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우치>

 

꽤 전에 <전우치> DVD를 사놓고 미처 못 봤었다.

 

요즘 날씨도 덥고, 집중도 잘 안 되어서 계속 <전우치>만 보는 중이다. 시대도 없고, 시기도 없다. 그래서 맥락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재밌다. 내가 워낙 요괴 얘기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엄청 재밌다.

 

시대가 하수상해서 그런가, 요즘은 나도 별 생각 안 하고 볼 수 있는 게 땡긴다. TV, 한동안 재밌게 보던 드라마도 꼴 뵈기 싫고, 그냥 폴라리스, 놀티비, 이런 대 나오는 아웃도어 클럽 같은 거 주로 본다.

 

말은 전우치지만, 사실은 세 신선들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신선들의 대사가, 가히 예술이다.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저런 대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아직 생각 없는 소설을 보기에는, 잘 적응이 안 된다. 요즘처럼 한국 소설을 안 보고 지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공지영의 도가니이후로는 별로 본 게 없다.

 

영화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관대하고 넉넉해졌는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소설에는 더 신경이 바짝바짝 서고, 영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넉넉해진다.

 

한동안 그런 생각이 안 들었었는데, 전우치를 며칠 동안 열 번쯤 보고 나니, 갑자기 영화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게 되었다. 아주 오랜 만에 느껴보는, 묘한 창작욕이라고나 할까.

 

내가 요괴 얘기를 좋아하기는 좋아하는 듯 싶다. 답답한 시기에는, 신선 놀음이 최고라고 하더니, 과연 그렇기는 하다.

 

그나저나 화담이라는 캐릭터를 저렇게 써 먹을 생각은 어떻게 해서 튀어나온 것일까? 화담하면 거의 자동 빵으로 튀어나오는 황진이 얘기를 보다가 생각했을까? 아니면 정말로 유교 공부하다가?

 

요즘은, 입담 좋은 조연들의 시대인 듯 싶다. 신선들의 대화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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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간인가, 러시아 출신의 작가가 체르노빌과 관련된 방대한 인터뷰를 모아서 낸 책이다.

때때로 수치나 기술적 자료보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게 더 중요한 경우들이 있다.

한국어판 서문은 아주 재밌게 읽었다.

구로자와 감독의 <꿈>에 관한 얘기로 시작하고, 체르노빌에서 동물들에 대한 학살 얘기까지는, 정말 전율에 넘쳐서 읽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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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페이지 정도를 겨우겨우 보고, 포기했다.

눈이 더 나빠져서 언젠가 책을 읽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내가 더 책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을 수 없는 첫 번째 책이 되었다.

글자 폰트 자체가 너무 살집이 붙어있지 않고, 인쇄상태도 유난히 흐려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 사러 갔다가, 도저히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어서, 아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구나, 그러고 돌아온게 두 달 전이다.

메모를 연필로 했는데, 3년 전부터는 연필로 글씨를 써서는 내가 읽을 수가 없다. 만년필로 바꿨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도 사인펜으로 바꿔야 할지도...

어쨌든 책은 아주 재밌을 것 같고, 꼭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나는 읽을 수가 없는 책이다. 안경을 끼고는 노안이라서 읽을 수가 없고, 5센치 앞으로 눈 대고 읽다가,머리가 빙빙 거려서...

살면서 하루에 두 권씩은 어떤 식으로든 책을 봤는데, 이제는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이 나에게도 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눈 좋으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여러가지로 섬세한 감정들을 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읽을 데까지는, 슬픈 사건이지만, 사람들이 느꼈을 뒷모습들을 정말 섬세하게 그려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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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이 단순 명료한 얘기를 꼭 프랑스 사람의 입을 통해서 볼 필요가 있나, 책을 집어들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좀 했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린 맨날 분노하라고 하고, 정신 차리라고 하고그리고 그 메시지가 한국에서 얼마나 무용하고, 무기력한가,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 작년부터 골돌히 고민하는 중이었다.

 

잠깐 분노하고, 다시 도서관 가서 취업 준비하는 것, 거기에서 분노가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더 많았다.

 

책은 빨려가듯이 읽었고, 아마 정상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읽을 수 있을만큼, 짧기도 하고, 강렬하기도 하다.

 

읽고 나서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이 책은 한나라당 계열의, 그리고 국가와 민족에 충실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한 번쯤 보아야 할 듯 싶다.

 

한국에도 레지스탕스와 같은 독립 운동의 역사가 없지는 않은데, 이들이 국가를 만들고 세울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레지스탕스 평의회가 했던 결정들 그리고 이런 결정이 드골 정부에서 반영되는 과정이 이 책의 주요 모티브이다.

 

전기, 가스 및 기본 인프라에 대한 국유화 논의 그리고 연금제가 우파 정부에서 도입되는 과정은, 우리의 전개과정과는 좀 다르다.

 

드골주의자들의 눈으로 본다면, 혹은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출신들의 눈으로 본다면, 최근의 한나라당의 국가주의와 효율주의를 대충 결합시켜놓은 복지에 대한 담론은, 진짜 웃기는 것일 듯싶다.

 

에꼴 노르말 출신인 저자는, 샤라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헤겔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정말 엘리트 중의 엘리트의 길을 걷게 된 것이고, 직업 외교관으로 삶을 살았다.

 

특별한 당적은 가지지 않았는데, 사회당 정부가 붕괴한 후 사회당에 가입을 하였다. 95, 시라크가 대통령이 된 것이 그에게도 충격적이었나 보다.

 

담론이라고 얘기하지만, 많은 경우 메시지와 발화자, 두 가지의 관계가 사실 문제의 핵심인 경우가 많다. 무슨 얘기를 할 거냐, 그리고 누가 그 얘기를 할 거냐?

 

한국을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중에 김정일에게 분노하라가 아니라 시대에 분노하라고 얘기하게 될 사람이 과연 등장할 수 있을까?

 

책에는 시인 아폴리네르의 시가 인용된다.

 

Sous le pont de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요런 싯구로 아직 기억하는 시인 아폴리네르.

 

이상의 글에 나왔나 ?

 

이 표정 없는 얼굴을 지워버리고 싶다...

 

나는 표정 없는 얼굴에 분노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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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두 권의 경제학 신권에 대해서 해제를 쓸 기회가 되었다.

물론 다른 출판사이고, 경제학자와 수학자, 이렇게 접근이 조금씩 달랐는데, 두 개 다 경제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는 점은 같았다. 약간씩 다른 포인트로, 두 권 다 생각을 전환하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책들이다.

라즈 파텔의 책은...

아마 당분간 내 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value와 evalu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공교롭게도 내가 정리하고 있던 장의 제목이 '가치와 가격, 경제 시스템, 가치의 복귀', 이런 내용이었다.

2010년대에 가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런 걸 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얼마 전에 한국경제학회가 있었는데, 정의론에 대한 얘기가 주요 논제가 되었다고 한다.

선생들이 간만에 한국경제학회 같은 데에서 발표 좀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고, 일단 제 생각부터 정리를 한 번 해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만약 그 때 발표를 했다면, 아마 라즈 파텔과 아주 유사한 얘기를 썼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 같다.

가치의 복귀와 가치론의 복귀는 조금 내용이 다르다.

글쎄, 세상이라는 것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가치론이 다시 한 번 유행할 시절이 아주 안 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가까운 수 년 내에 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가치론이 대대적으로 유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가치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탈 가치, 탈 도덕, 그게 경제의 발전이고, 그런 게 바로 경제학이라는 주장이 90년대 초중반 이후, 20년 정도 유행을 했었다. 그러나 그 딱딱한 경제 근본주의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이론적 균열이 나면서, 요즘은 다른 목소리들이 슬슬 비집고 나오기 시작한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재밌게 읽은 글이 있다면, 중농학파의 길을 열었던 프랑수아 케네의 '막심'일 것 같다.

요즘 산업시대 혹은 후기산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으로 보면 정말 턱 없이 황당한 얘기이기는 한데, 나야 케네의 중농주의 이론을 워낙 좋아했으니까... 그 이론의 연장선으로, 케네가 제시하는 일종의 경제 윤리 혹은 경제적 권면 같은 게 바로 맥심이다.

예를 들면, 농촌에 사는 귀족들은 자식들을 파리로 보내지 마라, 그러면 경제 망친다.. 요런 얘기들의 연속이 맥심이다.

시골 사는 토호들에게, 자식들 서울로 보내지 말라는 얘기 같은 걸 하니까 요즘의 눈으로 보면 택도 없는 얘기지만, 경제에 대한 분석이 윤리와 분리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만든 책이 이 책이다.

맑스 이후로부터만 고전을 읽거나 아니면 아담 스미스 이후로부터는 고전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중농학파의 얘기들이 좀 생소하겠지만. (실제로는 케네나 스미스나, 거의 동시대 사람이다. 연배가 케네가 좀 더 높았던 정도.)

튀르고 같은 사람들의 책도 재미있다. 과연 자본주의 초기의 사상가들은 이 독특한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사회를 인식하고, 또 세상의 미래를 생각했을까, 그리고 윤리관은... 그런 옛날 얘기를 요즘의 얘기와 비교해서 보는 게, 지겹지는 해도 생각보다는 재밌는 일이다.

나는 케네의 시절이 한 번쯤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2008년 이후의 경제학 논의의 한 흐름을 형성하게 된 주류 경제학의 비판에서, 단순한 맑스로의 회기만이 있는 게 아니라, 분석자들이 알고 했든 혹은 모르고 했든, 케네의 느낌이 많이 나는 책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이론이나 생각이라는 게 확실히 돌고 도는 것 같기는 하다.

한 때 케네 전공을 할 생각도 했었는데, 동경대에서 너무 빠삭하게 연구를 해놓아서 기가 질려서 포기한 적이 있다.

케네의 무덤에 들어가서 초고들과 서간지들을 다시 찾아낸 게 동경대 연구팀이라니, 참 기가 막혀서.

유럽에서도 일본의 자료 축적에 대해서 경외감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동경대도 학풍이 옛날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확실한 훈고학이라고 약간 놀림감이 되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기원의 문제에 충실하고자 하던 나름대로의 학풍이 감동적이기는 했다.

앞으로의 경제학 논의의 흐름은 어디로 갈까? 워낙 10년 넘게 보수 일변도로 가던 경제학 논의 구도에서 요즘은 좀 다른 흐름들이 나오면서, 그 딴 건 필요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을 다시 찾아내는 그런 시기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이 답답하고, 좀 다른 논의는 없느냐, 그리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의 정치 외에는 없느냐, 그런 대안들이 궁금한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미세하지만 중요한 전환이 지금 이루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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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청춘

독서감상문 2011. 6. 13. 18:03




청년 유니온이 생길 때 그렇게 빨리 생겨서 놀랐고, 노동부에서 끝까지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면서 노조 등록을 안 해주어서 또 놀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청년운동을 표방하는 단체들이 곧 많이 생겼지만, 역시 뉴스의 핵은 청년 유니온이 될 것 같다.

 

몇 년이 지나면, 그들이 낸 이 첫 번째 책은 기념비적인 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을 바꾸는 흐름은, 그 첫 발은 비루하고, 두 번째 발은 남루하지만, 결국은 어떤 전기를 맞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게 된다.

 

남루하고 비루했을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청년 유니언은 세상에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얘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역사라는 게,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정성 하나하나를 모아서 조금 바뀌고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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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나올 예정인 화폐경제학 준비하면서, 요즘 금융 문제들을 간만에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아, 이게 진짜 나라인가, 동네 친구들끼리 전방 차지하고 뒷돈 빼돌리는 장면 생각나더군요.

금융 민주화와 '강한 원화', 요 두 개의 개념을 가지고, 화폐 경제학 얘기들 다시 정리하는 중인데, 보면 볼수록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권은 교체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이꼬라지로 만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은행 가지고 장난치는 일들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금융이라는 곳이 아주 약간의 전문성을 가지고 엄폐된 골방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서 글 좀 쓰고 말 좀 한다는 사람들이 주로 인문학적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데, 유독 금융 얘기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 같더군요.

외환은행 사태, 우리은행 합병 등,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결정해도 괜찮은 것들을, 내년 4월이면 의석 과반수가 깨질 거라고, 지금 시급히 밀어붙이는 중입니다.

어차피 야당에서 의석수를 가진 건 민주당 밖에는 없는데, 김진표 원내대표가 실제로 그런 걸 견제할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손학규 대표가 금융 시스템에 변화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닌 건지, 현재로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어쨌든 금융을 이대로 방치해서, 대통령 우리들의 대통령과 그 친구분들이 쌈지돈처럼 장난치고 있는 걸 그냥 두어서는, 우리의 미래도 없고, 복지 같은 건 꿈도 못 꾸어 봅니다.

3조원 가량이면 대학 등록금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 돈 없다고 정부에서 난리치지요.

저축은행 부실로 당장 국가와 예금주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돈이, 십조원 단위를 훌쩍 넘어갑니다.

<인사이드 잡>은 다큐 형식이지만, 맷 데이먼이 나레이션을 할 정도로, 오락적 요소를 많이 집어넣은 영화입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그냥 PD 수첩이나 KBS 스페셜 혹은 MBC 스페셜 같은 데에서 90짜리 방송으로 만들어도 되는데, 왜 이걸 굳이 영화로 만들었을까?

아, 참, 미국은 우리 식의 공영방송이라는 게 없지.

그 생각을 하자마자, 이미 방송이 막혀버린 우리의 상황에서는, 결국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다큐를 만드는 수밖에 없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헐리우드가 지킨다는 통상적인 말, 그냥 괜히 생긴 말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은 공영방송들이 모여있는 여의도가 지켰나? 과거에는 모르지만, 지금은 여의도가 한국 망치지, 한국을 지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중파가 이지랄 하는 동안, 한국의 모피아들은 더더욱 견제없이, 대통령 감싸안고 자기 맘대로 제 세상을 누리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인사이드 잡> 같은 다큐를 못 만드는가?

바로 우리가 시사 다큐들을 돈 내고 보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충무로의 누군가, 저런 걸 한국 버전으로 만들어보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개봉하고, 같이 보게 할 다큐 시장이라는 게 아직 없습니다. 한국 다큐 시장의 상당 방송국 납품용으로 만들어집니다.

MBC 기준으로, 12%의 방송이 다큐이고, 이 중 외부 제작분은 40% 정도 됩니다.

그런 다큐 중에 한 개를 금융 문제와 같은, 우리가 잘 알기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일들에 할애한다면, 여의도가 한국을 지키는 일이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KBS 사장, MBC 사장, 그런 높으신 분들의 고매하신 문화적 소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품격 다큐는, 외국에서 가서 아름다운 자연을 찍는 것들 밖에는 없습니다.

구질구질하고 멋진 자연도 나오지 않지만, 진실이 담긴 다큐, 당분간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개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이드 잡>은, 꼭 미국이나 외국이 우리보다 다큐를 잘 만들거나, 잘 분석한다는 그런 의미로 볼 필요는 없는 영화입니다.

다만, 현재의 이명박 시대에, 우리는 그런 걸 만들 수도 없고, 틀 수도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인사이드 잡>이 국내에서 개봉될 수 있게 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주 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틀기로 결정하는 과정, 작지만 숨막히는 과정들을 통해서 이명박 시대에 이게 겨우겨우 개봉관까지 오게 된 겁니다.

먼저 이 영화를 보신 분들께, 제가 정말이지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는 취향에 따라서, 재밌게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것이고, 별 거 없다고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 분 한 분들의 그런 작은 정성이 모여서, 우리는 금융 민주화로 가는 첫 번째 단추를 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봉일날 영화 보신 분 10분께는, 제 책 중에서 가장 비싼 책인 '디버블링' 드리기로... 금요일 오후에 발송 예정입니다.)

거듭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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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연락을 받았는데,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님도 <인사이드 잡> 보신답니다.

극장에서 관람객들과 토크 같은 거 해볼 수 있도록 약간 주선해볼 생각입니다.

일단 제가 아는 데 까지는, 이대의 시네마테크에서는 좀 길게 이 영화를 가지고 갈 계획이구요.

우선은 CGV 쪽 객석을 채우는 게 우선.

이대와는 달리, CGV는 객석이 차지 않으면 바로 내려갑니다.

어느 정도 객석을 채워서, 개봉관 수를 늘리는 게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지방에까지 내려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한국 배급사에서는, 별도의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같구요.

전례를 보면, 입소문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극장에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수는 없어보입니다.

개봉 첫주 주말 극장 예매율이 중요한 지표이기는 한데, 그런 것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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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 10권 준비했습니다.

우선 순위 개봉편 보시는 편, 그 다음 순위는 오늘 보시는 분,

그렇게 보내드립니다.

알아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소 남겨주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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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세균 대표와, 태어나서 가장 길게 얘기하게 되었다.

전에도 뵌 적이 몇 번 있는데, 악수와 짧은 덕담, 그 정도.

한국에서 아무런 마케팅 없는 비운의 다큐, 인사이드 잡 보시겠다고...

새만금 해수유통 얘기도 했다.

답은... 없었다.

그외에도 몇 가지 얘기가 더 있었는데,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20대 여성에게 주는 문제는,

아마 민주당에서 긍정적으로 받을 것 같고.

20대 국회의원을 만들어내는 게, 몇 년간 내 꿈이기도 했는데, 내년에는 드디어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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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가장 힘을 기울여서 하는 일이, 외환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마침 <인사이드 잡>이 다음 주에 개봉을 하면서, 전혀 아무런 마케팅도 없는, 그래도 개봉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개봉관 1회 상영분을 본 사람 10분에게는, 내 책을 드릴 생각이다.

(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주소를 알면, 배송하는 방법을 써볼까...)

외환은행 노조에게, 다큐를 보기를 간청하는 편지를 썼다.

금융노조와 사무노조 쪽에도, 꼭 보시기를 간청하는 편지를 쓰려고 한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볼려고 한다.

(개봉 첫회 보신 분 중, 어떻게든 알아먹을 방법으로 연락해주시는 10분께, 제 책 중 가장 비싼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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