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틱..

책에 대한 단상 2019. 5. 7. 12:08

보수 저자의 책 한 권 읽고, 잠시 푸념이.. 책 진짜 오부지게 '할배틱'하게 썼다는 생각이. 내용도 좀 올드한 느낌이 들었지만, 스타일 자체가 그야말로 오부지게 '할배틱'.

그냥 진보/보수라는 표현을 써보면, 한국의 메인스트림은 현재..

60대 보수, 할배틱.
50대 진보, 꼰대틱.

딱 요렇게 구성된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국은 이념의 전쟁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스타일 전쟁이다. 사람들은 이론으로 사유하지 않고, 문화로 느낀다. 할배 터치, 꼰대 터치, 오래된 매체들이 최선을 다 하는 방식 아닌가 싶다.

할배틱도 싫고, 꼰대틱도 싫고, 참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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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이제 곧 태권도장에 다닐 나이가 된다. 아직까지는 발레 말고는 다른 데 보낸 적이 없는데, 이래저래 큰 애와 둘째 애 태권도장에 보내려고 한다. 나는 별 찬성이 아닌데, 애들도 가고 싶어하고, 나도 사실 지금 애들 등하원에 너무 묶여 있기도 하다. 태권도장 다니면 하원, 하교는 졸업이다. 시간 되면 집 앞으로 데려다 준다. 그 시간에 집에만 돌아오면..

하여간 그렇게 하기로는 했는데. 이 동네는 특공 무술이 강세다. 나도 건장하게 생긴 특공무술 청년과 여러 번 인사했을 정도니..

태권도 4단이고 사범도 하는 아내는 특공 무술 질색이다. 민간인이 하는 무술도 있는데, 왜 군바리들 무술을 배우느냐..

그렇긴 한데, 큰 애나 둘째나, 워낙 인기 있는 특공무술을 가고 싶어한다. 여섯 살인 둘째가 태권도와 특공 무술의 차이를 설명했다.

태권도는 주먹 쥐고 하는 거고, 특공 무술은 손바닥 펴고 하는 거고..

웃기는 엄청 웃었는데, 하여간 태권도 말고 특공무술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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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삭발. 이럴 때는 최열 대표가 한참 환경운동 지휘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는 단식과 삭발을 싫어했다. 힘든 싸움 할수록 더 잘 먹고, 대중들에게 조금이라도 멋지게 보이는 게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나도 그 노선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가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후, 삭발이 돌아왔다. 당시 신륵사 주지스님이었던 세영 스님이 활동가들 삭발하던 기억이..

원래 원내대표는 정책도 어느 정도는 알고, 특정 정책에 대한 소신도 좀 있고 그런 사람이 하는 자리다. 머리도 좀 돌아가고.

나경원은 그런 스타일은 좀 아닌 것 같다. 원내대표 나경원 시절, 한국의 보수에게도 삭발의 시대가 돌아왔다. 그들도 스타일의 시대는 이제 끝이 났는가?

https://www.nocutnews.co.kr/news/5144809

 

한국당, 6명 삭발 포기…4명만 삭발 "비폭력 저항"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당초 예고한 6명은 나타나지 않아

www.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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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부터 내년 여름까지, 이승만에 대한 책 한 권을 준비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준비하던 이완용 얘기와 지금 쓰고 있던 당인리가 중간에 만나서 이승만 얘기가 되었다. 나도 내가 이승만 얘기를 쓰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예전에는 내가 욕심이 아주 없었을까? 아주 조금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둘째 아프고, 큰 애와 작은 애를 키우면서, 아주 조금 있던 욕심마저도 나에게서 빠져나갔다. 뭐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래서 이제는 이승만을 쓸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가 뭘 더 바라겠나? 아주 객관적으로, 아주 중립적으로, 내가 본 사실만을 쓸 생각이다.

사진은 중학교 때 사진반을 하면서 처음 찍었다. 그 때 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인화되어 나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았다. 사진만 생각했다.

그게 싫어서 대학교 때 사진을 끊었다. 나중에는 사진 찍히는 것도 싫었다. 30대까지, 찍은 사진도 없고, 찍힌 사진도 거의 없다. 가지고 있는 것도 거의 없는..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사진을 다시 찍게 되었다. 특별히 기계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고, 렌즈도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쓴다. 그래도 지금 쓰는 것 보다는 좀 더 나은 걸 써야한다는 생각은 하는데, 도니가..

이승만을 찾아 다니면서, 간만에 포토 에세이 한 권을 준비하려고 한다. 이승만 동상 같은 거, 약간의 흔적, 그리고 그 때 그 때 만나게 되는 풍경들..

그리고 거기에 늙어가는 내가 느끼게 되는 단상들 같은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난 이제 내 친구들과 아주 다르게 산다. 내릴 수 있는 것들을 내리고, 꼭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일들만 최소한으로 하면서 산다. 아이들에게 뭐 엄청나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예전에 썼던 글이지만..

부모라고 자식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아쉬움이든 자신감이든, 사랑하는 대상의 삶을 설계하려는 것, 미친 짓이다.

50대에 내가 이렇게 욕심을 많이 내려놓는 삶을 살게 될지, 사실 몰랐다. 그리고 50대에 이렇게 재미있게 사진을 찍는 노년을 보낼지, 20대에는 몰랐다.

미래, 장래, 알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나도 내 미래를 잘 몰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거라는 말을, 중학교 2학년 때에는 정말 잘 몰랐다. 느낌도 안 들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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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하고 짧은 1박 2일 여행을 하고 왔다. 식구들 여행이라지만, 애들 자고 나면 술 한 잔 하는 시간이 무슨 세미나 하는 시간 같기도 한.. 집 안에 박사들이 너무 많다. 석학급 학자들도 너무 많고. 그렇지만 나도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강화도에 진짜로 집을 사려고 한 적도 있었다. 서울에서 사는 게 너무 피곤해서. 그 때 사려고 했던 집은, 어마무시하게 올랐다. 진짜로 그 때 샀으면? 인생 꼬였을 것 같다. 지금 나는 내 모습 그대로가 제일 좋다. 구질구질하기는 하지만 딱 맞는 츄리닝 있고 있는 것 같은.

잠시 쉬었으니, 이번 달 말까지는 또 달려야 한다. 길게 보면 몇 년, 짧게 봐도 몇 달, 너무 달렸다.

아내는 이제 나이도 먹었고 힘드니까, 1년에 딱 두 권씩만 쓰라고 한다. 그런데 계획은 그것보다는 좀 많다. 올해만 계획에 두 권인데, 아마 그것보다는 더 낼 것 같다.

갈메기는 참 사진 찍기 더럽게 어려운 존재다. 너무 빨라서 도저히 촛점 제대로 맞추기가.. 좀 좋은 넘을 쓰면 나을 수도 있지만, 자주 찍는 것도 아닌데.

돌아보면 속상할 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특별하게 편법 안 쓰고, 반칙 안 하고, 그냥 되는 대로 버티고 참는데 좀 더 익숙해졌다. 삶이 그렇다. 물 흐르는 대로 가다가, 나중에 진짜 물이 되듯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게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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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꽃이 피었다. 사과는 어려서부터 먹었지만, 사과 꽃은 나이를 먹고서야 처음 봤다. 생각보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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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심심해서 가만히 있다가 잠시 앞으로 남은 책 숫자 생각해보니까. 50권까지 이미 결정된 것 빼고 나니까, 아직 비어 있는 건 6권 남짓이다. 여섯 권을 새로 준비해야 한다면 이것도 어마무시하지만, 46권을 채웠고 나머지 남은 게 여섯 권이라고 하면 느낌이 좀 다르다. 시간은 4년 정도 남았으니까 그냥 편안하게 해도 그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그런 생각이 문득. 처음부터 경제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50권을 쓸 생각은 없었고, 12권만 그 이름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요즘 내 삶의 기준은 '명분과 재미', 딱 두 가지다. 몇 년 전부터, 돈은 애당초 고려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돈이 안 중요해서가 아니라, 돈을 기준으로 하는 변수는 콘트롤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 그냥 종속 변수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다보면 적당히 벌리겠지..

50이 넘으면서 명분이 없는 일은 아예 하지도 않고, 얘기도 못 꺼내게 한다. 이걸 굳이 왜 내가 해야 하느냐? 20대 재테크, 40대 제테크 같은 책 아니면 청소년용 권면서, 이런 제안들이 많기는 한데.. 무엇보다도 명분이 없다. 굳이 이걸 왜 내가 써야 해? 나는 그렇게 재테크하면서 살지도 않았는데.. 이제 명분이 없는 일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생각해보지도 않는다.

명분이 있어도 재미가 없는 일도 안 한다. 돈도 별로 안 되는데, 재미도 없는 일을 왜 해? 이 나이에.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재미가 없는 일도 안 한다. 공직이 그렇다. 아주 명분이 없는 자리도 있지만, 명분이 있는 자리도 있다. 그렇지만 재미가 없다. 이 나이에 다시 패거리들 모아서, 어깨싸움하는 일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물론 그게 재미가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걸 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제 난 별로 그런 거에서 재미를 느끼지는 않는다. 재미가 없다.

요즘 내려야 하는 많은 판단들을 이런 기준으로 한다. 실익? 별로 재미 없는 방식의 생각이다. 큰 이익이든 작은 이익이든,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나? 죽을 때까지 이익을 남기며 사는 것.. 그거 쫌생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이것도 개소리다. 이름은 남겨서 뭐하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유교적 질서에서 시키는 대로 충성을 다하라고 만들어낸 헛소리 아니겠는가? 자연의 질서 아래, 인간의 이름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저 작더라도 명분이 있으면 고맙고, 재미가 있으면 최고다. 그런 일들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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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그런 건 아닌데, 가끔은 글을 쓰다가 내가 우는 일이 있다. 울었던 책도 있고, 안 울었던 책도 있다. '88만원 세대'는 쓰면서 눈물이 난 적은 없었다. 울고 싶기는 했는데, 가급적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지나와서 보니까 책의 성공이나 판매와는 아무런 상관은 없다.

지금 쓰는 책은, 육교를 걸어가면서 계단 중간에서 머리 속으로 구상하다가 크게 눈물이 난 적이 있다. 육교 위에서 한참 눈물이 났었다.

그리고 또 덤덤하다가 오늘 아침에 눈물이 약간 났다. 일산에 사는 두 딸의 엄마에 대해서 쓰다가, 문득. 쓰던 거 잠시 내려놓고, 밖에 나가서 멍하니 서 있다 들어왔다.

책은.. 감정을 만드는 게 어렵다. 내가 감정을 만든다고 해도, 그게 전달이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억지로 감정을 만들면, 독자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그게 제일 어렵다.

일부러 감정을 만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글을 쓰다보면 감정이 생겨난다. 제일 절제하려고 하는 건, 분노다. 그건 거의 전달이 안 된다. 입장이 다르다고 하면, 1도 전달이 안 된다.

'모피아' 쓸 때는, 후반부에 많이 울었다.

제일 많이 운 버전이 있는데, 그 버전은 결국 쓰지 않았다. 엔딩 버전이 바뀌었고, 덜 우는, 그렇지만 스케일은 더 큰 엔딩 버전을 썼다.

가끔 그 생각을 한다. 많이 우는 버전이 나았을까, 덜 우는 버전이 나았을까? 최근에 드는 생각은.. 공포 버전이 있었으면, 그걸로 엔딩을 했었을텐데, 그 때는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들었다.

쓰면서 울거나 안 울거나, 결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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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올 봄에 맞춰서 진보 진영에서 오고가는 정책에 관한 것들을 꼭지별로 여럿이 나누어서 쓰는 정책집 같은 책을 낼 생각이 있었다. 흐름상, 올봄에는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공보 논리가 아니라 정책 논리로 한국의 논쟁이 형성되는 게 유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각자 글 하나씩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을 주도하지도 않았었는데, 지금은 별로 그런 흐름이 없기도 하고.

사회과학 시장이 워낙 죽다보니까, 예전 같으면 정책 하나 혹은 정책 몇 개를 모아서 분석하는 책들이 나왔을 법한 시간인데.. 요즘은 그런 흐름 자체가 거의 없다. 나도 내봐야 안 팔릴 책을 뭘 그렇게 붙잡고 궁상을 떠느냐고 놀림을 받는 처지인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안 그렇겠느냐 싶다.

출판사도 정했고, 에디터도 정했는데, 실제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큰 애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게 그렇게 큰 일일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 막상 초등학교 입학 준비 시작하는 데, 우와..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글 쓸 저자들 일일이 만나서 부탁하고, 글 받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조율하고..

원래 내 꿈이 이런 일을 하는 거였다. 프랑스의 갈리마르나 seuil 같은 어마무시하게 유명한 출판사에 보니까, 시리즈별로 그걸 주관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시리즈를 주관하는 사람이 본인도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다. 뭐,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아는 건 아니지만, 무척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형편이 그렇게 안 되어서, 누군가에게 책을 쓰게 하는 일들을 잘 하지는 못했다.그래서 누구 시키지는 못하고, 그냥 내가 나에게 시킨다..

선거라는 게 그렇다. 선거에는 온갖 사회적 문제들이 다 올라온다. 계급적인 일은 물론이고, 계층 그리고 문화적 충돌도 다 올라온다.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원래 그러라고 선거 하는 것 아니겠나?

그 틈을 비집고 정책들이 들어온다. 계급이나 계층에 관한 것이 주체에 관한 일이라면, 정책은 수단에 관한 일이다. 그리고 이 수단은, 안 그럴 것 같지만 유행이라는 게 있다. 각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서 유행이 바뀌기도 하고, 세계적인 흐름 같은 게 있다. 그래서 공약의 흐름이 매번 바뀌게 되는 것이다. 지난 번에 못한 걸 이번에 다시, 요행이 세계적 유행이 그쪽으로 가면 다행이지만, 그럴 보장은 없다.

우리가 편의상 진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역대로 이런 공약에 강했다. 빨갱이 중의 빨갱이로 몰려서 결국은 처형당한 조봉암도 토지개혁이라는 변화를 만들었다. 보수는? 걔들은 정책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었다.

그냥 미군정으로부터 정권을 인수받아서, 그냥 일본하던 것의 기본에 미국 꺼 적당히 하는 척하면 그만인데, 뭔 정책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보수들이 여전히 정책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것은, 애당초 그게 그들에게 절체절명의 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공, 멸공, 공산당만 잘 때려잡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방첩 검사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지도자 행세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그런데 정책은 뭐? 애당초 필요가 없는 집단이다.

진보는 좀 다르다. DJ가 집권하고 제일 먼저 형성시킨 법안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한국 복지의 기본법을 만들었다. 그 전에도 복지는 있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도입된 것이라서 기본법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구조가 이렇다..

그래서 속칭 진보 쪽에서 책을 통하든, 아니면 그 뭐를 통하든, 정책적 의제를 제시하는 일을 멈추면, 한국은 퇴행으로 향한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한국은 그렇게 발전해 온 나라다.

그래서 정치가 만들어진 물건을 파는 행위라면, 정책을 그 물건을 만드는 공장장 같은 역할이다. 팔 물건이 없으면, 이제는 싸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년 총선을 가를 분기점이 올 봄에서 올 여름쯤일 것 같다.

각자 만든 물건을 전시하는 쇼케이스 같은 게 선거가 될 것이냐, 아니면 물건은 없고 사람만 파는 인물 전시장이 될 것이냐?

황교안이 무슨 물건을 만들어서 내년 총선에 보일 것인가? 걔네는 신상 같은 거 없다. 만드는 놈이 없는데, 팔 게 뭐가 있겠나?

박근혜 때로 가거나, 좀 심하면 mb 때로 복귀하는 것을 신상이라고 껍딱만 바꾸어서 들고 나갈 것이다. 그리고 '누구누구' 죽이자, 이렇게 선거를 치룰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 편에서는 뭐라도 좀 신상을 내놓을 게 있느냐? 구상품의 기능강화형, 그걸 버전 2, 버전 3, 이렇게 껍딱 개비하는 게 제일 편하다. 물론 거기에도 신기능을 넣는 진짜 버전 체인지가 있고, 기능 변화는 없고 순수하게 껍딱 즉 이름만 바꾸는.. 아니, 이름만 바꿔도 좀 낳다, 고민은 한 거니까. 과거 상품 그냥 그대로 들고 갈 확률이 높다.

그 분기점이 올 봄에서, 올 여름 사이일 것 같다. 앞으로 나갈 것이냐, 그냥 뒤로 갈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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