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전쟁과 이번 대선

 

대선 전 마지막 책으로 준비되던 게, 50대 보수에 관한 책이었고, 가제는 세대 전쟁이라고 붙여놓았었다. 약간 사연이 있는 책인데, 준비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책이다. ‘88만원 세대에서 유신세대라는 이름으로 50대를 분류했었는데, 그들이 요즘 보여주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그래서 조금 더 각을 50대 보수라는 시각으로 정리하는 책을 대선 전에 한 권 낼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었다.

 

일단 내 건강이, 수 년째 그렇지만 좋은 편이 아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몇 년간 계속 과로상태였고, 그 사이 나이도 먹었다. ‘88만원 세대처음 쓰고, 경제 대장정 시작할 때만 해도 나도 30대였지만, 이젠 40대 중반이다. 조금 지나면 50대를 생각해야 할 나이다. 이젠 정말 눈도 잘 안 보이고, 몸도 아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와 지내는 시간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 당연한 일이겠지만.

 

거기에 모피아작업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에피소드 몇 개를 추가하고, 연애 라인을 강화하면서나는 무한대의 돈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정말로 무한대의 시간이 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작업들을 덜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뒤로 밀린 게 세대전쟁이 되었다.

 

게다가 아내가 이 작업에 반대했다. 내가 하는 일들에는 보통은 찬성을 보내는데, ‘세대 전쟁은 그렇게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잘 팔릴 것 같지도 않다고, 반대가 심했다. 물론 안 팔리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의미만 가지고도 아내는 찬성해주고 지지해주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반대가 좀 있었다. 어쨌든 육아를 뒤로 미루면서까지 써야 할 정도로 시급한 것 아니라는, 뭐 그런 의미로 이해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세대 전쟁이라는 양상을 보일 정도로, 세대간 분배에서는 많은 것이 걸린 그런 대선이 되었다.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극렬한데. 그런 조치나 공약들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분석은 기이하게도 거의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조치들이만 실제 효과가 큰 것들이 많다.

 

그리고 맨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 속도들이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 걸 좀 차분하게 분석해보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시간도,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단순히 투표율과 표라는 눈보다는 세대 효과가 더 큰 선거가 될 것 같다. 오히려 그 이후에 생겨나는 결과들에 비하면, 투표에서 투표율로 나타나는 양상은 새 발의 피인 것이고.

 

이제는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한 느낌이 드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이라는 말,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정말로 패러다임이 변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두 개의 세계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이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 망하는 길인지는 안다. 적어도 청년들에게는 말이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다. 좀 더 차분하게 분석을 해보는 사람들이 한국에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

 

맘 먹고 하면 할 수 있을 능력을 충분히 갖춘 젊은 교수들도 정부 프로젝트 딴다고 정신 없고, 얼마 주지도 않는 기업체 강연 한다고 난리들이다. 정당 안에 소속된 사람들도 의외로 자기가 혼자서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 시다바리 한다고 정신들 없고.

 

어떻게 보면, 일반인 만큼이나 한국의 경제학자들도 다들 먹고 사느라고 바쁘다. 그러다 보니, 청년 문제나 이런 세대간 형평성 같이, 딱히 직접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연구들은 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냥 보면 보일 것 같지만그렇게는 안 보인다. 이렇게 맞춰보고 저렇게 조합해보고, 그렇게 해야 뭐가 조금 보일랑 말랑, 그렇다. 그냥 딱 보고 알 수 있다면 이론이라는 것이 왜 있고, 분석이라는 것이 왜 존재하겠는가.

 

하여간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난 늘 결핍이라는 조건 내에서, 그래도 무엇인가 찾아내려고 한 편이다. 현대에 있을 때에는, 정말로 기업 자료들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부 안에 있을 때에는, 복잡하게 따져보기 보다는 직접 전화통 들거나 찾아가서 바로 조사하는 그런 스타일을 더 좋아했다. 총리실에 있을 때 좋았던 것은, 어쨌든 저녁 해가 지기 전까지, 그것이 맞는 자료든 틀린 자료든, 내 자리 위에 해당 부처의 1차 자료가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는난 늘 결핍이라는 조건과 싸웠다. 자료는 늘 부족했고, 시간도 늘 없었다. 그리고 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별 수 없었다. 그냥 그런 조건을 감수하고 연구를 했었다. 그걸 밤을 새워서 시간 투입을 늘리고,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또 다른 물량 투입으로 커버하면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전쟁제목의 제목으로 최소한 책 한 권 분량의 읽을만한 분석거리로 세울 정도의 자신은 있었다. 한국은 아직 밀실에서 대충 정하고,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밀어붙이는 그런 정책이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지만

 

내가 20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런 분석들이 보여줄 부정적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그래도 이번에는 투표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양심상,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말 못하고, 또 이미 시행하기로 한 황당한 것들을 다 세울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아예 투표도 안 한다면, 정말 대책 없는 결과가 벌어진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한구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것저것 잠시 검색해보고, 이한구가 누구를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인가, 그 정도만 생각해보면 좋을 듯싶다.

 

50대 보수, 그 모든 것을 집결시킨 상징적 인간 한 사람을 고르자면, 이한구다. 그가 만들어낼 세상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은, 이한구가 누구인지 잠시 검색해서 이해해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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