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3. 층간소음편
오늘 주제는 층간 소음이다. 70% 가까운 국민이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으니, 여기에서 해방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듯싶다. 귀농하면 이 문제에서 해결될까? 지리산 마을에 가도 정말로 계곡에 혼자 있는 집 아니면 마을에 따닥따닥 붙어 있어서, 주민들 사이의 소음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이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다루지 않았나 싶은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과 양소영 변호사가 키맨으로 나왔다. 공학적 접근과 법률적 접근, 뭐 이렇게 구성된 셈이다.
(양소영 변호사, 세 아이의 엄마이다. 요즘 방송에서 가장 환영받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알고 있다. 과연 말이 깔끔하고, 핵심이 정확하다.)
층간 소음의 원인과 해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수 년 전부터 건축비 절감으로 시공사들이 선호하는 공법이 소음에는 쥐약이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표준 권고안을 만들고, 그렇게 되지 않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적절한 선에서 보강공사를 하도록 하면 된다.
“건설사, 나빠요!”
요 간단한 입장 하나로 정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허무하게 얘기를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기술과 경제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손쉽기는 하나, 늘 그렇게만 해서는 안된다는 게 내 상식이다. 유럽의 경우, 정말 오래된 건물들의 층간소음은 황당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 상태에서 집을 고쳐가면서 또 다들 살아간다. 서로 적절한 선에서 양보하고 또 관용하는 것,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지만, 이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갈 방향도 그 쪽이 아닌가 싶다.
(차상곤 소장, 상당히 심지가 깊은 사람이다. 즉, 어지간히 꼬셔도 나중에 곤란하게 될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것도 일종의 개성이다.)
주간에는 40데시벨, 야간에는 30데시벨로 최근에 법적 기준이 명확해졌다. 그렇지만 법률적 도움은 쉽지 않다는 게 양소정 변호사의 얘기이다. 인과를 밝히기가 쉽지 않고, 밝히더라도 피해의 규모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뭐,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얘기지만, 환경 문제에서 아주 유명했던 공항에서의 소음 문제도 초기에는 그랬었다. 지금은 기준이 훨씬 강화되었고, 보상 방안도 훨씬 단순해졌다.
내가 종합적으로 느낀 건, 제일 좋은 건 이사가자 마자 떡 돌리는 것. 인사와 함께 모든 것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된다. 사실 살면서, ‘인사’와 ‘감사’, 이 두 가지만 잘 해도 많은 것들이 풀린다. 기업도 마찬가지이고,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헤 정부도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지금 완전히 헤매고 있는 것 아닌가?
떡 돌릴 기회를 놓쳤다면, 자신이 직접 가서 얼굴 붉히거나 되도 않는 복수전을 벌이기 보다는 ‘이웃사이센터’라는 중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것 같다. 대뜸 기관을 중간에 끼는 게 맞느냐는 생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더 나은 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그 전에, 떡이라도 좀 돌리고, 명절 때 귤이라도 사들고 가는. 어차피 이것도 다 사람의 일이다.
(take 제작진, 모니터링 회의 중.)
매일 방송이 끝나면 모니터링 회의를 한다. 분위기는, 약간 좀 심각하다. 눈물을 쏙 뽑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성 정도는 오간다. 아직 멱살 잡는 건 못 봤지만, 얼굴 붉히고 고개 푹 숙이는 건 자주 보게 된다. 생방송이라는 게 갖는 긴장감이 있어서, 방송 끝나자마자 하는 모니터링 회의는 좀 심각한 편이다. ‘전파낭비’라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는데, 이건 케이블이라서 전파 낭비까지는 아니라는 얘기가 입 밖에까지 나올 뻔하다가 분위기 보면서 참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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