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계급의 경제학, 작업 재시작 준비

 

아기가 태어나면서, 나도 내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하여간 이것저것 복잡한 일들이 지난하게 있었는데, 좀 더 차분하게 앉아있을 수 있게, 내 주변 일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자잘한 일이라는 게, 정리해도 금방 와서 얹히고, 또 정리해도 얹히고. 혼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대선이 끝나고 여기저기 부탁 오는 걸 너무 많이 받아서, 기고문이 금새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방송도 많아지고.

 

, 하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줄기를 못 잡고 있다 보니, 그냥 반년이 쏜살 같이 지나간 듯 싶다.

 

뭔가 정신 없고 늘 피곤하고 그랬는데, 막상 돌아서서 보면 한 건 아무 것도 없고.

 

그야말로 위기의 중년이다.

 

그렇다고 또 마냥 늘어져서, 어 분위기 안 좋다, 그러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으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엄청 뭔가 잘 되는 것도, 그런 것도 없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벙벙한 시간들이 오면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거 하고는 했는데, 이 나이에 또 그러고 있을 수는 없고.

 

하여, 벌써 몇 년째 붙잡고 있는 한울 원고를 다시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그냥 대학생용 경제학 교과서 혹은 입문서 정도로 편하게 경제학 정리해달라고 부탁받은 거였다.

 

그렇다고 이 와중에 입문서 붙잡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고.

 

6개월간 이걸 뒤집고, 다시 엎고, 또 뒤집고, 또 엎고, 그러다 보니 내용은 아직 다 정리가 안되었는데, 제목은 솔로 계급의 경제학이라고 붙은 걸로 바뀌었다.

 

아마, 이 제목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대책은 없어도, 뭔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제목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솔로 현상에 대해서, 예전에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게 어찌 보면 엄청 심각한 일이고, 또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다. Fundamental한 변화냐고 질문하면, 진짜로 자본주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깊은 파동의 일이기도 하다.

 

그걸 간단하게, 요래요래, 조래조래, 그렇게 다루면 안될 것 같아서

 

일단 프롤로그만 남겨놓고, 목차를 전면 재수정하기로 하였다.

 

젠더 문제, 생태 문제, 여기에 임금 체계의 기본까지, 내가 하고 싶던 얘기의 거의 대부분이 솔로 현상으로 묶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길게 보면, 기본소득에 관한 얘기와 최저임금에 관한 얘기를 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도 있는.

 

애인 있으세요, 결혼하실 생각은?

 

요 간단한 질문 하나가 꽤 멀리 길을 돌아오게는 하였지만, 어쩌면 내가 가고자 하는 긍국의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꽝!

 

하여 일단 쉬면서, 다시 한 번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중이다.

 

지금 대학생 중에 우리가 핵가족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가정을 이루어, 엄마, 아빠, 아기로 구성된 그 삶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외국의 추세들과 비교하고 한국의 속도를 감안하면 1/3이나 될까 싶다.

 

결혼이 붕괴하는 속도에 비하면 동거로 전환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여기에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저항이 아주 강렬하다. 일부는 자본주의 일반에 관한 특성, 일부는 그야말로 한국적 특성, 그런 게 결합되면서 아주 진귀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톤앤매너에서, 바로 그 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는 중이다.

 

증오에 대한 얘기로 책을 마무리짓고 싶지는 않다. 여성은 남성을 증오하고, 남성은 더 큰 힘으로 여성을 증오하고. 이런 건 아닌 듯싶다. 증오가 유머라고 생각하는 일베식 유머는 이미 볼만큼 보지 않았는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8월부터는 좀 더 속도를 내보려고 한다.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건 8월 말이나 되어야 끝나고, ytn 라디오는 9월까지 가야 끝날 듯 싶다. 그러니까 내가 좀 더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을 통으로 확보하는 것은 가을이나 되어야?

 

솔로 연구에서 한 가지 좋은 것은, 연구 대상자를 찾아 다니는 시간을 현저히 줄여줄 수 있다는 것.

 

내 주변에 솔로들은 넘치고 넘친다. 부유한 솔로, 그런대로 먹고 살만한 솔로, 전혀 먹고 살만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헉헉대면서 살아가는 솔로

 

진짜로 솔로가 풍작이기는 하지만, 솔로 전성시대가 올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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