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retired
우석훈 블로그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Tag

Recent Comment

Archive

2017.11.30 10:51 잠시 생각을

금리는 올라갈 것이고, 남은 논쟁은 1%냐, 1.5%냐, 그 정도만 남았다. 한은 분석으로는 금리 1% 올라갈 한계가구는 2만5천가구 늘어나지만, 1.5% 올라가면 6만 가구가 증가한다. 이 분석의 함의는? 1%와 1.5% 사이에 큰 충격이 발생하는 구간이 하나 있으니까, 어지간하면 1% 정도로 합시다, 이런 얘기다. 국내 정부와 한은 실무자들이 내비치는 입장으로만 보면 1% 정도로 합의를 보자는 얘기와 같은 것이다. 실무자들의 기술적 분석으로는 1% 정도가 적당하오... 하여, 미국에서 급격하게 베이비 스텝이 아니라 빅스텝으로 점프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내년에 최종 상승하는 한은 기준금리는 대략 1% 내외가 되지 않을까 싶은. 그 정도도,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 나는 많은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년도 기준 금리는?  (1) 2017.11.30
사교육 컨설팅  (3) 2017.09.12
[베이비뉴스] 사교육비 쓰지 말고...  (2) 2017.09.07
임옥상 전시회에 갔다오다...  (1) 2017.08.29
공원, 올해의 마지막 분수  (0) 2017.08.27
봉원사에서 연꽃을 보다  (0) 2017.08.26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0.5 차이가 엄청나네요 ~~ 잼있는글 잘봤습니다 !!

2017.09.12 15:52 잠시 생각을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pg=0&number=708211&device=pc


sbs 스페셜과 좀 긴 시간 촬영도 하고 준비도 하고, 하여간 웃기게 나왔다. 나도 웃기기는 했다. 웃으면 촬영 안 끝난다. 빨리 끝내고 애들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야 해서... 그래, 웃기는 게 남는 거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년도 기준 금리는?  (1) 2017.11.30
사교육 컨설팅  (3) 2017.09.12
[베이비뉴스] 사교육비 쓰지 말고...  (2) 2017.09.07
임옥상 전시회에 갔다오다...  (1) 2017.08.29
공원, 올해의 마지막 분수  (0) 2017.08.27
봉원사에서 연꽃을 보다  (0) 2017.08.26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7.09.19 20:0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ㄷㄱㅈㄱㅈ 2017.10.04 12:46 신고  Addr Edit/Del Reply

    당신 때문에 원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원전 마피아라는 집단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던 사람입니다. 우석훈씨 당신이 쓴 엉터리 같은 책들 때문에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망가진지 아십니까???? 우석훈씨 여기 더 이상 관리 안 하는거 같지만 혹시나 볼까 씁니다. 정신차리세요

  3. psh 2017.10.27 18:03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왔는데 잘지내시죠? 아참 저는 우교수님 팬이기도 하고 습작당 회원이었습니다. 위에 교육 컨설턴트랑 대화 너무 재미있네요 ^^

2017.09.07 18:16 잠시 생각을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newscode=201709051748286040007352&categorycode=0010



우석훈 박사 "사교육비 쓰지 말고, 목돈 모아 아이 줘라"40대 늦깎이 아빠가 된 경제학자가 바라본 육아 이야기

  • 기사본문
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7-09-05 18:39:29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늦깎이 아빠' 우석훈 경제학 박사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의장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 날 밤,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두 아이가 손을 잡고 자고 있는 모습을 봤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고 서로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을 주고 있는가? 사교육이나 영어유치원, 돈은 돈대로 쓰고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천국문과 지옥문을 동시에 여는 것과 같다. 지난 봄, 높은 자리 제안이 왔을 때 1주일 동안 매일 세 번 마음이 바뀌었다. 진짜 인간이 간사하다 생각했다. 결국, 거절했다. 인생에 몇 번 없을 행복한 순간들….”

 

두 아이의 아빠이자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가 전하는 아이 키우는 이야기다.

 

‘88만원 세대’ 저자로 유명한 우 박사는 5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강의장에서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낮은 가사참여율, 육아용품의 고가화, 엄마들의 독박육아, 영어 사교육 등에 대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우 박사는 부모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인 영어 사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큰 아이가 6살이 되면서 어린이집을 보낼지, 유치원을 보낼지, 영어유치원을 보내야할지 고민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유치원이 엄청 좋으면 보내겠는데 라이선스 있는 선생님만 차이가 있지 통합교육이라 누리과정으로 다 같다. 영어유치원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체육활동비가 정부에서 나오지만 영어유치원은 정부의 교육지원이 없다. 앉아만 있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고민하다 어린이집에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대만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영어 과외를 금지하고 있다. 유아 정신병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영어유치원 3개 생기면 소아 정신과가 1개 생긴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늦깎이 아빠' 우석훈 경제학 박사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의장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영어유치원 보내는 비용으로, 3개월 아이와 엄마가 하와이 가는 게 효과적

 

우 박사는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출산패턴에 있어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고 분석했다. '결혼한 사람들은 아이를 특별히 더 낳거나 덜 낳거나 없이 비슷한데 실제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혼을 안해서'라는 것이다. '결국 결혼율이 출산율의 주요 변수인데 사교육이 큰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우 박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영어유치원 비용을 계산을 해본 결과, “대치동 가서 물어보니 오전 9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1개월에 95만 원, 1시간 더 하면 20만 원 추가, 교재비 등 비용이 든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직장이 없어야 가능하다. 아이들을 거점에만 내려주니까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외국어를 배워 언어를 할 수 있는데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비용을 따져보면 3개월 아이랑 엄마가 하와이 가서 지내고 올 수 있는 돈이다. 많은 돈을 들여 효과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차라리 3개월 하와이를 다녀오는 게 효과가 더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가 영어유치원을 열심히 보내는 동안 외국에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외국에선 과학과 수학을 하는데 우리는 영어만 죽어라 하고 있으니 외국 아이들과 비교를 하면 주특기가 없는 것, 보병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5~6살 또래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얘들은 리더십 있는 아이가 아니라 리액션이 좋은 얘들이 친구가 많고 인기가 많다. 반장처럼 굴려고 하면 왕따 당하기 쉽다. 말이 리액션인데 이는 공감능력을 말한다”며 “STEM 보다 공감능력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엄마 독박육아…한국 남성 가사참여율 16.52%로 꼴찌 바로 앞

 

우 박사는 나라별 가정 내 남성 가사참여율 데이터를 보여주며 '우리나라 여성의 대부분이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 가사참여율이 제일 높은 나라는 덴마크(43.39%)다. OECD 평균이 31.97%인데 한국 남성 가사참여율은 16.52%로 인도 다음으로 가장 낮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남성노동분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인도(12.82%), 일본(17.90%), 중국(28.00%)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낮게 나타났다. 

 

우 박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세우는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육아의 주체가 국가고 엄마가 지원하는 역할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가는 육아의 주체가 아니라 엄마가 육아의 주체고 국가는 엄마를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불안함 때문에 사교육비 쓰는 게 아니라 그 돈을 모아 뒀다가 목돈을 한꺼번에 주면 아이가 외국에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필요한 책을 사보는 등 더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을 엄마 혼자 다 하기는 어렵다. 아빠들이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늦깎이 아빠' 우석훈 경제학 박사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의장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영어유치원 보내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이날 우 박사의 강의를 들은 엄마들은 강의에 대한 만족감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특히 강의를 듣고 나니, 영어 사교육과 영어유치원에 대한 고민에서 한층 자유로워졌단 반응들이 나왔다.

 

손주가 있다는 조경애(62) 씨는 “강의에서 실제 데이터로 보여주니까 현실감이 있었다. 손주도 늦은 시간까지 영어 과외를 한다. 영어만 할 줄 아는 아이는 보병이지 않느냐. 과학이나 수학에 좀 더 특화가 될 수 있다면 경쟁력 있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4살 아이의 엄마 윤승희(32) 씨는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영어유치원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박사님 말씀 듣고 영어유치원은 안 보내는 걸로 마음 먹었다. 생각보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사 참여율이 낮다는 게 수치로 보니 더 체감했다”고 말했다.

 

5살 아이의 엄마 김보람(37) 씨는 “아이가 5살이다. 애기 엄마들과 얘기하다보면 슬슬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는 얘길 듣게 되는데 영어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교수님 말씀 들으면서 상식적인 정신을 붙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어만 할 줄 아는 아이가 될 것인지, 어떤 분야를 특화해서 배울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됐다”며 강의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혜진(39) 씨는 “아이가 4학년, 1학년으로 좀 커서 강의 듣는 동안 아이들 어릴 때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동안 (사교육 유혹에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온 게 좋은 시간이었구나, 마음을 잘 지켜왔던데 대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받는 느낌이라 감사했다. ‘그래 맞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해’ 앞으로도 이 마음을 잘 지켜가야겠단 확고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권현경 기자(hk.kwon@ibabynews.com)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년도 기준 금리는?  (1) 2017.11.30
사교육 컨설팅  (3) 2017.09.12
[베이비뉴스] 사교육비 쓰지 말고...  (2) 2017.09.07
임옥상 전시회에 갔다오다...  (1) 2017.08.29
공원, 올해의 마지막 분수  (0) 2017.08.27
봉원사에서 연꽃을 보다  (0) 2017.08.26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커피소현경 2017.09.10 23:49 신고  Addr Edit/Del Reply

    지금 보고 있어요..제 모습 같습니다~그렇게 많은걸 했는데 결국 제 아들 운동해요..헉..지금은 후회합니다~운동할껄 뭘 그리 많이 시켰나 하죠..방송 너무 잘봤어요~애들은 제 플랜대로 크지 않더라고요~~ㅋㅋㅋ

  2. 플랜이, 가능할까요? ㅠㅠ. 살아있는 것의 시간...

2017.08.29 14:47 잠시 생각을


임옥상 개인적 '바람 일다'에 갔다. 일부러 예정을 했던 건 아닌데, 차 한 잔 마실까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마침 개인전이 있어서.


일부러 엄청나게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가급적 보려고 하는 편이다. 보면 좀 아나? 자꾸 보면 알까 싶어서.


흙을 소재로 민중적 일상성 같은 것을 모티브로 했다. 그리고 아주 수다스럽다.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았나?



2008년 촛불집회부터 지난 겨울의 촛불집회까지의 이야기다.


용산참사에 대한 대형작품은 차마 눈 뜨고 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농민집회와 물대포.


댓구 형식의 mb 그림과 박근혜 그림은 좀 참혹하지만 눈길이 끌린다.


'대한민국 재도약의 힘, 창조경제'는 저런 일이 언제 있어나 싶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 있다.


이 사건이 예술가의 눈에는 어떻게 비추었을까?


마침 이재용도 나온다.





가끔 개인전에는 화가들의 메모나 작품 노트 같은 게 같이 전시되는 경우가 있다. 난 본작품보다 이렇게 사이드 디쉬가 더 좋았던 경우가 많다. 아주 오래 전에 이수근 전시회에서도 그가 남긴 그림 노트와 자녀들에게 만들어준 그림 책, 그런 게 훨씬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새만금은 임옥상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되었는가, 노트 너머로 약간의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새만금에 도요새 난다'


그런 메모가 있었다. 가슴이 약간 먹먹했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이런저런 잔상이 가슴 한 가운데.


이겨서 기쁘고 행복하다...


가 아니라, 예술가의 잔상 속에 남은 시대상, 그렇게 가슴에 맺혔다.


2002년에 많은 사람이 외쳤던 "오, 필승 코리아"와는 정반대편의 상이라고 할까? 잠시의 기쁨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같은...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7.08.30 12:5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7.08.27 17:20 잠시 생각을


 


아이들 키우면 주말 나기가 아주 어렵다. 어린이집은 놀고, 그렇다고 매 번 어딘가 갈 수도 없고.


 


주말 지나고 나면 서로 지나면서 가족애가 돈독해지는가? 아내와 주말마다 싸우거나 냉전인 빈도수가 점점 더 늘어난다. 올해부터 아내가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일이 익숙해지면서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아내가 버는 돈이 우리 집 생활비랑 비슷해졌다. 내년에는 아마 우리 집 생활비하고 조금 남을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에 생활비를 겁나게 많이 줄였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미니멀리즘의 삶을 구현하고 있다. 화려함은 점점 더 몸에서 사라지고 있다. 원래도 화려할 거야 없었는데, 이제는 추접스러운 것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아내가 벌어오는 돈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아내가 더 정신 없이 바쁘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다음 주에 나도 이것저것 마감이고, 아내도 중요한 발표가 있다. 그런 주말을 지내기는 더더욱 힘들다.


 


방법이 없어서 오늘 오후에는 내가 애들을 대리고 공원에 갔다. 원래는 차 타고 나가는 길에 아이들이 차에서 낮잠을 자지 않을까, 그런 얄팍한 생각이었다.


 


공원에는 마침 분수가 올라오고 있었다. 둘째가 너무 재밌게 놀았다. 마침 오전에 로보카 폴리 일행이 계곡에서 캠핑하는 그림을 가지고 한참 놀았었다. 재밌게 노는 건 좋은데, 둘째가 결국 분수에 옴팡 물을 뒤집어썼다. 조금은 더 있고 싶었는데, 갈아입을 옷을 가져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후퇴.


 


계절이 넘어가는 순간이면 늘 생각이 많아진다. 그렇게 매 번 몇 개의 계절을 보내고, 또 다른 계절을 맞는다. 그 순간들이 모두 기억이 날까? 그 때는 생각이 많았었는데, 지나보면 사실 또 그렇게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 때만 그렇게 감정이 깊었던 걸까?


 


올해 마지막 분수를 보면서, 뭔가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산다는 게 뭔가 하는 생각도 잠시. 세상을 보고, 시대를 보다가, 정작 내가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별 생각을 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어지고, 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집착과도 같은 생각도 사라졌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처럼, 그렇게 삶은 씹다가 버린 껌처럼 되었다. 그러면 의미가 없는 거냐? 무엇인가 공격하고, 누군가 욕하면서 삶의 의욕을 느끼는 것보다는, 이 심심하면서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더 진짜 삶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7.08.26 22:57 잠시 생각을



연꽃 핀 것은 처음 본 것 같다. 산에 그렇게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절에 꼬박꼬박 가는 것도 아니다.


큰 애가 기침이 심상치 않아서 병원에 갔다가, 그냥 바로 집에 들어가기가 좀 그래서 집에서 멀지 않은 봉원사에 잠깐 들렸다. 별 생각 없이 잠깐 애들하고 산책이나 할까 싶은.


그래도 연꽃이 핀, 쉽지 않은 구경을 했다.


지난 번 봉원사에 왔던 게, 아마 애들 태어나기 이전인 것 같다. 몇 년 되었다.


별로 절에 오는 편은 아닌데, 봉원사에는 외할머니의 기억이 좀 담겨 있다.


태어난 곳이 봉원사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가 모두 교사라서, 좀 길게, 외할머니 손에서 컸었다. 그 때 기억이 지금도 내 인생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 성격이 외할머니를 닮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삶에 가장 많이 영향을 남긴 분이 외할머니인 것 같기는 하다.


일곱살 때인가,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기시고는, 내가 학위 받고 현대 다니던 시절까지 살아계셨다. 말년에는 자주 뵙지 못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가 봉원사에 기와를 사셨다는 얘기는 아주 나중에 들었다. 그랬는지 아닌지, 내가 알기는 어려웠고.


내가 기억하는 건,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 잡고 봉원사에 와서 절밥을 먹고 갔던 건 기억에 남는다. 설탕을 묻힌 아주 큰 튀각이었는데, 정말로 맛있게 먹었던 건 지금도 기억이 난다. 밥 먹고 나오는데, 문 앞에 있던 스님이 튀각을 한 줌 손에 쥐어주였던 것도 기억이... 나중에 생각해보면 네 살 아니면 다섯 살 때쯤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연꽃을 보면서 꼭 외할머니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그냥 그건 아주 오래 전 기억이고, 나는 또 내 삶이 정신이 없다.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내 삶은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정신도 없고, 굉장히 쫓기는 마음이 강하고, 되는 건 없고, 그래서 편안한 시기는 아니다. 날 도와줄 사람은 거의 없고, 내가 도와야 하는 사람은 겁나게 많고 (가끔은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짜증이 거의 극한으로 가고 있는 시기라고 하면, 아주 틀리지는 않을 얘기일 것 같다. 폭발하고 싶은 것을 겨우겨우 누르고, 버티고 있다고 하면 맞을까?


운 좋게 피어난 연꽃을 보고, 약간 마음이 풀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풀렸다기 보다는, 이제부터 풀어나갈 수 있는 약간의 단초를 보았다고 할까?


강하고 편한 것 같아 보이는 삶, 많은 경우 개뻥이다. 삶은 늘 힘들고, 건조하고, 그 사이로 걱정이 소나기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라도 아름다운 것을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좋은 것은, 그 아름다운 것이 겁나게 비싼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산과 강을 건너서 가야만 그 아름다운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여전히 삶은 부디칠 만하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옥상 전시회에 갔다오다...  (1) 2017.08.29
공원, 올해의 마지막 분수  (0) 2017.08.27
봉원사에서 연꽃을 보다  (0) 2017.08.26
둘째랑 같이 불러보는 노래  (2) 2017.08.26
둘째, 곰 세마리  (0) 2017.08.26
바쁘다고 하면 지는 거다  (4) 2017.08.22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7.08.26 14:34 잠시 생각을

토요일 오전, 그냥 애들하고 노래 부르고 노는 중이다.


생각보다, mp3 화일이 다루기가 쉽지 않다, ㅠㅠ...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Rumphius 2017.08.26 22:01 신고  Addr Edit/Del Reply

    "잠잘때에요.."^^

    한참 웃다가 가요.^^
    8월의 크리스마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retired.tistory.com BlogIcon 우석훈 retired 2017.08.26 22:12 신고  Addr Edit/Del

      네, 제가 요즘 그러고 삽니다 ㅠㅠ... 그래도 어떻게든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데, 애들하고 이것저것 다툼질 하다보면, 뭔 짓인가 싶은.

2017.08.26 14:20 잠시 생각을

둘째가 노래부르는 걸 좋아한다. 이제 좀 있으면 세 번째 생일이다. 곰 세마리.


어느 토요일 오전.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7.08.22 22:09 잠시 생각을

1.


방송은 가능하면 안 할려고 한다. 별로 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또 별로 즐기는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둘째 아픈 다음부터는 시간 약속도 해봐야 잘 지키기도 어렵다.


그래도 다큐 같은 거는 가능하면 도울 수 있는 한 도울려고 한다. 동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라고나 할까?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정말 최소치의 기여라고 할지도.




지난 몇 년 동안, 공중파를 포함해서 교양 방송이나 경제 방송의 상황은 정말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해졌다. 이 이상 나빠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게 꼭 방송장악, 그런 정치적 이유 때문만도 아니다. 제작비 구조 자체가 진짜 안 좋다.


다큐 만들 때 며칠씩 같이 움직이기도 하는데, 출연료가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럼 돈도 안 받고 뭐하러 가? 내 맘이다. 돈 때문에 움직이는 건 더 기분 나쁘다. 의미가 있으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아니면 그만이다.


최근에 kbs에서 좀 큰 방송을 했고, cbs tv랑 하나 했다. 그리고 요즘 sbs 스페셜 팀하고, 2부작 다큐하는 중이다.


오늘 일단은 마지막 촬영하는 날이다. 세 군데 촬영을 했다. 헥헥.



2.


이래저래, 작년에 하던 일들을 많이 정리했다. 칼럼도 다 없앴다. 없어진 것도 있고.


하다 보니까, 또 다시 조금씩 얹히기 시작한다.


한겨레21에 3주 간격으로 육아 칼럼을 쓴다. 주간지 연재는 예전 시사인에 두 면씩, 매주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야 내가 힘이 좋던 시절이고.


원래는 흐름대로 하면, 계란 파동 다룰 타임이다.


쓸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얘기가 좀 있고, defra 얘기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책에 쓰기 위해서 defra 조사해놓은 것도 좀 있다.


근본적으로는 주간지의 스케쥴 한계가 있다. 지면에 나가는 것은 다음 주,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기사를 보게 되는 것은 또 그 다음 주. 2주 동안 이슈가 버틸 수 있어야 하고, 그래도 여전히 힘이 있어야 한다.


계란파동은 매일 뉴스가 나온다. 지금은 딱 정타 같아도, 실제 현실에서는 슬로우 커브에 맥 없는 포수 파울플라이 같은 볼이 될 위험이 높다. 그냥 맥락만 안 맞는 게 아니라, 진짜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이럴 위험도.


그래서 급선회...



우리 집 아이들은 가끔 잘 때 보면 손 잡고 잘 때가 있다. 세게 잡을 때도 있고, 살살 잡을 때도 있고.


요 얘기를 쓰기로 했다. 왜 이런 걸 쓰는지 전달하기는 쉽지 않지만, 영 의미없는 포수 파울 플라이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아니, 지금이라도 고민해서 더 쌈박한 걸?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면, 나는 과로로 바로 죽는다.


3.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고 돌아서니, 네이버에서 연애 칼럼 마감 날짜를 알려온다. 벌써?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미리 좀 원고를 모아놓고 오픈 하려는 거?


연애 칼럼은 2주 간격이다. 쉽게 생각하고 쓴다고 했는데, 주기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얘기까지 다룰 수 있을지, 아직 가늠이 안된다. 자리 잡을 때까지는 부드럽고 유순하고, 별 탈 없는... 하나마나한 글 쓰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그래도 한동안은 하나마나한 얘기를.


돌겠다.


4.

방송은 안 한다고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에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오는 시간 맞춰서 정봉주랑 sbs 라디오 하는 게 있다.


헉헉. 아침에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전례를 깨고. 예전 정봉주 감옥 갔을 때 면회 간 적이 있다. 하여간 정봉주와도 약간 복잡한 사연과 안스러움이 있다. 그 때의 안스러움 때문에, 덜컥 해준다고 했다가... 한 번 가는 정도였는데, 당분간 계속.


생방송이라서 쉬운 방송은 아니다. 게다가 아직은 팀웍 등 여러가지로 애로사항이 좀 있어서.


5.

요렇게 다 하면 한 달에 50만원 정도 받는 것 같다. 차비도 안 나온다.


그냥 백만원 다시 주고, 안 한다고 하고 싶은 게 속 마음이지만, 약속한 거라서 꾸역꾸역 한다. 혹시라도 지나다니면서 밥이라도 한 그릇 사먹고 나면 밑지는 건데. 그래도 밥 때 걸리면 꼬박꼬박 밥 사 먹는다, 그것도 맛있는 걸로.


그럼 왜 해?


낮에는 애들 어린이집 가 있으니까, 달리 할 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또 나도 별 인기도 없고.


6.

그럼 바뻐?


몇 년 전부터, 바쁘다고 말 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다. 나는 바쁘지 않다, 게으를 뿐이지.


절대로 바쁘지 않다, 제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무능함이 문제일 뿐이지.


죽을 때까지,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 바쁘다는 말이다.


신문 등 외부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10년이 넘는다. 아마 7~8년 전인가? 한겨레에서 억지로라도 외부 기고 원고료를 올려야 한다는 흐름이 있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딱 한 번 원고료가 조금 오른 기억이 있다.


최근에 글 쓰면서 원고료 보니까, 안 오른 게 아니라, 내려갔다. 이유야 100개쯤 있을텐데, 원고료 책정한 거 보면, 글 쓰고 싶은 마음이 싹 없어진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돈을 바라보는 시건 때문에 그렇다.


너 말고 여기에 글 쓰고 싶은 사람들 많아...


카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다고 이러면 안된다고 나서서 뭐라고 할 정도로 내가 권위가 있거나, 인기가 있는 건 아니고, 또 그럴 실력도 안되니까, 그냥 꾹 참. 나는 전혀 바쁘지 않으니까.)


7.

바쁘다고 하면 지는 거다, 진짜로 그렇다. 내가 못나서 일을 못하거나, 아는 게 없어서 못하는 거지, 바빠서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


바쁘지 않다.


(그렇지만 영화 <불한당> 보고 금요일까지 분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보지도 않은 영화인데, 이건 또 언제 보고, 언제 또 분석하나. 그래도 나는 바쁘지 않다.)

 

바쁘다는 얘기는, 정말로 죽을 때까지 안하려고 한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Rumphius 2017.08.23 02:27 신고  Addr Edit/Del Reply

    페북과는 다른 느낌. 같은 글인데도. 글이란게 신기하네요. ^^

    • Favicon of http://retired.tistory.com BlogIcon 우석훈 retired 2017.08.23 12:34 신고  Addr Edit/Del

      블로그가 쓸 때도 조금은 더 체계적으로 쓸 수 있고, 나중에 관리하기가 좀 더 편하더군요. 약간은 아날로그 느낌도 들구요...

  2. terramir 2017.08.23 13:29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냥 꾸밈없어서 읽기에 부담도 없어요 샘~
    아이들이 저럴 때 정말 예쁘고 좋죠
    십년쯤 후에 저 사진보면 돌아가고 싶어진답니다~더 많이 예뻐해줄걸~ 하고요

2017.08.20 14:49 잠시 생각을



창작 제일주의


 


1.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다빈치 코드>를 아주 재밌게 본 적이 있다. 그가 작년에 <비틀즈 : 에잇 데이즈 어 위크>라는 다큐를 만들었다. 나도 다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모든 다큐를 다 볼 수는 없다. 우연히 이 다큐를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바로 다큐를 구매하고 며칠 동안 보고 또 보고,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또 보았다. 나만 본 게 아니라, 내 주변의 동료들에게도 다 보라고 했다. 동료들은 다 보았고, 모두들 엄지 척.


 


비틀즈는 63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여 64년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강타한다. 도대체 이 열풍이 언제까지 갈까, 비틀즈 현상에 대해서 사람들은 해석도 잘 못했고, 예측도 못했다. 66 8, 샌프란시스코 공연을 마지막으로 비틀즈는 돈 받고 하는 대형 공연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들의 끝은 좋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공연 자체도 초라했고, 어느 관객이 공연장을 뛰어다니는 난장을 치면서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것이 공식적인 비틀즈 공연의 마지막이었다.


 


여기까지는 뭔가 했다가, 잘 안되었다가, 접었다가규모가 커서 그렇지, 평범한 얘기다. 물론 론 하워드도 "애네들, 진짜 잘났어요", 이런 평범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 상업영화 감독이 갑자기 다큐를 집어든 것은 아니다.


 


그 후로도 상당 기간 그랬지만, 비틀즈도 초기 계약조건이 좋지 않았다. 앨범은 큰 돈이 되지 않는 구조였고, 공연을 해야 비로소 돈을 벌 수 있었다. 더 크게, 더 자주, 그렇게 공연을 했다. 그리고는 지쳐갔다. 이 상황에서 제일 처음 문제점을 느낀 것은 존 레논이었다. "Help"라는 노래가 그렇게 존 레논의 작사작곡으로 만들어졌다. 그 당시만 해도, 나머지 멤버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이게 뭔 소리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샌프라시스코 공연이 엉망이 되고 아마 폴 메카트니가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Enough!"


 


아마도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실제로 그 공연을 마지막으로, 진짜로 비틀즈가 공연을 모두 접는다. 다큐에서는 이 장면이 진하게 온다. 아마 비슷한 구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그리고 다시 3부 리그로, 그렇게 점점 더 하위 리그로 내려가면서도 어떻게든 상황을 더 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90년대 후반에 미사리가 한참 뜨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미사리에 놀러 가자는 말을 많이 했었다. 한 번 가보고는 다시 안 갔다. 거기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도 고통스럽겠지만, 그걸 지켜보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좀 이후에, '미사리 가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운 얘기다.


 


공연을 그만둔 비틀즈의 다음 얘기는 다큐에서 아주 짧게 지나간다. 그렇지만 길게 사연을 서술하면서 충분히 감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얘기는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조금 감정선이 강한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한 번쯤 울기도 할만할 것 같다.


 


비틀즈는 스튜디오로 돌아간다. 그리고 정말로 노래만 만들고 녹음만 한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들이 만들어진다.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말자."


 


비틀즈 멤버들끼리 약속한 것은 딱 하나였다. 예전에 했던 것들과는 어떻게든 다른 걸 하자. 그렇게 비틀즈 후반기의 노래들이 만들어진다. 여기서부터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다.


 


"렛잇비" 앨범을 준비하는 와중에 애플음반사 옥상에서 깜짝 콘서트를 한다. 애초에 애플음반사와 앨범 계약을 할 때 그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더벅머리를 하고, 같은 스타일의 양복을 입고 있던 네 명의 청년은 66년부터 4년 동안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개성은 극대화된다. 그 모습을 그 유명한 옥상 컨서트에서 볼 수 있다.


 


 


2.


살다 보면 뭔가 잘 안될 때도 있고, 의미 없이 재미가 없어질 때도 있다. 잘 안되거나, 하기 싫거나. 위기는 그 둘 중의 하나이다.


 


왜 안 되는가? 그 이유를 알면 세상에 안 되는 사람이 있겠는가? 나중에 지나보면 알 수 있을지 몰라도, 뭔가 안 되는 순간에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알 것 같지만, 사실은 모른다. 안 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면 서운할 것 같아서 안 되는 이유를 이것저것 대보지만, 사실은 모른다.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거의 대부분은, 핑계다.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는 이유를 모른다. 같은 이유로, 잘 되는 사람도 잘 되는 이유를 모른다.


 


"자기가 잘 해서 잘 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일 것 같다. 분석도 이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성격도 이상해진다. 자기가 잘 하는 것, 거기에도 수많은 이유가 있다. 엄청나게 많은 동료들의 도움이 있고, 많은 사람의 지지가 있고, 여기에 인생에 한 두번 올 법한 운도 따랐고


 


자기가 잘 해서 잘 되는 거, 세상엔 그런 거 없다. 더군다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없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결국에는 자본의 입맛에 맞는 것잘 하긴 뭘 잘해, 그냥 자본에 예뻐 보인 거지.


 


자기가 잘 해서 잘 된 게 아니라면, 논리적으로 곤란한 일이 생긴다. 잘 되는 것도 이유를 잘 모르는데, 안 되는 것의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잘 되는 것의 이유도 불분명한데, 그것의 반대 상황인 안 되는 것의 이유를 우리가 알 수 있을까? 그냥 재수가 없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최소한 '큰 바위 얼굴' 같은 얼굴은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논리적으로는 그렇긴 한데, 결심하는 순간이 하나가 필요하기는 하다. 66년 샌프란시스코 공연을 엉망으로 끝내고 비틀즈 멤버들이 했던 결정은, 말 그대로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안티테제, 그야말로 비틀즈의 그룹 역사가 서양철학적 논리 구조와 같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뭔가 전환이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하나가 있기는 했다.


 


그런 복잡한 얘기들을 내 식으로 하나의 용어에 묶어 넣었다.


 


창작 제일주의.


 


옳고 그르고는 모르겠고, 좋다와 나쁘다도 모르겠다. 될 거다, 안 될 거다, 그런 건 더더욱 모르겠다. 그렇지만 뭔가를 만들기는 해야 한다는 거.


 


그런 걸 나는 창작 제일주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진짜 삶을 삶답게 만드는 힘은 스타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있는 거 아니겠는가 싶다. 만드는 거, 그게 재밌는 일이다. 재밌고 재미없고, 되고 안 되고는 그 다음 일이다. "본질이 스타일에 있지 않다…" 이 생각을 하는데 50년이 걸렸나 싶다.


(그리하여 10년만인가, 블로그 이름을 '우석훈의 임시연습장'에서 '창작 제일주의'로 바꿨다. 내 이름을 뺐는데, 이름 필요 없고. 수식어도 필요없고. 창작을 하느냐 마느냐, 행위만 남는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창작 제일주의" 블로그 네이밍이 좋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지속적으로 박사님의 글을 보아온 저로서
    이렇게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보게 되니 이것도 의미있네요.

    이 시대에는 정말 책을 읽는것과 글을 쓰는것이 정말 지식인들의 최후수단인것 같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2. 거북이 2017.08.20 17:07 신고  Addr Edit/Del Reply

    우박사님, 블로그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댓글은 처음으로 남겨 보네요.
    88만원 세대를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읽고, 그때부터 우박사님 책은 거진 다 읽은 것 같네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저 "항상 응원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전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부탁드려요.

    • Favicon of http://retired.tistory.com BlogIcon 우석훈 retired 2017.08.20 17:30 신고  Addr Edit/Del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제 50입니다. 안하던 고민들이 많이 생기고, 몸도 예전같지 않고. 뭔가 혼자서라도 좀 자극을 줘야 할 것 같네요.

  3. 자그노 2017.08.20 17:59 신고  Addr Edit/Del Reply

    좋아요 꾹 누르고 가고싶습니...

  4. 땡이 2017.08.20 23:50 신고  Addr Edit/Del Reply

    감사합니다 많이보고 배웁니다

  5. mangwon 2017.08.24 09:14 신고  Addr Edit/Del Reply

    말씀하신 비틀즈의 다큐는 어디서 구입하셨는지 좀.....

prev 1 2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