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명랑

 

하여간, 하는 일마다 안 되는 시기가 있다. 요즘 내가 그렇다.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나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내가 그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동료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 그게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괴로움이다.

 

운동권으로 살아온, 그야말로 전형적인 80년대 인생으로서, 서로를 지켜줄 수 없다는 과거를 환기하는 것이, 이 나이에도 여전히 힘들다.

 

500번대 채널에서 집중분석 take라는, 그야말로 아무도 보지 않을 듯 싶은 방송을 같이 만든 것은 3월 중순부터이다. 연초부터 시작한 방송인데, 나는 좀 뒤늦게 결합했다. 믿거나 말거나, 하여간 처음부터 내가 하는 역할이 있던 그런 방송이라고 하는데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이다.

 

나름대로 정도 들고, 동료들에 믿음도 생겨나게 될 순간, 방송 개편이 되면서 문을 닫게 되었다. 1년 정도는 하지 않을까, 그렇게들 50여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정성으로 붙어 앉아서 만들었던 방송이다.

 

100회부터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까, 그렇게들 생각했는데, 현실은… 100회 기념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이 정도 구조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듯이, 기분 참 더러울 구조이다.

 

, 살다 보면 이런 일 한 두 번 겪는 것은 기본이니까,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그 방송을 작게 쪼갠 방송 중에 하나를 내가 맡게 된다는 걸 알게 된 후에

 

뭐 데쓰까

 

이거 뭐지?

 

업친데 덮친 격으로, 몇 년째 같이 일하던 에디터가 최근 책의 판매 부진으로 출판사를 옮기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 내가 잠시 헤매고 있는 동안, 내 주변에서는 그야말로 난리 뽀가리가 나고 있던 거라.

 

지난 주말, 아주 약식으로 동료의 환송회를 해주었다가, 늦게 들어왔다고 아내한테, 정말 더럽도록 심하게 깨졌다.

 

그날 따라 아기는 아주 사람 염장하게 한 난리 친 날이었다. 아기 기분 돋는 날, 정말 사람 기분 돋게 만든다

 

아내한테 엄청 터지고, 그냥 또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니가 애기 아빠야?

 

, 사실, 할 말은 없다.

 

사는 게 뭐, 그런 거지.

 

하여간 더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그런 그런 몇 주를 지냈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았던 45년 인생, 지거나 이길 수는 있어도, 이렇게 진 것도 아니고 이긴 것도 아니고, 그냥 덤덤하게 버틴 것은정말 내 기억에는 없는 일이었다.

 

명랑을 모토로 살았던 내가, 아주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이거, 인상 쓰면 지는 거고, 웃으면 위선이고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몇 주를 보냈다.

 

그 동안에 글이라도 잘 써지면, 그래, 나는 또 내가 할 일이 있어, 그러겠는데

 

이 심정에 글이 써지겠는가? 그리고 설령 혹시 써진다고 하더라도 그게 내 글이겠는가?

 

당연하다 싶게, 글도 안 써지고, 이렇게 쓰고 버리고, 저렇게 쓰고 버리고.

 

그 동안에 되는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그리고 써 질 글이 뭐가 있었겠는가?

 

나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더라도, 그게 무슨 최선이었겠는가? 그야말로 민폐 아니면 다행이지

 

하여간 그리그리하여, 내가 하던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가장 가까운 시간에 내려놓기로 하였다. , 내가 그렇게 즐겁지 않은데, 억지로 뭔가 한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탈탈 털고, 그만둘 것은 그만두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이게 지난 몇 주 동안 내가 한 일이다. 뭔가 찾고 만들고, 시도하기 위해서 시간을 쓴 게 아니라, 내가 하던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는

 

그래, 참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재미없고 신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면서, 어떻게 명랑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어쨌든 이래도 의미가 있고, 저래도 의미가 있고, 이건 이래서 중요하고, 저건 저래서 중요하고

 

썰레발

 

을 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거..이다. 그렇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명랑할 수 있을까. 그게 내가 지난 몇 달 동안 부딪힌 고민과 질문이다.

 

하여간 이렇게 계속 고민을 하다가, 오늘 오후에 스쳐가듯이 잠시 결심을 했다.

 

어쨌거나 명랑

 

원래도 나는 명랑이 모토였는데, 지금 갑자기 인상 쓰고, 뭔가 힘들어한다고 해서, 그게 더 좋을 이유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나는 명랑하고자 할 때, 내 삶이 제일 재밌었었다.

 

그게 남들에게도 명랑이거나 재밌었었는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명랑, 그거 외에 이 삶이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후로, 같이 일하던 동료작가들에게 술 한 잔 사겠다고 전화를 했다.

 

술이 뭐 중요하겠는가, 그냥 마음이 함께라는 얘기 한 마디라도, 이 정도의 결심을 하고 나서야 겨우 할 수 있었던 것을.

 

새로 시작하는 방송, 목요일 날 첫 녹화가 시작된다.

 

take라는 이름으로, 보는 사람은 없어도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방송 대신, 하는지 안하는지, 정작 진행자인 내가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모르겠다

 

어쨌거나 명랑,

 

다시 한 번 명랑을 모토로 세우려고 한다.

 

웃어야지, 어쩌겠냐.

 

아주 예전에, 내가 힘들었을 때 했던 생각이다.

 

전쟁은 이길 수 없어도, 전투는 이길 수 있지 않느냐

 

아주 작은 전투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사람이, 명랑을 모토로 작은 전투라도 의미 있게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지는 건 괜찮다. 그러나 정말 무의미하게 밀리고, 그 사이에서 웃음마저도 잃는 건 너무 싫다.

 

그리하여, 별 볼 일 없는 삶을 마이너 리그에서 보낼지라도,

어쨌거나 명랑!

 

그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어쨌거나 명랑의 의미이다.

 

나의 동료들과 이 작은 결심을 나눌 수 없는 것은, 여전히 마음 아프다.

 

그러나 이 정도로라도 내가 마음을 먹어야, 그들과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다시 한 번 명랑, 어쨌거나 명랑.

 

 

지난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영안실의 고혼이 된 이재영이 늘 말했었다.

 

나는 지는 법이 없어…”

 

그 이재영의 웃음을 다시 보고 싶을 뿐이다.

 

Posted by retired
,

 

 

에반게리온 Q를 보고 나서

 

아기 때문에 요즘 영화를 거의 못 본다. 가끔씩 밤에 케이블에서 해주는 영화를 짧게 보는 것이 전부일 정도.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느냐, 아기가 달려들기를 피하면서 잠시 읽는 정도. 하루에 한 권 읽기도 정신 없다.

 

에바 얘기를 처음 보기 시작한 건, 서른 살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살기가 힘들었고, 뭘 해야할지도 잘 몰랐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대체적으로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 때는 특히 더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게다가 그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30대 초반이 지나면서 대인기피증이 아주 심해졌다.

 

다른 우울증은 그 이후로 많이 없어지고, 이젠 왜 그랬는지도 별로 생각이 나지도 않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대인기피증은 여전한 것 같다. 여전히 혼자 있는 게 편하고, 혼자 생각하는 게 좋다.

 

아마 일본 80년대와 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에는 나와 비슷하게, 꽉 짜여진 사회 속에서 그렇게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좀 더 다른 공간과 시간을 상상했던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헐리우드의 작법을 따라 편하게 만들어진 4시퀀스 구조를 따라, 혹은 13579로 나가는 플롯을 따라 얘기를 만드는 방법은, 별로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돈과 전문적 시스템을 통해서 뭔가 만들 가능성은 아예 없다는 현실적 절망이, 다른 방식의 얘기 전개에 더 매력을 느끼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에바 시리즈에는 서로 다른 엔딩이 몇 가지가 있다. 도대체 이게 뭐냐, 그런 혹평을 받았던 극장판의, 그야말로 집단 심리상담 같던 그 엔딩도 좋았다. 나는 누구인가, 전혀 질문은 생략한 채로 지구 평화를 위해서 죽어라고 날아다녔던 아톰에서 수많은 자이언트 로봇들의 얘기, 그런 데에는 존재의 질문은 생략되어 있었다. 사랑과 욕망 혹은 의무감, 그런 것들이 사람을 움직이는 데에 충분했다.

 

에바에서 던져진 그 질문이 좋았다. 에바 초호기를 타면서 느끼게 되는 신지의 불안과 공포, 도대체 동기는 무엇인가, 그렇게 계속 던져지는 질문이 좋았었다.

 

극장편에는 조금 다른 결론들이 있었고, 더 전격적이며 더 현실적인 엔딩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 것 나름대로는 좋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수많은 다른 엔딩들이 필요할 것인가,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일관되게 얘기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린 결론들로 계속해서 끌어나가는 수 많은 다른 엔딩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에반게리온 Q는 앞에 나온 서, 파와는 달리 그 후의 얘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TV판이 처음 공개된 후, 처음으로 서드 임팩트 이후의 얘기를 한 것이다. 그 이후로 14년이 흘렀는데, 그냥 구경만 하던 내 삶도 그새 15년이나 흘러갔다. 그 사이에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나도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신지가 14년 동안 잠들어있으면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나도 과연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뭔가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는가?

 

글쎄, 그런 복잡한 건 잘 모르겠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여전히 잘 모르겠고, 뭔가 꼭 하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도 여전히 없는 듯 싶다. 만약 차이가 있다면, 그 때는 민중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은 좀 있었던 듯 싶은데, 아주 솔직히, 요즘은 그런 의무감도 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도 아침에 일어나면 뭘 해야할지 잘 몰랐는데, 요즘도 잘 모른다는 것.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는 있지만, 그걸 꼭 오늘 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 해야 하는지, 그런 것도 잘 모르겠다는 게 여전히 같은 듯싶다.

 

사는 집은 좀 바뀌기는 했는데, 어쨌든 그 때도 집이 있었고, 지금도 집이 있었고당시는 내 방에서 편하게 담배를 피웠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것, 억지로 찾으면 그 정도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럼 도대체 지난 15년 동안, 도대체 난 뭐를 한 거야? 신지처럼 잠자고 있었던 거야?

 

그 때도 내가 지켜줄 수 없는 사람들 생각하면서 괴로웠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좌파로 살다 보면, 동료들을 지킬 수 없는 순간들이 종종 오게 된다. 평생 초등학교 동창회부터 다 챙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좀 다르게. 같이 일하던 팀이 깨지고,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그걸 무기력하게 보고 있어야 하는 순간들이 종종 온다.

 

그런 일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지만,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마지 데쟈뷰처럼 그런 일을 겪게 된다. 그러면 다시 무기력한 생각에 치를 떨면서, 다시 방안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지내는

 

그러면 팍 그만두거나 팍 떠나버리면 될 거 아냐예전처럼 그냥 외국으로 나가버릴 만한 그런 힘도 용기도 없다는 데에 사태의 어려움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이를 먹으면 늘어난 뱃살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같이 많아진다. 좋게 해석하면 안정감이지만, , 의욕상실과 용기 감소, 그런 것 아니겠나 싶다.

 

하여간 이런 불안감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6월을 보냈다. , 6월이 다간 건 아니다. 이제 막 절반이 지났을 뿐이니

 

어쨌든 좋든 싫든, 이번 주부터는 새로운 방송의 촬영이 시작되고, 성과가 있든 없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움직여나가게 될 것이다.

 

에반게리온 파는 2편으로 나누어져, 이번에 본 것은 전편이다. 에바의 세계에서는 진작에 나온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듯싶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베테랑> 감상문  (1) 2015.07.23
머니볼, the show  (7) 2014.02.19
추억을 곰씹는다  (1) 2012.12.01
데이브레이커스  (5) 2012.11.04
KU 시네마테크  (1) 2012.07.20
Posted by retired
,

잔인한 유월 혹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

 

브레히트의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집은 그 제목만으로도 천 년을 갈 듯 싶다.

 

닝기미, 살아 남아야 슬픔이라도 느끼지, 디진 자가 무슨 슬픔을 느끼겠나? 그 논리적 결론을 시의 제목이 딱 짚었다. 20대에도 이 얘기를 했고, 30대에도 이 얘기를 했는데, 40대에도 이 얘기를 하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20, 30대에는 정말로 시를 읽었고, 40대에는 이미 여러 번 읽었으니 읽었다 치고. 그러니 더 슬프다.

 

얼떨결에 아침 방송을 시작했는데, 지난 주로 막방을 했다. 이래저래 50명 가까운 사람들이 만들던 방송이었는데, 이제 거의 혼자 남아서 후속 방송을 준비하게 되었다. 뭐래? 그런 데도 남아 있어야 하나? 나머저 떠나면 그나마 남은 사람들 멘붕이다. 진짜, 뭐래..

 

이 와중에 대선 이후 처음 낸 에세이집은 출발이 아주 늦게 되었다. 아주 작은 출판사라, 그 잠시의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몇 년째 파트너로 일하던 에디터는 훨씬 큰 다른 출판사로 옮겨가게 되었다. 힘든 시대를 버티려면 그나마 입이라도 줄여야

 

이래저래 나와 파트너로 일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짤리거나, 아니면 직을 옮기거나, 그것도 매일 한 명씩. 뭐래?

 

꼬질꼬질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요상한 방식으로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이 한 명씩 사라지는 상황을 전격적으로 버티면서 지내야 할지는 나도 몰랐다. 그러면 같이 그만두면 될 거 아냐? !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그래서 더러운 자들의 기억이라는 것을 동의할 수밖에 없다.

 

하여간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그 사이에 내 주변 사람들은 속수 무책으로 무너지고.

 

오랫동안 명랑을 모토로 살아왔는데, 이게 요즘 흔들린다. 내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이 하나씩 무너지는데, 나만 혼자 얼굴에 스마일! 이게 얼마나 잔인해보이겠는가?

 

이렇게 혼자 고민 중이었는데, 그 클라이막스는!

 

‘150만원 세대작업할 때 중요한 키맨으로 같이 작업하려고 했던 알바 연대의 대변인이

 

이번 주, 그러니까 오늘 아니면 내일쯤 차를 한 잔 마시기로. 그것도 벌써 2달 전부터 몇 번씩이나 얘기를 하면서도 내가 정신이 없어서 미루어두었던 자리였다. 아침 방송 끝났으니, 이번 주 커피 약속이라도 다시 잡을까, 막 전화기 뒤적거리고 있는 찰라.

 

세브란스 영안실 4.’

 

이렇게 문자가 날라온 거다. 뭐야?

 

결국 그날 저녁, 만사 제끼고 영안실부터 달려갔다. 사인도 모르고, 그냥 늦게 집에 들어와서 TV 보다 새벽 3시에 부인이 살펴보니, 그냥, 이런 죽음도 있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허무하게.

 

정말로 죽었어?

 

정말?

 

이런 법도 있나?

 

너무 놀라니까 눈물도 나지 않는다.

 

이재영이 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하여간 세브란스 영안실 요즘 엄청 자주 가게 된다.

 

이런 억울한 죽음도 있더냐나이 서른 다섯에.

 

이 와중에 나꼽살 번외편 기획하고, 녹음하고, 또 왜 이건 이렇게 안 해주냐, 저건 저렇게 안 해주냐

 

다 됐다, 니들끼리 해, 이 말이 목천정을 뚫고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 집에 와서 혼자 소주 기울이고 앉아 있으려니, 이게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싶다.

 

하여간 이렇게 잔인하게 6월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장모님은 급성위염, 어머님은 점점 치매 초기 증상, 뭐 삶이 이렇게 복잡해졌드냐.

 

이제 아홉 달 넘은 아들은 잠시도 봐주지 않고, 이것저것 부수어대고, 야옹구는 또 가만히 있어주시나, 연신 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음을 잃지 말자,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어 먹는다. 그리고 잠시 후 벌어지는 또 다른 슬픈 사연에 급 마음 냉각.

 

5 31, 난지 캠프장에서 동료들과 죽어라고 술 마실 때만 해도 좋았지, 이제 이렇게 술 처먹고 아픈 기억들은 탈탈. 근데 왠 걸, 슬픈 사연은 왜 끊이지가 않는가!

 

그래도 죽어라고 즐거운 생각들을 하려고 하는 것은, 그게 살아남는 자의 슬픔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 아니겠는가.

 

억지로라도 웃고, 또 웃을 구석을 찾아내지 않으면, 이 지긋지긋한 어둠이 결코 끝나지 않는다. 영원히 박근혜와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Posted by retired
,

해마다 히로시마로 여행을 간다.

 

몇 개의 테마가 있는데, 요번에는 세토 내해라는 테마가 하나 늘었다.

 

 

내해에 처음 온 건 아니지만, 쿠레 조선소가 내려다보이는 사진은 처음 찍었다.

 

쿠레,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했던 도시이다. 이제는 일본 조선의 몰락과 함께 죽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지방 도시가 나중에 이렇게 될 듯 싶다.

 

 

 

토건 일본의 흔적. 진짜로 보면 정말로 을씨년스럽다.

 

 

 

쿠레 조선소 글자가 선명하다. 일본이 전쟁을 뒤집기 위해 마지막 카드로 만들었던 전함 야마토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정말 믿기기 어렵다.

 

 

 

말로만 듣던 결혼활동, 그 혼활을 실제 본 것은 처음이다.

 

대학원에서 혼활로 논문 쓰는 학생들 지도해본 적은 있지만, 막상 보니, 아 이런 게 혼활이군!

 

마침 '솔로 계급의 경제학'을 한참 준비하던 중이라, 더욱 더 느낌이.

 

 

마침 위안부 할머니 집회가 히로시마에 있어서 찌라씨 한 장.

 

 

 

간만에 와 본 원폭돔.

 

지진 진단으로 한참 공사 중이었다.

 

볼 때마다 많은 걸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몇 번이나 이곳을 왔지만, 폭심지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고 그냥 스쳐지나갔었었다.

 

요즘은 그라운드 제로라고 부르는, 원폭이 600미터 상공에서 폭발한 바로 그 지점.

 

원래는 이 옆의 T자형 다리 위에 떨어뜨릴려고 했었는데, 바람이 불어서 약간 옆으로.

 

 

 

그라운드 제로가 있는 곳은 이제는 병원 건물이 들어서 있다.

 

다음 여행은 오사카와 고베를 방문하기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요금씩 새로운 얘기들을 모아나가는 중이다.

Posted by retired
,

케이지에서 풀어주고, 처음으로 마당 고양이 세 마리가 다 모였다.

 

요즘 이것저것, 참 힘든 데, 녀석들은 나보다는 나은 삶을 보내는 듯 싶었다.

 

이럭저럭 새 집에 적응하는 걸 보면서, 새로운 정부에 적응 못하는 내 처지가 더 비참하고 남루하게 느껴지기도...

 

괜히 눈물이 왈칵 났다.

 

 

 

 

 

 

 

 

'남들은 모르지.. > 야옹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 돌보다 지친 야옹구  (5) 2013.08.21
노랑 고양이들  (3) 2013.06.18
최종적으로 세 마리...  (2) 2012.06.08
아들 고양이 몸 단장 중  (1) 2012.05.27
쇼퍄 야옹구  (8) 2012.05.24
Posted by retired
,

아기 키우면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잠시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시간이 그냥 지나간다.

 

우리는 다 이런 돌봄으로 태어난 존재들 아닌가 싶다.

 

일베 일부 극랄파의 저 가여운 영혼들조차도...

Posted by retired
,

주진우 영장심사 기각, 축하합니다.

 

축하, 이 말 외에는 덧붙일 말이 없는.

 

그래도 짧게라도 글을 쓰는 건,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입니다.

 

세상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을 듯 싶습니다.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이 불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뭐, 그것까지는 아니라더라도 세상이 조금 상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

 

지금 이 날이 그 순간의 첫 출발이라고, 나중에라도 기억하고 싶어,

 

짧지만 글을 남깁니다.

 

주진우의 행복하고 편안한 내일 아침 식사를 기원하면서.

 

- 우석훈

Posted by retired
,

1년도 더 된 사건이고,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정말 기억마저도 가물가물한 사건에 대해서...

 

이런 일로 시달리고 법정에 간다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노컷뉴스 노컷뉴스

test
CBS '김미화의 여러분', 방통위 상대 소송서 승소
서울행정법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주의' 처분 취소하라!
2013-05-14 17:45 CBS 권영철 선임기자
C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제재인 '주의' 처분을 내린 데 불복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14일 CBS가 방송통신위원회(결정은 방통심의위지만 최종행정처분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 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재심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사프로그램은 뉴스와 같지 않으며 해설, 논평으로 볼 수 있는데 출연자의 발언자체가 모욕감을 느낄 저속한 표현은 아니다"라며, "이에따라 객관성을 잃지 않았다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이재정 변호사는 "기대했던 대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방심위의) 주의결정이 부당하고 위법했다는 CBS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서 "지극히 상식적으로 언론의 자유에 대해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언론자유에 대한 상식적인 근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CBS는 지난해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에 내린 주의 조치는 부당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CBS는 소장에서 "방통심의위의 '주의' 조치가 대부분의 시사프로그램 제작방식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까지 찬반 양측의 기계적인 균형을 엄격하게 요구한다면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CBS는 이어 "출연자 섭외의 연속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인의 특정 발언만을 문제시해 공정성 위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CBS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은 지난 1월 5일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 우석훈 2.1연구소장이 출연해 소값 하락과 물가 및 부동산에 대한 정부 정책을 비판했지만 반론권 보장차원에서 1월 18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값 파동과 축산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3월 이 프로그램이 방송심의규정 9조(공정성)와 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주의 제재를 결정했고 CBS가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방통위는 지난 6월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항소여부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항소여부에 대한 의견이 올라오면 그에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판결문이 송달되면 내부 검토를 거쳐서 항소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retired
,

(초간단, 요약 번역)

 

L’express

 

http://m.lexpress.fr/coree-du-sud-un-journaliste-d-investigation-menace-de-prison_1248213.html

 

<한국: 탐사 기자, 구속 위협받다>

 

한국의 스타기자 주진우, 내일부터 감옥에 갈 수도 있음. 언론의 자유가 걱정됨.

 

이명박 시절부터,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에는 문제가 생겼었음. 박근혜 집권 후, , 사정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보임. 시사인 기자이며, 엄청 유명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스타 주진우는 5 14일부터 감옥에 갈 수 있음.

 

주진우는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음. 대통령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그녀의 남동생에 대한 잘못한 정보를 얘기했다고(diffuser)…

 

2011, 시체로 발견된 박씨 가족의 죽음에박지만이 연류되었고, 박지만이 이 상황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나꼼수는 종종 비판받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선 때 비밀정보기관의 연류와 같은 중요한 기사도 다루었다

 

주진우가 박근혜 남동생을 추적한 것은한국에서는 범죄로 간주되기도 한다.

 

요 동기는, 비판을 억누르기에는 아주 실용적으로 보인다. 1948년의 국보법과 함께….

 

요런 식으로 이명박 시대에 몇 명의 블로거와 기자들이 피해자가 되었다.

 

그리고 똑 같은 방식으로 역시 나꼼수의 멤버인 정봉주도 감옥에 갔다.

 

문제는이런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져서 2010 UN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특별 보고서를 채택하게 되었으며… 프랑크 라 뤼가 이 문제에 대해서 발언하였다. 그리고 주진우는 국경없는 기자회로부터의 지지도 받고 있다.

 

이번에는 젊은 사람에게 아주 유명한 인사가 연류되었고. 검찰이 새롭게 권력을 만들기 위해서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만 움직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Asie

Corée du sud: un journaliste d'investigation menacé de prison

publié le , mis à jour

Une des stars du journalisme d'investigation en Corée du sud, Choo Chin-woo, pourrait être jeté en prison dès demain. Un signal inquiétant pour la liberté de la presse dans cette démocratie parlementaire à l'occidentale, où une nouvelle présidente est arrivée au pouvoir en février

En Corée du sud, la liberté de la presse était déjà malmenée du temps de l'ex-président Lee Myung-bak. L'arrivée au pouvoir de Park Geun-hye, en février, n'a guère amélioré la situation, semble-t-il. Au contraire. Choo Chin-woo, journaliste d'investigation réputé, pourrait être jeté en prison, à la demande du parquet, dès le 14 mai. Enquêteur à l'hebdomadaire SisaIN, il est aussi la star du très populaire podcast satirique Nanum Ggomsuda - un nom qui pourrait se traduire ainsi : "Je suis une raclure mesquine", Naggomsu en raccourci.

Choo Chin-woo est poursuivi pour diffamation et infraction à la loi électorale. Dans les semaines qui ont précédé l'élection présidentielle du 19 décembre 2012, il aurait, selon l'accusation, "diffamé" et "diffusé de fausses informations" sur le frère de celle qui devait devenir présidente, "avec pour objectif d'empêcher son élection".

Choo Chin-woo a eu le tort de revenir sur une affaire datant de 2011. A l'époque, la police avait découvert dans un parc de Séoul le corps sans vie d'un membre de la famille Park. Selon l'enquête, il aurait été assassiné par l'un de ses cousins; celui-ci a été retrouvé pendu non loin du premier cadavre. L'affaire aurait pu s'arrêter là mais, peu après la clôture du dossier, le frère de Park Geun-hye, Park Ji-man, a été accusé par son beau-frère d'avoir joué un rôle dans cet assassinat. Un procès a été intenté et perdu par cet accusateur, qui a même passé quelque temps en prison pour avoir "diffamé" Park Ji-man.

L'accusation de diffamation, utilisée pour museler les critiques

Le ton parfois outrancier du podcast Naggomsu lui a souvent suscité la critique, mais ses journalistes y ont révélé d'importantes affaires comme les soupçons d'implication des services secrets dans des opérations visant à discréditer le candidat progressiste, Moon Jae-in, pendant la campagne de décembre 2012. Dans ce podcast, et au fil de plusieurs enquêtes parues dans la presse traditionnelle, Choo Chin-woo a rouvert le dossier, s'interrogeant sur l'enquête policière et reprenant les interrogations du beau-frère de Park Ji-man. M. Park a choisi de réagir en engageant des poursuites contre le journaliste. Celui-risque l'incarcération, car la diffamation reste considérée comme un crime en Corée du Sud.

Ce motif apparaît très pratique pour museler les critiques. Ajoutée à la loi de sécurité nationale de 1948, qui permet de sanctionner toute personne soupçonnée de la moindre sympathie pour la Corée du Nord, l'accusation de diffamation permet aux politiciens et aux dirigeants d'entreprises d'engager des poursuites à la moindre remarque désobligeante. Du temps de Lee Myun-bak, plusieurs blogueurs ou journalistes d'investigation en ont été victimes.

C'est également pour ce motif que l'ancien député Chung Bong-ju, lui aussi membre de Naggomsu, a passé un an en prison. Il avait contribué à la révélation, pendant la campagne présidentielle de 2007, d'un scandale dans lequel apparaissait le nom de celui qui devait devenir président, Lee Myung-bak.

Le problème est que ces affaires sont suffisamment fréquentes pour avoir convaincu en 2010 le rapporteur spécial de l'ONU sur la liberté d'expression, Frank La Rue, de faire part en 2010 de ses inquiétudes sur la liberté de la presse en Corée du Sud. M. Choo bénéficie également du soutien de Reporters sans frontière (RSF).

Cette fois, l'affaire implique une personnalité très populaire auprès des jeunes. Certains craignent que le parquet se montre sévère uniquement à des fins politiques, pour plaire au nouveau pouvoir.

Posted by retired
,

, 우아하지 않은 시대

 

가난한 건 참겠는데, 우아하지 않은 것은 좀 참기가 어렵다. 회사에서 품위유지비라는 걸 지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로 품위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아하다는 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가끔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덕지덕지 처바른 럭셔리 제품으로 우아함이 생겨나는 건 아니다. 그냥, 돈 좀 많겠네 혹은 별로 현명하지 않은 소비를 하는군,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돈으로 우아함을 사기는 어렵다.

 

좌파들은 가난해서 그런지, 우아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사는 게 힘드니까 최소한의 자기 존엄성 마저도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생계형 전향이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막상 그 결정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손가락질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나도 그 상황에 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감정과 논리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복합적이다.

 

하여간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이제 한국은 보수들의 영구집권에 대해서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 듯 싶다. 그 실력으로 영구 집권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야당 하는 거 보면,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 들면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하여간 야당은 존재감 없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무게감 있는 개인이 툭툭 찔러주는 그런 맛도 요즘은 없는 듯 싶다. 한동안 진중권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는데, 그도 지친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타이밍이 아닌 것인지, 의미 있는 반대추 역할을 해주는 개인도 거의 없는듯 싶다.

 

얼음왕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손석희의 경우는, 일종의 거울과도 같았다. 그 스스로 뭔가 얘기를 하기 보다는, 그에게 비치어진 사람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박근혜의 지금 저와 싸우시자는 건가요?” 등 주옥 같은 어록들이 손석희의 거울에 비치면서 툭툭 튀어나왔다. 그런 그가 이제 JTBC로 옮겨간다. 나는 그가 종편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가 MBC 사장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일은 아마도 당분간 벌어지지 않았다. JTBC에서 얼마나 좋은 대우를 약속했을까, 그런 것도 한 가지 시선이지만, 새로운 MBC 사장이 또 얼마나 달달볶았거나 아니면 달달 볶을 것이 예상되었을까, 그런 게 또 다른 시선일 수 있다. 그라고 해서 JTBC로 옮겨가면서 마음이 편했을 것인가?

 

하여간 상황이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의 질주에 대해서 마땅히 견제구를 던질 세력도 없고, 그럴 위인도 안 계신다. ‘님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식상에서 쓰느니 마느니, 그런 논쟁이나 하고 있고. 그 정도는 승자의 아량으로, 좀 너그럽게 넘어가주면 안되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목포의 눈물도 금지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 아닌가?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느닷없이 터져 나온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이거 누가 시킨 사람도 없고, 사주한 사람도 없다. 미국 한 가운데에서 벌어진 일을 우리가 알 턱도 없고, 시시콜콜하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야말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좌충우돌, 자승자박, 뭐 그런 형상인데, 참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방이 너무 우습게 보이니까 자기네들 하고 싶은 데로 막 하는 셈인데,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올라갈 때에는 내려올 길을 조심해라, 그런 말이 있는데, 워싱턴 갈 때에는 귀국길을 조심해라, 그렇게 변형해서 써도 좋을 정도이다.

 

앞으로 5, 뭐하고 이 시간을 보내나 싶었는데, 심심하지는 않을 듯싶다. 상상초월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전율감도.

 

꼬질꼬질’, 선거에 패배한 사람들의 삶은 대체적으로 꼬질꼬질해졌다. 진 것도 진 것이지만, 하여간 경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먹고 사느라고 좀 꼬질꼬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도 우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도 역시 진흙탕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듯 싶다. 너무 아무 것도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는 문제다. 견제자 없이 권력과 금권을 온통 틀어쥔 자들이 할 수 있는 게 너무 뻔하지 않은가?

 

이래저래, 참 우아하지 않은 시대를 우리가 지내고 있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