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9 14:46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경제학의 접근을 나누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heterodoxie와 orthodoxie, 즉 주류, 비주류, 혹은 왈라시안와 논 왈라시안. 이 논 왈라시안의 범위는 굉장히 넓은데, 고전적 맑시스트에서 윌리암슨류가 아닌 제도학파, 진화경제학, 비선형경제학, 심지어는 시카고학파의 신산업주의 경제학까지 왈라스 일반균형을 벗어나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극좌에서 극우까지 이 범주에는 동시에 들어간다.

순수이론과 응용경제학으로 나누는 법도 있기는 한데, 실제로 순수이론을 만든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필드를 보고, 특히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케인즈 - 그는 인도로 파견된 통계청 초급관료였다 - 같은 사람들이나 스웨덴식의 사민주의 이론적 기초를 만든 군나 미르달 같은 사람들에게서는 이 구분이 무의미하다. 최근의 스티글리치나 쿠르그만의 경우도 그렇다.

이런 분류와 함께 또 다른 전통적인 분류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로 나누는 법인데, 이런 분류는 케인즈 시절의 IS-LM 분석에서부터 그 기원을 두고 있다. IS-LM 분석은 거시 경제에서 따로따로 정의되던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국민경제 내에서 하나의 균형을 이루는 꽃 중의 꽃인데, 베네띠와 꺄뜰리에는 최근까지도 '화폐적 접근'에서 이 IS-LM 분석을 중요 축으로 놓았다. 물론 이들은 케인지안이 결코 아니다. (켐브리지를 축으로 했던 포스트 케인지안들도, 이 정도로까지 케인즈의 IS-LM 분석틀을 다시 쓰지는 않았다.) IS-LM은, 실물과 화폐시장의 두 개의 시장이 균형을 이루면, 자동적으로 노동시장은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연립방정식의 가설하에 서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금융경제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겠다고 97년에 결심한 적이 있다.

따져보면, 정운영 선생에서 강남훈 선생을 거치기까지, 소위 한국에서 전형문제나 가치이론에 매달렸던 사람들은 대부분 금융경제 전공인 셈이기는 하다. 가치와 가격문제에서 정확히 선을 긋기가 쉽지는 않은데, 이 길을 따라서 분석을 계속하다보면, 중요한 논쟁 점이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공급 추이, 혹은 화폐시장에서의 균형, 불균형 문제와 환율현상, 혹은 중앙은행의 발권 문제를 만나게 된다. 근본적으로는 왈라스 일반균형 모델에서 n+1번째 시장, 즉 화폐시장의 문제에서 딜레마에 결정적으로 부딪히게 되고, 이를 극복하려고 했던 피셔나 카셀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선을 계속 따라가면 유럽 화폐통합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미셀 아글리에따를 만나게 된다.

나의 공식적인 경제학 내의 전공도, 가치이론, 화폐이론 그리고 대학원 시절의 국제금융에서의 선물시장의 금융안정장치, 즉 대부분 금융경제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실제로 이자율과 선물 스톡변수들, 이런 것들이 오랫동안 내가 박사 코스웍에서 풀었던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자격시험 같은 것들의 주요 문제들이다.

수익률이라고 표현하면, 우파 계열이 되고, 이윤율이라고 표현하면 좌파 계열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물론 나는 이윤율이라는 용어를 잘 안 쓰고, 아담 스미스의 자연 이자율 이론에 근거하여 수익률과 이자율을 연동시켜서 주로 사용하는데, 생태경제학에서는 사회적 할인률(social discount rate)까지 같이 연동시킨다 (이 얘기가 IMF 시절에 환경 부문의 정책적 접근의 큰 틀을 제시한 것으로 약간 유행했던 바로 그 이자율과 할인율과 정책적 틀에 관한 보고서의 이론적 기반이었다.)

어쨌든 같이 90년대 후반에 같이 활동하던 많은 학자들이 대부분 국제금융론 쪽으로 분석의 틀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신대의 전창환 선배나 국회의 조영철 선배 같이), 현실적으로는 문제 때문에 나는 실물경제 쪽으로 분석을 급선회하였다.

우선은, 환경이나 생태 혹은 에너지 문제의 주변수들이 작업장의 생산라인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기술변화와 경영 파라다임의 변화 혹은 소비시장의 시그널에 의해서 산업간 혹은 산업내 변화가 주요 변수로 포착하는 것이 분석이 훨씬 쉽다.

(<88만원 세대>에서 '세대내 경쟁', '세대간 경쟁'이라는 개념을 썼었는데, 이 개념은 현대 시절, IMF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보라는 비서실의 부탁으로 정리한 보고서에서 썼던 산업간, 산업내 정책에서 응용한 개념이었다.)

두번째 이유가, 90년대 이후, 좌파든 우파든, 막 등장하는 세계화 흐름의 주요 변수인 금융화에 많은 사람들이 눈이 가 있었는데, 나의 마이너 감성이 작동해, 그 반대편의 현상들을 보고 싶어졌다는, 개인적 취향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한 책이, 세계화를 금융현상이 아닌 실물의 재편으로 분석했던 책이었다. 번역료, 아직도 못 받았다, 꺼이꺼이...)

강만수, 최중경 경제 라인이 등장했을 때, 10조원 정도 빠른 시일 내에 해먹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탈탈 털어서 찾아보면, 아마 3달 사이에 20조원 정도 환율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해먹었을 것 같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촛불의 사회적 비용이 5,000억원이라고 추정한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추정하면 최강라인의 사회적 비용은 금융손실, 가계손실 + 삼성이 추정한 촛불 비용이 될 것이다.

일전에 내가 강만수는 쪼다, 최중경은 쪼다 시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정부 고위직의 경제 라인에 있던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이다.

최중경이 쪼다 아니냐고 했더니, 진짜 쪼다는 강만수고, 강만수의 말을 제일 잘 듣는 심복이 최중경일 뿐이다... (어른들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고쳐주신 얘기다.)

최강라인이 하여간 작금의 꼬라지를 만들었는데, 지난 번 청와대 개편으로 물러난 곽승준 수석과 최강라인, 누가 더 한국 경제를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쫙 뻣게 했느냐고 경중을 따져보자면, 만만치 않다. 하여간 실물, 금융, 동시에 터져나온 위기이다.

어쨌든 최강라인의 환율 개입정책을 보면서, 80년대 후반 혹은 90년대 초반의 오래된 비지니스 저널에 실리던 얘기가 20년이나 지났는데, 여기서 또 보게 되었구나, 그야말로 오랫만에 봐서, 반가웠다. (속으로는, 이게 3년쯤 뒤에 뻗을 건지, 아니면 올해 바로 뻗을 것인지, 가늠하기가 아주 어려웠는데, 이 차이점이 결국 대안경제 시리즈 4권의 이론적 디딤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의 파운드화의 몰락 사건이라고 불리는, 그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듯 싶었고, 그 이후의 국제통화당국과 선진국 환율정책의 흐름에 대해서, 무시하는 건지, 눈을 감은 건지.

하여간 나는 30대 초반에 세운 결심대로, 실물경제를 중심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지금의 자세를 유지할 생각이기는 한데, 한 번쯤 화폐이론과 함께 은행이론, 정확히 얘기하면 미셀 아글리에따까지 오는, 어빙 피셔 이후의 중앙은행에 대한 이론, 그런 것 몇 가지는 내년 초에 한 번 정리해볼 생각이기는 하다.

화폐 이론에 좌우파 이론이 따로 있나? 있다고 보면 있고, 없다고 보면 없는데, 여기가 길을 잘못 잡고 들어가면 가치이론에서 바로 전형문제로 빠지고, 지난 100년 동안 미셀 드브로이 같은 한 때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에서 정운영 선생까지, 하여간 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가 어려운 골 아픈 무한 도돌이표를 만나게 된다.

4칙 연산의 산술체계이기는 한데, 로그도 없고, 로지스틱 함수도 없는 4칙연산의 4~5개의 방정식 체계도 얼마나 사람 골을 뺄 수 있는지, 대표적인 분야이다.

(내가 학부 졸업 논문으로 이거 정리해서, 왈라스 일반균형과 연결시키면서, 사무엘슨 논문 비판하는 걸로 썼었다.)

21세기도 훌쩍 10년이나 지나가는데, 여전히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사이의 관계는 이론적 통합이 모호하고, 골 아프지만, 이상한 최강 라인을 만나면서 또 "바로 여기"라는 현실의 문제가 된다.

부동산값은, 오히려 환율이라는 거대한 흐름, 그 스케일감에 비교하면 종속변수이다.

나의 분석 단위에서 처음으로 경원을 넘어섰던 게, 아마 3년 전인가, 일본 우정국의 민영화 조치로 해외로 풀려나올 일본 자금의 규모 -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말이 본격 나오기 일년쯤 전의 일이다 - 를 추정한 것을 보니까, 그게 1경원 정도 된다. 한국은 대충 9천조 짜리 경제 정도가 되나?

(여담이지만, 민생경제, 이런 말은 정치적으로는 모르겠는데, 분석을 위해서는 안 쓰는 것이 이론을 흐트려뜨리지 않기 위해서 좋다는 것이 내 분석 원칙 중의 하나이다. household라는 가계부문은 족보 있는 개념이기는 한데, 여기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케인즈 라인의 흐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카고식 분석도 아니고, 정통 좌파식 분석은 더더운 아닌 개념들을 자꾸 집어넣으면, 분석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케인즈는, 저축율이 핵심 변수인데,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저축율 차이가 성장모델에서 주요 조절변수이다. 칼도 1모델이 이렇게 생겼다. 칼도의 딸도 유명한 경제학자가 되었다는, 칼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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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9 16:50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있어요... 구체적인 이론은 잘 모르지만.. ㅎ 바긔가 경제공부도 시켜주는 군요.....

  2. 2008/07/09 18:18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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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철수(혹은 zarathus) 2008/07/09 18:14 address edit & del reply

    1시간 전 쯤에 증권가에 떠도는 얘기를 들었는데..... 현재까지 강만수가 '해먹은 돈'이 8조 정도라고 하네요.
    무슨 환율 정책을 이다지도 절묘하게 '병진'짓하며 말아먹을 수 있을 지, 정말 신묘하다는 생각이...

    덧붙여 떠도는 얘기를 소개하자면, 강만수가 사석에서 1년 안에 30조 까지도 말아먹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그리해서라도 내년 이후에 경제성장률 10%(10%입니다!!)이룩하겠다고 했다네요.

    통계수치 올리기에 제격인 건설 규제도 당연히 풀 생각인 듯 하고...

    건설족만 살판 났네요. 정말 강만수라는 사람의 머리 속엔 1990년 이후의 세상은 입력이 전혀 안되어 있나봐요.

  4. 2008/07/09 18:52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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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9 02:24

게시판 출국금지, 이게 나라 꼴이 꼴이 아니다

pouvoir public이라는 불어 개념이 있다. 처음 유학가서 책을 읽는데, 그야말로 한국에서는 '부르조아 학자'라고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 책에, 아주 자연스럽게 이 단어가 많이 나온다. 우리말로는 '정부' 정도의 가벼운 뉘앙스로 많이 쓰이는데, 어쨌든 이게 바로 공권력이라는 개념의 원 단어이다.

전또깡 시대를 지냈던 순진한 내 생각에는, 그렇다면 우리가 얘기하는 공권력은 사실은 violence pulic, 즉 '공폭력'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 검찰, 이게 기본적으로는 국가 폭력 기구이다. 노직(Nozick)의 얘기들은 신자유주의 정치사상의 기본이라고 사람들은 거의 안 보지만, 하여간 노직 얘기가, 국가라는 게 결국 야경꾼 중의 최고로 쎈 강패 - 즉 세콤 - 같은 거라는 것이다. 말인 즉슨, 노직 얘기대로 해도, 국가는 결국 깡패다. 그리고 그 깡패 중의 깡패, 그게 공폭력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다.

물론 잘 하면 그런 말 안 나온다. 민중의 지팡이이고, public servant라는 얘기, 하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 입에서 절로 나온다.

어쨌든, 조중동에 광고싫지 말자고 게시판에 글 썼던 사람들을 출국금지 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우파들의 상상력은 역설적으로 끝간데 없이 생기발랄하고, 이 조그만 소비자 주권 운동에 출국금지를 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게 변호사들의 자문을 좀 받아봤는데, 소가성립되더라도 형사 사건으로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넘지 않을 간단한 벌금형이 최고형 정도가 되는 사건인데, 여기에 출국금지를 시키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마디로, 이게 나라 꼴이 꼴이 아니다.

아무리 밉고, 아무리 조선일보가 급하게 되었다고 이런 짓까지 해서, 이게 근대국가라고 할 수 있나?

어쨌든 공안검사의 시절이 다시 돌아온 셈인데, 좀 해도해도 너무한다.

법이 무슨 엿가락처럼 명박 입맛대로 적용되니, 이현령 비현령이라고 하더라도, 좀 심하다.

하여간... 여러 가지 의미로 검사들의 자충수다.

7월 17일이 제헌절이란다. 법대로 하고, 헌법대로 하자는 말, 그날 많이 나올 것 같다.

이러다, 대한민국 검사, 보직별로 전부 이름이 게시판에 뜨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인가, 하여간 검사들은 다 한 몸이라매? (이게 조선왕조 5백년도 아니고, 왜정 시대도 아니고, 도대체 그런 택도없는 원칙을 조직 원칙으로 가진 넘들이, 제 정신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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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9 02:44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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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tired 2008/07/09 02:49 address edit & del

      그렇게 안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 사람 보기에 민망한 일은 ^^...

  2. 2008/07/09 03:39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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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07/09 06:20 address edit & del reply

    사실 저는 그 까페 처음에.. 검찰 수사하는 것 보고 너무 많이 좌절해서.. 출금은 오히려 덤덤하네요..

    삼성한테는 옴짝달싹 못 하더니.. 일개 까페에 검찰 수사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열 받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막장이네요..

  4. 만적 2008/07/09 07:14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글은 국가의 두 축인 칼과 홀이 서로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됬으면 좋았을 성 싶군요. 뭐 벌써 아무도 제정신가진 통치권자로 보지는 않으니 별 수 없겠습니다만.

  5. 2008/07/09 09:23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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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커피끊자 2008/07/09 10:53 address edit & del reply

    촛불이나 떡찰들이나 상상력을 발휘하긴 하는데 촛불은 유쾌하고 떡찰들은 찌질하고...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라... 그거 한마디로 조폭정신 아닌가요?

  7. 참고 2008/07/09 14:31 address edit & del reply

    검사동일체원칙은 이젠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음

  8. 검찰은 2008/07/09 18:20 address edit & del reply

    검찰은 이제 '조선일보 서초지국'이라고 불리던걸요~하하;;
    홈페이지도 성지순례로 난리 났어요.
    아예 광고 리스트 올리고 자기도 출금 시켜달라는 사람까지;;

    왜 모를까요, 그네들이 아무리 '젖과 꿀이 흐르던 우리들의 5공'으로 되돌리고 싶어해도, 시계바늘은 아무도 되돌릴 수 없는 건데.....

2008/07/08 23:13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

팔자에 없게 영화 시사회를 다 가보았다.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를 아주 재밌게 보았고, <넌 내게 반했어>라는 노래는 요즘도 심심하면 흥얼거리는 노래 중의 하나이다.

영화 <님은 먼 곳에>는, 쉽게 얘기하기가 좀 어려운, 약간 미묘한 영화이다. 하여간 장르로 치자면, 언젠가 반전평화 영화라는 것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얘기한다면 그 첫 머리 혹은 그 전환점의 첫 머리에 해당하는 영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음악영화이기도 한데, 신중현의 노래들과 CCR의 수지큐를 질리도록 들을 수 있다. <님은 먼 곳에> 김추자 보전보다 장현 버전을 훨씬 좋아하고, 이제는 거의 구하기 어렵지만 박인수인가, 진한 흑인 소울풍 - <봄비>의 바로 그 가수이다 - 가 불렀던 노래를 아주 감명깊게 들었던 적이 있다.

정진영의 연기가 아주 멋졌고, 제2의 '왕재' - <짝패>의 바로 왕재말이다 - 라고 할만한 기타리스트로 나온 사람의 연기는, 나의 마이너 감성을 건드렸다.

코리아 지미 핸드릭스라고 소개하는 순간에, 살짝 미소지으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보이는 장면이, 내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래서 나는 대중적 감성과 먼 동네에 살게 되는 저주가...)

'평화'에 대한 특별한 정의가 나온다. 베트공에게 잡힌 수애 악단을 대표하여 베트콩 지휘관에게 정진영이 평화를 설명하는 장면인가?

"니가 나를 죽이면 평화 아니고, 니가 나를 그냥 보내주면 평화이다."

돈에 관한 정의도 재밌다.

"우리는 그냥 돈 벌러 왔다니까요, just for money."

베트콩이 말한다.

"그러니까 그게 한국군이지."

베트콩 토굴에서 진행되는 이 몇 개의 대사가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이다.

캐릭터 영화라고 부르나? 어쨌든 이 영화는, 여주인공 수애의 연기와 노래가 얼마나 뒷받침되는가에 따라서 좋은 영호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영화가 되기도 할 기본 조건에 놓여있기는 한데, 어쨌든 수애는 오드리 햅번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준익 감독의 캐릭터 선언에 해당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고, 당분간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꼼꼼하게 챙겨서 보기로 했다.

어쨌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예술가들과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의 다음 영화가 어떤 흐름을 탈지, 기대된다.

(참, 유승완 감독의 새 영화가 나온다. <다찌마와 리>, 임원희 선생 나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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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 2008/07/08 23:19 address edit & del reply

    라디오 스타에 나온 곡은 "넌 내게 반했어"에요^^
    우선생님 소개로 짝패를 봤었는데, 이것도 함 볼랍니다.

  2. 2008/07/08 23:48 address edit & del reply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는 살짝 복잡한 사연이 있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그득했던 노브레인의 옛모습이 온데간데 없어
    그냥 달콤하게 신나게 부르기엔 걸리는게 있는 곡이죠. 저에겐.

    아주 결정적으로 작년 대선때 이명박 캠프에서 노가바해서 이 곡을 쓰는 것을 용인했다는 것이...

    다찌마와 리는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wendy 2008/07/09 00:09 address edit & del reply

    이준익감독 영화라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예고에 컨셉이 없어서 -_- 좀 실망했었어요. 그래도 보려고 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예고보다 우석훈선생님의 리뷰가 저의 관람의지를 더욱 불태워주시네요 ^_^

  4. 붤뤠 2008/07/09 00:35 address edit & del reply

    다찌 선생은 제 페르소나라는. -.-;;

  5. MB력 0.4년 2008/07/09 01:40 address edit & del reply

    <촌놈들의 제국주의>덕분에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들이 있네요. 평화 ^_^
    (막장 읽으러 갑니다~)

  6. kay 2008/07/09 08:12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다찌마와리, 임원희 선생 어서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7. 언덕배기 2008/07/09 08:52 address edit & del reply

    다찌마와 리 완전 기대하고 있습니다+_+

  8. 마부 2008/07/09 12:11 address edit & del reply

    지난 대선에서 노브레인이 mb캠프 홍보송으로' 넌 네게 반했어'를 '한나라 이명박'으로 개사해서 부르더군요.. 지난 새만금 개발 관제행사에서 나올때부터 재수없었지만.. 제가 볼때 이 친구들, 한국최초의 극우 펑크밴드가 아닐까하는데요.

    • 김수민 2008/07/09 14:41 address edit & del

      아마도 기타리스트 차승우(불대가리)가 탈퇴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본에서 욱일승천기를 찢을 때는 반제국주의냐 민족주
      의냐 해석이 갈리고, 일장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자에
      무게가 실리긴 했는데.. 나중에 김선일 피살 이후 이라크에 군사작전을 펴자고 한 걸 보면, 후자였던 듯합니다;;

    • :) 2008/07/09 16:24 address edit & del

      깽판치는 것밖에 모르는 랩퍼들과 ('미아리복스'때는 정말 짜증났죠) 카우치의 노출사건을 보면서 인디음악이나 마이너 음악에 대한 어떤 기대를 접었던 것 같습니다.

2008/07/08 14:33

서울시 교육감 선거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우파들은 단일화하려나 보다. 외고 문제가 한 가운데 서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문제들이 지금 논쟁의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여러가지로 가지게 되었다. 난 누구 찍을지,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누구 떨어뜨릴지 결정한 것 같다.)

(사실 누구 찍을지 결정하면서, 나도 고심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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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자 2008/07/08 14:51 address edit & del reply

    ㅋ 복잡할 걸루 알았는데, 누구 찍는게 맞는지~ 좃선에 정답이 실렸군요~

  2. 2008/07/08 15:4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3. 2008/07/08 20:20 address edit & del reply

    조작일보는 주경복 교수님을 떨어뜨릴 작정이라고..(쿨럭..)
    이번 선거, 절대 지고 싶지 않거든요~!

  4. 김선생 2008/07/08 21:1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지금 외고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고는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고에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보다도 'SKY'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학생들과 상담을 합니다. 한 학생이 울면서 말합니다.
    "엄마가 SKY 못 갈 것 같으면 학교 자퇴하래요."
    "괜찮아. SKY 못 간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야. 솔직히 SKY란 말 웃기지 않니? 그냥 그런 이상한 말들은 무시해버려"
    "아니요. 선생님. 하나도 안웃겨요. 전 SKY 가야해요."

    전 학생의 마지막 반응에서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그 아이가 가진 더 큰 상처를 보게 됩니다. 그 상처를 보듬어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대화들이 필요할까요? 외고학생들이란 곧 억압에 가장 잘 순응한 학생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깊게 병들어 있고 아픈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외고생이 아닌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외고생들을 위해서도 외고는 없어져야합니다.

    • 객. 2008/07/08 23:02 address edit & del

      외고는 어느덧 하나의 계급상승의 기회가 되었는데...누가 포기를 할까요....부모들은 "내 아이만은..." 하는 생각이 계속되는 한...선생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을 지속될겁니다. 누가 도데체 이런상황을 만든걸까요...

    • kay 2008/07/09 08:15 address edit & del

      김선생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
      "억압에 가장 잘 순응한 학생들"이란 말에 씁쓸해지네요.

  5. 정치부 기자 2008/07/08 21:45 address edit & del reply

    공정택을 아웃시켜야 된다. 실질적 우파 단일화는 공정택으로 될거고...까진 제가 생각하는 지점인데요. 어리버리한 한 둘이 끝까지 버티건 말건간에요. 주경복이나 이인규에 대해 뭔가 기준을 잡아야 되지 않을까요? 사실 제 나와바리도 아니긴 하고 둘 다 빵꾸가 많은 인사들이지만서도, 사교육에서 잘 나간 이력 바탕으로 정동영 연설원도 했다가 심상정 연설원도 했던 모 씨가 일방적으로 한 쪽을 조지는건 좀 그렇더라고요.

    약간이나마 영향미칠 매체들은 눈치보고 있는거죠 뭐..

  6. 유리강물 2008/07/08 21:42 address edit & del reply

    이인규는 철새입니다... 경력 조사해보시면 금새 알 수 있습니다. 30일 교육감 선거는 무조건 주경복으로 달릴랍니다.

  7. 정치부 기자 2008/07/08 21:43 address edit & del reply

    김선생/
    저도 SKY출신이긴 한데요. 그럼 김 선생님은 외고생들한테 뭘 말씀하고 계신가요? SKY출신이 아니라도 '잘 나갈 수 있다'? 아님 '우리가 내부에서 박살내자'?

  8. 소나기 2008/07/08 22:26 address edit & del reply

    우석훈 선생님께 여쭙습니다.
    교수님께서 저술하신 88만원 세대를 읽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와 같이
    사회돌아가는것에 대해 어두운 사람에게 대단한 자극이었습니다. 특히 학력서열화에
    대해 당연시 하고 있었는데(어떻게 그걸 없애?) 프랑스 68혁명등 실질적으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례를 짚어가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2005년에 저술하신 한미 FTA폭주를 멈춰라도 읽어보았습니다.(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에 있는 유일한 교수님의 책이었습니다.) 한데 요새는 한미
    FTA가 어떤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잘 정리된 글을 원하는 것은 주제 넘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서 찾아보아야 할까요? 물고기를 잡는 법이라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제쪽 대학수업을 받은 적은 없고 흥미가 있어 맨큐의 경제학을 완독하였으나 고등학교때 다 배운내용이라 좀 시시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더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2008/07/09 02:00 address edit & del

      요즘 진행되는 것은 비준절차 진행 중이고 선결과제인 쇠고기협상 끝났으니 미국 대통령 선거 끝나면 다시 얘기나오겠죠. 관련해서 요즘 쇠고기 협상 관련 통상전문변호사로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송기호 변호사의 책들이 있습니다. (저도 아직은) 우 박사님도 몇번 얘기를 하셨던 듯.. 그리고 정태인 선생님의 글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http://www.hadream.com에 가면 우측에 정태인의 경제교실에 글들이 있습니다. 참고되시길...

  9. 2008/07/08 22:3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10. 김선생 2008/07/08 22:36 address edit & del reply

    정치부 기자/
    "SKY 출신이 아니라도 '잘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제가 학생들과 고민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그렇게 SKY를 나와야만 '잘 나갈 수 있는' 이 사회가 옳은 것일까?이거나 '잘 나가는 것'이 삶의 모든 의미와 가치가 되어야할까? 이겠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외고학생들은 '잘 나가는 것'을 삶의 모든 의미와 가치로 여기고 그래서 'SKY를 나와야 잘 나가는' 이 사회의 억압에 가장 열심히 순응하고 있지요.
    '우리가 내부에서 박살내자'.... 글쎄요... 그것은 학생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제 생각을 말하거나 하면.. 어떤 아이들은 동의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그렇지 않고.. 전 단지 아이들이 생각을 하도록 자극을 주고 싶을 뿐입니다. 생각하기.. 그게 첫 출발이니까요.

    • Superhero 2008/07/09 17:03 address edit & del

      기자의 말에 최대한 따듯하구 아름답게 답변하심을 보니 희망이 생깁니다~
      선생님같은분이 한분 한분
      눈덩이 처럼 많아 지길 너무도간절히 희망하구요
      저두 제 위치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아름다운 인간이 한번 되어 볼라고요!!! 참 쉽지 않네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헤메이는
      외롭고 밝은 늑대 올림... 화이팅 입니답!!!^^

  11. 알바생 2008/07/08 22:43 address edit & del reply

    여기서도 학벌 얘기가 나오는군요...
    더 살다보면 SKY가 서고연이 아니라 수원관악연건캠퍼스라는 걸 깨닫게 되죠...
    아무튼 외고는 그냥 예전 비평준화때 지역우수고라고 보시면 될듯
    솔직히 서고연 한 2~3% 되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살라고 참 나라꼴 잘 돌아갑니다용

  12. 알바생 2008/07/08 22:44 address edit & del reply

    명확한 해법이라 교육 본래의 가치에 대해 설파하는 것밖에...
    교육이란 인성과 소질계발이다!!! 그러니까 1등부터 60만등까지 줄세우는건
    미친 짓이라고... ㅋㅋㅋㅋ

    • Superhero 2008/07/09 17:04 address edit & del

      옳소!!!

  13. 정치부 기자 2008/07/08 22:58 address edit & del reply

    김선생/ 너무 모범 답안이십니다ㅠㅠ 물론 저도 모범답안 이상, 그게 아니라 모범답안도 못해서 매일 삽질을 하고 앉았습니다만...허나 지금은 제가 질문을 던지는 포지션이니까^^ 'SKY를 나와야 잘 나갈 수 있다'거나 '잘 나가는것이 이 삶의 모든 가치가 되어야 하나' 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주신다면 그건 '우리가 내부에서 박살내자'라는 답을 피해나가긴 어려울것도 같은데요? 물론 '현실주의자'인 저는 'SKY를 억지로 회피할 필요 없다'에 가깝습니다. '잘 나가 건'아님 '잘 나가는 것의 덧없음'에 닿건 SKY에 가야 그 산술적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을테죠. 어쩌면 이건 '주경복이냐 이인규냐'라는 질문과 닿을수도 있겠네요.

    알바생/ 외고와 과거 비평준화 고교와 차이점은 '개천에서 태어난 용의 빈도수'만큼이겠죠. 서울대의 경우 과거 농대 수원 캠이 과 이름 바꾸고 어쩌고 해서 관악으로 합쳐지지 않았던가요? 그리고 연건도 본과 부터 거기로 가는거니 입시생 관점으로 보면 연건-관악 차이는 의미 없을수도 있구요.

  14. 김선생 2008/07/09 00:31 address edit & del reply

    정치부기자/ 제가 던지는 질문이 '우리가 내부에서 박살내자'라는 답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씀.. 어느 일면 인정합니다만... '우리가'라는 주어와 '내부에서'라는 부사어가 조금 걸리네요. '우리가'가 예비 'sky'인 '외고생'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내부에서 박살내자'라는 답에도 특권의식이 스며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는 그 답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네요. 외고문제나 학벌사회 같은 문제들은 한국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해결해야할 문제이니까요. 그래서 전 학생들에게 그러한 공적영역의 차원에서 그들이 처해있는 문제를 생각해보도록 자극을 주고자 할 뿐입니다. (물론 저의 내공이 딸려서 이것도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
    현실주의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득권에 편입되든지', '기득권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든지'(잘 나가는 것의 덧없음.. 이건 조금 핀트가 어긋난 것 같습니다.) SKY에 가야 그 산술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게 현실이죠. 하지만 그러한 현실의 작동원리가 우리사회의 공적영역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현실이 병들었다면 그에 대한 처방을 찾아보는 것도 현실주의자의 행동이라고 말할 순 없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현실주의자들이 꼭 SKY일 필요는 없겠죠. SKY이건 SKY가 아니건 SKY를 바깥에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되니까요.

    • Superhero 2008/07/09 17:08 address edit & del

      ^^

  15. 붤뤠 2008/07/09 00:33 address edit & del reply

    아... 투표안할 생각이었는데, 부재자 신고하러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여.

  16. 흠흠흠 2008/07/09 00:39 address edit & del reply

    정치부기자/ 끼어 들어 죄송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최소한 성찰할 기회 정도는 제공하는 것이 교사의 임무라는 생각이 드는구만요. 무슨 '도'의 세계에 노니는 것도 아닌데 '내부에서 박살내자' 운운은 솔직히 유치한 수준의 담론같습니다요.
    학벌로 인한 폐해나 사회적 문제는 '침묵의 카르텔'에 의해 은폐된 채로 은밀히 작동된다는 걸 잘 아실만한 분이 그렇게 대응하신다면 필명이 부끄럽구먼요..

  17. 정치부 기자 2008/07/09 00:43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가'라는 주어와 '내부에서'라는 부사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는 공간이 외고이기 때문에 한정지은 것이구요. 그게 특권의식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존재기반일수도 있겠죠. 흔히들 말하는 '전교조 1세대'로서 제 과거가 조금 떠오르네요. '잘 나가는 것의 덧없음'은 '기득권에 비판적 입장'까지 포함하는게 제 애초 의도였는데...여하튼 남의 공간에서 너무 많이 떠든것 같습니다. 김선생님의 현실주의가 모쪼록 잘 발현되기를 바랍니다. 시니컬한 소린지 모르겠는데, 언론사든 고시판이든 몇 년전부터 외고 출신들의 비중이 너무 높아지는데요. 전 그 현상은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그 외고 출신들의 '퀄러티'혹은 '의식 수준'에 대해선 점점 실망하면서 나아가 '성급한 일반화'에 이르는 편입니다. '엘리트 집단' 특유의 비판의식이라도 갖춰지면 좋겠다라고 기대하면 너무 현실적일까요 아니면 과대망상적일까요?

  18. 정치부 기자 2008/07/09 00:45 address edit & del reply

    흠흠흠/ 제 이야기를 약간 오독하신것 같습니다. 필명이 제 직업인데, 제 능력 부족이겠죠.

  19. KJ. 2008/07/09 01:09 address edit & del reply

    석훈이,
    교육감 누구 찍는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네로선
    한국경제를 고민하고 진단 하게나...한달뒤의 전망은 내다 볼수 있나???
    나는 아는데...
    바로 이것과 치열하게 싸울 필요가 있네.
    경제, 이것은 보이지만 않을뿐이지, 심각한 전쟁이네...
    이 전쟁에서 누가 죽고 누가 살것인가....정말 싸늘함이 느껴지는 얘기일세.
    내가 대신 한국경제를 논해줄까???? 저 명박도둑놈 돌대가리들의 행보는 어떠할건지..
    아니 행보랄것도 없지만..말일세..
    당신같은 경제학자(이거 맞나??)들이 왜 절박하게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 존재가치를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보네...

    - 뉴욕에서KJ.

    • FearlessSpeech 2008/07/09 01:51 address edit & del

      kj/뉴요크에서 주댕이만 나불거리지 말고 한쿡으로 건너오게.
      건너와서 맞짱을 뜨던, 그 잘난 능력으로 한쿡경제를 논해보던가 해보게.
      태평양건너 불구경만 하는 주제에 불구경보니 재밌나보네.오데서 경제가 싸늘하다느니 주댕이만 살아가지고 나불거리고 그러나.
      지금 이 한쿡경제에 대한 자네의 싸늘한 평가와 논평을 기대함세. 글 한판 오지게 써내면 내 그대를 인정함세.

      south korea에서 F.S가.

    • MB력 0.4년 2008/07/09 02:04 address edit & del

      FearlessSpeech // 아.. 명랑

    • 경고 2008/07/09 05:19 address edit & del

      '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20. MB력 0.4년 2008/07/09 01:35 address edit & del reply

    이곳에서 죽때리면서두 리플은 잘 안 보는 편인데, 보니까 화가 치밀어서...
    우샘의 블로그에 역시 죽때리고 악플다는 것들은 악플러로서 먼가 레벨이 다르다는 느낌... 저질스러운 왜곡과 교묘함이... 마치 우샘과의 개인적인 악연이 있을 것 같다는 경박한 추측에 이르게 될 정도로... 닉넴 긴 넘이랑 특히 KJ... 이건뭐... 속상하다 속상해.

  21. MB력 0.4년 2008/07/09 01:37 address edit & del reply

    김선생님, 정치부 기자님 나눈 얘기들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 선인장^^ 2008/07/09 14:59 address edit & del

      저는 깝깝스러워서 끝까지 못보겠더군요.
      에휴... 우리 딸이 학교가서도 입시전쟁속에서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네요.
      이상황을 어떻게 깨나갈 수 있을까요?

2008/07/08 03:41

[펌] 진중권 - 촛불집회에 관한 단상

나는 어지간해서 퍼오는 것은 안하는데, 이 글은 내가 본 진중권 중에서 최고의 글이다. (진중권의 글을 펌질하는 것은, 이번이 태어나서 처음이다.)

이런 글 쓸 수 있는 사람, 좌파 중에서는 진중권 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가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미덕을 추가로 갖추기 시작했다. 눈부시다.

우파 중에는? 불행히도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우파들, 글 좀 써라. 짐승의 소리로, 포효하지 말고. (니들도 토론 프로 좀 봐라, 이게 사람이냐, 짐승이냐? 인간의 말로 얘기해라!)

거리의 영웅, 진중권이 한꺼풀 또 벗었다. 업그레이드 진중권, 그리고 내 이해가 맞다면, 그는 몇 번 더 업그레이드 할 것 같다.

놀랍다.



진중권 - 촛불집회에 관한 단상

이제까지는 현장 리포터로 상황을 따라가는 데에 주력했기에, 몰려드는 모든 방송, 신문, 잡지 인터뷰들을 다 끊고 견해 표명을 삼가왔습니다. 사실 저는 리포터에 불과하고, 촛불집회는 대중의 반란이자 축제이기 때문에 제가 이리로 가자, 저리로 가자 훈수를 두는 게 주제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개인이 촛불정국에서 필요이상으로 부각되는 데에 대한 우려도 있었구요. 이제는 리포터이자 동시에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참가자의 입장에서 조심스레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될 때인 것 같습니다.

1.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관해서 말하자면, 수입이 일단 재개됐기 때문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집회와 별도로  일상적 투쟁을 조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곧이 제 돈 내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는 사람들을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선택 또한 존중받아야 하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원하지 않는데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일 겁니다. 말하자면 쇠고기를 사먹을 때, 미국산 쇠고기인줄 모르고 사먹거나, 미국산 쇠고기로 속아서 사먹는 일을 막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정부가 내다버린 소비자의 선택권을 시민들이 스스로 확보하는 과제지요.

송기호 변호사가 주장한 것처럼 국내산 한우의 전수검사의 도입과 같은 의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소비자 운동의 관점에서는, 비록 쇠고기를 적게 먹더라도 질 좋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먹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값싼 미국산 쇠고기 먹을 사람들은 대부분 돈 없는 서민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 안전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인격과 인권의 문제입니다. '배부른 소리 한다'는 천박한 생각을 넘어, 식생활의 생태적 전환은 서민의 당당한 권리에 속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생산자 운동의 관점에서는 몰려드는 미국산 쇠고기에 맞서 한국 축산업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정당과 시민단체에 속한 전문가들이 맡아줘야겠지요. 식량이 자원화, 무기화되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을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값싸지만 그다지 안전하지 못한 외국산 농축산물의 공세에 한국의 농업은 몰락해 가고 있습니다. "농촌에도 CEO가 필요하다" 어쩌구 하는 명박스러움을 넘어, 생태적 전환을 한국 농업의 회생을 위한 계기로 만드는 정책의 생산이 필요합니다. 이는 물론 위의 소비자 운동과 연동되어야겠지요. (이 부분은 저보다 잘 아는 분이 상세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2.

미국산 쇠고기 반대운동을 일상적인 농산물 생산과 소비의 생태주의적 전환운동을 승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촛불집회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촛불집회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실제로 한겨레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제의식에는 여전히 공감하나, 촛불집회의 계속에는 반대한다고 대답한 수치가 촛불집회를 계속해야 한다는 수치와 엇비슷하게 나옵니다.) 이는 촛불집회를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언젠가 집회 참가자들이 여론으로부터 고립되어 버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종교계의 가세로 촛불집회가 연장이 되긴 했지만, 그 효과는 영속적인 게 아니죠.

게다가 두 달 넘게 촛불집회를 하느라, 시민들이 많이 지치기도 했지요. 이제 촛불집회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양적 관점에서 질적 관점으로 시각을 전환해야 합니다. 평시에는 참가자의 에너지 소모를 막고, 촛불시위로 불편을 입는 운전자나 주변상인들의 민원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소규모로 준법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봅니다. 집회가 끝나면, 그 동안 집회로 타격을 입었던 음식점에서 뒤풀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청계광장이든, 시청앞이든, 아주 조그만 문화제 형식으로 촛불시위를 이어나감으로써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매번 집회를 할 때마다 뭔가 다른 형식을 선보이는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가령  집중집회가 잡혀있는 7월 12일 같은 주말이나, 그 밖에 이 이슈와 관련하여 특별한 계기가 생길 때에는 언제라도 다시 결집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입니다. 청와대로 가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도 좋지만, 청와대 가는 800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던 촛불소녀들의 창의력을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상상력으로 명박산성을 넘지 않았던가요?

3.

어차피 반성하지 않는 정권, 앞으로 4년 내내 길 밖으로 쏟아져 나올 일이 계속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이야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의제의 확산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의제의 확산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제가 촛불집회 처음부터 강조했고, 또 얼마 전에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지적했듯이, 촛불집회의 바탕에는 '쇠고기 문제보다 더 깊은 분노'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분노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대기업에서 자동차 몇 대 더 파느냐', 아니면 '국민의 생명권을 더 중시하느냐'의 선택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전자를 선택한 정권의 천박한 시장주의 이념에 대한 반감입니다.

이는 쇠고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을 인격이 아닌 생산의 투입요소로 보아 소모적인 경쟁(그것도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70년대 방식)으로 몰아넣는 미친 교육, 시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한 의료의 공공성을 간단히 '산업'의 논리로 무력화시키는 위험한 발상, 시민의 생존권의 영역에 속하는 물과 에너지를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팔아먹겠다는 천박한 사고.... 촛불집회는 이 모든 명박스러움에 대한 반발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촛불집회를 통해 확인된 시민의 힘을, 이명박 정권이라는 시장주의 탈레반들과의 싸움에서 사회적 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한 저항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의 태도로 볼 때, 이 싸움 어차피 다양한 이슈를 놓고 4년 내내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의 네티즌들, 오프라인의 시민단체들, 그리고 야당의 위치에 있는 여러 정당들의 헙력으로, 장기적인 저항의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 무슨 국민본부 같은 단체를 결성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오프라인의 구심점 없이 이제까지 촛불집회가 그렇게 진행되어 온 처럼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움직이되, 이제까지와는 다른 뭔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미하는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아니면 그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대안이 있을 수도 있겠구요.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네티즌들의 대중지성에 맡겨 보려 합니다.

4.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저지하는 것이겠지요. 이미 아고라의 일부 네티즌들은 시청에서 KBS, MBC, YTN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의제와 확장은,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할 것도 없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조중동을 타격하기 위한 '숙제'를 열심히 하는 것, 경향, 한겨레, 시사IN,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를 돕는  활동도 이 사회의 언론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상적 활동이겠지요. 이번에 조중동이 엄청나게 타격을 입기는 한 모양입니다. 다음의 기사를 끊을 정도로 히스테리컬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십시요. ㅋㅋㅋ....

다른 하나는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입니다. 총선, 대선이 4, 5년 남은 이상, 시민들이 정권을 합법적으로 심판할 유일한 기회입니다. 이 선거에서 승리하여 이명박 정권의 미친 교육을 심판한다면, 두 달 동안의 촛불집회가 절반의 승리에 그치고 만 데서 비롯된 시민들의 좌절감을 상당 부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4, 5년 동안의 장기전을 위한 자신감을 심어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싸움이지요. 아직 공식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진보신당과 칼라TV의 분위기도 법이 허용하는 한계 내에서 이 싸움을 최대한 도우려 하는 쪽입니다.

다른 한편, 민주노총, 특히 화물연대나 금속노조의 파업을 통해 촛불과 노동운동 사이의 연대가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노조의 파업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번 촛불집회가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서로 처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이랜드, 기륭전자, KTX 여승무원 노조와 같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촛불 속에 묻혀 버린 것입니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같이 참여했다는 점, 잊지 맙시다. 그리고 이들의 처지가 곧 나의 처지요, 우리가 낳은 아이들의 처지입니다. 촛불집회를 통해 얻어진 연대의 정신이 앞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겟습니다.

5.

이 모두가 실은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대의제는 간접 민주주의라,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지요.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정책을 강행하는 극단성을 보이는 것은 대의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운용하는 가운데 거기에 내재된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현상이라 봅니다. 국민의 80%라면, 심지어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찍었던 사람들마저 배신당했다는 얘기죠. 그것은 대한민국 정당들 중에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창조한국당이든, 아니면 진보신당이든, 자기의 정치적 정체성에 맞는 정당에 가입하셔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셨으면 합니다. 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이명박이라는 혐오스러운 대통령을 낳았다는 점을 잊지 맙시다. 이 문제,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 아닙니다. (이른바 명빠들 중에는 지역감정의 노예가 되어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전라디언'이라 부르는 저질들이 많더군요. 이 모두가 한국의 정당정치가 얼마나 왜곡됐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고 우리의 아이들에게까지 이런 후진적 정치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왜? 이 후진적 정치가 우리 삶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이미 체험해 보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대안은 거리에서 찾아질 수 없습니다. 해결책은 어차피 정책이라는 형태로 수립되고, 법률이라는 형태로 고정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정당 자체를 바로잡고, 나아가 보수 일색의 정당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아마 몇 십 년 후에 우리의 아이들마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 겁니다.

6.

형식적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두 번 사과를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랴부랴 추가협상을 하여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들여온다고 합니다. 촛불에 놀라 정부에서는 수도와 전기, 의료의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운하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벌써부터 딴 소리가 흘러나오지만, 정부에서 공언을 해놓고 나중에 다시 추진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때는 아마 '이명박 퇴진'이라는 구호가 상징적 구호를 넘어 현실적 요구가 될 것입니다. 그때는 정말 이명박씨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운동이 벌어질 것이고, 또 그를 정말로 끌어내릴 겁니다. 절반의 승리라고 할까요?

하지만 촛불이 거둔 성과는 정작 다른 데에 있습니다. 이제까지 정치에 관심 없던 시민들이 드디어 정치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정당이나 단체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창의성으로  정치의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직접 경찰에 맞서다가 위협당하고, 연행 당하고, 폭행당하고, 구속당하면서 시민이 주권을 잃으면 국가권력으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는지 생생히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가 자신들의 정치적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절실히 깨닫고, 자신을 정치적 주체로 세워냈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촛불이 거둔 승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들은 '냄비'를 얘기합니다. 그런데 어떤 냄비가 두 달을 끓습니까? 나중에는 자기들도 지겨워할 정도로 그만 좀 끓으라고 애원을 하지 않습디까?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은 쉽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는 냄비가 아니라, 한번 끓으면 두 달 동안 지글거리는 뚝배기임을 입증해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진짜 뚝배기가 되려면,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가 앞에서 말한 일상의 실천 속에서도 열기와 온기를 보존할 때, 그때 시민들은 진정한 뚝배기가 될 것입니다.

스크롤 압박을 주는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진보신당과 칼라티비는 촛불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 끝까지 동참하고, 수 십 만개의 촛불이 빛나는 영광스러운 순간만이 아니라, 수백 개의 촛불이 권력과 보수언론의 파상공세를 받는 어려울 때에도 촛불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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