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삼촌으로 얘기 만들기

 

 

  

 

얘기를 만들 때에, 막상 작업을 해보면 전체적인 플롯 같은 것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 , 이거야 두 말하면 잔소리이고.

 

지금까지 내가 만든 개릭터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는, 이번에 공개되는 김수진이라는 여인이다. 그녀의 힘으로 한 번에 소설책 출간까지 갔을 뿐더러, 갑자기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검토를 해달라는 부탁이 오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어쨌든 내가 만든 여성 캐릭터들은 독특하고 힘이 있어 보인다는,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내가 이름 붙이고 만들어낸 캐릭터 중에서 가장 정감이 가는 건, 역시 바보 삼촌이다. 벌써 2년째 같이 사는 고양이이다. 이번에 두 번째 겨울을 같이 나려고 하는 중이기는 한데, 사실 무사히 이사를 가서, 거기에 정착할 수 있을지도 아직 보장은 없다.

 

작년 장마 때 3마리 고양이가 태어나서 우리 집 마루 앞에서 울면서 장마를 보냈었다. 그 중의 한 마리가 살아남아서 겨울을 보냈고, 지금도 내 주변에 있다. 그 녀석이 바보 삼촌이다.

 

이 바보삼촌을 가지고 몇 가지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고, 가장 정감있게 느끼는 존재니까

 

그냥 있는 대로, 엄마 고양이와 아빠 고양이, 그리고 누렁이 등 지난 2년 간을 같이 보낸 고양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티격태격, 좌충우돌, 그 얘기 그대로의 한 버전이 있다. 아빠 고양이가 올봄에 사라진 후, 새로 생긴 엄마의 애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한바탕을 한 가운데에 집어넣는, 그야말로 휴먼 트라마 형식의 동화책에 대한 구상이 하나 있다.

 

아내를 비롯한, 내 주변의 여인들이 강력하게 미는 스토리가 이 스토리이다. 리얼 스토리라서 가슴 찡한 건 있는데, 얘기가 좀 짧다. 장편으로 끌고 가기에는 여전히 에피소드가 부족하다. 길게 끌지 말고, 유아용 동화책 한 권 정도 분량으로 생각하면요게 딱이다.

 

좀 더 긴 버전으로 생각해본 것도 있다. 이건 약간 전위적인 고양이 학교에 대한 얘기. 부모 말 잘 안들으면 바보 삼촌이 잡아가서, 고양이 학교에 끌려가게 된다그런데 그 고양이 학교에서, 진짜 고양이들이 인간적인 교육을 시키다보니, 아이들이 고양이 학교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여기서 좀 더 공포 버전으로 나가는 길이 하나 있고, 바보 삼촌이 결국에는 무사히 돌려다준다는 버전이 하나 있고.

 

어느 쪽 선을 탈지 고민인데, 대체적으로 내 주변에서는 다 해보라는욕 나오지. 니가 해봐라. 드라마 하나 짤 때마다, 얼마나 골 패는 일인데.

 

하여간 어떻게 갈지는 아직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지만, 바보 삼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 얘기들을 조금씩 구상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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