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유쾌하고 쾌활한 사람이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정혜윤이 그렇다.

도대체 저 종잡을 수 없고, 얼토당토 않은 일을 꾸며대는 괴물 덩어리가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약간 삐딱하면서도 사실은 정통파, 하여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직업은 라디오 PD로 알고 있지만, 그건 정혜윤의 1%도 설명해주지 않는 것 같고.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여기에 나온 프롤로그가 정혜윤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해서 이 명랑 덩어리 괴물이 튀어나오게 된 건가, 자세히 설명이 나온다.

아홉 페이지짜리 프롤로그는,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나온 책 중에서는 가장 웃기는 프롤로그이고, 가장 골 패는 프롤로그이다.

까마귀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미취학 아동의 좌충우돌기에서, 초등학교 하산 사건,

아마 다섯 번은 복통이 터지도록 웃었던 것 같다.

고전 소설에 대한 에세이는, 그야말로 이 프롤로그의 덤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정혜윤의 이 프롤로그 만큼은 책방에 서서라도 잠시 읽을 분량이니,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웃긴다는 게 무엇인가...

마치 웃기지 못하면 내 여기서 죽으리라,

그런 독헌 마음을 먹고 심혈을 기울여 쓴, 개그형 프롤로그!

정혜윤에게,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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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들이 몇 명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양반이 이정전 선생이다.

음...

환경경제학회에서 논문 발표할 때 사회를 맡아주셨는데. 난 이 양반도 재웠다.

데이타 발표하는데, 전원 자고, 사회보시는 분도 자는데, 땀 삐질삐질, 대략난감...

죽는 줄 알았다.

김수행 선생 등, 당시 논문 발표할 때마다 원로 경제학자들 전원 재운 기록을...

정년 은퇴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어하시는 것 같아서, 프레시안 칼럼이라도 좀 써보시라고, 그렇게 다리를 놓아드린 적이 있다.

그 칼럼들 가지고 레디앙에서 칼럼집이라도 내보시면 어떠냐고, 그렇게 출간 준비를 할 때, 기왕 할 거면 제대로 좀 해보자고, 그렇게 쓴 책이 이 책이다.

본인은 틈만 나면 자기가 맑시스트라고 우기는데, 우리는 한 번도, 에이 그럴 리가...

그랬다.

많은 학자들이 자식 얘기만 나오면 좀 황당한 교육을 시키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양반은 정말 평소에 하던 얘기와 자식 교육이 같았다.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엄청 쪼거나 그러지는 않으셨고, 세속의 영광을 구하지 않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

아들이 결국 라면집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모두...

아, 정말 인격자다, 놀랐었다.

살아서 동상을 세우지 마라, 그런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나온 그 말을, 실제로 실천하는 그런 양반으로 알고 있다.

재미로만 따지면, 나는 장하준 책보다 더 재밌게 읽었고, 아, 리카도가 이런 말도 했구나, 배우는 것도 많았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로, 현 정부에서는 편한 일이 없게 되었고.

얼마 전에 있던 경남권 공항 토론회에서, 1조원 들여서 김해공항 고치는 게 답이다, 그런 얘기로 경상도에서 엄청 욕 먹기도 했다.

공항은 무슨 개뿔...

나는 정부 연구용역 등 프로젝트는 안 하는데, 그게 이 양반한테 배운 거다.

이정전도 그 정도는 지켰는데, 하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가야 할 방향, 이정전식 해법에 관한 책인데, 생각보다 재밌다. 가끔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다 못해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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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에 잠수함 영화라는 좀 특별한 쟝르가 있다.

<U 보트>에서 시작, <크림슨 타이드>에 이르기까지, 밀폐된 공간을 다루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서스펜스를 그리기 유리한 게 잠수함이다.

K-19은 이런 잠수함 영화 중의 하나인데,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을 다루는 데에 있어, 남성의 눈과 여성의 눈 사이에 차이가 있을까?

이게 기본적인 질문거리이기는 한데, 핵 잠수함에서 발생한 원자로 유출 사고를 다루고 있다는 특이점이 있다.

소련 잠수함을 다루었다는 독특함이 있기도 하고.

전임 함장과 신임 함장 사이의 조직론적인 문제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종종 <크림슨 타이드>의 백인 함장과 흑인 부함장 얘기와 비교되기도 한다.

1961년 사건인데,

같이 보면 재밌을 영화는 <크림슨 타이드> 외에도 쿠바 위기를 다룬 <D-13>, <굿 쉐퍼드> 같은 영화들.

케네디와 후루시쵸프가 냉전의 한 가운데에서 핵 위기 속에서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의 얘기.


일단 시간은,

4월 11일 월요일, 7시.

정각에 시작할 거고, 끝나면 30분 정도 간담회.

(조한혜정 선생님이 시간되시면 오실지도 모르겠고.)


(장소는 조금 넉넉한 방을 찾기 위해서 대학 강의실을 알아보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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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19 모임

영화 이야기 2011. 4. 7. 04:42
방사능 위기 정국을 맞이하여,

1961년 소련 원자력 잠수함에서 벌어졌던 핵 누출 사건을 다룬 k-19 영화를 사람들과 같이 볼까 합니다.

비상업적인 용도이고, 열 분에서 스무 분 정도 생각하는데...

댓글 달아주시면,

숫자에 맞추어서 적당한 장소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보고, 한 시간 정도 소주 같이 마실 정도,

의향 있으신 분, 댓글 달아주시면...

(규모에 따라 DVD 같이 볼 수 있을 장소는 제가 알아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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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인 박진섭은, 아마 일반인들은 촛불집회가 한참일 때 열렸던 공개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동안, 이래서는 더는 못간다는 요지의 얘기를 했던 시민단체 측 발언자로 얼굴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끼리는, 맹출신으로 불린다. 내가 얘기하는 개도맹(개구리, 도롱뇽, 맹꽁이)의 맹이 아니라 진짜 사노맹.

조국 교수 등 우리 주변의 맹출신들이 좀 있는데,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강동송파 지역 운동을 거쳐 환경운동 중앙으로 왔고, 정책실장을 오래 했다.

한 때 맹 서열 7위였다나, 그리고 당시 기관지 편집국장.

본격적으로 환경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 대운하에 이어서,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번의 두 번째이다.

처음 초고가 나한테 왔을 때에는, 생명평화의 DMZ, 이런 제목을 달고 와서, 이걸로는 도저히 안 된다...

하여 우여곡절 끝에 요렇게 생긴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DMZ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붙잡고 들여다 본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나와는 등을 대고 생태운동을 같이 하는, 가장 오래된 동료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한 겨울을 광화문 앞 열린 광장에서 농성하면서 길바닥에서 지낸 적이 있었고, 그 때 이후로 마음이 짠해서 그에게 마음에 빚진 것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출신, 녹색연합 출신 등, 소위 활동가들이 본격적으로 책을 내기 시작한다.

현장에서 알게 된이 진짜 많은 실무형 책인데, 어린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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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이 요즘 상당히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

<88만원 세대>와 목수정 책이 수입의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두 책 다 나온지 좀 되어서 작년부터 매출액 급감.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을 좀 빨리 내달라고 하는데, 작년에 책을 하나도 못 내서 올해 이것저것 처리하느라고 출간 일정이 잘 나오지가 않는다.

연내에는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당분간 레디앙은 비상 경영인가 보다.

레디앙이 상대적으로 좀 여유가 있을 때, 4대강 르뽀에 좀 돈을 대서 준비한 책이 이 책이다.

이번 달 얼루어에 나온 이상엽 작가의 사진과 르뽀가 책이 되어 나왔다.

새만금이나 한반도 대운하 혹은 4대강과 관련해서, 현장에서 만든 책들이 정말 안 팔렸다.

가장 최근에 나온 김정욱 교수의 <나는 반대한다>는, 출판기념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통치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책들이 구조적으로 겪는 어려움운,

활동가들이나 관련된 사람들은, 나는 이미 알고 있어, 이래서 안 보고.

실제로 이런 책들을 보기를 희망한 독자들은,

찬성편은 이미 찬성하니까 안 보고,

반대편은, 역시 이미 반대이니까 새삼 볼 필요 없고.

이렇게 굳이 보아야 할 필요를 잘 못 만들어내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선거와 비슷하다.

후보가 누군지와 상관없이 이미 어느 정당을 지지하기로 한 사람들은, 유세장에 나오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이 이미 결정되어 있고.

남은 건 부동층 혹은 일본식 무당파.

책에 사진을 많이 쓰기는 최병성 목사의 <강은 살아있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그 책도 힘은 별로 못 썼다.

이상엽 작가의 사진의 힘이 어느 정도 될지, 그걸 지켜보는 게 이번에는 포인트이다.

4대강 사업은, 정말로 사람의 정서와 미감을 시험대에 들게 한다.

이게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과, 폐부 어딘가가 찔린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 그런 두 종류의 사람들이 2010년 한국에서 공존하는 중이다.

자신의 고유한 미각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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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양이가 뭘 잘못 집어먹었는지, 두 번이나 토했다.

성묘가 되면 점점 토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얘는 혼자 살아서 그런지, 아직도 먼지를 너무 좋아한다.

두 번 토하고 나니, 밤새 빌빌거렸다.

4월도 왔고, 간만에 산책.



고양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카메라만 보면 도망간다.

다른 고양이들도 보통은 그런 것 같다.

단렌즈 써본지 참 오래되었는데, 단렌즈로 고양이 찍는 사람들 보면, 참 신비한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어지간히 친한 경우 아니면, 그렇게 들이미는 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에는 단렌즈로 잡히는 무감한 풍경, 그런 걸 참 좋아했었는데...

그런 걸로 고양 놀라지 않게 사진 찍는 건, 정말 상상불가다.

똑딱이 가지고 예술 사진, 역시 상상불가.

당분간은 똑딱이에 더 익숙해져 볼려고...

조리개를 더 열어보고 싶은데, 오... 여기가 한계치다.

사실 이것저것 만지다보면, 고양이는 벌써 딴 데 보고 도망간다.



고양은, 까치와 같은 새들을 좋아한다.

새가 날라가면 정신 없이 숨을 죽이고 쳐다본다.

사냥 본능?


고양에게 지어준 본명은 헤게루이지만.

가끔 철학자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양은 이 이름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고양, 이 이름에만 반응을 한다.

부르면 진짜로 달려온다.

헤게루, 절대 반응 없다.


가끔 우리도 부부 싸움을 할 때가 있다.

본격적으로 싸울 태세면, 고양이 끼어들어서 굴러버린다.

웃겨버리는 데야, 싸움 형성이 아예 안 된다.

집안 공기가 차가와지면, 얘가 먼저 지랄을 한다.

웃다 보면 왜 싸울려고 했는지, 그것도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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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되는 일도 없고, 기분도 좀 적적하고, 간만에 책이나 좀 쌓아놓고 보자고.

너무 딱딱하고 비슷비슷한 책만 보다가, 진짜 간만에 읽은 심리학 책이다.

원래는 로버트 라이시의 <왜 위기는 반복되는가?>를 보려고 하다가, 라면 먹으면서 읽기는 좀 그렇고, 결정적으로 서문을 보고 나니 밑줄을 쳐야 할 것 같아서, 대신 집어든 책이다.

먼저 여기 테스트부터 잠깐 해보시고.

흰 색 유니폼이 몇 번 패스 하는가가 질문이다.




하하, 나도 고릴라 못 봤다.

최근에 너무 진화 심리학이 난리를 쳐서, 한동안 지겹다 지겨워, 이런 심리학 테스트들이 하려고 하는 얘기가 너무 뻔한 결론 아니냐... 싶었는데.

진짜 간만에 유쾌하게 읽었다.

복잡하게 들어가면 너무 이데올로기적인 결론이 되고, 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한계 투성이이고 허점 투성이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재밌다.

그래, 고릴라를 못 보는 경우가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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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2편으로 알고 있는데.

이 마지막에 타치코마들이 일본으로 떨어지는 핵 미사일을 막고 산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흘러 나오는 노래를 일명 타치코마의 노래라고 부른다.

나도 두 번이나 이 장면을 책에다 넣은 적이 있다.

동경전력의 비정규직 투입을 보면서, 문득 이 장면이 다시 생각났다.

현대 있던 시절, 현대석유화학에서 벤젠 공정인가, 톨루엔 공정인가, 여기에 젊은 여성들을 투입하는 걸 보면서 정말 불 같이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자기들은 위험하다고 안 들어가고...

누가 위험한 공정에 투입될 것인가, 이걸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몽땅, 비정규직 몫이고, 신참 몫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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