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0. 신용카드편

 

(오늘은 새벽에 사진 작업 하다가 SD 카드를 컴에 꼽아놓고 왔다. 내가 이런 짓 잘 한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이 없다. 카드 100개를 모아놓은 클리어 파일, 진귀한 광경이었는데, 아쉽다.)

 

집중분석 takE, 어쩌다 내가 이 팀에 합류하게 되어서 아침마다 방송을 하고 있는지, 그 기원도 벌써 까마득하다. 내가 왜 여기 앉아있는지, 왜 나는 후기를 매일 쓰고 있는지, 그 처음의 동기도 이제 모호하다. 패턴화된 삶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방송, 그것도 매일하는 생방송은 싫든 좋든 패턴을 만든다. 처음 시작할 때, 사실 큰 생각을 했거나, 이런 걸 해야한다고 생각한 건 별 거 없다. 솔직히 내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나올 수 있나, 그런 게 더 걱정이었고, 요즘도 그게 제일 어려운 점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로 살아온 내 삶에 비추어, 가끔은 학자의 눈으로, 가끔은 7달된 아기의 늙은 아빠의 눈으로, 얘기를 하는 건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자로서의 삶만이 아니라 경제적 삶에서,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부분들이 적지 않다. 주변에서는 왜 그러고 사느냐고 말이 많았지만, , 어쨌든 살아보니 입에 세 끼 밥 들어가는 데 큰 지장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들 그런 얘기를 좀 거칠게 풀어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어차피 우리는 장기공황으로 지금 가고 있는 것 아닌가? 2000년대 초중반의 고도성장에 뒤이은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신빈곤'이라고 가끔 내가 표현하는, 가난의 시대로 우리가 가는 중이다. 내가 아는 것들을 조금 더 작고 잘잘하게 쪼개서 얘기해보면 어떨까, 요즘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집중분석 takE '무지향성'이다. 별 지향은 없다. 좌우 지향도 없고, 상하지향도 없다. 그리고 특별히 결론을 내리고자 생각하는 방향도 없다. 언제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른다. 우리가 '키맨'이라고 부르는 게스트의 성향에 따라서 방향이 천차만별이다. 옆에 매일 앉아있는 김학도씨와 나의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많이 영향을 받는다. 이상하게 신나는 날, 이상하게 축 가라앉은 날,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말 무지향성이다.

 

그렇지만, 스피커의 세계에서 무지향 스피커는 정말 비싸다. 일반 스피커 보다 동그라미 하나는 더 붙은. 어디 앉아서도 잘 들을 수 있는, 방향을 타지 않는 스피커는 비싼 스피커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내 삶이 그렇듯이, '마이너의 마이너', 3부 리그, 500번대 채널에서 열심히 무지향성을 지향하고 있다.)

 

'신개념 토크쇼'를 로고로 내걸고 있지만, 가끔 회식할 때 우리끼리 농담하듯이 '무개념' 토크쇼에 가깝다. 경제의 많은 개념과 테제들이 생각보다 이념적인 게 많다. 무가치하고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도, 잘 분석해보면 엄청나게 이념적이거나 선입관 가득한 개념인 경우가 많다. '시장 경제'라는 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 선입관이나 편견에 비추어보면, 우리가 하는 얘기는 무개념에 가깝다. 좌우당간, 해야 해, 말아야 해?

 

카드 얘기 같은 게 자칫하면 한쪽 이념으로 흐를 수 있고, 잘못하면 다들 알고 있는 얘기를 정보라는 명목으로 그냥 반복하고, 우리 너무 똑똑한가 봐, 이렇게 가기 쉬운 주제였다. 결론적으로, 나도 느끼는 바가 있을 정도로 여신금융협회의 박성업 부장이 얘기를 잘 해주셨다. 개별 카드사가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최근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이렇게 차분하게 들어본 것은 나도 처음일 정도이다. (이건 직접 한 번 방송을 보시는 게 나을 듯 싶다. 차분히 보면 느껴지는 게 있을 그런 내용이다.)

 

최성찬 카드 컨설턴트는, 소위 카드 디자인을 해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난 고객의 10 9은 신용카드로 인한 과소비 성향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이성적이거나 냉철한 경제적 동물이 아니다. 이걸 인정하는 게 건전한 소비생활의 출발점이다. 최성찬 컨설턴트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직불카드 중심으로 디자인하고, 통신비 등 고정비 중심으로 카드를 디자인한다고 한다. 그런 영업 비밀을 막 알려줘도 되나 싶게, 간단하지만 옳은 얘기였다.

 

카드는 경제라기 보다는 문화다, 개인들에게는. 문화의 영역, 여기에 대한 고민은 경제에 대한 고민과는 다르다. 문화의 복잡성, 이것의 섬세함을 다루어보고 싶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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