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심심해서 가만히 있다가 잠시 앞으로 남은 책 숫자 생각해보니까. 50권까지 이미 결정된 것 빼고 나니까, 아직 비어 있는 건 6권 남짓이다. 여섯 권을 새로 준비해야 한다면 이것도 어마무시하지만, 46권을 채웠고 나머지 남은 게 여섯 권이라고 하면 느낌이 좀 다르다. 시간은 4년 정도 남았으니까 그냥 편안하게 해도 그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그런 생각이 문득. 처음부터 경제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50권을 쓸 생각은 없었고, 12권만 그 이름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요즘 내 삶의 기준은 '명분과 재미', 딱 두 가지다. 몇 년 전부터, 돈은 애당초 고려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돈이 안 중요해서가 아니라, 돈을 기준으로 하는 변수는 콘트롤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 그냥 종속 변수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다보면 적당히 벌리겠지..

50이 넘으면서 명분이 없는 일은 아예 하지도 않고, 얘기도 못 꺼내게 한다. 이걸 굳이 왜 내가 해야 하느냐? 20대 재테크, 40대 제테크 같은 책 아니면 청소년용 권면서, 이런 제안들이 많기는 한데.. 무엇보다도 명분이 없다. 굳이 이걸 왜 내가 써야 해? 나는 그렇게 재테크하면서 살지도 않았는데.. 이제 명분이 없는 일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생각해보지도 않는다.

명분이 있어도 재미가 없는 일도 안 한다. 돈도 별로 안 되는데, 재미도 없는 일을 왜 해? 이 나이에.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재미가 없는 일도 안 한다. 공직이 그렇다. 아주 명분이 없는 자리도 있지만, 명분이 있는 자리도 있다. 그렇지만 재미가 없다. 이 나이에 다시 패거리들 모아서, 어깨싸움하는 일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물론 그게 재미가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걸 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제 난 별로 그런 거에서 재미를 느끼지는 않는다. 재미가 없다.

요즘 내려야 하는 많은 판단들을 이런 기준으로 한다. 실익? 별로 재미 없는 방식의 생각이다. 큰 이익이든 작은 이익이든,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나? 죽을 때까지 이익을 남기며 사는 것.. 그거 쫌생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이것도 개소리다. 이름은 남겨서 뭐하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유교적 질서에서 시키는 대로 충성을 다하라고 만들어낸 헛소리 아니겠는가? 자연의 질서 아래, 인간의 이름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저 작더라도 명분이 있으면 고맙고, 재미가 있으면 최고다. 그런 일들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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