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내 책은 아니고, 내가 해제를 쓴 책이다. 

소장가치 갑이다. 패션지 용어로 하면 이번 시즌의 머스티 잇 아이템. 

쓸 데 없이 어려운 경제 용어로 주변 사람 야코 죽이는 양아 때문에 속상해본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덩달아 아이큐가 2~3포인트는 높아질 것이다. 처음 10분만 참고 보면, 독서의 위대한 가치를 칭송하게 될 것이다. 

만 원 주머니에서 나갈 때 엄청들 아까워한다. 책 살 때, 영화 볼 때, 서평과 영화 리뷰, 별의별 거 다 보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엄밀하게 고른다. 

몇천만 원짜리 자동차 살 때, 가격도 안 보고, 옵션도 안 보고, 랜더링 이미지 하나 보고 사전 예약한다. 

몇 억짜리 아파트 살 때는 아예 집도 가짜로 만든 모델 하우스 덜렁 보고 산다. 모델 하우스 안 보고 그냥 사기도 한다. 

왜 이래? 

그게 경제학의 힘이다. 속이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발달한 학문, 그 학문의 정체를 이 책만큼 시원하게 밝혀준 책은 일찌기 없었다. 

만 원, 책값만 투자하면 최소한 몇천만 원은 덜 손해보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내 책도 아닌데, 이렇게 사서 보라고 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돈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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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작가 조너선 앨드리드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20.04.28. 평점 리뷰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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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하시던 시절에 편지 진짜 많이 썼었다. 대선 끝나고, 다시 편지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맘 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슬프다. 다시 편지를 쓰게 되는 것도 슬프고, 그래봐야 경제관료들 맘대로 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는 것도 슬프다. 

지금 내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고, 누구 귀에 들어가겠나 싶다. 알지만,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223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편지] 대통령님, '비대면 진료' 파장이 클 것 같습니다

잘못된 길... 우리가 '의료 공공성' 고민하던 순간을 기억해주세요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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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경제학이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젠더 경제학 일정을 약간 당겨서, 올해 안에 나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나중에 제목이 또 바뀔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페미니즘을 위한 경제적 변명', 요렇게 잡기로.

기분학상, 이런 건 사실 난 잘 모르고, 그냥 돈계산만 해볼려고. 직장 민주주의 책에서 일부는 꺼내 쓰기는 했는데, 계산을 산업별로 전부 펼쳐서 한 번 해볼까 싶다. 여기는 이렇고, 저기는 저렇고.. 경제학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지금 20대 남자들이 하는 얘기, 사실 개인적으로는 별 관심 없다. 그런데 10대 연구를 좀 하다 보니, 10대 남자들의 삶에는 어마무시하게 관심도. 그리고 그 어려움과 곤란함도.

그래서 계산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고칠 수 있는 것들은 좀 고쳐서, 그야말로 젠더 경제학에서 일상적으로 다룰 수 있는 얘기들 포맷으로.

경제학자인 면에서, 난 그렇게 이상주의자는 아니다. 돈 계산에 비교적 충실하고 정확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계산도 아닌 얘기에 대해서는, 그건 좀 아니지.. 우파들하고 맨날 이렇게 싸웠다. 너의 정신이나 마인드가 잘 못 된, 요렇게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니 계산은 이상해.. 요거 빼먹고, 저거 빼먹고, 이건 두 번 계산했고.

새만금 때 농기반공사에서 들이밀었던 '안보미' 개념이 그렇다. 무슨 쌀값에 안보를 집어넣어서 부풀려.. 쌀도 남을 거라면서. (젠장, 그 안보미 개념이 대법원에서 ㅠㅠ.)

나는 페미니즘, 사실 잘 모른다. 여성학 스터디 하는 거 옆에서 몇 년간 지켜봤는데, 느무느무 어렵다. 포기. 다 내가 아는 철학자들 얘기인데, 저 사람이 저런 얘기도 했었나? 모르겠다. 포기.

그런데 마초 사회가 불편하다는 건 알겠다.

처음 애 보느라고 힘들다고 했더니 할배들이, 그러면 친정에 좀 보내면 될 거 아니냐.. 그리고 니는 나를 도와라! (돌았나, 이 영감쟁이들이, 지금이 조선시대인 줄 아시나.)

난 페미스트도 아니고, 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마초들 드글드글하는 그들만의 공동체는 내가 불편해서.

그랬더니 '지혜는 넘치나 덕이 부족하야" 등 별의별 레토릭으로 코너로 몰려고 했다. 나는 간단하게..

혼자 놀겨..

다들 왕따 시키고, 혼자 놀았다. 마초랑은 안 놀아..

그런 얘기들을 숫자 가지고 좀 해보려고 한다. 간만에 표도 좀 만들고, 그래프도 잔뜩 그리고..

봐, 니가 하는 얘기 이상하잖아..

한국도 덜 마초적인 사회로 간다. 그건 선진국이 걸어간 일종의 법칙이다.

젠더 경제학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이 아니라, 이미 훌쩍 온 새로은 시대에 대한 모습이다. 그리고 어느 게 보편인가, 그런 수치들.

가을에는 이런 작업을 하려고 한다. 슬슬 모드 전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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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삶이라는 게 신나고 흥 나는 일로만 채워지나, 그렇지 않다. 늘 긴박하고, 종종 속상하고, 아주 자주 허무하다. 

책 때문에 아는 후배에게 연락을 했는데, 암 말기 진단이라고, 조용히 정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 때 거의 매일 보던 사이였는데, 마음이 덜컥 무거워졌다. 조만간 차라도 한 잔 하기로 했다. 

잠시 내 삶을 돌아본다. 

요즘 책이 자리를 못 잡아서 좀 속상한 시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마음을 편하게 갖고, 조금이라도 더 웃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제 영화 <럭키>를 다시 봤다. 코미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영화였다. 그냥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봤다. 김밥집에서 당근꽃 만드는 장면은 예전에도 재밌게 봤는데, 다시 봐도 재밌다. 

내 삶에 웃음을 더 채우고, 잠깐 통화하더라도 더 밝고 즐겁게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겠나 싶다. 

태어난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이 생각, 어렵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다루는 주제나 소제나, 다 슬프고 어려운 얘기들이다.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 난 그런 주제만 다루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내용에 마음이 넘어가면, 온통 눈물 바다를 만들기는 커녕, 온통 하품 바다를 만들게 된다. 그건 곤란하다. 

며칠 전에 정부 연구원 원장들하고 밥 먹는 자리가 있었다. 그 중의 한 명이 예전 팟캐스트 시절 나꼽살을 자기 전에 종종 들었다고 한다. 잠은 참 잘 오더라고.. 웃기는 했는데, 된장. 재우려고 했던 방송은 아닌데. 

난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유쾌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이 시대는 싫어한다. 

전또깡 시절, 슬픈 사람이 우는 것이 정의였다.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안 먹힌다. 슬퍼서 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사람이 부패하고 못되었다.. 이 얘기에는 이 시대가 열망한다.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별 수 없다. 더 많이 웃고, 더 명랑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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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에 정성진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나온다. 

그 원형이 김성욱 박사다. 맨 처음 잡았던 인물 정도가 아니다. 이걸 쓰게 된 첫 사건이 바로 그의 사건이기도 했다. 

천하의 김성욱이 서울에너지공사에 취업 원서를 냈다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마침 당시 서울에너지공사 사장도 잘 아는 사람이다. 이건 또 뭔 사건이지? 공교롭게도 내가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시절, 내가 뽑았던 직원이 거기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도 잘 몰랐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김성욱을 주인공으로 얘기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이현주와 강선아는 그 뒤에 설계된 인물들이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요약본이 만들어졌다. 그 때까지는 김성욱이 김성욱이었다. 

그런데 막상 초고 작업으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20대 실무 여성 캐릭터가 하나 더 필요하게 되었다. 여성 셋인데, 여기에 하나가 더 들어오니까 여성 라인들이 넘친다. 

그래서 김성욱은 성격은 물론이고, 운명도 변하게 된다. 거기에 맞추다 보니까 그 주변 인물들도 전부 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름을 정성진으로 바꾸었다. 

하여.. 본인에게는 매우 송구하게, 인물 설정과 관계도 완전히 바뀌고, 심지어는 엔딩도 바뀐. 

모니터링 과정에서 가장 많은 애환이 있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너무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특히 주부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약간 밉상 캐릭터가 되었다. 

그 뒤에도 크게 세 번 정도 변화가 생겼다. 

하여간 바로 그 인물의 원형이 김성욱이었다. 그가 어떻게 이걸 읽었는지, 여전히 조마조마.

그의 서평이다..

_________________

노트북이 돌아가신 '덕분에'
아주 집중해서 우석훈 박사님의 신간 #당인리 를 다 읽었다. 금새 다 읽힌다. 반나절만에 책 한 권을 끝낸 건 참 오랜만이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내가 몸담은 분야의 어딘가 이야기이기도 해서 읽는 내내 마치 소설 속의 어딘가에 내가 끼어있는 것 같다는 묘한 몰입감을 느꼈다.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하자면 천재지변에 의해 우리나라 전력망이 돌아가시는데, 서울시 에너지 자립 관련 프로젝트로 미리 준비된 시스템을 통해 이걸 해결해간다는 이야기이다. 전력과 이의 배분은 기술과 과학과 시스템이 움직이지만 결정은 정치가 하고 결과도 정치가 갖는다는 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잘 보여준다. 종종 소설 전개로는 비약이라 느낄만큼 부조리한 결정과 전개가 나타나지만 현실이 별다르지 않고, 때로는 더 부조리해서 씁쓸하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장면도 꽤 많다. 아마 9.15 정전 사태로 유탄을 맞았던 사람들은 이 소설을 눈물로 읽게 될 것이다.

경기도 에너지 정책에 관여하는 입장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많이 스쳐지나갔고, '우리 각자는 모두 준비되어있나? 준비해야할 것 같은데?' 를 끝없이 떠올렸다. 그리고 정치와 에너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분산형 전원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재생에너지, 석탄화력, LNG의 역할, 원전 의존, 지방자치와 지역의 생존, 공조와 협력... 앞으로 지방자치의 강화와 중앙정부의 통제력, 안전망과 효율성, 모듈화 등의 논의(또는 갈등)가 점차 깊어질 시점에서 좋은 시뮬레이션이 되었다. 예전에 가상발전소 보고서 쓸 때만 하더라도 그 기동이 다소 막연했는데 소설을 통해 오히려 공부를 많이 했다. ㅎㅎ

효율에 대해 가장 관심갖는 인간이지만, 재난에 대비한 모듈화와 재고 비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계속 주시하고 있고, 그 중요성은 천재지변을 해결할 때 가장 빛나고, 비효율적이지만 우직하게 그걸 지켜온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도 소설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된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몇 분이 꽤 있었다. 소설이 더욱 현실같았던 이유.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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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대정전 이후]

시간을 다투는 중요한 프로젝트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서 글쓰기를 포함한 다른 일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그래도 오가며 틈틈이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재주 많은 생태 경제학자 우석훈이 새로 펴낸 소설 『당인리』(해피북스투유 펴냄)를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자와의 인연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급한 일을 미뤄두고 읽을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덩달아 배운 것도 많았고, 생각도 많아졌다.

*

제목 ‘당인리’가 뜬금없다면 평소 ‘에너지’나 ‘부동산’에는 관심이 없는 분이다. 서울시 마포구 당인리 발전소는 국내 최초의 화력 발전소다. 이곳에 한강과 맞닿은 시민 공원이 예정되면서 덩달아 주변 부동산 시세가 들썩였다. 그러고 나서, 뜻밖에도 지상의 발전소가 해체된 대신에 지하에 서울시 전력 수요의 20%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 LNG 발전소가 들어섰다.

이 소설의 주요 무대는 바로 당인리의 지하 LNG 발전소다. 한국 문학사에서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중부발전) 직원이 주요 등장인물을 맡았던 적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에서 이 책을 단체 구매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왜냐하면, 대정전(전계통 정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전라남도 나주에 상당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 나주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가 쑥대밭이 되면서, 전력거래소의 전국 전력망을 통제하는 시스템(EMS)이 파괴된다. 애초 대정전이 발생하면, 전력거래소가 EMS를 통해서 복구를 주도한다. 그런데 바로 그 중앙이 부재한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주요 시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 놓은 비상 발전기가 있다. 하지만 그런 비상 발전기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뿐이다.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가 파괴되고, 청와대는 전국적인 소요 사태를 걱정하며 제주도로 도피한다. 몇 시간 안에 복구가 이뤄질 리 없다.

결국, 몇 시간 만에 전국은 지옥처럼 변한다. 대혼란은 신호 체계가 마비된 도로부터 시작된다. 자동차가 멈춰 선 도로가 마비되고, 공장도 멈춘다. 고층건물에서 불이 나도 전기가 없으니 펌프로 물을 퍼 올리지 못해 진압이 어렵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병원에서 발생한다. 전기에 의존해 환자의 생명을 지켜주던 장치가 가동을 멈추면서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부발전과 서울에너지공사 직원 몇몇은 당인리 발전소로 서울의 전기를 되살릴 궁리를 시작한다. 그리고 부재한 나주 전력거래소의 전국 전력망 통제 시스템(EMS)을 당인리에서 되살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더 나아가 전국의 전력을 살릴 방법을 모색한다. 그들의 도전은 성공할까?

*

이 소설의 흥미로운 포인트는 여러 가지다. 한국의 전력 산업 안에 ‘원전파’와 ‘LNG파’가 있다는 이야기는 풍문으로 들었다. 이 둘은 에너지 시스템의 ‘중앙 집중’과 ‘지방 분산’의 대립으로 변주될 수도 있고, ‘에너지 기득권’과 ‘에너지 전환 세력’ 사이의 갈등으로 변주될 수도 있다. 이런 갈등의 틈바구니 안에 문재인 정부가 있다.

우석훈은 한국전력공사와 그 자회사를 몇 년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그 상황을 나도 알고 있다.) 그 기회를 그는 ‘참여 관찰’의 기회로 삼았던 모양이다. 그때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가 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다. 한국의 ‘전기쟁이’들의 사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이 책의 무대는 2020년대의 어느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 또 그 임기를 마무리하고 지금의 여권이 그대로 정권 재창출한 후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허구와 현실을 섞어서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다음 정부에서 대정전이 일어난다.)

이 세상에서는 여전히 ‘86 세대’가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은밀하게 뒷거래를 했던 청와대 산업 비서관과 과학기술 비서관의 모습, 대정전이 났을 때 시민의 안전 따위에는 관심 없는 모습 등은 우석훈이 자신과 같은 또래(86 세대)의 공적 책임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86 세대 권력층이 특전사를 호출하고, 총질을 하고, 사람도 죽는다. 상징적이다.)

평소 에너지 산업의 여러 이해당사자와 교류가 많았던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소설 속 주인공 여럿과 현실의 특정인이 연결된다. 긍정적으로 묘사된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묘사된 사람도 있다. (다행히 에너지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는 안 나온다. 고맙습니다.) 구경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있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

*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호평(“있을 법한 재난을 현실이 아닌 책으로 만났다는 안도감과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주는 소설이다.”)했으니 영화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아닌 소설을 읽고서 인정하기로 했다.

우석훈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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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오래 전에 미루어놓았던 팬데믹 문제를 올해는 다시 다루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유는 별 거 없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분자생물학 공부를 좀 해야할 것 같고, 그 핑계가 필요했다. 

내가 그동안 한 건 시간 설정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만든 것이다. 

1. 올해 끝나는 시나리오는 없고, 가장 최근에 정리한 기본 시나리오가 내년에도 끝나지 않는 것이다. 

2. 내년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기술적 근거와 경제적 근거들이 좀 있다. 생물학자와 의사들 몇 분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내 말이 틀리다고 하는 사람은 아직 못 만났다. 더 길게 갈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좀 있었다. 

3. 트럼프가 뭐라뭐라 한다. 그가 프랑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에 준 돈이 360억 원 정도다. 그 수준에서 일이 진행되고, 그게 제일 큰 돈이다. 환상은 없다. 

4.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올해 연말이 되면 좀 이상한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지금 판단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5. 나는 내 형편에 맞게, 12월에 최종 판단을 하려고 한다. 데이타도 그 때 기준으로 보면 된다. 지금 하는 많은 전망치들은 그 시점에서는 택도 없는 예측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6. 멀리 떨어져서 보니까, 한국의 코로나 대응 1단계가 끝나고, 2단계 권력투쟁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이 기회에 자신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 

7. 이런 걸 포함해서 나오미 클라인은 '재난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캐트리나가 미국을 덥쳤을 때, 그렇게 했단다. 우리도 IMF 때 그렇게 했다. 박근혜도 세월호 이후 해경을 없앴다.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8. 1단계가 지난 지금, 한국에는 재난 자본주의와 '면피', 두 가지가 작동한다. 가볍게 면피라고 표현하지만, 결국은 정치다. 

9. 경제를 이유로 완화를 얘기하는데, 엄밀하게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 열었다 다시 닿았다,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제로서도 도움 안 된다. 기간을 넓게 잡고, 안정적인 보상과 대책을 만드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경제 주체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10. 학교를 1주일 단위씩 개학을 늦추다가, 더는 어쩔 수 없다고 여는 것은, 면피가 작동하는 정치 논리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몇 달 간격의 사이클이 나타나게 된다. 이걸 잘 처리하면 최고의 정치집단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정도로까지 유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면피다. 

11. 비대면 진료는,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에 의한 '재난 자본주의'다. 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할 줄은 몰랐다. 다른 것도 더 할 거다. 

12. 기재부 윈! 교육부 패. 

13. 여기까지가 코로나 1국면의 최종 상황인 것 같다. 

14. 세컨 웨이브를 외국에서는 9월~10월로 보는데, 우리의 경우는 6월~7월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개학 이후 1주일지, 개학 2주일지, 그런 우연적 요소에 의한 마이크로 요소들만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5. 열었다 닫았다, 면피와 회피가 반복되면서 한국이 뉴욕처럼 될 거다. 잘 하면 일본처럼.. 

16. 친구들한테, 유서부터 써 놓으라고 했다. 

니들 다 술 처먹고 담배 피잖아..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살아서 2년 후 봄을 볼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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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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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진료 문제에 대해서 "기다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지금 이 사업은 3차 추경에 갑자기 대표 사업으로 포함되어, 잠시 후 망치만 두드리면 확정되는 상황까지 가 있다. 지난 주에 빼는 듯 하다가, 막판에 누군가 다시 확 밀어넣은.

"기다리라", 참 이런 얘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 슬프다.

정권을 왜 바꿨는가. 세월호에서 "기다리라"고 하던 상황이 기가 막혀서 바꾼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의 주류가 교체되었다고는 하는데,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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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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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격 의료'를 '비대면 의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이걸 한국형 뉴딜에 포함시키겠다고 강하게 입장을 밝혔다

1) 원격 의료 => 비대면 의료.

MB 때 '한반도 대운하'를 '4대강 사업'으로 이름을 바꾼 것과 같은 조치다.

2) 정부는 '재난 자본주의'로 갈 길을 정했다. 시민단체와 정의당과 한 판 붙겠다고 결정을 내린 걸로 알고 있다.

3) 전쟁은 시작되었다.

4) 지금 기재부의 힘을 이길 곳은 한국에 없다. 총리 정세균과 벤처부 박영선이 기재부 쪽으로 붙었다. 이 연합군의 힘을 이기기 어렵다.

5) 청와대에 관료 출신과 대기업 출신이 너무 많다.

6) 결국 코로나 방역하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역복 입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노동자들이 집회하던 바로 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촛불집회 들게 되는 일이 벌어질 확률은 90% 이상인 것 같다.

7) 코로나 국면에서 의료계가 전면 파업하게 되는 일은 피해야 하는 것 같은데, 청와대는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8) 망했다..

원격 의료가 뭐라고, 코로나 국면에서 지금 꼭 강행해야 하나.

삼성 승!

http://www.greened.kr/news/articleView.html?idxno=251693&fbclid=IwAR1SmIxbJnpgpZR952Y_46thrVAJI1KxGtv-jzbw4VBDilA_R1Brw_NT8-Q

 

청와대 "원격의료 대신 비대면 의료" 공식화...정세균 "산업진흥책 아닌 감염병 대응 목적 방역대

청와대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효용성을 확인한 ‘비대면 의료’를 공식화했다.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원격의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2일 만이다.청와대 핵심 관계자

www.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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