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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제국주의를 했던 나라다. 뭐, 제국주의로 그렇게 재미보지는 못했던.

그 시절의 분위기를 보면, 전장에 나가서 한 쪽에서는 죽어라고 싸우고 있으면, 모국에서는 뭐 더 뜯어먹을 거 없나, 열심히 성과물을 나누고 있었다. 제국주의 시절, 영국도 그랬고, 프랑스도 그랬다. 한 쪽에서는 죽어나가고, 한 쪽에서는 식민지에서 올 걸 어떻게 나누어먹을까.. 영국은 이기면서 그 짓을 했고, 프랑스는 지면서 그 짓을 했다는 정도가 차이점일까?

방역당국은 완전 초긴장으로 하루하루가 난리인데, 후방에서는 '포스트 코로나'라고, 장관들이 요즘 덩더쿵 덩더쿵. 뭐라고 누가 좀 그러면, 방역만 하다가 중요한 기회를 놓친다, 이렇게 입방정들이다.

식민지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가는 시절,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모여서 했다는 그 현란한 파티가 서울과 세종시에서 '포스트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진행되는 것 같다. 덩더쿵 덩더쿵, 경사 났네..

이태원 클럽만 뭐라고 할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경제와 관련된 장관들 일정표를 지금 시민들이 본다면 뭐라고 할까?

"참 잘했어요, 짝짝"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11606418&isYeonhapFlash=Y&rc=N&fbclid=IwAR1fzOV6C4vxXyktST_RTDw0hyLBZwHjjtvjxu1Vu59PvcbkLUWpS16w2Vs

 

정은경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이태원 확진자 총 119명(종합2보)

클럽 방문자 76명, 43명은 접촉자…20대 73명·19세 이하도 11명 "감염되면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피해, 바로 검사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13일 정오까지 방역당국이 집계한 서울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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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당인리 - 노주희

정교한 정치물, 이게 아니면 달리 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계통’(그리드)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담겨진 대한민국의 전기, 그 그릇이 엎어져 ‘전 계통 정전’(대정전)이 일어났을 때의 이야기... 이 소설을 이렇게 소개하면, 나 같은 뼛속까지 ‘문돌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한국의 에너지 현실과 갈등 구조, 법과 제도, 정치와 행정을 씨줄로, 권력에서 당연 소외된 여성 히어로들과 그 주변인들의 삶을 날줄로 오밀조밀 엮어가며, ‘문돌이’를 단숨에 ‘전기 정치’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그래서 재난물, 히어로물, 페미니즘 소설 등 이 소설에 가져다 붙일 수 있을 법한 수많은 딱지 중에 나는 ‘정치물’을 선택했다. 그것도 엄청 재미있는 정치물이다.

재밌기만 하면 좋을 텐데, 이 소설은 한국의 에너지 현실과 너무 가깝다. 인사이더 또는 그 측근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컨피덴셜’(confidential)한 정보와 에피소드가 빼곡하게 차 있고, -그러므로 충분히 예상 가능하듯-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빡치는’ 순간이 계속 찾아온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엄청 재미있는, 그러나 현실을 자각하고 대안을 고민하게 만드는, 정치물이다.

책장을 처음 넘기면서는, 왜 대한한국의 전기 이야기를 사회과학서적이 아닌 소설의 형식으로 담았는지 의아했다. 같은 내용이라면 드라이하게 효율적으로 정리된 사회과학서적을 읽는 것이 내 취향이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절로 알게 된다. 왜 이 책이 소설이었어야 했는지, 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했어야 했는지.

이 소설의 작가는 나와 오랜 인연이 있는 경제학자 우석훈 선배다(친하지는 않습니다). 외모가 출중한 연기자가 연기 측면에서는 평가절하를 받듯,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의 소설이라는 점은 이 소설의 마케팅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진심으로, 소설 자체로 평가받길 바란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란다. (특히, 여성 동지들이여, 이 책을 함께 읽읍시다!)

그리고 나 또한 ‘소설가’의 바람처럼 ‘에너지부’가 생기길 바란다. 초대 장관이 여성이면 더 할 나위 없겠다.

 

_______

'당인리'에 20대 여성이 한 명 나온다. 첫 설계 때에는 없었던 인물인데, 막상 얘기를 전개하려고 하니까, 뭔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실무진이 한 명 더 필요했다. 여러 명의 성격들을 조합을 해서 캐릭터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 원형이 노주희였다. 전형적인 너드 스타일이 원형이고, 여기에 노주희식의 유능함과 굽히지 않는 저돌성 같은 것들을 채워넣은.

이 인물의 비중이 점점 커져서, 처음에 있던 세 명의 여성 캐릭터의 운명도 변화하게 되었다. 한 명이 들어가니까 결국 한 명은 튀어나와야 했던..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엔딩이 바뀌게 되었다. 여성 주인공들 중에서 맨 마지막 대사를 20대에게 주었다.

아마 노주희를 처음 만났을 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시절 노주희, 어마무시했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가장 기피했던.. 그래도 꾸역꾸역, 식사 자리에서 빅엿을 날려대던. 장관이나 차관급 공무원들이 나에게 "노주희가 대체 누구냐?", 이렇게 물어봤던.

책이 나가고 책 들고 제일 먼저 만난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노주희였다. 책 한 권으로 때우면 안 되고, 나중에 근사하게 맛있는 거라도.. 일단 그건 나중에.

하여간 본인 얘기의 일부인데,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다. (나를 왜 이렇게 해놨어, 지금부터 뒷수습을 해야하는 처지.. 당장 지방에 있는 분이 올라갈테니 금요일에 만나자고 하신다. 수습이 어렵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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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프랑스 대통령이 올랑드였다. 마침 그 때 우리 집 유선 tv에서 프랑스 방송이 나와서, 바스티유 광장에서 엘리제궁 갈 때까지 생중계를 보면서 가슴이 벅찼었다.

그때 대선 구호 중의 하나가 "L'homme d'abord", 우선 사람이.. 너무 멋있었다. 문재인의 대선 구호도 "사람이 먼저다", 그런 거였다.

근데 올랑드가 대통령 되자마자 만든 보고서들 보니까, 성장이 어쩌구 나발이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고성장 전략으로 프랑스에 활력을 넣겠다..

보다말고, 개새.. 배신자야! 뭐, 인간이 먼저라구?

올랑드 정권은 완전 망했다. 사회당은 이제 대선 결선투표에도 못 나가는 찌끄래기 당이 되었다. 올랑드한테 확 질려서 나도 프랑스 정치 뉴스 안 본다. 나만 그랬겠냐? 오래된 사회당의 팬들이 그 시절에 돌아선 거 같다.

문재인 정권의 "사람이 먼저다", 그런 구호를 다시 생각해본다.

기업에 가는 40조 원은 너무 쉽게 결정하고, 상위 30프롱 가는 3조 원은 정말 두 달을 끌었다.

의료진에게 가는 인센티브는 고사하고, 연차수당도 짜르면서, 비대면 진료라고 원격 진료에는 환호하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정권 실세들이다.

인간과 건물이 붙으면 건물에 환호하고, 인간과 컴퓨터가 붙으면 '비대면', 컴퓨터에 환장한다. 사교육이든 의료 민영화든, 하여간 사람에게 돈 들어가는 건 죽어라고 싫어하고, 사람 아닌 것에 돈 쓴다면 환장한다.

그러면서 정말 제한적인 예술인 고용보험 정도만 생각하고, 나머지 것들에 들어가는 돈은 너무너무 아까와한다.

공무원 고용보험 가입 등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방식이 없지는 않다.

뉴딜도 그렇다. 사람한테 돈 쓰는 건 겁나게 아까워하면서 이래저래 결국 대기업한테 갈 돈은 전혀 안 아까워하고, 환호한다.

건물도 지어야 한다.. 동의한다. 30년쯤 거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공 임대주택 같은 것들을 소규모로 여기저기 짓겠다고 하면.. 뭐라 그럴 사람 하나도 없다. 지역별로 분산해서, 사회적 논의와 함께 그렇게 가자, 그걸 누가 뭐라 그러겠냐?

하여간 지금 집권층은 정말이지 사람한테 돈 가는 것을 벌벌 떨면서 아까워하는 수전노 모습을 보인다.

그럴 거면 "사람이 먼저다", 그런 얘기는 뭐하러 했냐?

안전? YS 정권부터, 안전에 고심하는 정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고 터지면 뒷수습하고, 도망가는 정권만 많이 봤다.

지금 정권은 다를 것 같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나도 기대했다. 이 정권도 최소한 안전 문제에서 "사람이 먼저", 그거 아니다. 세월호 구간에 새로 들어가는 배는 어때야 할지, 그거 고민하는 사람 본 적이 없다. 정치 구호로 떠오른 소방직 공무원제를 앵무새처럼 외치는 것 말고, 정말로 소방 업무에서 안전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놈 본 적이 없다.

"사람이 먼저다"

고상하게 동물들의 생명권이나 문화재의 존재권 같은 얘기까지 갈 것도 없다. 사람이라도 좀 먼저라고 생각하는 게 기본이 되는 정권, 그런 걸 보고 싶다.

mb부터 박근혜까지,

"돈이 먼저다", 그런 정권을 겪었다. 지긋지긋하고 죽을 것 같았다.

현재 정부의 차관 등 임명직 이상, 민주당의 정무직 이상,

"돈이 먼저다", 그런 나름 명분있는 자세도 아니다. 현실은,

"내 자리가 먼저다."

아닌 놈 있으면 한 놈이라도 나와보라는..

DJ 정부 시절, 정부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사는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 돌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권에서 뒤로 숨지 않는 인사는 대통령 혼자라는 말이 나 돌았다.

현 정부, "사람이 먼저다"라고 생각하는 인사는 대통령 한 명 아닌가 싶다.

예전 얘기 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 국면, 딱 하나의 원칙이면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먼저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임명직들, 정무직들, "사람이 먼저다"가 "내 자리가 먼저다' 보다 우선인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그리고 무슨 TV에 나와서 "국민 안전이 중요합니다" 혹은 "국가 경제가 위기입니다", 무슨 이런 얘기를 하시는가?

한 명 한 명, 꼽아서 얘기하는 것도 이제는 귀찮다. 홍남기보다 잘 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나와 보시라.

나는 그래도 지난 몇 년간, "사람이 먼저다"라는 마음으로 공직에 임했다,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올랑드가 왜 망했나? 올랑드의 사회당이 왜 망했나?

딱 그 때 모습하고 비슷하다. 그런 정당, 그런 OECD 국가는 21세기에 예외 없이 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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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당인리!
긴박하고 신경질나고 울컥하다 결국 눈물바람으로 책장을 덮었다.

어린 시절, 등화관제 훈련이 난 그렇게 재미있었다.
모든 조명을 끄고 불빛이 집 밖으로 세어나오지 않도록 하는 훈련인데, 밤외출이 어려운 아이들도 그 때는 어른들과 밖에 나와 두런두런 하는것도 불 빛 세어나오는 집을 향해 “불 꺼요”고함치는 통장 아저씨 구경하는것도 재미났다.

정전도 뭐.. 잠깐 기다리면 깜빡깜빡하고 다시 조명이 들어오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금방 어떻게 될 거야 하면 진짜 다시 전기가 들어왔던 터라 그에 대한 걱정을 미리 해 본적은 없다가 '당인리'를 읽고 보니 전기 없는 나는 얼마나 무력한지 돌아본다. 얼마전에 10년간 3층, 4층을 전전하다가 14층으로 이사했는데, 이대로라면 폭망이다.

코로나19로 지난 겨울부터 매일이 처음인 세월을 지내고 있는 요즘이라 ‘당인리’가 더 생생했고, 글빨좋은 저자 우석훈 덕분에 영화 한 편 보는거 같았다.

역시 이번에도 빌런은 정치인이고 관료들이다.
제 자리에서 할 일을 한 영웅들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그 들은 희생되거나, 고통을 감내한다. 이 대목에선 곽휴지를 옆에 놓고 연신 눈물을 찍어내며 책장을 넘겼다. - 애 낳고 가장 달라진건 주량이 줄어든것과 눈물이 많아졌다는거다.

일단, 동료 서울시의원들에게 일독을 권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부터 재난에 대비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부터 살펴야겠다.
아울러 서울시교육청과의 공조는 얼마나 잘 되고있는지, 25개 기초자치단체 현황은 어떤지도 살펴볼 일이다.

4월 16일부터 5월 20일까지는 서울시 결산검사중이다.
빌런질을 하는 놈이 되지 않기위한 최선 시의원의 6월 정례회는 결산과 함께 서울시 재난대비 점검이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영웅들이 유능하고 잘났다는 것은, 그냥 사태를 수수방관한 사람들이 면피하기 위한 개수작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개개인의 실력과 관계없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든 고착된 구조가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위기일수록, 사람들이 더욱 대처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꼭 사람들이 무능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 그런것이다." 본문중, 공감 백만개다.

#당인리 #우석훈 #에너지부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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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경제학 _출발

1.
'88만 원 세대' 쓰기도 전에 리스트에 올라가 있던 책 중의 하나가 '판데믹 경제'였다. 좀 유래가 있다. 수리생물학 공부할 때 migration 모델과 epidemic 모델 같은 것을 워낙 재밌게 보기도 했고.. 또 친했던 친구 한 명이 보건경제학을 전공해서, 이래저래 옆에서 좀 줏어들은 얘기들이 있기도 했고. 하여간 한미 FTA 논쟁을 하면서 제약 회사 문제 같은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했고. 

2008년 정도에는 '괴물의 탄생'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기 전에 판데믹 문제 한 번 다루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좀 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책을 쓰지는 못했다. 바빠졌다는 핑계 같지 않은 핑계도 좀 있고, 분자생물학 공부가 엄두가 안 났다. 90년대 중반에 분자생물학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좀 열심히 해둘 걸.. 결국 접었다. 

지난 가을이다. 그 시절 생각이 문뜩 나면서, 올해는 좀 짬을 내서 판데믹 문제를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이유를 찾으려면 몇 가지 계기가 있기는 한데, 전체적으로는 '문득' 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바이러스도 좀 살펴보고, 최근 흐름 같은 것들도 좀 봤다. 마침 김탁환 선생의 "살아야겠다", 메르스를 다룬 소설도 그 즈음에 읽었다. 

하여.. 

바이러스를 어떻게 다룰지, 언제 쓸지, 전체적인 지형도를 살피던 중에 코로나가 덜컥 터져 나왔다. 마침 또 그 때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뭐뭐 있었는지, 그러던 중이기도 했다.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거다. 

2.
그 뒤의 일은 사람들이 아는 그대로다. 

아마 청와대 말고는 서울시나 총리실 등 어지간한 데에는 대부분 조언도 해주고, 자문도 해주게 되었다. 계기가 된 게.. 

1차 휴지기에 들어갔을 때, 대통령과 총리가 이젠 좀 경제활동으로 복귀해야.. 그런 얘기할 때, "바이러스는 이제 딱 자리 잡았다", 이렇게 분석을 했었다. 이제 시작인데 뭔 말? 그 직후에 바이러스 폭풍이 불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된 건.. 우리나라에서 경제 하는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정도, 몰라도 이 정도로 모를 줄 몰랐다. 

알고도 사람들이 겁 먹을까봐 이렇게 얘기하느냐, 아니면 정말 모르느냐.. 나는 그들을 좀 만나봤다. 모른다. 나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경제관료들은 '재난 자본주의', 정석대로 움직였다. 재난을 핑계로 자기들 하고 싶은 숙원 사업들을 해결하는.. 정말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나도 깜짝 놀랐다. 

악마가 악의가 있을까? Pure evil, 순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지난 몇 달, 정말로 나는 악마를 본 것 같다. 

야, 정말 이렇게 하다가 구한말에 조선이 일본에게 넘어갔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은 의외로 순진무구, 순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난 그걸 본 거 같다. 

3.
steady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어른이 되고나서 그렇게 되었다. 빨리 움직여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움직여야 할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지공이 진짜 중요할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책을 써야한다고 그러기는 하는데,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4대강 때나 FTA처럼 시급하게 책을 쓴 적이 나도 있다. 당장 급하게 움직일 때, 빠르게 책을 써서 대응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11월까지 충분하게 전개되는 과정도 보고, 자료도 들여다볼 만큼 충분히 들여다보고, 그 후에 쓰기 시작할 생각이다. 만약 다 끝나면? 안 쓰면 그만이다. 내가 이미 쓴 책만 37권이다. 별 의미도 없이 그 수치 하나를 더 늘리는 일에는 아무 관심 없다. 

11월까지 봐도, 아직 전반전도 끝나기 전일 것이다. 그 때까지 어디가 버텼고, 누가 아직 시스템을 움직이고 있는가, 충분히 볼 수 있다. 애 둘 키우면서 살다 보니, 나도 초조함 같은 것들과는 좀 거리가 먼 인간이 되었다. 

'애프터 코로나', 다들 이 얘기를 한다. 지나친 속공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한 발이라도 먼저, 그건 과거적 방식이다. 한 발이라도 늦게, 그러는 수밖에 없다. 

11월이면 과연 백악관은 워싱턴에 있을까? 모를 일이다. 청와대는 서울에? 그것도 모를 일이다. 

처음에 1학기 내에 방학은 어렵다고 봤다. 어쩌구 저쩌구, 1학기 방학은 여전히 쉽지 않다. 준비 된 게 거의 없다. 여는 건 자기들 마음이지만, 결국 닫게 될 거라고 봤다. 

트럼프가 깨방정을 떨 때, 역시 터는 건 트럼프야, 재밌게 보기는 했다. 여름이 지날 때까지 백악관이 지금 그 자리에서 미국을 지휘하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이 과정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독일의 메르켈 그리고 뉴욕 거버너 쿠오모. 매일 밤마다 쿠오모의 특강을 봤다. 

우와. 내 인생을 정말 반성했다. 난 너무 초조하게 살았고, 머리만 많이 쓰려고 하면서 살았다. 

한 달간 쿠오모를 보면서,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도 더 따뜻하게, 더 사랑하고, 더 많은 감정을 품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가 빨리 열자고 난리 칠 때에, 쿠오모가 차분차분, 매일 설명을 하면서 한 얘기가.. steady라는 단어 하나를 말한 셈이다.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이순신과 원균의 관계와 비슷하다. 과정이야 어떻든, 원균은 전멸했다. 

지금 빨리빨리, 전멸로 가는 길이다. 

 어려운 것은 맞지만, 전멸은 위험하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대부분 속공 스타일이었다. 남들보다 먼저 보고, 먼저 분석하고, 먼저 대응하고.. 생각해보니 내 삶은 그렇게 속공을 사랑하는 삶이었다. 

나도 50이 넘었다. 7살, 9살, 두 아이와 산다. 내가 빨리 해야 하는 일은 없다. 지공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는 지공으로 대하는 수밖에 없는, 매우 강력한 바이러스다. 

그리고 나는 이제 기다리는 일을 아주 잘 하는 스타일로 변했다. 물론 무턱대고 기다리지는 않지만, 초조해서 먼저 움직이는 나이는 지났다. 

11월까지 충분히 보고, 그 상태에서 차분하게 분석해도 된다. 

'포스트 코로나'니 '뉴노멀'이니, 다 입방정이다. 뉴노멀은 2008년에 나온 용어다. 그렇게 V자로 반등하면서 저성장 기조의 새로운 균형을 염두에 둔 단어인데.. 

아직 노멀이니 뉴노멀이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11월까지 과연 몇 나라가 정부 꼴을 유지하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4번에서 5번 정도의 빅 웨이브를 올해가 가기 전에 겪게 될 것 같다. 그 중에 픽크 웨이브가 하나냐 두개냐, 그런 논의가 한참인데, 뉴노멀은.. 그야말로 cnn 같은 얘기다. 아직 멀었다.

내가 뉴노멀 같은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은, 지금 뭐라뭐라 하는 말의 대부분이 9월이 가기 전에 뒤집힐 것 같아서 그렇다. 그건 내가 해도 마찬가지다. 나라고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다고..

사람 능력은 다 거기서 거기다. 다 비슷해도 결과의 차이는 기본적으로는 시점을 잡는 방식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거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지공이다. 극한의 지공을 보여주고 싶다. St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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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당인리' 서평.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 박용진이 부탁하는 일은 다 해주기로 맘 먹었다. 원래 위기의 상황에 도와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 마음은 그런 사람에게 가게 되어있다. 내가 고생스러울 때 손 내밀어 주어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https://blog.naver.com/left001/221955357932?fbclid=IwAR2Hg3w0ZmDXR02RYqTuU-6o73NGTKTs3ChzOuVy3MorOBM947wGkQbNvGo

 

[200510] 설마가 사람 잡는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우리는 ‘설마’라고 하는 수많은 방심들의 실줄 날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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