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드라마가 끝내준다.

샤니와 얽힌 빵 주인들의 이야기는, 나는 맨날 듣고도, 어느 빵이 어느 빵이고, 헷갈린다. 삼립빵과 샤니의, 그 야사에서만 맴돌던 지겨운 얘기가 요즘 메인 드라마 중에 하나이다. 시청률, 10% 미만...

급기야 6.25를 그린 <전우>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을 먹고 이런 걸 만들었는지, 어제 보고야 말았다. 결론적으로... 급 술마시고 싶어져서 아내와 술 한 탕.

<문화와 예술의 경제학>이라는 책 작업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의 추이까지 몇 년째 계속 살피고 있는데.

20대가 본방 시청률에서 사라진 건 벌써 3~4년 된 사건이라서 이제는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하는데, 급기야 아줌마들까지도 드라마를 떠나기 시작한 정말 조선 역사에서는 처음 생긴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는 중이다.

보통 30~40대 여성들, 흔히 아줌마로 분류하는 요 계층이 드라마 본방의 주력군이고, 광고 시장은 물론 주연 배우 캐스팅까지 전부 좌지우지하는, 자칭 타칭 한국 드라마의 주인들이다. 요 사람들 마음에 들어야 드라마 시장이라는 데에 내올 수 있는데, 드라마는 많이 보지만 또한 영화 시청률은 아주 낮은. 아주 까다로운 분류군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그렇게 기똥찬 성과를 올렸던 김명민이나 심지어 우리의 '종사관 나으리'까지, 드라마에서는 완전 날라다니지만 극장판으로만 옮기면 완전 깨빡 나는 이유가, 드라마는 보지만 극장에는 가지 않는, 아주 독특한 시청자 집단으로 설명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 한 마디로, TV 내에서는 막강 파워그룹이고, 여기는 또 '무한도전'의 지지층하고도 좀 특색이 다른 것 같다.

하여간 이 불패의 주력군이, 요즘 드라마를 떠나고 있는, 정말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그 빈자리를 대신 매우는 게 40~50대 아저씨들인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더 많이 보는 건 아니고, 그냥 보던 만큼 보는데 아줌마들이 빠져 나가니까 아저씨들만 남은 거 아니냐... 그게 10% 밑으로 돌고 있는 험블한 시청률이 말해주는 것 아닌가, 그렇게들 추정을 하는 것 같다.

한 마리도, 한나라당 주력층들만 요즘 TV에 남아서 <전우>라는 대형 스펙타클 전투 드라마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뭐, 정치력 무기력증도 만들고, 이래저래 종편 편성으로 방송사들 망한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TV 많이 봐서 좋을 거 없다는 게 한나라당 프로그램인 셈인데.

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게, 한국 아줌마들이 외국의 여성들과는 달리, 엄청난 고학력이라서 그나마 드라마로라도 붙잡고 있어야지, TV도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면 한나라당이 가장 무서워하는, 주부들마저도 손에 책을 잡는...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까?

PD 수첩이 창간 20주년을 맞아서 지승호가 인터뷰를 통해서 책을 펴냈다.

내가 쓴 글도 약간 들어가 있기는 한데, 드라마 <전우>를 틀어놓고 이 책을 뒤적뒤적 하다가, 도저히 <전우> 같은 것은 못 보겠다고 드라마를 끈 한국 드라마의 주력군이 바로 이렇게 생긴, TV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여곡절을 쓴 책을 짚을까, 안 짚을까, 그런 게 궁금해졌다.

한국은 지금 분기점에 있다.

하여간 드라마 <전우>와 책으로 된 <PD 수첩>이 동시에 나왔는데, 한나라당은 이 황당한 일련의 드라마로 TV를 뒤엎으려고 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역작용에 의해서 영구집권은 사실상 물건너갈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빡 때리고 지나갔다.

(그런 점에서는 월드컵 열기를 좁은 창으로 유도한 SBS가 역사에서는 '구국의 공신'이라고 기록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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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마당 고양이들한테 먹이를 줬다.

야옹, 결국 먹다 남긴 콤보를 마당 고양이들한테 줬는데, 역시 상했는지...

토를 해놓았다. 미안했다.

그리하여 사료를 한 웅큼 주었는데, 한넘이 잽싸게 와서...

녀석들이 요즘 만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그맣게 감자와 고추를 심었는데, 고추는 냉해라서 겨우 이제야 몇 개 달렸고.

감자밭에는 고랑마다 화장실로 쓰느라고, 똥 치우는 일이 또 보통 일이 아닌데...

감자잎을 녀석들이 뜯어먹는다. 도대체 왜 감자 잎을 먹을까 싶지만, 하여간 한 무더기를 뜯어놓았다.




마당 고양이만 그러는가 했더니, 야옹도 마당에 나올 때마다 풀잎을 먹는데, 오늘은 감자밭으로 직행...

잡초도 뜯고, 감자잎도 뜯고.

귀리잎이나 그런 것들은 캣잎이라고 해서 고양이 헤어볼을 토하기 위해서 먹는다고 하는데, 넘들은 아무 거나 막...

야옹도 감자잎 먹는 장면이 현장에서 딱 걸렸다.



요즘 마당이 한참 좋을 때... 라고 하지만 하루에 30분씩 쭈그리고 앉아서 손톱 밑이 까맣게 될 때까지 풀들을 뽑아주는데, 이놈의 풀들은 하루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원상회복되어 있다.

토종 민들레라고 해서 아주 귀하다고 누군가 그러길래 올해는 뽑지 않고 뒀더니, 아주 엉망이 되었다. 민들레가 한 번 피고 나면, 땅이 아주 엉망이 된다.

손으로 잔디 관리하는 게 나처럼 할 일 없는 사람이 하루에 30분씩 매달려도 이지경인데, 도대체 골프장 그린은 무슨 수로 그렇게 금잔디를 유지하는 건지...

가끔 골프쟁이들하고 논쟁하면, 자기들도 조금씩 이제는 제초제 안 쓰고 손으로 뽑기 시작햇다고 하던데, 넘들은 무슨 용빼는 제주가 있는 건가?



지금은 계곡 밑이라서 좋기는 한데 -모기 살벌한 것만 빼고 - 평창터널이 뚫리면 담벼락 바로 옆부터 공사장이 된다.

종로에서의 한 때의 아름다웠던 기억 정도로나 남게 될까? 나도 전세사는 처지라서, 탄원서 내거나 그럴 형편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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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은 요즘 약간 호전적으로 변했다.

마루에 있는 모기장을 드디어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영화 <킬빌 2>에 보면, 생매장된 관에서 손날로 계속해서 쳐서 결국 관을 부수고 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햄버거 고양이'에서 '킬빌 고양이'로 별명이 바뀌었다.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하루 종일 마당에서 마루에 있는 고양이들을 놀려대는 마당 고양이의 놀림에 열 받았는지,

드디어 모기장틀을 밀어내고, 바깥으로 나가시어,

과감히 자기 보다 덩치 큰 고양이와 기어코 한 판을 뜨셨겠다.

마침 돌아왔던 아내가 보고 시껍해서 얼른 붙잡아서 집으로.

어쨌든 태어나서, 아니 우리 집에 와서 2년만에 처음으로 드디어 다른 고양이와 한 판을.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한 수 잡고 간다더니, 처음 해 본 싸움에서 이겼다.

그리고는 나중에 한 번 더 모기장틀을 열고 나가서 2시간 동안 혼자 놀다가 들어왔다.

(더운데 창을 못 연다...)

하여간 그 이후로는, 이제 어른이 다 된 듯한 표정으로, 완전 당당해졌다.

우리 집은 오래된 집이라서 별의별 벌래가 다 나오는데, 완전 반장 노릇이다.

떠들지 말란 말이야...

우리 집 반장은, 떠들면, 가차없이 다리를 끊어놓는.

(아, 무셔라...)

다시 파리의 계절이 왔다.

날아다니는 파리를 고양이 잡는 걸 보면, 정말 예술이다.

펄쩍 뛰어서 그 작은 손으로 파리를 박수 치듯이 잡아내는데, 진짜 예술이다.

(덕분에 마루에 죽은 시체가 즐비하다... 우에...)

모기도 좀 잡으면 진짜 사료값이나 캔값이 아깝지가 않을텐데, 모기는 잡지 못한다. 너무 작아서 그런가?

진짜 떠드는 애는 모기인데...

이 동네 모기는 '타이거 모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서울예고가 집에서 멀지 않은데, 서울예고 학생들이 하도 이 북악산 모기에 시달렸는지, 거기에 '타이거 모기'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물리면, 진짜 인생이란, 그런 질문이 나올 정도이다.

(다음에는 감자밭과 고양이 만행 사건에 대해서 한 번 써볼까...)

(고양이 얘기 책으로 내고 싶다는 출판사가 있어서 연락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가벼운 얘기는 당분간은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대답을 했다. 생각보다, 고양이가 재밌기는 재밌는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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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위한 새 인문학 사전>이라는 책을 집어든 것은, 순전히 도대체 원어가 무엇이었는데, 우리나라 번역어가 이렇게 생기게 되었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원 제목은, Idea that matters: Key concepts for the 21st century이다.

중요한 개념들, 21세기를 위한, 뭐 그 정도의 뜻인데, 저자인 그레일링이 철학자라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나?

하여간 어차피 잡은 건데, 잡은 김에 쭉 읽었다.

전문가한테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세상에는 전문가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사전 유형의 개념 정리책들이 원래 그렇듯이, 이 책은 사전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전처럼 필요한 항목만 빼서 읽으면 아주 재미없을 것 같다.

저자의 권위를 믿고, 이런 개념들이 요즘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군, 그렇게 맨 앞에 선 철학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주제를 분류하고, 골라내는 것을 본다고 하면, 그럼 맨 앞에 선 사람들이 요즘 생각하는 것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평이하지만, 그가 골라낸 개념 그리고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개념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확실히 2010년, 세상은 막 밀레니엄이 시작한다고 하던 그 10년 전과는 좀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공부의 세계에서도 가끔 트렌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할 것 같기는 하다.

그야말로 따끈한 이번 시즌 머스트 해브 아이템 (핫 아이템은 아니다...)

고전을 보고는 싶은데 골 아프기에는 좀 사는 게 빈한한 상황, 생각은 좀 하고 싶은데, 골 패기에는 체력이 좀 딸리는 사람, 약간 "최근에 영국에서는 말이야"하고 잘난 척을 한 번 때리고 싶은데 소재가 빈안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이야라고 정색을 하고 '인본주의'를 생각하시는 분에게는, 경기들만큼 천박한 책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으니, 최신 유행에 심약하신 분은 피하시기 바란다.

책을 딱 덮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이 책의 진짜 기능은 지식의 기초 체력 테스트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반나절에 읽었다면, 대학생 상식 수준.

하루가 걸렸다면, 10대 문학도 수준.

1주일이 걸렸다면, 이제 그림 없는 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려고 하는 중학생 수준.,

꼼꼼히 읽으면서 한 달 가량 걸렸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흡수할 정도로 순발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초등 5학년 수준,

그런 기초체력 테스트용 책으로는 딱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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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경제학을 준비하면서 영화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좀 했었다.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20대들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일은 없겠다... 생각보다 좀 처참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곽지균 감독의 자살 소식은, 올 게 왔다는 생각과, 짠한 마음 그리고 남은 자들의 무거움.

지난 달에 그의 영화 중 <청춘>을 아주 재밌게 본 적이 있다. 내가 지냈던 시간이지만, 90년대의 정서와 2010년의 정서를 비교하기 위해서 찾아본 영화인데, 다른 사람도 재밌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간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다.

진심으로 고인에게 애도를 보내고 싶다.

영화 <붉은 돼지>의 한 대사,

"좋은 놈들은 이미 죽었어..."

진짜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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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문사철이 죽으면서 언어학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도 같이 죽은 것 같다.

20세기 철학자들은 많은 경우, 언어학을 겸해서 하는데, 아마 한국에서 언어학을 기반으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이 고종석 선생 정도가 아닐까 싶다.

몇 년 전에 <말들의 풍경>, <감염된 언어> 등 한국에서는 드물게 언어학을 주제로 한 고종석 선생의 책이 줄울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아마 당분간 언어학을 기반으로 한 책은 그 정도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고종석 선생이 쓴 글 중에서 가장 웃겼던 것은 나프어 사전이었다.

우리는 프랑스만큼 언어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프랑스어-프랑스어 사전>처럼 방언과 특수언어를 정리한 게 거의 없는데, 2010  한국인은 그렇게 학문에 부지런한 민족이 아니라서 아마 그런 것은 영원히 생겨나지 않을 성 싶다.

나프어는, 쉽게 말하면 강남 TK어 사전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전또깡이 국어학자들 데려다가 표준어 배우면서 '궁중어'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대구 사투리에 서울말이 대충 섞인 게 궁중어인데, 서울 사람도, 대구 사람도, 배우지 않으면 그렇게 하기 어려운 그 말을 궁중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주어는, "본인은"으로 시작한다. 말이야 따라할 수 있지만, 억양을 따라할 방법이 없다.

가끔은 서정주를 말당 선생이라고 부르는 고급 유머도 궁중어의 한 장르이다.

NAP는 Neuilly, Auteil, Passy라는 세 개의 파리 지역을 말한다. 뇌이유에는 파스퇴르 고등학교와 미국 병원이 있고, 오떼이유에는, 음,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부자 동네이고, 빠시에는 미국 문화원이 있다. 뇌이유에서 약간 위로 올라가면 구스타프 에펠의 생가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갑자기 빈민촌으로 바뀌면서 홍세화 선생이 거기 사셨단다...

프랑스 신문에는 요즘 강남 TK가 그러는 것처럼, NAP가 프랑스 토지의 몇 퍼센트를 가졌다느니, 평균 소득이 어떻다느니, 그런 기사들이 종종 나온다.

분석을 보면, 프랑스 전역에 성을 가지고 있는 영주들이 파리에서 살 때에는 주로 NAP 지역에서 산다고...

가끔 우울해지면 고종석 선생의 나프어 사전을 보는데, 그냥 보면 강남어 사전하고 거의 유사하다.

친구. 거의 모르는 사람
좋은 친구. 친구
사적인 친구, 주치의나 전담 변호사, 회계사
절친한 사이, 밥 한 먹은 사이
검소하다, 극도로 인색하다
먹고살 만하다, 매우 부유하다
사람들, 나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우리 식구들, 나프
이주민, 이슬람 교도
불행해지다, 오쟁이 지다
그 친구는 자식 복이 없어, 그 친구 아이가 마약을 해
걔들 문제가 많아, 걔들 이혼했어

나도 강남에 몇 년 산 적이 있었는데...

신천역 일대를 뒷구정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태춘 노래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진 얘기이고,

강남에서도 문정동처럼 변두리로 나가면 시골이라고 부르거나 경기도라고 부르고, 강북은 아예 북한이라고 부르는 걸 본 적이 있다.

광화문에서 만나자고 하면, 북한까지 어떻게 가냐, 그런 식으로 활용을 한다.

최근에 아내와, 패션어 사전, 인터넷 쇼핑몰 사전, 그런 걸 쉴 때마다 조금씩 만들어보는 중이다.

최근에 찾은 것 하나.

쓰탈... 카피본. 활용예. 마크 스딸, 이건 마크 제이콥스 카피본.

고종석 선생이, 가끔 언어학을 통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푹푹 찌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선생은 요즘 뭐 하시는지, 도통 종적이 잡히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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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느에서 우리는 매번 상탄다매..

한국 영화는 배고플 일 없다는데, 왜 이 사람들은 맨날 배고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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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 대구

독서감상문 2010. 5. 22. 11:52

선거 둘째날, 대구에 갔다가 대구 MBC 앞에서 신호에 조명래 유세차랑 나란히 신호에 걸려서 유세를 꽤 길게 구경할 기회가 되었다.

조명래는 잘 나오면 6% 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에게" 하겠지만, 요즘 노회찬 지지율 보면 대구 진보신당의 6%에게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다.

선거 구호 중에서, "색깔 좀 바꿔주세요"라고 하는 게 눈에 띄었다. 파란색 한나라당, 그 한 가운데에서 색다르면서도 눈을 끄는 구호였다.

이제는 '동토의 왕국' 정도로 생각되고, 박근혜 텃밭이자, 한나라당의 텃밭 근원지 정도로 생각되는 게 요즘의 대구 이미지이지만, 원래 대구가 한국에서 가장 좌파들의 도시였고, 어떻게 보면 한국 정치경제학의 고향이기도 한 셈이다.

맨 앞 줄에 서 있는 정치경제학자들 중에서는 대구 출신이 많고, 심지어 전라도 대학들에서 정치경제학 가르치는 선생님들 중에는 대구 출신이 적지 않다.

90년대 동구가 붕괴한 이후에도 가장 오랫동안 헌책방에서 자본론이 돌아다니던 곳이었다고 알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제는 좀 어려워졌지만, '새 정치경제학'이라는 구호로 일종의 new left 학술운동을 주도하던 곳도 경북대였다. 나도 성공회대로 소속을 바꾸기 전 2년 동안에는 경북대 소속이었고, 매달 어쨌든 대구에 내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대구에서 지역 종합지 형식으로 <레프트 대구>라는 잡지를 새로 만들었다. 창간호는 800권을 찍었는데, 그건 전부 소화했다고 한다. 대단한 일이다.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에는 논란이 좀 있었는데, 원래의 당명은 진보신당을 만들기 위한 연속회의 정도로, 실제 이름은 연석회인 임시이름이다. 입장에 따라서는 선호의 차이가 좀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이름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여러 가지로 드러나게 된 셈이다.

도대체 어떻게 정세균과 내 이름을 같은 항목에 올릴 수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이해찬과 내가 같은 부류로 묶일 수 있는가, 이런 고민들이 많았는데, 아마 그렇게 곤란한 지경에 놓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의 분류대로 한다면, 그냥 좌파 혹은 괄호열고 구좌파가 한 계열이 있고, 뉴 레프트 계열이 또 한 부류가 있고, 이 후자에는 여성주의, 생태주의 그리고 문화주의와 같이, 구좌파에서 별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운동의 계열들이 들어가고, 그 연장선에서 장애인 운동과 소수자 운동 같은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여성주의 내에도, 그냥 페미니즘과 영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골치 아픈 논쟁들이 있고, 생태운동 내에도 그냥 뉴레프트라고만 분류되기 어려운, 훨씬 더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흐르들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 모든 것을 '진보'라는 이름으로 때려넣게 되니까, 지방 선거에서 우리가 본 이 대 혼동상의 문제가 생겨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진중권의 경우는, 뉴 레프트라고 분류하면 진짜 대표적인 뉴 레프트 계열의 평론가 혹은 지식인, 그렇게 분류될 것이다.

김규항은? 조금 복잡할 것 같은데, 흐름상으로는 구좌파 성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고래가 그랬어>와 함께 일종의 신매체 운동,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진중권과 비교하면, 조금은 더 fundamentalist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교과서적인 성향이 강하지 않을까?

하여간 선거 기간 중에, 그런 분류에 대한 곤혹스러움과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인데, 한나라당 버전 '동토의 왕국'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대구에서 '레프트 대구'라는 화끈한 간판을 걸었다. 

브라보!

책자 하나가 얼마나 시대를 대변할까 싶지만, 비로소 좌파가 스스로를 좌파라고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는, 또 다른 시대의 흐름이 어느 한 구석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고통이 깊어야 새로운 잉태가 나온다... 는 데미안 버전의 부드러운 얘기가, 이번에도 유효할 것 같다. 

대구에서 시민운동이든, 민중운동이든, 한나라당이 아닌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버거웠겠는가? 

그러나 대구는 노동자의 도시였고, 한국에서 노동운동의 원형을 만들어낸 곳의 하나이기도 하다. 

인민노련의 역사를 찾아가면서, 인천에 있던 인민노련이 전국 조직화하면서 맨 처음 제대로 된 활동가를 파견한 곳이 경주이기도 하다.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은 경주에서 첫 페이지를 시작할려고 생각하는 중이다.) 

2010년, 계몽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누구 위에서 지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 누구도 누구를 계도해서 새로운 길로 가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평등과 수평이라는 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평등은, 말이 좋아 평등이지, 결국 평등이라는 개념을 매게로 누군가 누군가를 지도하는 그런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극단적인 평등주의는, 스탈린주의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평은, 방향은 없고, 구조만이 존재하는, 매우 밋밋한 개념이기는 한데.

2010년, 한국에서 레프트라는 새로운 질문은, 수평이라는 새로운 구조에 대한 질문이기도 한 것 같다.

무엇이 이 시대의 레프트인가?

'레프트 대구'라는 잡지의 제호를 보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피가 끓기는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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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은 황윤 스타일의 영화가 있다.

한국에서 생태에 관한 영화를 위해서 논하기 위해서는, 정말 황윤의 영화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한국의 생태 다큐멘타리를 대표하는, 그런 영화라면 결국 황윤의 <어느 날 그 길에서>를 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생들한테 이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정확히 한 지점, 인간이라면 당연히 눈물을 흘리는, 정확히 한 포인트가 있다.

그닥 눈물이 날 것 같지 않은 흐름 속에서, 정확히 누구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울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갑자기 머리 속에서,

엠비 리, 오만 오 메이어, 문수 킴 등등, 아 그런 사람들도 있기는 하겠구나 싶었다.

드디어 출시, 소장용 DVD 박스 셋트...

한국을 사랑하고, 생태를 사랑하고, 감성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표현주의 영화의 대중 버전을 사랑한다면, <어느 날 그 길에서> 박스 셋트 정도는 소장하고 있어야.

다큐를 보다 말고 울까 싶었는데, 나도 눈물이 팍. 또 봐도 울까 싶었는데, 또 봐도 팍.

정말 제목 그대로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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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집에 있는 고양 말고 또 다른 길냥이들과 같이 사는 중이다. 이게 같이 사는 게 맞다고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작년 장마 때 오들오들 떠는 새끼 4마리와 어미가 안되어 보여서 가끔 먹이를 준다.

너무 자주 주면 안 좋다고 해서, 한달에 한 두 번 주는 것 같다. 아주 추울 때, 비올 때...


아내가 애지중지 하는 아주 조그만 텃밭이기는 한데, 고추모종을 심어 놓았고, 감자도 막 싹이 나기 시작한다.

넘들은, 텃밭 둔덕을 파헤치고 실례를 하고 다녀서, 내내 돌아다니면서 녀석들 똥 치워주는 게 생각보다 큰 일이다.

해 있는 날은 밥을 잘 안주는데, 모처럼 주말에 개운한 기분으로, 에라 기분이다...



덩치가 비슷해보이지만, 새로 온 녀석이 새끼이고, 먼저 온 넘이 엄마이다.

실제로 보면, 새끼 먹으라고 엄마는 조금만 먹고 금방 자리를 비겨준다.

이넘들 말고도 식구 관계는 아니지만 종종 놀러오는 뚱땡이가 한 마리 있는데, 그 뚱땡이가 자기가 먼저 다 먹지 않고,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 다른 새끼들을 위해서 조금만 먹고 옆으로 비켜줄 때, 정말 감동이었다.

남의 자식이라면 자기가 먼저 다 먹어버릴 것 같은 인간들을 좀 아는데, 뚱땡이는 그러지 않았었다.


얼핏 보면 형제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덩치 차이가 좀 난다. 모녀 관계이다.


잘 쓰지 않는 기능이기는 한데, 정말 간만에 디지탈 줌이라는 걸 써서 2배로 키워보았다. 그냥 크롭 기능 같은 거라서 실제 출간용 사진에서는 거의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통 나는 수동 아니면 셧터 속도를 고정하는 그런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한데, 고양이 찍을 때에는 그딴 거 없다.
요즘 주로 고양이들을 찍는데, 수풀 사이에서 잠깐 얼굴 보는 순간에 이것저것 조정할 틈이 없다.

고양이 하품 하는 걸 한 번 찍어볼까 싶었는데, 그게 기회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대신 필름 시뮬레이션이라는 걸 사용해서, 약간 색조가 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기는 하다. 3번째 사진이 커스텀 채널로 설정한, 벨비아 톤이고, 나머지 수치들도 훨씬 올려놓은 건데. 같은 거 두 장을 놓고 확대해서 보면 좀 차이가 있지만, 그냥 찍으면 그게 그거다.


곧 장마가 올텐데, 이넘들은 어떻게 살까?

작년에 같이 지내던 4마리 새끼들은 그래도 그 장마를 무사히 잘 넘겨서 이렇게 어미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정말 평화로워보이지만, 어미는 그새 어디 가서 싸우고 와서 꼬리가 반쯤 끊겼고, 새끼는 아직 꼬리는 멀쩡한다.

내가 본 것만 이제 벌써 3대째인데, 원조 할아버지에 해당하는 얼룩 고양이는 요즘도 가끔 우리 집 부엌 앞 담장 위에서 햇빛을 쬐고 있기도 하다.

넘들도 사는 게 힘들고 고달퍼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명이라는 것은.

삶은 언제나 치열하지만, 가끔은 다른 생명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 그런 게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 중의 하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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