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삼부작, 교육 얘기

 

연초에 셋트로 된 세 편의 이야기의 구상을 시작했었다. 모피아, 교육 마피아 그리고 토건족, 이걸 순차적으로 얘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영화도 생각해보고, 드라마도 생각해봤었는데, 결국 최종 형식으로는 소설로 가기로 했다.

 

첫 번째 얘기는 얼마 전에 끝이 났고, 출판사로 넘어갔다. 아직은 조금 더 손을 보려고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대강의 일은 끝났다. 제목은 확정을 못 지었는데, ‘소설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정도가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얘기의 크기상, 교육 얘기를 먼저 하라는 얘기들이 많았었는데, 소재의 시급함 때문에 모피아 얘기가 먼저 나가게 되었다.

 

토건족 얘기는 아직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소재야 있겠지만, 드라마로 만들 선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은 없다. 2편 교육 모피아에서는 1편에 나왔던 주인공들을 그대로 투입할 생각이 좀 있다. 모피아와의 싸움을 벌였던 딸과 주인공을 그대로 교육 현장에 투입시키면서, 곽노현이 어떻게 감옥에 가게 되었고뭐 그런 얘기를 관통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보려고 조금씩 생각해보는 중이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번 기회를 맞아서, 나도 수능문제를 직접 풀어보려고 한다. 도대체 이게 사교육까지 받으면서 외워야 하는 건지,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직접 풀어보면 뭔가 느낌이 올 것 같다.

 

어차피 대선 때까지 별 할 일도 없고, 끝나도 별 할 일도 없어서, 수능시험 10년치 놓고 풀다 보면 뭐가 문제인지 좀 잡힐 것 같다.

 

나도 학력고사 세대라서 아직까지도 수능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다. 정말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프랑스 바깔로레아 문제는 직접 풀어본 적이 있다. 경제과목은 껌값이었는데, 철학 문제는 진짜 어려웠다. 아니 문제가 어렵다기 보다는, 철학 문제라는 아우라가 주던 게, 간단히 답을 쓰면 안 된다는 그런 부담으로 왔는지도 모른다.

 

교육 문제라

 

이건 나에게는 칠순도 훨씬 넘은 우리 부모와의 오래된 싸움을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 묵은 상처를 꺼내서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70대들이 생각하는 사회에 대한 이상과 접점을 찾아보려는 시도와 같기도 하고.

 

아버지는 서울 사범을 나왔다. 아버지의 친구들은 대부분 사범학교 출신들이다. 어려서부터 지겹게 본 사람들이 바로 그 양반들이다.

 

어머니는 이화여고를 나오셨고, 집안이 가난해져서 당시 2년제였던 서울교대에 1회로 들어갔다. 어머님의 친구들은 이화여고 출신 아니면 서울교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교육을 장악했던 이 1세대 인간들의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우리 집안에 처음 등장한 좌파이고, 현재로서는 마지막 좌파이다. 어느 집안이나 돌아보면 부모 말 안 듣고 데모에 나선 삼촌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인데, 우리 집에는 그런 것도 없다.

 

검사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고등학교 때인가, 자기 삼촌이 4.19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자신은 학생운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실제로 대학 가서 운동은 안 했지만, 우정은 계속 되었고학생운동에 대해서 반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어쨌든 2편은 코미디로 갈지, 아니면 스릴러 구조 같은 걸로 갈지, 아직 그런 걸 정하지는 않았다. 1편의 주인공들을 투입할 수 있다면 하겠다는 정도, 그리고 곽노현 사건은 중심이든 아니든, 꼭 집어넣겠다는 생각.

 

곽노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감동적인 장면은 아니었다. 세 명이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정말로 밥 먹는 얘기 말고는 다른 얘기는 안 하고 헤어졌다.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다.

 

교육부와 일을 같이 했던 적이 있었다. 7차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된 회의에 참가했었고, 시범학교를 만드는 일 할 때, 기후변화협약 특성화 대학원 만들 때

 

좋은 기억도 있고 안 좋은 기억도 있다.

 

아예 이 얘기를 조선시대 버전으로 해보는 게 어떠냐는 주문도 있다. 시대는 정조 시대, 과거를 둘러싼 협작질이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완전히 붕괴된 시기에 관한 얘기.

 

여기에 과거제도를 혐오하였던 박지원을 등장시켜서, 조선 시대 버전으로 지금의 얘기를 해보라는 주문이 또 한 종류가 있다.

 

, 아직은 첫 번째 얘기 마무리하고 잠시 쉬는 중이라서 이것저것 열어놓고 생각해보는 중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행정고시 준비를 잠시 한 적이 있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은 20대 초반, 박사 코스웍의 마지막 시험을 보면서 끝났다. 그 다음에는 시험은 없고, 면접만 있었다.

 

민간기업이나 정부에서 하는 면접에서는 거의 붙었다. 대학에서 하는 면접은, 100% 떨어졌다. 대학 총장들은 나를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좀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아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총장 면접 보는 일은 안 하기로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가 해준, 자기보다 공부를 더 잘 하는 어느 친구의 얘기

 

대통령도 시험 봐서 뽑으면 자신은 대통령도 할 거라는, 객관식으로만 문제가 나온다면.

 

톰 클랜시는 우파 중에서 우파, 정말로 극우파 버전의 소설가이다. 아주 재밌는 인간이다. 자기 집 마당에 2차 대전에 썼던 탱크를 가져다 놓을 정도로, 극우파 쇼비니즘의 극한에 가 있는 사람이다. 한국 보수들도 톰 클랜시 수준으로 확 가버리면 그건 그 사람의 개성이라고 인정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평가가 많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난 톰 클랜시가 만들어내는 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민주당 계열의 헐리우드 감독들이 만들어낸 얘기들을 정말 좋아했다.

 

나중에 ‘fta 한 스푼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이 작업용으로 달고 있던 제목이 모든 공포의 총합이었다. Sum of all fears… 여기에서 드디어 우리의 닥터 라이언이 CIA 국장이 된다. 나중에 라이언 박사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는 얘기까지 나와 있다고 하는데, 이 최종판은 아직 못 읽어봤다. 어쨌든 레드 옥터버에서 CIA 분석관으로 처음 등장한 닥터 라이언이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는 얘기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얘기는 ‘Immediate danger’, 이 얘기를 정말 좋아했다.

 

어쨌든 하다 보니, 나도 톰 클랜시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한 것 같다. 이번에 작업을 해보면서 그걸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미친 교육이다. 누구 때문일까, 그런 얘기 할 필요 없다.

 

보수들은 전교조 때문에 교육 망쳤다고 하고, 진보에서는 오래된 늙은이들이 교육계의 힘이 너무 강하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 남 탓이라고 하는 동안에 망가진 청춘이 5톤트럭으로 수백리를 달린다. 그런 얘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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