 천당에 들어갈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좀...)

(전기라는 형식에 꽤 관심이 있는데, 10년쯤 후에 김용철 변호사의 전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4.
작년 조합에는 진중권, 홍기빈 등 밝은 '젊은 오빠' 스타일들이 좀 있었는데,

올해 조합은 영락없는 아저씨 필의 중년 조합이다.

(왠지 강연회 보다는 삼겹살 구워놓은 소주집이 어울릴 듯한... 독일의 맥주 축제처럼, 우리나라도 거대한 삼겹살 축제 같은 거 한 번 하면 안될까? 오랫동안 민중의 술은, 역시 소주였다...)

하여 분위기가 너무 칙칙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중간에 캔맥주 마시는 시간과 커피 마시는 시간도 갖기도 했고...

어지간해서 강연 때 기타치는 짓은 잘 안 하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도 기타를 치기로 했고, 김민웅 선생도 기타 치시기로 했다.

(작년 멤버들은, 김규항이 드럼치고, 홍기빈이 베이스 치고, 진장군이 키보드치고, 나는 대충 기타 반주나, 그렇게 2012년 대선 때 치어업할 밴드 만들기로 얘기를 했었는데, 진장군이 외국으로 가는 등, 다들 정신없어져서 그 후로는 한 번도 못 모였다... 사실은, 김민웅 선생이 본인이 보컬을 하시겠다고 주장을 하셨는데, 그거 때문에 못 모인 거 아닌가 하는, ㅋㅋ... 보컬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진짜 카수는 홍기빈이 진짜 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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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드라마가 끝내준다.

샤니와 얽힌 빵 주인들의 이야기는, 나는 맨날 듣고도, 어느 빵이 어느 빵이고, 헷갈린다. 삼립빵과 샤니의, 그 야사에서만 맴돌던 지겨운 얘기가 요즘 메인 드라마 중에 하나이다. 시청률, 10% 미만...

급기야 6.25를 그린 <전우>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을 먹고 이런 걸 만들었는지, 어제 보고야 말았다. 결론적으로... 급 술마시고 싶어져서 아내와 술 한 탕.

<문화와 예술의 경제학>이라는 책 작업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의 추이까지 몇 년째 계속 살피고 있는데.

20대가 본방 시청률에서 사라진 건 벌써 3~4년 된 사건이라서 이제는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하는데, 급기야 아줌마들까지도 드라마를 떠나기 시작한 정말 조선 역사에서는 처음 생긴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는 중이다.

보통 30~40대 여성들, 흔히 아줌마로 분류하는 요 계층이 드라마 본방의 주력군이고, 광고 시장은 물론 주연 배우 캐스팅까지 전부 좌지우지하는, 자칭 타칭 한국 드라마의 주인들이다. 요 사람들 마음에 들어야 드라마 시장이라는 데에 내올 수 있는데, 드라마는 많이 보지만 또한 영화 시청률은 아주 낮은. 아주 까다로운 분류군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그렇게 기똥찬 성과를 올렸던 김명민이나 심지어 우리의 '종사관 나으리'까지, 드라마에서는 완전 날라다니지만 극장판으로만 옮기면 완전 깨빡 나는 이유가, 드라마는 보지만 극장에는 가지 않는, 아주 독특한 시청자 집단으로 설명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 한 마디로, TV 내에서는 막강 파워그룹이고, 여기는 또 '무한도전'의 지지층하고도 좀 특색이 다른 것 같다.

하여간 이 불패의 주력군이, 요즘 드라마를 떠나고 있는, 정말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그 빈자리를 대신 매우는 게 40~50대 아저씨들인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더 많이 보는 건 아니고, 그냥 보던 만큼 보는데 아줌마들이 빠져 나가니까 아저씨들만 남은 거 아니냐... 그게 10% 밑으로 돌고 있는 험블한 시청률이 말해주는 것 아닌가, 그렇게들 추정을 하는 것 같다.

한 마리도, 한나라당 주력층들만 요즘 TV에 남아서 <전우>라는 대형 스펙타클 전투 드라마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뭐, 정치력 무기력증도 만들고, 이래저래 종편 편성으로 방송사들 망한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TV 많이 봐서 좋을 거 없다는 게 한나라당 프로그램인 셈인데.

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게, 한국 아줌마들이 외국의 여성들과는 달리, 엄청난 고학력이라서 그나마 드라마로라도 붙잡고 있어야지, TV도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면 한나라당이 가장 무서워하는, 주부들마저도 손에 책을 잡는...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까?

PD 수첩이 창간 20주년을 맞아서 지승호가 인터뷰를 통해서 책을 펴냈다.

내가 쓴 글도 약간 들어가 있기는 한데, 드라마 <전우>를 틀어놓고 이 책을 뒤적뒤적 하다가, 도저히 <전우> 같은 것은 못 보겠다고 드라마를 끈 한국 드라마의 주력군이 바로 이렇게 생긴, TV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여곡절을 쓴 책을 짚을까, 안 짚을까, 그런 게 궁금해졌다.

한국은 지금 분기점에 있다.

하여간 드라마 <전우>와 책으로 된 <PD 수첩>이 동시에 나왔는데, 한나라당은 이 황당한 일련의 드라마로 TV를 뒤엎으려고 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역작용에 의해서 영구집권은 사실상 물건너갈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빡 때리고 지나갔다.

(그런 점에서는 월드컵 열기를 좁은 창으로 유도한 SBS가 역사에서는 '구국의 공신'이라고 기록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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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마당 고양이들한테 먹이를 줬다.

야옹, 결국 먹다 남긴 콤보를 마당 고양이들한테 줬는데, 역시 상했는지...

토를 해놓았다. 미안했다.

그리하여 사료를 한 웅큼 주었는데, 한넘이 잽싸게 와서...

녀석들이 요즘 만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그맣게 감자와 고추를 심었는데, 고추는 냉해라서 겨우 이제야 몇 개 달렸고.

감자밭에는 고랑마다 화장실로 쓰느라고, 똥 치우는 일이 또 보통 일이 아닌데...

감자잎을 녀석들이 뜯어먹는다. 도대체 왜 감자 잎을 먹을까 싶지만, 하여간 한 무더기를 뜯어놓았다.




마당 고양이만 그러는가 했더니, 야옹도 마당에 나올 때마다 풀잎을 먹는데, 오늘은 감자밭으로 직행...

잡초도 뜯고, 감자잎도 뜯고.

귀리잎이나 그런 것들은 캣잎이라고 해서 고양이 헤어볼을 토하기 위해서 먹는다고 하는데, 넘들은 아무 거나 막...

야옹도 감자잎 먹는 장면이 현장에서 딱 걸렸다.



요즘 마당이 한참 좋을 때... 라고 하지만 하루에 30분씩 쭈그리고 앉아서 손톱 밑이 까맣게 될 때까지 풀들을 뽑아주는데, 이놈의 풀들은 하루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원상회복되어 있다.

토종 민들레라고 해서 아주 귀하다고 누군가 그러길래 올해는 뽑지 않고 뒀더니, 아주 엉망이 되었다. 민들레가 한 번 피고 나면, 땅이 아주 엉망이 된다.

손으로 잔디 관리하는 게 나처럼 할 일 없는 사람이 하루에 30분씩 매달려도 이지경인데, 도대체 골프장 그린은 무슨 수로 그렇게 금잔디를 유지하는 건지...

가끔 골프쟁이들하고 논쟁하면, 자기들도 조금씩 이제는 제초제 안 쓰고 손으로 뽑기 시작햇다고 하던데, 넘들은 무슨 용빼는 제주가 있는 건가?



지금은 계곡 밑이라서 좋기는 한데 -모기 살벌한 것만 빼고 - 평창터널이 뚫리면 담벼락 바로 옆부터 공사장이 된다.

종로에서의 한 때의 아름다웠던 기억 정도로나 남게 될까? 나도 전세사는 처지라서, 탄원서 내거나 그럴 형편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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