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는 고양, 내 방에 못 들어오게 한다.

나도 집중을 좀 해야 하니까...

그러면 문 밖에서 방문을 북북 긁는다.

참다 참다, 결국은 열어주면, 뾰로로.

꼭 내 의자 위에 올라와서 10분씩 지랄을 하다가 간다.

지랄할 때, 고양은 꼭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보는 것 같다.

ISO 수치를 높여서, 형광들 불 빛 아래 잡아본 하이드 고양이.

보통 10분을 이 지랄을 하고는 평정을 찾고는 다시 지킬 고양이로 돌아간다.

세 달쯤 되었을 때, 처음 우리 집에 와서 며칠을 싱크대 밑에서 혼자 숨어 지냈다.

드디어 넘이 긴장을 풀고 싱크대 밑에서 나왔을 때,

부엌 식탁 의자에서 저 하이드 고양이의 모습을 처음 봤다.

혼자 보고 있으면,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배꼽이 빠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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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정국을 맞이하여, 핵잠수함에서의 방사능 유출 사건을 다룬 <K-19>을 같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국보법 위반으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던 '자본주의 연구회' 신입회원 모집 플랑이 있어서 잠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처음 해 본 행사라서, 몇 분이나 오실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대체적으로 40분 정도.

자녀 두 분과 같이 오신 내외가 있었고, 회사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SK에서 오신 분이 김밥을 맞춰주셔서, 팝콘 대신 김밥과 함께.

원래 예약한 강의실은 행정 착오로 중복 예약이 되어, 급히 다른 방을 찾느라고 예정 시간보다 좀 늦게 시작하였고.

장비 맞추고, 자리 배열하느라고, 8시 반은 되서야 겨우 시작.

 


영화 <K-19>은, 초창기 키아누 리브스가 나왔던 <푹풍 속으로> 아주 유명해진 여성 감독이다.

헐리우드의 민주당 계열 영화 중 잠수함 영화가 좀 있다.

극우파라기 보다는 좀 희한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소설가, 톰 클랜시를 원작으로 하는 잭 라이언 시리즈가 <붉은 10월>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위험>, 최종본인 <섬 어브 올 피어즈>까지 가는데, 그 시작이 바로 <붉은 10월>이었다. 핵 잠수함이 소련으로부터 망명하는 얘기이고, 여기에서부터 CIA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잭 라이언이 영화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5년 후에 나온 <크림슨 타이드>는 백인 마초풍의 함장과 흑인 엘리트의 부함장 사이의 갈등을 그린, 평화파와 강경파 사이의 조직론에 관한 얘기.

이 두 영화의 사이에 낀 게 2001년에 나온 <K-19>.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나온 조직론과 관련된 영화로 주로 해석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전임 함장이 부함장이 되고, 당서열 높은 새로운 장교가 함장이 되어, 전직 함장과 신임 함장의 두 개의 명령 라인이 그려내는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쿠데타와 친위 쿠데타가 벌어지는 것은 <크림슨 타이드>와 <K-19>이 유사하고.

그러나 진짜로 <K-19>과 짝을 이루는 영화는 2000년에 나온 <D-13>이라는, 쿠바 위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직전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는 <굿 쉐퍼드>, 이렇게 세 편의 영화가 사실상 같은 시기를 서로 다른 눈으로 다른 영화들이다.

후르시쵸프와 케네디의 시대... <굿 쉐퍼드>는 쿠바 위기 이전에 케네디가 쿠바 침공을 시도하는 때에 관한 얘기이다.

여기에 대한 멍군 격으로, <K-19>은 후르시쵸프가 미국 본토로 바로 날릴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확보하려다 발생한 사건에 관한 얘기.

그리고 <D-13>은 이도저도 생각대로 안된 후르시쵸프가 쿠바에 직접 핵 미사일을 반입하면서 생겨난, 인류 최고의 위기였던 1962년의 쿠바 해상봉쇄 사건을 다룬 것.

전통적 잠수함 영화 계열이 하나 있고, 후루시쵸프-케네디의 핵 미사일을 둘러싼 시소 게임이 또 하나 있는 셈이다.

참고로, 젊은 시절 즉 스탈리그라드 전투를 직접 지휘하던 후르시초프의 얘기는, <에너미 앳 더 게이츠>라는, 유럽 합작 영화가 잘 보여준다.

(당시의 어느 병사가, <D-13>에서 후루시쵸프가 케네디에게 보낸 비밀 메신저로 설정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영화는 민주당이 생각하는 핵은 안돼, 그런 평화 버전에 여성의 눈으로 본 살벌한 원자로가 주요 모티브로 끼어들면서, 나름대로는 원자로 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로부터 시작되는, 냉전 시대의 핵 미사일 발사에 관한 얘기들은 또 나름대로의 자기 역사를 가지고.

한국에서는 잠수함 영화로 <유령>을 만든 적이 있는데, 얘는 좀.

그냥 한국 버전의 쇼비니즘 영화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구 소련 시대의 냉전에서, 핵 잠수함에서 원자로 누출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을 영화는 정면으로 제기한다.

원자로를 가장 많이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누가 원자로에 들어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서 reactor officer들이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기계적인 답대로 진행된다만...

영화에서는 결국 함장인 해리슨 포드까지 원자로에 들어가게 된다.

소련의 부패...

원래는 원자로 앞에 비치되어 있어야 할 방호복은 재고가 없고, 화학 방재를 위한, 영화에서는 rain coat라고 표현되는, 그런 걸 그냥 입고 들어간다. 원자로 근무자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10분간, 이게 최대한의 안전 시간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방호복이 제대로 된 게 아니라서, 일단 들어가서 냉각수 용접 작업을 한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설정이다.

사건이 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 7명은 며칠 내로 사망하고, 그 후에도 20명이 더 사망하게 된다.

평소에 이 영화를 보면, 조직론의 관점에서 보거나, 냉전 시대의 소련 내부의 분위기라는 눈으로 보거나, 아니면 핵 미사일을 둘러싼 '공격이 최고의 수비이다'는, 미국 극우파들의 핵 우산의 눈으로 보게 되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이 영화를 원자로 누출 사건으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보통 사람들이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건,

어느 수병이 애완용으로 기르던 쥐가 방사능 누출로 죽어가는 장면, 긴 샷은 아니지만 정말 섬세하게 처리되어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작이 늦어져서 영화가 너무 늦게 끝나서, 예정되었던 간담회는 못했다.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짧게 차 한 잔 할 시간은 되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다 할 수는 없었고.

그 때 그 때 상황 봐서, 매달 영화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들이 좀 있었는데...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은 하자 센터 정도인데, 여긴 영등포라서 좀 너무 먼 것 같은 느낌이 좀 있고.

형식은 여전히 좀 고민스럽다.

인권위원회에서 영화 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마이크를 들고, 이 장면은 어떤 의미이고, 이 장면은 어떻게 봐야 하고, 그렇게 떠들면서 본 적도 있기는 한데.

영화 자체에 몰입하는 데에는 방해스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또 영화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그렇게 누군가가 해석을 하는 게 꼭 좋은 거냐는 생각도 좀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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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부부로 지내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렇게 두 넘이 지난 여름부터 마당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중, 부부로 같이 지내는 넘들이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들인 경우에, 조금 크면 다 떨어져서 지내기 때문에 같이 다니는 고양이를 보기는 어렵다.

간만에 낮잠을 즐기고 있는 넘들.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이 2년 반에서 3년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길지 않은 그 삶 속에서 이렇게 같이 지내는 모습이, 진짜 푸근하게 마음을 풀어준다.

지난 겨울을 같이 나고 난 다음에 만나는 봄볕, 그래서 더 다정하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는 빈처라고 한다면, 고양이에게는 겨울처 혹은 겨울 남편?

혹독한 겨울을 같이 나고, 드디어 찾아온 봄볕을 만껏 누리며 오수를 즐기는 고양이 부부.

저들은 얼마나 더 저들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행복, 그 순간은 짧더라도, 같이 지낸 시간은 영원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이 사회적 질환처럼 번져가는 요즘 같은 시기,

우리는 더 많은 행복과 더 많은 즐거움을 찾아서, 삶 속에 챙겨넣어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돈이 줄 수 있는 행복은, 같이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겨울을 꼼짝없이 밖에서 나야 하는 고양이 부부보다 더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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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양성>과 <신기전>은 메시지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정반대에 서 있는 영화이다.

카메라 워크와 빛을 사용하는 방법, 그런 소소한 스타일도 극단적으로 반대이다.

김유진 감독의 영화는 <와일드 카드>를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진짜 김유진 감독의 생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기전>은 계산에 의한 영화이고, <평양성>은 너무 계산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평양성>과 관련된 제작 상의 뒷얘기들은, DVD 발매 다 끝나고, 이제 곧 제작에 들어갈 <화차>까지 어느 정도 지나가면 조용하게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신기전>을 보면서 떠올렸던 영화는, 철저하게 계산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부 3편>. 1, 2편의 재밌는 요소와 시퀀스 배치를 계산해서, 딱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니 1, 2편에는 소피아 코폴라가 안 나왔쟎아, 도대체 무슨 계산을 했다는 거지?

<신기전>은 쇼비니즘, 신무기, 기타 등등, 그런 흥행의 요소를 적나라하게 계산한 영화인 셈이다. 반면 <평양성>은, 계산이 없어도 좀 너무 없었던.

겉으로 드러난 얘기로만 보면, '신무기 가지고 나라 지키는 거 아니다' vs '신무기가 꼭 필요하다', 이런 국가를 지키는 두 가지 방법에 관한 서로 다른 견해에 관한 얘기이다.

고구려는 신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당 연합군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

반면, 세종은 신기전을 가지고, 잘 살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명나라도 깨갱 시켰다는 가슴 훈훈하고 풋풋한 얘기.

그거야 눈을 가지고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얘기이고.

과연 그게 다인가, 그런 뭔가 감독에게 뒤통수 맞은 듯한 찝찝한 마음이.

아니, 김유진 감독 정도 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만한 사람이쟎아?

요게 당분간 풀어보고 싶은 미스테리 퍼즐인데, 한동안 25억에서 30억 기준으로 오던 영화 기본 펀딩이, 요 <신기전> 나오던 기점을 경계로, 팍팍 줄기 시작해서 요즘은 15억원에서 걸린다.

잘 하면 터질 수도 있는 영화인데, 어쩌면 그냥 힘 못 쓰고 죽을지도 모르는.

물론 70억에서 100억 넘어가는 영화들이 지금도 제작되기는 하지만, 몇 년 전에 25억 정도를 모을 수 있었던 영화라면, 요즘은 15억 기준이 된다.

그 10억만큼? 영화 스탭들 코피 터지는 거고, 제작 기간 2달짜리 영화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니, 메뚜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영화 <신기전>을 보면서, 뭐 이렇게 속 보이는 신무기형 쇼비니즘 영화를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팍 드는 게 아니라 충무로와 제작사 사이의 관계,

그리고 빠르면 올해, 아니면 내년부터 선 보이게 될, 미국 영화사 직접 제작 시스템, 그런 게 더 눈에 들어왔다.

한국 감독, 한국 배우, 사무실 장소 충무로, 이런 건 그대로인데, 돈을 대는 제작사 측이 그냥 미국 영화사인 낯 선 시스템.

멕시코가 수 년 전에 이미 걸어간 그 길을 우리도 차곡차곡 밟아가는 중인데.

그 전환점에서 뭘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영화 <신기전>과 <평양성>을 비교하면서 생겨난 찝찝한 마음의 한 구석에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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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기어의 귀향(1982년)>이라는 실화를 다룬 프랑스 영화가 있다.

아쉽게도 난 못 봤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라고 할만한 제랄드 데파뜌 버전이다.

이 영화를 리차드 기어 버전으로 다시 만든 영화가 <서머스비>이다.

다른 사람 취향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진짜 재밌었다.

남편 바꿔치기라는 포맷인데, 돌아온 가짜 남편이 원래 남편보다 훨씬 좋거나 다정한 사람이라는 그런 모티브이다.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는 전혀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봤는데, 이번에는 러셀 크로우 버전의 '서버스비'인 셈이다.

로빈과 마리안의, 아주 익숙한 풋풋한 틴 에이지형 로맨스가 '마틴 기어의 귀향'의 포맷을 만나면서, 40대 중년의 가슴 설레는 불륜 버전으로 바뀌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이코 드라마이기도 하고, 가정생활 백서의 느낌을 주기도 하고, 철 들지 않는 아저씨들의 얘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철 든 사람은 할아버지 두 명.

프레임은, 남편이 바뀌다는 썸머스비 포맷인데, 영화를 끌고 나가는 모티브는 마그나 카르텔이다.

실제로 마그나 카르텔이 재정되는 순간이 바로 존 왕 때이니까, 어떻게 해서 영국에서 입헌군주제의 제도적 틀이 생기게 되었나, 그 순간을 다룬 셈이다.

그리고 그 마그나 카르텔의 첫 초고를 만든 사람이 바로 로빈 후드의 아버지였더라, 요런 전설 같은 얘기이다.

리들리 스콧은 가끔 좌파 감독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영화만을 놓고 볼 때는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에일리언>에서 마지막으로 에일리언이 가득 찬 행성을 파괴하는 핵 미사일 그리고 언제나 상존할 수 있는 '우리 안의 외부자' 즉 전염성 강한 공산주의라는 사상, 이 두 가지의 모티브를 가지고 지독할 정도로 냉전 시대에 소련을 연상시키는 상업적 감독일 뿐이라는 신랄한 평들이 좀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은, 클린턴 시절의 첫 군사적 외교, 그리고 실패, 이 과정을 그린 건데.

미국의 평과는 달리, 나는 좀 배운 게 많았던 영화였다.

<로빈 후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홈 로멘스 시트콤을 영화로 바꾼 것, 그런 말랑말랑하고 근쩍근쩍한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결혼 7일만에 십자군으로 떠난 남편 그리고 그의 칼을 들고 다시 돌아온 어느 병사.

이를 대하는 아내의 심경이 재밌었다.

1215년 마그나 카르타를 통해서 영국이 민주주의의 역사를 걸었다, 요건 좀 지나치게 과장된 해석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어쨌든 로빈 후드가 활약하던 시기가 바로 그 시기이니, "자, 왕이여, 자유를 달라"는 로빈 후드의 대사가 아주 개뻥은 아닐 수도 있다.

분위기는 장중하지만, 만약에 나한테 이 영화 장르를 잡아보라면, 로맨스 코메디 정도로.

영화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 연결되는, 프랑스 국왕이 석굴 먹는 장면에서, 배꼽을 뱄다.

미스터 빈이 샹젤리제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석굴을 먹던 장면과 연결되서, 굴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로 영국 사람과 프랑스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영화에서는 사이코 패스처럼 그려지는 고프리에게, 프랑스 국왕이 생굴을 까주면서 자기 피까지 살짝 묻혀서, 먹어...

존 왕과 같은 유모에게 자라난 고프리가 어떤 사연으로 프랑스 국왕에게 협조하게 되는지는, 영화 내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애가 원래 좀 맛탱이가 살짝 간, 그 정도로 그린 것 같다.

자기 피까지 발라서, 배신자인지, 이중 첩자인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굴을 먹여보는 프랑스 국왕도, 살짝 맛탱이 간 인간으로 그려진다.

싫은 거 알지만, 먹어, 그럼 믿을께.

고프리가 고뇌에 찬 표정으로, 프랑스에 협조할 자신의 심경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피 묻은 석굴 신이 사용되는데, 난 자꾸 미스터 빈이 굴 먹던 장면이 생각나서, ㅋㅋㅋ.

생굴먹는 영국인의 괴로움은 미스터 빈이 더 훨씬 실감나게 그렸다.

좀 괴로웠을 것이다.

그나저나 엄청 길다. 140분. 큰 맘 먹고 봐야 하는.

이거 보고 나서 아쉬워서 보너스 트랙의 deleted scene까지 다 봤는데, deleted scene이 더 재밌다고 느꼈던 드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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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K 19> 같이 보실 분들...

날짜 및 시간, 4월 11일 저녁 8시.

그 시간 밖에 방이 없다고 해서, 한 시간 늦춰 졌습니다.

학부 학생들도 일부 참여할 것 같고, 조한혜정 선생님도 오신답니다.

이계안 전의원은, 아직 시간 확정 못 했구여...

방은, 연세대학교 빌링슬리관 110호.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방이라서, 방은 충분히 넉넉할 것 같네요.

영화 끝나고, 30분 정도 간담회나 감상 소감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까 하구요.

저는 보통은 통금 시간이 9시인데,

이날 늦어서 뒤풀이를 어떻게 할지, 대략난감입니다.

8시 정각까지 모여주시고,

영화 시작하기 전에 10분 정도, 참석하신 분들 서로 소개하실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빌링슬리관 앞에서 30분 정도 먼저, 간단하게 자판기 커피라도 마시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혹시 사인 받으시고 싶으신 분도 그 시간에 오시문 상냥하게,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 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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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유쾌하고 쾌활한 사람이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정혜윤이 그렇다.

도대체 저 종잡을 수 없고, 얼토당토 않은 일을 꾸며대는 괴물 덩어리가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약간 삐딱하면서도 사실은 정통파, 하여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직업은 라디오 PD로 알고 있지만, 그건 정혜윤의 1%도 설명해주지 않는 것 같고.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여기에 나온 프롤로그가 정혜윤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해서 이 명랑 덩어리 괴물이 튀어나오게 된 건가, 자세히 설명이 나온다.

아홉 페이지짜리 프롤로그는,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나온 책 중에서는 가장 웃기는 프롤로그이고, 가장 골 패는 프롤로그이다.

까마귀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미취학 아동의 좌충우돌기에서, 초등학교 하산 사건,

아마 다섯 번은 복통이 터지도록 웃었던 것 같다.

고전 소설에 대한 에세이는, 그야말로 이 프롤로그의 덤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정혜윤의 이 프롤로그 만큼은 책방에 서서라도 잠시 읽을 분량이니,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웃긴다는 게 무엇인가...

마치 웃기지 못하면 내 여기서 죽으리라,

그런 독헌 마음을 먹고 심혈을 기울여 쓴, 개그형 프롤로그!

정혜윤에게,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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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들이 몇 명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양반이 이정전 선생이다.

음...

환경경제학회에서 논문 발표할 때 사회를 맡아주셨는데. 난 이 양반도 재웠다.

데이타 발표하는데, 전원 자고, 사회보시는 분도 자는데, 땀 삐질삐질, 대략난감...

죽는 줄 알았다.

김수행 선생 등, 당시 논문 발표할 때마다 원로 경제학자들 전원 재운 기록을...

정년 은퇴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어하시는 것 같아서, 프레시안 칼럼이라도 좀 써보시라고, 그렇게 다리를 놓아드린 적이 있다.

그 칼럼들 가지고 레디앙에서 칼럼집이라도 내보시면 어떠냐고, 그렇게 출간 준비를 할 때, 기왕 할 거면 제대로 좀 해보자고, 그렇게 쓴 책이 이 책이다.

본인은 틈만 나면 자기가 맑시스트라고 우기는데, 우리는 한 번도, 에이 그럴 리가...

그랬다.

많은 학자들이 자식 얘기만 나오면 좀 황당한 교육을 시키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양반은 정말 평소에 하던 얘기와 자식 교육이 같았다.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엄청 쪼거나 그러지는 않으셨고, 세속의 영광을 구하지 않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

아들이 결국 라면집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모두...

아, 정말 인격자다, 놀랐었다.

살아서 동상을 세우지 마라, 그런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나온 그 말을, 실제로 실천하는 그런 양반으로 알고 있다.

재미로만 따지면, 나는 장하준 책보다 더 재밌게 읽었고, 아, 리카도가 이런 말도 했구나, 배우는 것도 많았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로, 현 정부에서는 편한 일이 없게 되었고.

얼마 전에 있던 경남권 공항 토론회에서, 1조원 들여서 김해공항 고치는 게 답이다, 그런 얘기로 경상도에서 엄청 욕 먹기도 했다.

공항은 무슨 개뿔...

나는 정부 연구용역 등 프로젝트는 안 하는데, 그게 이 양반한테 배운 거다.

이정전도 그 정도는 지켰는데, 하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가야 할 방향, 이정전식 해법에 관한 책인데, 생각보다 재밌다. 가끔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다 못해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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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에 잠수함 영화라는 좀 특별한 쟝르가 있다.

<U 보트>에서 시작, <크림슨 타이드>에 이르기까지, 밀폐된 공간을 다루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서스펜스를 그리기 유리한 게 잠수함이다.

K-19은 이런 잠수함 영화 중의 하나인데,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을 다루는 데에 있어, 남성의 눈과 여성의 눈 사이에 차이가 있을까?

이게 기본적인 질문거리이기는 한데, 핵 잠수함에서 발생한 원자로 유출 사고를 다루고 있다는 특이점이 있다.

소련 잠수함을 다루었다는 독특함이 있기도 하고.

전임 함장과 신임 함장 사이의 조직론적인 문제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종종 <크림슨 타이드>의 백인 함장과 흑인 부함장 얘기와 비교되기도 한다.

1961년 사건인데,

같이 보면 재밌을 영화는 <크림슨 타이드> 외에도 쿠바 위기를 다룬 <D-13>, <굿 쉐퍼드> 같은 영화들.

케네디와 후루시쵸프가 냉전의 한 가운데에서 핵 위기 속에서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의 얘기.


일단 시간은,

4월 11일 월요일, 7시.

정각에 시작할 거고, 끝나면 30분 정도 간담회.

(조한혜정 선생님이 시간되시면 오실지도 모르겠고.)


(장소는 조금 넉넉한 방을 찾기 위해서 대학 강의실을 알아보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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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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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19 모임

영화 이야기 2011. 4. 7. 04:42
방사능 위기 정국을 맞이하여,

1961년 소련 원자력 잠수함에서 벌어졌던 핵 누출 사건을 다룬 k-19 영화를 사람들과 같이 볼까 합니다.

비상업적인 용도이고, 열 분에서 스무 분 정도 생각하는데...

댓글 달아주시면,

숫자에 맞추어서 적당한 장소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보고, 한 시간 정도 소주 같이 마실 정도,

의향 있으신 분, 댓글 달아주시면...

(규모에 따라 DVD 같이 볼 수 있을 장소는 제가 알아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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