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낸책, 낼책 2019. 6. 5. 15:09

 

1년에 감자꽃을 볼 수 있는 날은 며칠 안 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나는 감자꽃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는 수 년간 미루고 미루었던 농업경제학을 쓴다. 감자꽃 보는 마음이 예전보다 더 각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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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큰 애 초등학교 방학이다. 방학 때 그냥 내가 데리고 있기로 해서, 7월에는 정말로 아무 일정이나 약속도 안 잡는 중이다. 무안 공무원 노조에서 강연해달라고 부탁 왔다. 이래저래 힘들 것 같은데, 단체협약에서 7월 강연에 자체적으로 강사 모실 수 있게 따낸 거란다. 아이고, 마음 약해진다. 최근에는 시민단체와 노조 강연만 조금씩 하는데, 사실 이런 게 돈으로는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정말 최소한의 사회 운동이라는 점에서. 맘 약해져서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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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한 며칠을 보냈더니,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뻗어서 잤다. 꿈이.. 배 위에서 경도 재고, 위도 재는 꿈이다. 위도를 재기 위해서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고, 그래서 영국 왕실에서 배 위에서 쓸 수 있는 정확한 시계에 현상금을 내걸고.. 뭐, 그런 유명한 얘기인데. 이런 걸 꿈에서 꾸다니..

꿈이 무의식이고, 자신의 욕망을.. 그런 눈으로 보면 내 꿈은 대개는 개꿈이다. 삼각돛을 설명하는 게 꿈에서 나오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보니, 부다페스트의 크루즈 사고가 꿈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부다페스트에서 배를 빌려서 한 바퀴 돌면서 밥을 먹고 내린 적이 있기는 하다. un 행사였다. 배를 빌린 건 일본의 네도라는 정부기관이었고. 뭐, 꿈이 내 의식과 아주 무관한 건 아닌 듯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위도를 재는 시계 얘기까지 꿈에서 꿀 거야. 하긴, 며칠 전에 읽은 마션에서도 화성에서 수천 킬로 이동을 하면서 경도를 재는 얘기가 자세하게 나오기는 했다. 위도는 화성의 달을 통해서 쟀고, 육분의 얘기가 엄청 길게. 그리고 그보다 더 자세하게 경도를 재는 얘기가.

꿈에서 dish washer의 역사적 맥락이나 세탁기 얘기 같은 것이 나오는 사람이나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꿈에서 깨자마자 히로시마 처음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어쩌면 지구적 시민으로서의 나의 각성은 un 협상가 시절이 아니라 히로시마에서 처음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내년에 쓰기로 한 책 중에서 메인에 해당하는 책이, 그 때 히로시마에서 받은 충격을 모티브로 한. 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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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만 잡아놓은 책에 살붙이기를 오늘부터 시작했다. 흑백 무성영화에 설명을 해주는 변사가 되는 기분으로 해볼려고 한다.

첫 질문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앞으로 또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2016년 7월이다.

둘째가 폐렴으로 연거푸 입원하다, 겨우겨우 자기 힘으로 입원은 안 하고 버티던 시절. 그 해 여름은 아주 더웠다. 서해 바닷가, 아이들은 너무 행복하게 바닷가에서 놀았고.

그리고 내가 하던 일들을 대부분 정리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앞 일도 복잡했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별로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던 시기였다.

그 바닷가에서의 어느 하루, 그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언제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회상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 아닌가 싶다..

이 느낌으로 책의 맨 앞 구절들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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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예산의 손톱만큼만 작가에 투자해보자[똑경제-우석훈 생각] 경제 성장 패턴의 새로운 시각

우석훈(wasang)

 

▲ 부가가치를 만드는 작가의 존재는 지식경제 생태계의 1차 생산자에 해당한다. ⓒ pixabay


내가 학부에서 경제학 배우던 시절에는 '노동집약형 산업'과 '자본집약형 산업' 정도만 배웠다. 지난 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등의 내생성장론이 등장하면서 기술, 제도, 지식, 이런 것들이 성장의 주요 요소로 분석되기 시작하였다. 지식경제, 창조경제, 복잡한 단어들을 썼지만, 뭔가 단순한 노동이나 자본이라는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등장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쉽게 설명하면 에너지와 자원을 많이 쓰면서 성장률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국가공단이나 지방공단 심지어는 '아파트형 공장' 혹은 최근의 혁신도시 클러스터 등 정부는 자원을 왕창 투입한다. 그리고 그걸 민간이 사용하면서 공장 자체를 늘려나가는 방식이 우리의 성장 패턴이었다. 그러다가 잠시라도 불균형이 생기면 박근혜 정부 때처럼 토건이나 아파트를 왕창 늘려 건설 부문을 통해 성장률 지표 관리 같은 것을 했다.

이론적인 얘기지만, 에너지나 자원의 투입을 줄이고, 그 자리에 지식이나 문화를 채울 수는 없을까? 어차피 성장률을 집계하는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이 결국에는 부가가치로 계산되기 때문에 거시모델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방식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손쉬운 토건에서 대안을 찾게 된다. 현실을 보면, 꼭 토건을 원해서가 아니라 토건이 아닌 다른 방식을 해 본 적이 없고 생소해서 그런 것 같다. 대선에서는 그래도 토건 공약의 비중이 좀 줄지만, 지방 공약들을 모아 놓은 총선 공약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큰 차이가 별로 없다. 전부 다리 만든다고 하고, 지하철 끌어오거나, 고속철 끌어오고, 화끈하게 거점 공항 만든다고 하고.

얘기를 약간 돌려 '지식 경제 생태계'라는 단어를 써보자. 말은 멋있지만, 결국 책, 논문, 도서관, 작가, 신문, 잡지, 이런 것에 관한 얘기다. "대한민국 정책은 사무관들이 만들고, 대한민국 논문은 조교들이 만든다." 수 십년 전부터 통용되는 농담이다. 행정적으로 뭔가 '티가 나는 일'은 장관이나 차관 등 정무직들이 다 챙겨간다. 마찬가지로 지식에서도 생색과 열매는 최종단계에 '이름'을 거는 사람이 다 가져간다. 물론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완성업체의 조립 라인이 차 만든 성과를 다 챙겨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 - 지식의 최전선 혹은 가장 밑바닥

그런데 이런 지식의 최전선이나 가장 밑바닥에 '작가'들이 존재한다. 2000년대 들어와 위태롭다는 '프레카리우스(precarious)'와 무산계급을 의미하는 '프롤레타리아'라는 단어의 합성으로 '프레카리아트'라는 말이 등장했다. 위험한 무산계급, 그 정도의 개념을 쓴다면 한국의 작가들은 대부분 프레카리아트에 해당한다.

공지영이나 김훈급의 유명 작가들이나 화려한 성과로 눈부신 1급 드라마 작가들도 있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방송국의 막내 작가까지, 모두 작가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 중에는 게임회사와 일하는 작가들도 있고, 마케팅 동영상용 스크립터처럼 정말로 건별로 계약하는 작가들도 있다. 예술과 지식의 두 분야에 걸쳐서 그 숫자 조차도 알기 어려운 '전업 작가'들이 지식생태계와 문화생태계의 맨 아래 계층을 구성한다. 고용직도 있고 비고용직도 있어서 분류 자체가 어렵다.

2018년 출판통계 기준으로 보면 책 발행종수가 6% 줄었고, 발행부수도 4.8% 줄었다. 책 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기이고, '지식의 다양성'이라는 눈으로 보면 진짜 위기다. 책이 지식경제에 대한 중요한 자금원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종교, 어학, 예술, 기술과학이 10% 이상 발행 부수가 줄었다. 문학이나 사회과학도 만만치 않게 줄었다. 늘어난 것은 학습참고, 아동 분야, 그리고 이례적으로 철학분야가 늘었다. 발행부수가 준 것도 문제지만, 내용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렇다면 잡지나 신문사의 원고료는 어떨까? 약간씩 원고료가 올라간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10년 전 원고료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신문은 좀 낫다. 잡지는 신규 매체가 거의 생겨나지 않고, 기존에 있던 잡지들도 문 닫는 게 일쑤다. 이런 데는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치자. 인터넷 포탈의 원고료는 어떨까? 디지털 시대의 신매체로서 돈이 없는 것은 아니더라도, 원고료만큼은 평균적으로 신문 기고보다 댈 바가 아니다. 텍스트의 가치에 대해서 그렇게 높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것들을 모아서 보면, "글 쓰고 싶은 사람은 당신 말고도 많습니다", 이런 게 작가를 대하는 한국 경제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진짜로 그럴까? 영화, 드라마, 게임, 이런 중요한 문화산업의 근간도 작가들이 만들고, 다양한 형태의 지식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종합하고 가공하는 일도 작가들이 한다. 지식과 사회의 중간 가교 역할은 여전히 텍스트가 하고 있고, 그 텍스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작가다.

개별적인 차원에서 보면 "하거나 말거나", 그야말로 "자기가 좋아서 한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무엇인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작가의 존재는 지식경제 생태계의 1차 생산자에 해당한다. 여기가 허약한 상태에서는 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지식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한국 경제의 다음 단계를 고민한다면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강화와 함께 작가, 정확히는 '전업작가'의 생계에 대해서 어떻게 볼 것이냐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자영업자의 연장선에서 '프리랜서'로 볼 것이냐, 아니면 지식경제의 한 축으로 볼 것이냐, 여기에 따라서 시선이 달라진다. 가끔 인구 대비로 시장 규모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식이면 스웨덴은 '말괄량이 삐삐' 같은 것을 만들 수 없고, 벨기에는 '스머프'를 생산할 수 없다. 인구 천만 미만의 북구 국가에도 다 소설이 있고, 문학이 있고, 독자적인 아동 책 시장이 있다.

간단히 따져보자. 매달 두 군데 지면에 글을 쓰는 정도면 전업작가 중에서도 1류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면 월 수입으로 60만 원 넘기 어렵다. 거기에 책을 일년에 두 권 낸다고 가정하고, 1쇄가 다 팔린다고 해보자. 요즘 평균치로 하면 연소득이 300만 원 정도 된다. 합산해도 월 백만 원 소득은 요원하다. 어떻게 계산을 해도 맨 앞에 있는 아주 일부 인기작가를 제외하면 최저생계비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그냥 시장 논리로 접근하면, 자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지식의 다양성이라고 본다면 여기도 정책적 수요가 없지는 않다. 정책 메커니즘은 디자인하기 나름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원고료 지원금을 줄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생활지원금을 줄 수도 있다. 도서관의 도서구입 예산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문화를 담당하는 문화부와 지식을 담당하는 산업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메커니즘을 디자인하는 편이 한국 경제를 지식경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봐야 토건에 가는 예산이나 최저임금에 대한 지원금에 비하면 정말 손톱만큼 밖에 안 되는 돈일 것이다.

지식에 정부 예산을 넣을 수도 있다는 생각, 이게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한국 경제의 다음 단계를 고민한다면, 정부가 최근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작가들의 경제적 삶에 대해서도 좀 들여다 볼 때가 된 것 같다.

"사람이 먼저다", 좋은 말이다. 시멘트가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지식에 대해서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흔히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사회적 경제와 비교하면, 지식 경제와 문화 경제가 갖는 독특한 장점이 하나 존재한다. 사회적 경제는 20대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반면, 문화 경제나 지식 경제는 힘들어도 그들이 여전히 하고 싶어하는 일이다. '청년' 과 '사람', 그들이 하고픈 일에 돈을 투입한다는 시각으로 이 분야를 다시 봤으면 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540259&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토건예산의 손톱만큼만 작가에 투자해보자 - 오마이뉴스

[똑경제-우석훈 생각] 경제 성장 패턴의 새로운 시각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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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책에 대한 단상 2019. 5. 27. 14:23

글에는 장타가 있고, 단타가 있다. 문장 길이 문제가 아니라, 한 무더기의 길이에 관한 것이다. 몇 년 동안 단타 위주로 글을 썼더니, 장타로 하려니까 이제 오히려 어색하다. 소설 '마션' 읽는 중이다. 장타, 그것도 1인칭 시점의 장타가 연거푸 나오는데, 매우 호쾌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나는 원래 장타로 글을 썼는데, 먹고 살려니 별 수 없이 단타 위주로.. 그게 사실 글이 느는 건 아니다. 트렌드에 그냥 맞추는 거지. 한국 경제에 대해서 장타로 한 번 써야 할 순간이 몇 년 내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치 평론이 글로 치면 극단적 단타다. 재미는 있는데,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고 싶어하시지는 않았지만 결국 정운영 선생이 단타만 치다 일생을.. 그 이후로 경제학자 중에서 경제 평론가로 불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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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은하영웅전설 8권, 전체 다 읽고, 너무 힘들었다. 애들 하교 시키고, 아내한테 인수인계하고 저녁도 안 먹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다시 큰 애 등교시키고.

만화책 몇 권 보는 게 이렇게 힘드냐.. 싶지만, 그것도 집중해서 보면, 캑캑. 불어책이랑 번역된 만화책 보는 데 쓰는 들어가는 에너지가 같다면.. 이게 노안의 비애다. 눈까리에 힘 탁 주고.

원본 소설책으로는 2권까지 본 것 같다. 원작이랑 만화랑 최근 나온 neo thesis 애니메이션이랑 싱크로율 높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약간의 서브라인들 뺀 것 말고는 애니메이션하고 만화는 거의 비슷하다.

나에게 감명을 많이 준 것은 애니메이션 버전이다. 그건 더 짧지만, 그만큼 짧은 부분에서 순간적 감명 같은 게 있었다.

은하제국이랑 동맹군이랑 붙는데, 맥락을 제외하고 그 부분만 보면, 진짜 은하제국이 이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악이라는 게 있다면, 겨우겨우 도망치는 동맹군 함대를 재집결시켜서 전투를 하라는 장면.. 동맹국의 정치인들이 패전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순간적으로, 나는 '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만화 원작도 봤고, 소설도 그 부분만 따로 봤는데.. 그렇게 보면 그 느낌이 약하다. 아니,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한 에피소드씩 끊어서 보는 애니메이션 버전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고도의 밀도.

결국 그 밀도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하던 일 다 밀치고 일단 은하영웅전설부터 보게 만든.

원래도 청소년용 독서 에세이 리스트에 은하영웅전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래저래 겸사겸사, 목요일 부산 여행가기 전에 보게 된 건데..

계산은 했지만, 계산 안에 안 들어간 게, 만화책 보자마자 뻗어서 내리 잠만 자게 될 줄은.

기왕 잡은 김에 은하영웅전설 소설도 이번에 마저 다 읽으면 좋겠지만, 연말까지 전체적인 스케쥴링 같은 게 있어서.. 소설은 한 텀 미루고.

'전기의 역사' 책 한 권 사러 교보에 갔다와야 하고, 나간 김에 차 한 잔 마시기로 했고..

그렇게 토막토막 나는 시간에 '마션'을 읽기로 했다. 영화는 50번은 본 것 같은데, 원작을 아직 못 읽었다. 원작이 그렇게 기가 막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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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리

책에 대한 단상 2019. 5. 17. 12:07

 

최근 책은 사회적 경제 책이랑 직장 민주주의 책이, 뭐 그닥 엄청난 건 아니지만 '스몰 스케일'로 자리를 잡는 것 같다. 두 책 다, '정직'을 모토로 쓴 책들이다. 크게 기교를 부리거나 구성상의 묘미 같은 거 없이, 그냥 13579, 논리의 순서대로 갔다.

아마 이 두 권을 경계로 해서, 그야말로 저자로서 내 삶의 후반기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 엄청난 변화를 바라거나, 사회에 대한 극적인 전환, 그런 데 대한 기대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 정도는 최소한 좀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주제, 그런 걸 조용히 티 안내고 하나씩 정리해가는 것만 해도 내 삶은 충분히 보람되지 않을까 싶다.

'맛집'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오래 되었다. 맛 있는 거 먹는 거, 그게 뭐 인생에 그렇게 큰 일인가 싶다. 단골도 안 만든다. 성격 지랄 맞아서 그렇다. 자꾸 주인이 인사하고 아는 척 하면, 잘 가던 집도 안 가게 된다. 그럴 때 내 주변에서는 '서울깍쟁이'라고 한다.

그래도 책 두 권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회전'에 해당하는 큰 얘기로 슬슬 방향을 돌리는 중이다. 이승만 얘기를 해보고 싶어진 것은 좀 된다. 이 모든 얘기는 '이완용 평전'에 대한 구상부터 시작되었다. 이건 아직 준비가 많이 안 되었다. 좀 더 뒤에 하려고 한다. 기왕에 이완용을 할 거면, 이승만도 해보고, 방정환도 해보려고 한다.

방정환은.. 내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결정적 동기였다. 방정환은 33살에 사망, 나는 그 나이에 그래도 뭔가 좀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은하영웅전설을 읽는 중이다. 양 웬리도 33살에 죽음을.. 하여간 33살에 죽어야 그래도 뭔가 천재급에 해당하는 인류사적 우연(!)이.

머리 속에 있던 꾸질꾸질한 것을 일단 다 털어버리는 일들을 가끔 한다. 꼭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경우도 많고. 지금은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탈탈 털어버리는 중이다.

세상에 그래도 정직하다고 감사하는 것은.. 탈탈 비우고 나면, 뭐라도 또 새로운 게 와서 그 자리를 채운다.

어제 만든 빵으로 아이들이 오늘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그래봐야, 제빵기 빵인데..

"제빵기 사서, 이렇게 계속 쓰는 사람 별로 못 봤어."

아내가 한 마디 한다. 뭐, 모든 전자기기를 내가 마르고 닳도록 쓰는 건 아니다. 신혼초에 튀김기를 샀는데, 식용유 처리하는 방법을 마땅한 걸 찾지 못해서 딱 한 번 쓰고 못 썼다. 튀김 음식 만들고 싶은 게 많았는데, 포기했다.

빵도 굽고, 음식도 하고, 애도 보고.. 그렇게 꾸역꾸역 일상을 산다. 그리고 내가 알던 것들을, 틈 나는 대로 탈탈 털어버린다. 약간의 재주를 가지고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틈틈이 아는 척.. 별로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성공하고 싶어서, 잘 나기 위해서 혹은 뭔가 움켜쥐고 싶어서, 아둥바둥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죽기 보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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