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삼부작 그리고 바보 삼촌

 

얘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만드는 것과는 상관없이, 일단은 우스꽝스럽든 기괴하든, 얘기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가들이 그렇지만, 영화사에 소위 디벨로퍼 혹은 기획자라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얘기 만드는 것을 기질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명박 시대 5년을 지내면서, 다른 사람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심정을 느꼈었다. 부당한 것이나 정의롭지 않은 것까지는 참을 수 있을 듯 싶은데, 꼬질꼬질한 것은 정말로 참기 어려웠다. 말도 안 되는 걸 말이라고 하고, 그게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믿으라고 하는데

 

힘으로 밀어붙이고, 알아서 기거나, 아니면 그냥 뒤지던지. 이런 식으로 국가를 운용하고, 꼬질꼬질한 일방주의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참고 버텨야 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게 참아지냐고?

 

공무원 3부작에 대한 구상이 시작된 것은, 그렇게 명박 시대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던 순간이었다. 명박이 나빠요 하는 공무원들, 내가 보기에는 니가 더 나빠… ‘모피아얘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얘기를 시작하는 순서가 있을텐데, 위험도의 순으로, 모피아, 교육마피아, 토건족, 이렇게 우리 시대의 3대 문제적 집단을 잡고, 하나씩 얘기를 채워나기로 생각한 게 작년 가을의 일이다. 나꼽살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인데, 방송은 일단 론칭을 성공했지만, 이것만으로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아주 끈적끈적한 곳에서 벌어지는 질펀한 일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모피아작업은 이번에 끝이 나서 출간을 했는데, 두 번째 작업과 세 번째 작업은 아직 톤이나 프레임 같은 것도 못 정했을 뿐더러, 순서도 못 정했다. 일단 영화로 생각해본다면, ‘토건족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영화다. 4대강으로 한다고 해도 그렇고, 새만금으로 한다고 해도 그렇고아직 테마도 못 정했지만, 아파트 공사현장 작은 거 하나 가지고 꼬질꼬질하게 뒷돈 먹는 방식 정도를 그려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 시대의 대표적 토건 사업인 4대강이나 새만금 같은 얘기를 다루어보고 싶은데이 정도 되면 한 번 나왔다 마는 장면이 아니라서 CG로 처리하기에는, 문제가 생긴다. 어쨌든 셋트가 필요한데, 새만금을 셋트로 구연한다, 이거 난감한 일이다. 물결, 물살, 이런 게 CG로 만들 때에 가장 난감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거대한 갤럭시나 은하계 같은 거 보여주는 장면도 아니니, 딱 눈을 끌 수 있게 만들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효과는 불투명한데, 일단 돈의 규모는 너무 커지는, 그런 게 토건족 얘기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딜레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넘어설 방법이? 일단 잘 모르겠다, 그렇게 뒤로 미루어놓은 게 토건족 얘기이다.

 

이에 비하면 교육은, 훨씬 작은 스케일로 밀도감 있는 얘기를 만들 수 있다.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다루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순서상으로는, 교육 마피아 얘기를 모피아 다음 얘기로 하고 싶은데모든 사람이 여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출판사에서는, 토건족 쪽이 더 관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의견이 왔다. 아직은 뭔가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교육 얘기는, 지금 준비 중인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에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고양이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이걸 순수 동물 버전으로 가는 방법이 하나 있고, 교육 버전으로 가는 또 다른 버전이 있다. 이것도 아직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모색 중이다.

 

어쨌든 내가 바보삼촌을 워낙 좋아하니까, 녀석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골룸과 스미골이 하나의 얼굴 안에 있었다. 녀석은, 태생이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이게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해본다그 정도 마음이다. 어쨌든 동화는 논리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거그 정도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꾸 어른들도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물론 판매나 그런 걸 생각해보면, 아이나 어른이 다 볼 수 있는 얘기 같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진짜로 이해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88만원 세대때에도,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그런 마음으로 처음 접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뷰와 조사 과정이 그런 전제 하에서 진행되었었다.

 

아이들에게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보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그런 걸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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