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의 새 책에 대해서는 한동안 풍문이 돌았었다.

나는 목수정과는 골프장 싸움 때 처음 알았다. 골프장 싸움이 휴지기로 접어들어갈 때, 민주노동당에서 골프장과 관련된 성명서가 한 장 나왔고, 잠시 논쟁이 계속되는 일이 생겼다. 이 성명서가 내가 기억하는 목수정의 첫 번째 글이었다.

이후 분당 직전, 목수정이 노조 사무국장이 되었나, 하여튼 당내에서 상근자들의 체불 임금 등 여건을 개선하자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목수정이었다.

나는 그가 문화복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얘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가 그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지, 연애 얘기가 책으로 먼저 나오게 되었다. 웅진에서 나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야성의 사랑학>이라는 제목의 목수정 새 책에 대한 기사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아마 Bazar 이번 호일 것 같다. 저자의 손을 넘어서 출판사로 갔지만, 아직은 작업 중이라서 책이 나오지 않았으니.

판매부수를 잘 알려주지 않아서, 바자와 보그 사이의 규모는 정확히 모른다만. 보그가 조금 더 많이 찍는 걸로 알고 있다.

영화 <여배우>에서 바자의 얘기들은 일부 공개가 되기는 했는데, 어쨌든 한국에서도 바자나 보그, 데스크가 모두 스타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보그 쪽이 더 알려져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김경은 최근에 두드러진 활동으로 눈길을 끌어잡는 소위 스타 에디터인 셈이다.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는데, 월간 작가 쪽에 고정적으로 실리는 김경의 글은, 언제나 놀라움을 준다. 매번 챙겨읽지는 못해도, 기회가 닿으면 김경의 글은 꼭 챙겨보는 편이다.

감각적이기도 하고, 또 상업 세계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남은 기자의 감성은? 그런 질문들은 김경 앞에서 재밌는 변주로 나타나게 된다.

그 김경이 목수정을 만났다.

목수정의 이번 연애 얘기는, 퍽 재밌을 것 같다. 신자유주의와 연애, 그리고 감히 도발적 연애를 상상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아픔은?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그런 얘기들을 여전히 감성적이며 또한 도발적인 목수정의 문체 속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패션지에서 만나보는 목수정, 하여간 반가왔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색다른 소색들을 찾아내는 김경에게도 또한 고마움을...















Posted by retired
,
영화 <매트릭스>가 연속극 형식의 영화를 처음 꺼내놓고 얼마 뒤,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이만큼 흥행한 영화는 아니지만, <오스틴 파워>도 3부작의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직후에 시작된 <레지던트 이블> 역시 3부작일 거라는 기대로 시작을 하였다만.

4편은 엄청 뜸을 들였다. 그 동안에 감독과 배우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다시 몸도 만들고, 또 틈틈히 밀라 요보비치는 다른 영화에도 출연을 하고.

1편의 시작은, 엄브렐라라고 하는 화장품도 만들고, 생화학 의약품도 만드는 복합적인 다국적 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테마를 소규모로 다루었던 영화는 <캣우먼>이었는데, 이건 전격적으로 당시 화장품 다국적 기업의 인수합병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쇼킹한 테제를 던졌다.

네슬레가 랑콤 등 화장품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바디숍>을 다시 재인수하는 과정은 국내에서는 아주 짧게 밖에 소개가 되지 않은 듯하다. 기본적으로는 곡물회사이고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당시 영국에서 공정무역의 한 흐름으로 막 이름을 갖기 시작한 바디숍을 인수할 때, 왜? 이 질문이 한참이었다.

어쨌든 엄브렐라는 원래의 문제의식이었던 화장품 회사에서 다국적 의약기업을 거쳐, 이제는 조금 황당한 군산복합체의 모습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셈이다. 덕분에... 재미는 없다.

원래 스토리가 있던 게 아니고, '바이오하자드'라는 게임 시퀀스에서 영화를 가져온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오락은 스크린 샷만 봤지 해본 적이 없어서 원래의 긴장감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밌게 본 게 2편이었다.

3편은, 2편과는 연결되지 않고, 연애만 한 토막 가지고 온 셈이다. 3편에서 영화는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나만 길을 잃었나?

삼부작이니까 당연히 3편에서 끝날 줄 알았고, 그 때 못 끝냈으면 4편에서는 끝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목 자체가 '끝나지 않는', 오 마이 갓, 이 시리즈는 끝나지 않는다고?

1, 2편에서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나왔던 밀라 요보비치가 4편에서는 이제 화장을 엄청하게 되었다. 그 사이 아이도 낳고, 엄마도 되었고, 랑콤 등 슈퍼모델급의 광고모델이던 그녀도 우리와 같이 나이를 먹는다. <제5원소>에서 아예 말도 하지 못하는 배역으로 설정된 우크라이나 소녀는 <잔다르크>에서 전사로 재탄생을 하고, <울트라 바이올렛>에서 엄마가 된 후, 이젠 우리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이제 정리를 하지 않으면, 물리적 한계로 더 끌어가기 힘들 것 같은데. 다음 번에는 끝나려나?

1편, 속편, 이렇게 하면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기가 어렵지만. 시리즈로 바꾸면, 딱히 엄청난 영화가 같이 나오기 전에는 드라마 보듯이, 앞 편을 본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다음 번 것도.

<반지의 제왕>이나 <적벽대전> 같은 것들이, 미리 영화를 다 찍어놓고, 후편은 다음 시즌에... 요런 형식으로 했었는데, <레지던트 이블>은, 그 때 그 때, 달라요.

바이러스 개발자에서 이제 그룹 총수까지 다 나왔으니, 5편에는 또 누가 나올래나?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그리고 조철현...  (9) 2010.10.07
호혜의 경제에 관한 영화...  (6) 2010.09.27
그린 존  (6) 2010.09.05
초록 물고기  (6) 2010.08.24
토토루, 그리고 웃는 고양이  (7) 2010.08.17
Posted by retired
,

나는 가능하면 작가나 저자들을 직접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람을 직접 알면, 책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고, 왠지 상상이 공간이 좁아지는 것 같은 부작용을 느끼게 된다.

잘 모를 때에는 책을 통해서 상상해본 이미지와 목소리 같은 것이 생겨나고, 그렇게 유추해진 상상의 공간 속에서 또 다른 상상이 생겨나고, 그런 과정이 썩이나 즐겁다.

그러다가 직접 작가를 만나게 되면. 그런 상황에서는 다시 책을 읽어도 상상의 폭이 오히려 좁아지는 부작용이 생겨나게 되는 것 같다.

마음 속의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본인의 진짜 목소리가 들리면, 영 꽝이다.

그래서 결국은 좀 거리두기를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부작용을 느끼지 않은 거의 유일한 작가가 최성각이다.

그는 생동감 있게 상황을 묘사하고 서술하는 데에는, 한국에서는 특A급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글을 잘 쓰고, 또 재밌게 쓴다.

잡자마자 한 번에 읽는 그런 몰입형은 아닌데, 찬찬히 상황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읽는 글 맛이 보통이 아니다.

그가 그동안 썼던 서평들을 모아서 책을 냈다. 역시 재밌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재밌게 잘 쓸 수 있을까?

짧은 글쓰기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Rhetoric of Reaction  (1) 2010.09.29
Bazar에 나온 목수정  (9) 2010.09.22
프랑스 경제사회교과서 통합 모임  (37) 2010.08.22
<하우스 푸어> 강연회  (3) 2010.08.19
하우스 푸어  (1) 2010.08.03
Posted by retired
,

그린 존

영화 이야기 2010. 9. 5. 03:36

나는 영화에 좀 편식이 심한 편이다.

좀비나 드라큐라 나오는 B급 영화들, 어지간하면 본다.

헐리우드 영화는, 20대 때는 잘 안 봤는데, 30대 중반 넘어가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본다. security cinema로 분류되는, 그런 영화는 거진 보고, 구할 수 있으면 거진 산다.

남들한테는 오락이겠지만, 나한테는 공부인 셈이다. 물론 결론 뻔한 전쟁 영화에 마초성 짙은 20년 전 영화들, 엄청 재미없기는 한데, 그냥 참고 본다. 책도 참고 보는 것처럼, 영화도 참고 보는 셈이다.

자꾸 보다보면, 인내심은 좀 느는 것 같다.

보통은 열 번 넘게 보는데, 어떤 건 100번 넘게 본 것도 있다. 먹고 사는 거... 생각보다 힘들다.

<본 얼티마텀>은, 1편은 재밌게 봤는데, 3편은... 도저히 못 보겠다 싶어, 몇 번 시도했는데, 아직도 끝까지 제대로 못봤다. 맷 데이먼이 나온 영화 중에서는 <시리아나>는 엄청 재밌게 봤었다.

<그린 좀>은, 재밌다. 몇 개의 CIA 관련된, 예를 들면 톰 클랜시 원작을 활용한 극렬 민주당 영화의 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닥터 라이언 시리즈부터 쭉 따라와서 본 사람이라면. 색다른 CIA 버전을 느낄 수 있을 듯도 싶다.

뻥 치는 거야 정치인 다음으로 서러워할 사람들이 군인 그것도 정보계통 장교들일텐데.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거야 이제와서는 비밀도 아니지만, 하여간 그 초반 얘기이다.

펜타곤, CIA, 양쪽의 인텔리전스 팀이 이라크에서 맞붙게 된다. 문득 궁금한 생각. 부시 집권 초기에 각 인텔리전스 팀을 조율할 자체 방첩팀을 백악관에 두겠다고 했었는데, 그게 어떻게 되었는지,

어쨌든 부시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여간 여기서는 CIA가 이라크를 이해하는, 일종의 지한파처럼 지이라크파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나오고 펜타곤 쪽이 잔인무도한 팀으로 나온다. 보통은 그 반대인데, 전쟁 중에는 펜타곤이 전권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으로 봐야 하나?

하여간 개뻥과 개뻥이 맞부딛히고, 결국 첨단 장비로 사용하는 특수 야전용 컴으로 결정적 단서를 찾는 것은, 구글...

그냥 보면 구글 홍보영화인 듯 싶다.

임시 파견 관계 등 뭔가 좀 앞뒤가 안 맞는 듯 싶은 장면들이 좀 있지만, 국방 영화야 그런 게 한둘이 아니고.

엄청 민주당 영화이기는 한데, 헐리우드가 좀 너무 하다 싶은 건, 잘 생기고, 쌈 잘 하고, 말 잘 하고, 그리고 엄청 정의로운 친구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너무 그렇게 대놓고 하면 좀 그렇다는 생각으로, 어설프고 덜 떨어지게 그리는 지능범들도 가끔은 있다만.

하여간 미국, 전쟁 너무 많이 한다, 쟤네들.

한국도 이라크 파병해서 건설사업 수주액도 올리고, 국익에 도움 된다고 노무현 시절 엄청 뻥 까더니, 지나보니 전부 개 뻥임이 판명되고, 결국 그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 정권은 지지자들 풀풀 떠나버리고 결국 정권도 잃게 되었더라, 이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비극적 사건과 관련된 바로 그 얘기이기는 한데.

요즘 오바마는 뭐 하나 싶어 막 뭐라고 했더니, 나름 미국 내부 소식에 정통했다고 하는 어떤 분이, 오바마는 자기 스케쥴 대로 잘 가고 있는 거라고 하시더라... 근데 아프간은 어떻게 할려고 그러시나?

하여간 돈만 된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헐리우드에도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 감독들이 또 팽팽하게 나뉘어서 지네들끼리 열씸히 싸우는 거 보면, 그래도 한국보다는 낫다,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한국 영화 욕 하다가도, 혹시 아나,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천안함 가지고 영화 만든다고 열심히 시나리오 하나 들고 펀딩 받으러 다니고 있을지? 한국 버전의 천안함, 재밌는 할텐데, 누가 목을 걸고 그걸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그런 궁금함이 생기기도 한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혜의 경제에 관한 영화...  (6) 2010.09.27
레지던트 이블 4  (4) 2010.09.21
초록 물고기  (6) 2010.08.24
토토루, 그리고 웃는 고양이  (7) 2010.08.17
유아사 마코토, 새 책이 나온다...  (1) 2010.08.12
Posted by retired
,

초록 물고기

영화 이야기 2010. 8. 24. 14:20
1.
참 오랜만에 초록물고기를 봤다.

이 영화 얘기를 처음 들은 게, 아마 신촌에 있던 연우라는 만화가게에서 죽 때리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영화를 전공했다. 만화가게에서 우연히 만났었는데, 초록물고기라는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면서 영화 얘기를 조금 들었었다.

2.
원형에 관한 생각이 들었다.

<초록 물고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이 원형에 관한 얘기일 것 같다.

아직 IMF 경제위기가 오기 이전, 일산에 막 사람들이 가서 살기 시작할 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

문성근과 명계남이 아직 노무현을 지지하기 이전.

이창동이 장관이 되기 이전.

그리고 송강호가 아직 초짜이던 시절.

3.
<초록 물고기>는 노무현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였나 동시에 도시미학은 어떤 의미였나,

그런 것들이 아직 명확하기 이전의 한 세계를 문득 우리에게 되돌려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영화도 역시. 90년대 후반의 영광을 보기 이전.

리얼리즘이 영화 내에서 아직은 살아있던 시절.

4.
문성근은 예나 지금이나, 참 연기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종사관 지진희가 나왔던 영화 <수>에서도 문성근 혼자서 아주 돋보였었다.

"여는 내 세상이야, 내 세상..."

5.
사람들은 <초록물고기>를 노무현 정권을 만든 영화라고 평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 대선 직전에 TV에서 상영을 해주었는데, 명계남이 얼마나 비열한 사람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적들의 음모라고 하는 설이 파다했었다만. 어떤 의미로든,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매우 정치적인 영화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재개발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공간을 논의하는 영화. 그래서 <짝패>로 내려오는, 일련의 재개발 영화라는 장르가 한국에는 또 하나 있다.

예를 들면, <1번가의 기적> 같은 것. 아니면 <홀리데이>...

그런 재개발 영화의 원형에 해당하기도 하는 것 같다.

<김관장, 김관장, 김관장> 같은 코메디도 <초록물고기>와 맥이 닿아있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지던트 이블 4  (4) 2010.09.21
그린 존  (6) 2010.09.05
토토루, 그리고 웃는 고양이  (7) 2010.08.17
유아사 마코토, 새 책이 나온다...  (1) 2010.08.12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5) 2010.08.11
Posted by retired
,

바깔로레아용 프랑스 경제 교과서는 좀 깊은 스토리가 있는 책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스토리가 진행될 얘기이다.

출판사에서는 꼭 돈이 되는 책만 내는 것은 아니고, 의미가 있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내기도 한다. 이번에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프랑스 경제사회 통합 교과서>가 그런 경우이다. 중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도 꽤 많이 쓴 걸로 알고 있다.

대안 경제 교과서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 시작된 것은 좀 되는데, 아마 2003년, 딱 요 맘때처럼 더웠던 어느 여름날이라고 기억나는데.

사회교사모임이라는 곳에서 대안 경제 교과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 혼자서는 추스릴 수가 없었는데, 결국 한사경에서 이 일을 맡기로 했는데, 강남훈 선생이 일을 좀 끌어가셨다.

나중에 강남훈 선생이 교수노조 사무국장이 되고, 서로 바빠서 누구도 제대로 대안 교과서 집필에 관한 일을 챙길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역시 지금처럼 더운 여름날, 김수행 선생과 한국에 맑스경제학 전공했던 사람들이 어지간히 팔공산에 모여서 엠티를 한 적이 있었다. 보통은 이 양반이 화를 내거나 뭐라고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그 때는 불 같이 화를 내셨다.

요지야, 너네들 도대체 뭐하고 살고 있는 거냐, 뭐 그런 건데.

자칭타칭, 유명 교수들이 밤 12시에 전부 일어나서 벌 서듯이 한 명씩 요즘 하는 일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김수행 선생한테 왕창 깨지고...

사실 그 나이에 혼나는 것도 익숙지 않고, 새우깡에 소주 마시면서 밤 새는 게, 와 힘들다...

하여간 그날 밤에 대안 경제 교과서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김수행 선생이 정말 불같이 화를 내신 적이 있었다.

(그후로도 가끔 김수행 선생이 후학들에게 섭섭함을 얘기하는 걸 듣기는 했는데, 하여간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건 처음 보았다.)

그리하여, 다시 몇 년이 흐르고. 직접 교과서를 쓸 수가 없으면, 대안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걸 일단 번역이라도 해서, 이렇게 생겨먹은 걸로 외국에서는 공부를 하자,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참 커도 너무 큰  책이고, 게다가 용어도 너무 복잡했고, 미국 용어를 그냥 번역한 우리나라 경제 용어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묘한 맥락들이 있었다.

보통 번역 책의 감수를 맡으면, 문맥이 거칠지 않은지, 복문을 해체하는 과정이 제대로 되었는지, 혹시라도 문장의 맥락이 거꾸로 번역된 것은 없는지, 그런 걸 중심으로 보는데.

이 책은, socio-professional category에 속한 수 십개의 용어를 일관되게 번역하는 것 자체가 돌아버릴 일이었다.

하여간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이 거대한 떡대가 한국의 독자 앞에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엄청난 떡대라고 하지만, 그냥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 가기 위해서 보는 교과서일 뿐이다.

철학의 경우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수준은 학부생 수준을 가뿐히 넘어간다. 제대로 된 학부생 훈련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엉성한 경제학과 수준을 사뿐 넘어갈 정도이다.

한국 학부에서 폴라니를 제대로 가르치나? 아니면 뒤르케임을 읽게 하나? 혹은 지역경제, 우리 식으로 예를 들면 동북아 경제에 대해서 기본 메카니즘을 가르치기는 하나?

작업 중에 그런 질문이 계속 들었는데, 어쨌든 수준 차이가 너무 높게 느껴져서, 아,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번 주에 겨우겨우 출간을 하게 되었고, 얼마나 되는 한국의 고등학생들 손에 이 책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Bazar에 나온 목수정  (9) 2010.09.22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3) 2010.09.10
<하우스 푸어> 강연회  (3) 2010.08.19
하우스 푸어  (1) 2010.08.03
완벽한 가격...  (3) 2010.07.27
Posted by retired
,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3) 2010.09.10
프랑스 경제사회교과서 통합 모임  (37) 2010.08.22
하우스 푸어  (1) 2010.08.03
완벽한 가격...  (3) 2010.07.27
인생기출문제집 2가 나온댄다...  (8) 2010.07.01
Posted by retired
,
Alice in Wonderland...

이 제목을 가지고 디즈니의 자본으로, 팀 버튼이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을 나도 준비하던 중이라서, 팀 버튼 영화에 맞춰서 책을 낼까, 말까 그런 고민을 좀 했다.

결국은 팀 버튼의 실패일 거라고 생각하고 영화도 안 봤는데, 온갖 혹평 속에 나온 그 영화의 DBD 가 출시된 다음에 봤다.

나의 감상은...

와, 재밌쟎아, 역시 팀 버튼 표 아냐?

상업적 실패는 그 다음의 얘기이고, 팀 버튼의 이 영화로 하고 싶었던 얘기가 뭐였을까, 부지런히 분석 들어갔다만....

분석은 다음의 얘기고, 영화를 보자마자 탁 든 생각이,

<토토루>...

이 영화는 <토토루>에 대한 오마쥬이다, 그게 내가 느낀 첫 번째 감상이다.

웃는 고양이, 그건 원래의 앨리스 얘기에 있는 모티브는 아니고, 우리 누구나 웃는 고양이라면, 바로 토토루의 고양이 버스, 그거 아냐?

팀 버튼이 앨리스에서 쓴 고양이 모티브, 그건 아시아 계열의 사람이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토토로...

웃는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버스, 토토로 버스.

일단 고양이 얘기, 접수.

자, 그리고 토끼와 쌍둥이, 풀어야 할 코드들이 많지만, 토토로부터 얘기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썩 재미있는 얘기라는 게 내 결론이고, 팀 버튼의 이 재밌는 얘기가 흥행에 실패한 과정을 찾는 게 학자로서 내가 쫓아가는 길.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린 존  (6) 2010.09.05
초록 물고기  (6) 2010.08.24
유아사 마코토, 새 책이 나온다...  (1) 2010.08.12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5) 2010.08.11
20대 인디 영화, DVD 세트  (1) 2010.07.29
Posted by retired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봤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가장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일본인인 유아사 마코토이다.

작년 봄에 처음 봤는데, 그 후로 아마미아 카린은 또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와는 길이 엇갈려서 볼 기회가 별로 없다.

가을에 일본에 가는데, 이번에는 행선지가 히로시마라서 동경에 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며, 그는 일본의 반빈곤 활동가들을 대표하여 정부에 참여하였다. 그 후의 얘기를 듣고 싶은데, 직접 만나서 듣는 것 외에는 별로 길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그의 새 책이 나오게 되었고, 해제를 직접 부탁받는 영광스러운 일이...

지난 번 책은 너무 안 팔려서 내가 심히 민망스러웠는데, 이번 책은 훨씬 부드럽고, 유머스러워졌다. 

직접 보면  엄청 유머스럽고 경쾌한 사나이인데, 지난 번 책은 첫 책이라서 그런지 좀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이번 책에는 만화도 들어가 있고, 삽화들도 아주 귀엽다.

일본 반빈곤 운동, 여전히 진화 중에 있는 것 같다.

출판사에서 행사 같은 것을 좀 기획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멋진 사나이를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작년에 고대에서 초청 행사를 가졌었다고 하는데, 길이 엇갈려서 그 때는 만나지 못했다. 당분간,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사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록 물고기  (6) 2010.08.24
토토루, 그리고 웃는 고양이  (7) 2010.08.17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5) 2010.08.11
20대 인디 영화, DVD 세트  (1) 2010.07.29
똥파리...  (9) 2010.07.05
Posted by retired
,
나한테 고통을 준 책이 '생태 요괴전'이라는 책이다. 12권으로 된 대장정 시리즈 중 5권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이래저래, 이 책은 귀신들린 책이기는 하다. 원 모티브나, 책을 결정적으로 쓰기로 한 그 순간이나, 다 귀신 들린 얘기들로 구성된 책이다.

그리고 겁나게 안 팔린 책이기도 해서, 7권 째인, 본 책의 하일라이트를 거의 1년이 되도록 길게 고민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쓰기로 한 원 모티브는 동경에서 있었던 어느 날 사건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정확히는 꿈 얘기이다.

1권인 <88만원 세대>가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에 일본에 이런저런 이유로 가게 될 일이 좀 있었는데, 그 중의 어느 날.
나를 아주 힘들게 했던 어떤 사람이 꿈에 나타났고,

나는 꿈에서 아주 힘들었다.

그러다가, 너는 가짜야, 그렇게 말했더니,

그 사람이 낙엽으로 부수어져서 사라졌다...

그런 얘기다만. 어차피 꿈의 얘기고.

약간 디테일을 기억하면, 날 힘들게 했던 여인이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해서 나타났던 게 그 꿈의 내용이고,

내가 진실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쌍둥이 동생이 있을리가 없다..,

뭐, 그런 자다말다, 그런 꿈 속의 얘기들이다.

어쨌든 즐겁든, 즐거지 않던, 나는 그런 꿈의 얘기들을 좋아하고, 말은 과학의 세계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요괴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때 한 번 해봤다.

내 주변에 귀신들이 살까?

하여간 마흔이 넘어가려던 그 시점에, 어쩌면 아주 어린 시절에 봤던 그런 귀신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자, 그건 일본판 요괴들에 관한 얘기고...

<여고괴담>은,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참 좋았던 영화 시리즈이다. 그 끔찍한 얘기들이, 서양 얘기나 기껏해야 일본식 요괴 얘기나 들으면서 살아야 했던 내 10대와 20대의 기억을 넘어, 우리도 그런 얘기 정도 있어...

하는 그런 시리즈가 되었다.

<생태요괴전>을 준비하면서, <여고괴담> 시리즈를 전부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이미 너무 늦어서 DVD도 구할 수가 없었고...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여간 어쨌든 여기서 빌리고 저기서 빌려서, 볼 수 있는 만큼은 봤다만...

전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3편, 여우계단 이야기이다.

박한별이라는, 정말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던 배우가 나왔던 영화이고.

그는 요즘 뭐 하나?

여교괴담은 수 없는 여배우들이 데뷔한 무데가 되기도 하였지만, 전체를 다 놓고 보니, 영화 내에서는 박한별의 느낌이 제일 좋았다.

여우계단은, 무용, 다이어트, 그리고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여고괴담 시리즈는 전부 다, 대학 입시라는 큰 틀, 그리고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귀신이 되어, 자신을 죽게 만든 바로 그 친구를 여우계단에서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박한별은, 그 친구의 허리를 졸라 죽음으로 이루게 하는 선택을 했다.

날, 다시는 기다리게 하지 마...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이 그 시대를 버리고 있던 시절,

여고괴담을 보면, 지난 10년이 어땠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이 시리즈가 6편이 나온다고 한다. 한국에서 리얼리티를 말한다면, 여고괴담 외에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가끔 든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토루, 그리고 웃는 고양이  (7) 2010.08.17
유아사 마코토, 새 책이 나온다...  (1) 2010.08.12
20대 인디 영화, DVD 세트  (1) 2010.07.29
똥파리...  (9) 2010.07.05
내 깡패같은 애인...  (1) 2010.07.02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