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기분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스라하다. 이게 생시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5년간, 뭐하고 지낼가,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앞으로의 시간, 계획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즐겁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하고 싶지 않다거나, 그 어떤 감정도 움직이지 않는다.

 

니미...

 

망했다는 생각 뿐.

 

짧은 감정의 공간 사이로, 전두환과 노태우 시기를 버텼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그 시절에는, 시를 썼었다, 아주 열심히.

 

내가 시를 쓰지 못하게 된 건, 현대에 들어간 다음부터이다. 거짓말처럼,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로 억지로 몇 번 시를 써볼려고 했었는데, 시는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바로 그 시간,

 

전두환 때 시를 쓰던 것처럼,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갸날프게 머리를 스치고 갔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시기, 그 군사 정권을 나는 시를 쓰면서 버텼다.

 

그 시절 쓰던 시가, 다시 쓰고 싶어졌다.

 

살아있는 사람, 미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뭐라고 쓰고, 뭐라도 만드는 수밖에.

 

박근혜의 인수위를 보고, 대충 감잡았고, 그가 내건 인사들을 보고, 조금 더 감 잡았다.

 

박근혜의 임기가, 1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랬돈 잃어버렸던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막 돌아왔다...

 

행복한 마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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