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해보던 일들

 

2주 후면 소설책이 나오는데, 아직 제목을 못 정했다. 시나리오 버전은 모피아로 시작을 했었는데, 소설 버전은 경제 쿠데타로 시작했다. 거의 마지막 단계인데, 아직까지도 딱 이거다 싶은 제목이 잘 안 잡혀서 고심 중이다. 내용과 연결해서 딱 이거다 싶은 제목이 떠오른 건, ‘해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듯 싶어

 

며칠 사이로 기똥찬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소설 모피아정도의 제목으로 갈 것 같다. 이 제목은 대장금의 작가인 김영현 선배가 제안한 것이다. 처음에는 별로 반응들이 좀 그랬는데,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서 제일 끝까지 버틴 제목안이기도 하다.

 

요즘 검토를 하는 작업이 몇 개가 있다. 김보람 작가의 미래도둑의 각색이 최근에 부탁 받은 일인데, ‘생태요괴전을 쓸 정도로 요괴 종류의 얘기를 내가 워낙 좋아하다보니. 어쨌든 이렇게 시작한 일인데, 30억 미만의 저예산 B급 영화로 SF 영화 기획을 준비 중이다. 몇 주 작업을 좀 했는데, 얼추 베이식 디자인은 어느 정도 했다. 당장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을 거지만, 어쨌든 몇 달 안에 정리는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데이브레이커스비슷한 영화를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구상으로는 SF에 훨씬 가깝게 가져갈 듯싶다.

 

처음으로 기획에 참여한 영화는 아마 최종 제목이 결국에는 킬러들의 사생활로 가게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내가 전체를 구상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게 영화가 될 수 있는 하는 약간의 터닝이 내가 만든 부분이다. 어쨌든 영화 크레딧에 기획으로 내 이름이 올라갈 첫 번째 영화이다.

 

요즘 준비하는 영화들은 시나리오 작가였던 조철현을 감독으로 데뷔시키기 위한 작업들이다. 한 두편 해보고, 내년부터는 나도 좀 적극적으로 젊은 감독들을 발굴하는 일들을 더 해보려고 한다. 기회가 되면, 20대 영화 감독을 발굴하는 그런 일들이,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람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올 겨울에 할 메인 작업은 동화책을 만드는 일이다. 내년 1~2월에 작업을 하기로 했는데, 이건 정말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요즘 파트너로 일하는 화가가 김선정씨이다. 마리 이야기팀의 화가들과는 정말로 인연이 오랫동안 간다. 동화나 그림책은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몇 달째 이래저래 고민 중이기는 한데, 일단 고양이 얘기로 한다는 것과 바보 삼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정도이다.

 

얘기 버전은 몇 가지가 있기는 한데, 한 권으로 할지, 시리즈의 여러 권으로 할지, 나도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는 못했다. 일단 조금씩 해보고 익숙해지면 2시간 정도로 할 수 있는 장편 구상을 해보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에니메이션은 직접 감독을 할 생각도 있다. 아무래도 그 편이 펀딩에 유리하다는 거 같다. , 그림을 전혀 못 그린다는 치명적인 핸디캡이 있지만, 파트너로 일하는 화가들 그림이 워낙 좋아서. 그림을 그리지는 못해도, 그림의 느낌을 볼 줄은 안다.

 

전체적으로 내가 그리는 세계는 판타지의 세계이다. 워낙 그런 식으로 생각을 오랫동안 했고, 예전에 소설 습작하던 시절에도 그런 얘기가 좋았었다. 내 얘기 중 하나를 원작으로 에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한 달 전에 온 게 있었는데, 이건 아직 대답을 안 했다. 아니, 못 했다는 게 맞을 거다. 원래의 얘기와 그림 풍 그리고 표현의 방식 같은 게, 원작자로서 아직 딱 매칭이 되지 않아서. 일단 판단 유보.

 

하여간 대부분의 일정은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중인데, 아직까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에세이집이다. ‘1인분 인생다음 에세이는 포토 에세이로 한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양식의 문제에서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포토 에세이가 이게 완전 노가다 작업이다. 나도 힘들고 출판사도 힘들고, 그야말로 완전 패대기 작업인데, 포토 에세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죽은 양식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게 하는 일은 안 한다는 게 내 기본 원칙이기는 한데, 잘못하면 손해를 끼칠지도 몰라서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해놓은 작업이 있고, 나중에 한다고 미루어놓은 것들을 정리하면 되는 일이기는 한데

 

영화나 에니메이션은 워낙 작업을 오래 하기도 했고, 또 익숙한 양식이라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이 드는 게 있다. 그렇지만 포토 에세이라는 게, 나한테도 생경한 분야라서 아직 잘 감이 오지는 않는다. 원래 포토 에세이 작업이 시작된 건, 경제 대장정 시리즈 8권의 탈핵 문제를 토포 에세이 형태로 만들어보자는 데에서 시작한 거였다. 아직도 뒤로 미루어두고 있는 게,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 그리고 이제 아기 키우는 상황에서 사진 찍는다고 지방으로 돌아다닐 일정을 도저히 뽑아낼 수가 없다.

 

하여간 요즘은 이런 거 고민 중이다. 사회과학 책들 아직 못 낸 건 어떻게 할지, 그것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루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이 노무현 시대에 이건 문제다, 그렇게 시작된 거고, 이명박 시대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형성된 것들이다. 어떤 정부가 될지, 하여간 바뀐 정부에서 인수위 형성되는 거 보고, 첫 번째 장관들 인선하는 거 보면 어느 정도는 명확해질 것 같다.

 

노무현 초기에 인수위 구성되는 거 보고, 첫 장관 인선되는 거 보고, 그야말로 대충 눈치 깠다. 명박네 인수위와 첫 장관 인선 보면서 어느 정도는 눈치는 깠는데,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흘러나오는 소문과는 달리 정운천이 갑자기 큰 턴을 하면서 장관되는 거 보고 대충 농업은 어떻게 갈지, 결정적으로 감을 잡았다 싶었는데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정도 눈치로는 택도 없는,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어쨌든 나머지 책들은 내년 3월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고, 그 때까지는 영화 작업과 동화 작업 열심히 할 생각이다. 사람 사는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경제학자로서 쓰는 사회과학 책의 마지막 책이 이번에 나온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 2부는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내가 이 사회에 남기고 싶은 얘기의 대강은 정리했다. 그 책 에필로그를 쓰면서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났었다. , 그렇게 특별히 눈물이 많이 날만한 얘기도 아니었지만, 어쩌면 이게 경제학자로서 쓰는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벌써 11월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몇 년치 출간일정이 미리 결정되어 있고, 그렇게 많은 것들이 미리 예정되어 있는 삶을 살았다. 이제는 큰 거 몇 가지만 대충 정해놓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삶으로 바꾸는 중이다. 세상에 큰 일 작은 일, 그런 건 없다.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이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일상성 속에 우주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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