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를 사는 법

 

작년 2월에 쓰기로 하고 아직도 출간을 못한 책이 하나 있다. 조희연 선생 부탁으로,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정도의, 가벼운 접근이다. 특별히 부담 가지지 않고 그냥 아는 얘기 쓰면 그만 아니냐는 정도로 시작된 건데, 그게 그럴 수가 없다. 헤드에 해당하는, 전체 얘기를 묶을 입구가 필요한데, 이게 계속해서 문제였다.

 

신좌파에서 신신좌파, 대선에 이긴다는 전제로 주체를 중심으로 얘기를 모았었다. 물론 여기에도 세계 경제가 바로 경색 국면으로 갈 거냐, 아니면 조금씩 버티면서 조정 국면으로 갈 거냐, 여기에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개의 버전이 있었다.

 

그리고 대선에 졌다. 미안한 얘기지만, 좌파로는 지금 경제 얘기를 내 실력으로는 정리하기 어렵다. 이기거나 지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냐, 그 말이 옳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내 얘기는 늘 옳다’, 그렇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의 희망은, 이번 대선에서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집단이 집권하고, 다음 정권은 이제야말로 좌파그런 꿈을 가졌드랬다. 40대 중반의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이었다.

 

그렇지만 졌다.

 

잘 해보고 싶었다, 그런 무기력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세상이 원래 이렇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박근혜가 이길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내용은 정리해야 하니까, 좌파 혹은 신신좌파라는 키워드를 책에서는 일단 drop… 아쉽지만 그 제목은 다음 기회로.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한참을 더 고민을 했다. 사무엘 브리튼이라는 사람이 95년에 이미 책 제목으로 쓴 적이 있다. 참 구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결국 구했다. 같은 제목으로 쓸까, 약간의 변형을 시킬까, 그런 고민을 했다. 이미 내 책에서 몇 번 쓴 적이 있는 표현이고,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가장 소극적인 형태로 표현하면 이 정도 된다.

 

그러다 최근, 어차피 박근혜 시대에 정공법으로 갈 거면, 아예 그들의 언어와 문법을 쓰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성장’, 그들이 요즘 즐겨 쓰는 용어이다. 물론 어감만 있고, 용어 정의는 없다. 그리고 내용도 없다. 그렇지만 많이 쓰는 용어이다. 창조 경제는, 그래도 내용은 있다. 설령 근혜네들이 이해는 못하더라도, 그 용어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따뜻한 성장, 그 자체로 아무 내용도 없다. 그야말로 이미지와 뉘앙스만 가진 용어이다.

 

,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런 이미지 전략에 늘 졌다.

 

난 성장주의자는 아니다. 성장 보다는 성장 패턴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어쨌든 대학생들의 경제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을, ‘띠뜻한 성장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할까, 요즘 그러는 중이다. 내용은 벌써 4번 가까이 썼다 엎었다, 뭘 정리해야 할지는, 어느 정도는 정리되어 있다.

 

박근혜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사람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전히 난감하다.

 

하던 얘기를 계속하는 것, 복지라는 용어를 들을 때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결국 박근혜는 복지를 안 할 거니까, 그리고 계속해서 복지를 얘기하면 결국에는 이긴다

 

요 정도인데

 

,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작년까지 하던 얘기를 기계적으로 혹은 더 쎄게 반복하는 것,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생각에는, 그건 세 번 지는 가장 정확하고 정직한 방법인 듯싶다.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부동산종합대책에서 가장 눈에 가는 대책은 1) 수직증축, 2) 보금자리 주택 폐지, 이 두 가지이다.

 

이거, 양아치들이다.

 

수직증축은 명박도, 너무 이상하다고 안된다고 했던 정책이다. 그들의 수준을 가름하는 첫 번째 기준이다. 보금자리 주택은, 격론이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냥 찬성하지는 않았던 제도이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 공급자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올릴 수 있게 보금자리 주택부터 없애는 것, 그건 정말 이상한 이유이고, 이상한 논리이다.

 

그럼 뭐하냐. 이런 거 이상하다고 말하는 나만 이상해지는 시기인데 말이다.

 

약간 좀 괴상한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나는 마이너의 마이너가 되었다. 민주당은 여기에, 콜 그리고 6억 더, 양도세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시켜 주었다.

 

의원님, 나이스 샷!

 

박근혜는 명박 보다 더 이상하게 삽질하고, 민주당은 희한한 각도로, “나는 중도다”, 그런 이상한 일을 할 5년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아무 일도 없다.

 

그냥 박근혜의 용어를 빌려서, 그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가야 하는가, 그런 걸 이 기회를 빌어서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박근혜가 따뜻한 성장을 했나, 안했나, 이걸 나중에 알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있다.

 

DJ, 노무현 때 최저임금이 평균 10% 정도 올랐다. 명박 때, 5% 정도 올랐다. , 박근혜는 이걸 어찌할 것이냐?

 

쉽지만 대부분의 것을 보여주는 기준이다. 말이냐, 행동이냐, 그런 걸 간단히 볼 수 있는 작업들을 좀 해보고 싶다.

 

언제 세상이 이론적인 것이나 학문적인 것으로 바뀌더냐? 박근혜를 죽어라고 지지한 그 골수지지자들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방법은 없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려고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한 박근혜 시대를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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