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7. 갑을공화국편

 

가끔 살다 보면 정말로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나온 황치오 변호사와 강운산 박사의 경우가 그렇다. 오늘은 이 두 사람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시간을 써보려고 한다.

 

두 사람 다 방송은 거의 처음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사람들을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다는 게, 참 그렇다. (아쉽게도 강운산 박사는 시간관계상 1부에만 참여하고 먼저 나가서 사진이 없다.)

 

계약이라는 것은 청약과 응낙이라는 두 가지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물론 이건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이고, 기본적으로는 비대칭적 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사주와 노동자가 그렇고, 하청관계의 많은 계약들이 비대칭적이다.

 

황치오 변호사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 분야에 특화한 거의 유일한 변호사이고, 약자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뛰어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별 돈도 되지 않는 일에 삶을 바친 사람

 

, 이렇게 얘기하면 무기력하면서도 정의감만으로,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그런 루저 분위기를 상상할테지만! 서울중앙지법 등 판사 출신이었고, 김앤장, 그렇다, 바로 그 김앤장 변호사였다. 여기에 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해서 뉴욕 변호사 시험에 붙었다. 국제 변호사, 이런 걸로 M&A나 론스타 같은 쪽에 일을 했을 법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정거래전문변호사이다. 그야말로 공정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양반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삶을 동경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과 있다고 부자 쪽으로 배 바꿔 타고 가는 사람들만 줄구장창 보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기왕 인물 얘기를 하는 김에, 강운산 박사에 대한 얘기를 더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양반을 보는 키포인트는, 이 양반이 소속된 기관인 건설산업연구원이라는 곳이다.

 

선대인 연구소의 바로 그 선대인이 틈만 나면, 업자들 기관이면서 정부출연연구소 코스프레를 한다고 방방거리는, 문제의 바로 그 연구소이다. 업자들 대변하는 업자 스피커, 뭐 그런 이미지이고, 실제로 그런 일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난 좀 착잡하다. 초창기 시절, 이 연구원을 만든 초기 멤버들은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다. 나도 현대시절, 회의한다고 여기 많이 갔었고, 같이 일한 적도 있다. 조금 더 중립적인 위치에서 정부가 직접 하지 않지만, 회사 이권과도 좀 떨어져서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보자는 그런 취지가 좀 있었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연구소라는 게 좀 묘하다. 삼성경제연구소면 삼성의 잇권을 위해서 맹수처럼 뛰는 그런 사람들만 있느냐, 현대경제연구원이면 정씨 일가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느냐, 꼭 그렇지는 않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데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런 데서 하는 연구 프로젝트 중에는 정말로 공익적 의도를 가지고 추진되는 것도 있고.

 

강운산 박사가 하여간 하도급에서의 불공정 문제를 풀고자 애쓰는, 그런 대표적인 연구자다.

 

두 사람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지를 보낸다.

 

언제가 더 많은 성과로, 한국 계약의 불공정 관행이 얼마나 시정되었는지, 그런 얘기를 다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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