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도서관학 운동>, 이상복 책 거의 다 읽었다. 미국에서 사서들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어 온 건지, 최근 흐름은 이해를 좀 하기는 했다. 다른 건 대충 알고 있던 건데, 메카시 때 벌어진 일과 레이건 때 일은 나도 처음 본 얘기들이다. 

진보, progressive라는 단어로 뭔가를 구분하고 배열하는 일이 사실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일이다. 유럽에서는 좌파, 우파 이렇게 구분을 하는데, 미국에 대해서는, 특히 한국 사람이 미국의 역사를 서술할 때에는 이런 식으로 많이 한다.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사실 '진보'라는 단어에 어거지로 지난 일들을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종종 들기도 한다. 하여간 좌파 역사가 강하지 않은 미국이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어쨌든 공공도서관을 만들어내고, 그 담론을 이끌어온 것은 미국이라서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는 한데.. 은근히 좀 쫄리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은, 나중에 '경제와 인권'이라는 책 정리할 때 이게 과연 쟁점이 잡힐지, 어떻게 정리할지 갑자기 막막하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도서관과 인권이 연관된 주제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서 생각해보니까, 흐름상으로는 이 두 가지가 아주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의 위기와 인권의 위기가 결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동시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얘기가 그 얘기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시작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윤석열이라는 아주 독특한 사람이 나타나면서부터이고, 기본적으로는 한국 보수의 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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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관련된 책 몇 권만 더 읽고, 도서관 경제학 쓰기 시작할 생각이다. 도서관 경제학은 컨셉이고, 컨셉을 그냥 책 제목으로 쓰지는 않는다. 물론 컨셉을 그냥 제목으로 쓸 계획을 가진 책이 아주 없지는 않다. 불가피한 경우다. 며칠 전부터, 도서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제목을 이것저것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물론 제목은 마지막 순간에 바뀌기도 하는데, 어쨌든 제목이 없으면 첫 줄을 시작할 수가 없다. 내 경우는 그렇다. 

책맹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해볼까 했는데, 이미 적지 않게 쓰이는 단어다. 그래도 책의 의미를 잘 나타내줄 것 같아서, 이리저리 활용을 생각을 해보다가, 결국 포기했다. 너무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책을 안 보던 사람들도 책을 조금 더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책맹으로 몬다고 해서 책을 더 볼 것 같지는 않다. 이것도 일종의 구조라서, 책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의 문제지, 개개인의 문제라고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뻥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단어도 아니다. 결국 책맹이라는 단어는 제목으로 포기했다. 

가장 정직한 제목은 "책의 역할과 도서관의 미래" 정도가 될 것이다. 정직한 제목이기는 한데, 이 제목으로는 100권도 팔기 힘들다. 안 봐도 다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몇 가지 가능성을 더 생각해봤는데, 다 이런 범주 안에 들어간다. 

별의별 얄팍한 생각을 하면서, 이것저것 쥐어짜 봤는데.. 현재까지 제일 마음에 드는 제목은 "힘내라, 도서관!"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응축해 보니까, 결국 이 얘기다. 도서관이 힘을 냈으면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 그 중에서 경제적인 얘기들, 사실 그런 얘기다. 사서들의 얘기인 것도 아니고, 도서관인의 얘기들만도 아니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 등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그리하야.. 일단은 이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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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역사 읽다보니까.. 도서관 입관료가 폐지된 게 90년대 이후의 일이다. 나도 잊고 지낸 일인데, 구청 도서관 들어갈 때 돈 내고 들어갔던 아스라한 기억이. 마을문고를 새마을운동이 흡수해서, 새마을문고가 되었고, 나중에 이 흐름에서 도서관 입관료를 폐지하게 된 것 같다. 누가 윤석열한테 한국 도서관 역사를 좀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도통 남의 말은 안 듣는 스타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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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아직 50권은 안 되었지만, 그래도 얼추 비슷하게 썼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작은 노하우 같은 게 생겨났다. 기술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루틴 같은 것이라고 할 건데. 그런 걸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하다가. 결국은 포기했다. 

내 책도 제대로 못 파는데, 괜히 잘 팔리지도 않을 책 작법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게다가 나도 쓰는 스타일이나 준비 방식으로 계속 바꾼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결국 그런 건 못할 것 같다고, 접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뭘 쓸지 생각을 하고, 내용을 잡고, 구조를 잡고, 압축하고, 그런 기술적인 일은 이제 나도 어느 정도는 한다. 그렇지만 기술은 기술일 뿐이다. 기술이 영혼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어쨌든 나도 책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는데, 그런 얘기들을 도서관 경제학에 합치기로 한 건 2년쯤 전의 일이다. 결국은 책에 관한 얘기들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나하고 한 약속이 있다. 세상에 없던 책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 물론 같은 책은 없다. 그렇지만 주제나 다루는 방식 등 없던 것을 얘기하거나 없던 스타일을 사용하거나, 하여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런 책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성질 한 번 참 더럽다. 그래서 여러 편집자들을 불편하게 했고, 일단 하고 싶은 것은 뒤에 하고, 팔릴 만한 것부터 먼저 하자는 수많은 얘기를 들렸다. 팔릴만한 거? 사실 내가 갖고 있던 출판 리스트에는 그렇게 팔릴만한 것은 애당초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얘기 그리고 할 수 있는 얘기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별로 상업적인 사람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얘기들을 꺼내고, 보통 신문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고.. 주목받지 못한 소외된 존재들의 얘기를 주로 했다. 그게 편해서가 아니라, 사실 그것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었다. 이래저래 나는 적이 많고, 꼭 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꽤 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제 책이 그렇게 되었고, 도서관이 그렇게 되었다. 문청, 문학 소년, 문학 소녀, 그런 단어들이 사라졌다. 없어져 가는 것들, 그런 이야기의 무더기가 책에 관한 것이 되었다. 이런 얘기들을 한동안 차분하게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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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은 2차 투표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졌다. 극우는 의석 수를 지난 총선보다 2배 가까이 늘리기는 했지만, 3당이 되었다. 막판까지 2위에 있던 좌파 연합이 1당이 되었고, 현 집권당인 중도도 지난 유로 의회 선거보다 많이 높여서 2당이 되었다. 


극우파가 이번에 총리를 차지할 전망이 높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프랑스도 극우에서 총리도 차지하고, 대통령도 차지하기는 할 것 같다. 흐름이라는 게 있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아니다. 프랑스는 2원 집정부제라서, 다수당이 총리를 차지하게 되고, 내치의 실권은 총리가 갖는다. 흔히 동거정부라고 부른다. 동거정부가 되면 대통령은 의전만 한다. 특히 내무부 장관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돌풍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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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조정..

낸책, 낼책 2024. 7. 7. 21:43

2년 전에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작년까지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책을 못 냈다. 내 삶도 늘 편안하거나 안온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책 쓰기 시작하면서 책을 2년이나 못 낸 것은 처음이었다. 

내년 일정을 조금 조정했다. 지금 쓰는 책들과 연이어서 쓰려고 했던 젠더 경제학을 다시 한 번 더 뒤로 미루기로 했다. EU 선거와 연이어 생겨난 프랑스의 국회 해산과 총선들을 해석하기에는 나도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대선과 맞물려, 그야말로 일본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의 글로벌 현상 같이 되었다. 어차피 늦은 거, 좀 더 사건들이 분명해질 때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호모 콰트로스>는 사실 3권으로 구상이 되었는데, 내 인기도 워낙 없고, 사정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아서 3권을 다 쓸 자신이 없었다. 영 안 팔리면 한 권 내고 치워버릴 생각도 있었다. 사실 책이 손에서 떠나고 나면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안 되면,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형편이 그렇게 엉망진창은 아니라서, 2권을 쓸 수 있게 되었다. 1, 2권은 사실상 붙어서 하나의 얘기이고, 3편은 조금 더 떨어져 있어서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쓰려고 한다. 

앞에 책들이 무난히 끝나면 겨울에는 2권을 쓰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1권 준비하면서 대략적인 약사를 정리해 놓아서,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1권  때는 정말 맨땅에 헤딩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첫 장면도 생각해 놓은 게 있다. 아직 주요 설정은 시작도 안 했지만.. 시간이 약이다. 

보통 소설 쓰고 나면 일정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몇 년에 한 번, 그렇게 했는데, 이번에는 붙여서 동거에 대한 얘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청년들의 사랑 이야기다. 원래는 올 여름에 할 생각이었는데, 앞의 책들이 늦어져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고. 

동거 얘기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얘기라서, 한없이 뒤로 미루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연달아서 소설 두 권 마무리하면, 농업 경제학하고 젠더 경제학이 남는다. 그것도 내년에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려고 한다. 

일이 준비한 순서대로, 크게 늦어지지 않게 진행되면, 후년에는 드디어 이승만 얘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둘째가 그때는 6학년이 되는데, 크게 아픈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부산에 좀 길게 체류를 하면서 이 작업을 하려고 한다. 기초 자료 조사해야 할 게 좀 많다. 

대충 이승만 얘기까지 쓰고 나면, 나도 환갑이다. 그 뒤에는 뭘 할지, 어떻게 살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것은 없다. 생각해둔 것도 없다. 그냥 그때까지는 하기로 한 것을 일정대로 하면서 조용히 살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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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43819?sid=104

 

난민·경제난에… 유럽 유권자, 꼰대 이미지 벗은 극우로

주류로 떠오른 유럽의 극우들 유럽 국가들에서 이른바 극우(極右)로 분류되어 온 정당들이 최근 제도권 정치의 주류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2년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 형

n.news.naver.com

 

프랑스에 29세 극우파 총리가 나올지는 8월 7일 총선 결선투표에서 결정된다. 아직 총선의 계층 분석은 나오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의 EU 선거에서는 20대 남성들이 유럽 전체적으로 극우파에 많이 투표한 것이 결과를 바꿨다는 분석이 일부 있었다. 미국도 20대 내에서 젠더 편차가 생겨서 트럼프 돌풍이 근원지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서, 아직 원인 분석 같은 것은 초기 형태다. 틱톡에서 찾기도 하고, 29세 바르델라의 스타일에서 찾기도 한다. 아직은 단편적인 분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한국과 같은 형태의 젠더 갈등은 없다. 그렇지만 20% 이상 투표 편차가 생기기는 했다. 4년 전의 주요 투표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아직 아무도 원인은 모르는 것 같다. 일본은 아직 이런 흐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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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콰트로스>는 지난 주에 2쇄를 찍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아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요즘 내 처지에서는 너무너무 감사하면서 진짜 한시름 놓게 되는. 수십 쇄씩 나가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지만, 이젠 다 옛날 얘기라, 1쇄 터는 것도 핵핵 거리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도 이제는 좀 적응해가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버텨낸 삶과 같다. 이번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2쇄 내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짧게라도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다. 진심이다. 고맙다고 해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어린이들 보면서 이제 나는 내 또래의 친구들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래저래 원래도 생각하는 게 좀 많이 달랐는데, 이제는 많이 다르다. 특히 두 달 전부터 어린이들 저녁 시간을 7시에서 6시로 한 시간 당겼다. 오후 간식을 그만 줘야 하는데, 배고파 해서 저녁 시간을 바꿨다. 전에는 아내랑 교대로 저녁을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섯 시 정도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청소기 돌리기 시작하면서 저녁 준비를 한다. 되도록 간단하게 하려고 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매일 밥하는 건 아니다. 급하면 시키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나가서 먹기도 한다. 어쨌든 그 시간에 어린이들 밥을 해줘야 하니까, 이제 약속 잡기는 아주 어렵다. 

둘째가 작년부터 알레르기가 좀 심해졌고, 올봄 황사철에는 진짜 심해졌다. 어쨌든 올해는 입원하지 않고 한 해를 넘기는 게 소박한 목표다. 돼지고기랑 못 먹는 생선들이 많아졌고, 재료가 제한적이라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하겠다, 차라리 그냥 육개장 끓이고, 이것저것 국을 왕창 끓여놓고 버티는 걸로 전략을 바꿨다. 쭈그리고 앉아서 육개장용 고기 뜯고 있는데, 진짜 이게 자식이 먹는 거니까 하지, 내가 먹으려고 이렇게까지 할까 싶은. 

큰 애가 부탁이 있다고.. 소머리국밥을 해달라고 한다. 돌아비리. 그냥 사다주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 (원래는 이 다음에는 소고기 무국을 끓일 생각이었다.) 

아내는 점점 더 바빠진다. 출장도 갈 수 있을 때 가라고 했다. 심지어 조찬도 있다. 며칠 전에 어린이들 아침 준비하면서, 아침 준다고 했더니.. 아침 밥 먹으로 간단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조찬모임이라는 게 있는 건 내가 알기로 한국 밖에. 정말 열심히들 산다. 

이렇게 살면서 이제는 시민단체 모임 같은 데 나가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그래도 전에는 가끔씩 나가서 이것저것 말도 좀 보태고 그랬는데.. 오래된 시민단체 사람들은 주말에 많이 모인다. 주중에도 애들 봐야 하지만, 주말에는 정말로 얄짤 없다. 

애들 어릴 때에는 작업실을 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 같아서는 택도 없다. 게다가 내 책 파는 규모에서는 작업실 비용이 나오지가 않는다. 내가 쓰는 돈이라도 아주 훌쭉하게 사는 게 맞다. 고정성 경비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차도 아내가 타던 10년 넘은 모닝으로. (모닝을 타면서 정말 내 인생관도 많이 변했다. 나의 유일한 경쟁력이다.)

한국은 네트워크 사회라고 하는데, 나는 이제 그런 네트워크 완전 바깥에 있다. 

유튜브를 해야 한다고 그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애들 보면서 하기에는 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난 그렇게 부지런한 스타일도 아니다. 예전에 모두를 왕따 놓는 학생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내가 딱 그렇게 산다. 왕따 된 게 아니라, 왕따 놓은 거라고! 

<호모 콰트로스> 2쇄 찍고 나서, 진짜로 마음 속에 내가 감사해야 할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추천사 써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예전에 추천사 쓴 사람들에게도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다시 인사하는 중이다. 

원래 얘기는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쫄아서 1권이라고 달지도 못했다. 망하면 결국 2권을 쓰지 못하니까, 1권이라고 쓰려면 어지간한 자신감과 배포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두 개 다 없다. 요즘은 기세가 유행이다. 기세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원고를 잡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정도다. 그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요즘 나랑 작업하는 곳들이 대부분 작은 출판사들이다. 규모로 때려 박고, 기세로 밀고 나가고, 그딴 건 나에게 없다. 그 대신 조금 더 섬세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30대 때에는 섬세함, 그런 생각을 아예 못했다. 그냥 직진이었다. 이제는 좀 섬세하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 물론 생각만 그렇다. 섬세하다는 게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가진 강점이 한 가지는 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책 쓰는 과정이 괴롭거나 그렇지는 않다. 비교적 즐겁게 하는 편이다. 조정래 선생은 글감옥이라는 표현도 썼는데, 뭐 그렇지는 않다. 사실 행복한 일이다. 책 써서 세 끼 밥 먹고 사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는 삶, 중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꿈꿔왔겠나. 강사 시절에 한 달에 누가 100만 원만 주면 평생 연구만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내가 그 상황이 된 건데,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2년 전에 대학을 그만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렸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린이들 보고, 도저히 병행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50대도 그냥 다 가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뭔가 성과를 내고, 뭔가 달성하고, 더 높은 데로 가는 그런 삶은 이제는 내게 없다. 

그냥 내가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서, 누군가 읽을 수 있게 하고, 그러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다. 조마조마하면서 책을 냈다가, 1쇄 털면 잠시 행복해지고. 누군가 대박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사라진 지도 좀 된다. 이미 남들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의 대박이 몇 번이나 있었다. 충분히 행운도 누릴 만큼 누렸다. 

그래서 나의 목표도 대체적으로 소박하다. 1쇄를 다 털면.. 오죽하면 일본 드라마 제목이 <중쇄를 찍자>였겠나. 

요즘은 워낙 사회과학 시장이 죽어서 그런 얘기 안 하지만, 내가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던 별명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사회과학 전업작가”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내 전에도 없었고, 뒤에도 없는 것 같다. 하도 궁금해서 한국의 사회과학 독자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추정해봤는데, 한 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사회과학 책이 만 권 팔리면 어지간한 독자들은 다 샀다는 계산이었다. 지금은 그 정도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작은 시장에서 버티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부드러움이다. 힘으로는 제 정신으로 버티기가 어려워서, 부드러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고마움’은 사실 잘 탑재가 안 되었다. 말로는 고맙다고는 하는데, 정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감사함이 나오느냐? 아주 솔직히, 그렇게 고마움도 탑재될 정도로 내가 성숙한 인간은 못되었다. <호모 콰트로스> 2쇄 찍으면서, 정말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걸 느꼈다. 임찬규 10승 하는 얘기 같은 걸지도. 

앞으로는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툭 치고 절절한 감정으로 나왔다. 나도 사람들 도울 일 있으면 더 많이 돕도록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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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도서관 경제학 책 작업 시작한다. 코로나 전에 준비하던 책이었는데. 이래저래 많이 늦어졌다. 그 동안에 정권도 바뀌었고, 정말 황당한 시대가 펼쳐졌다. MB가 제일 무식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무시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왔다. 책과 도서관을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는 사람이 대통령인 시대.. 한동안 인문학이 유행이던 시기가 있기도 했는데, 한국에 대체 그런 시기가 있었나 싶게 시대는 책과 아주 먼 곳으로 갔다. 도서관이 예능 방송 주제였던 시기가 한국에도 있었다. 

도대체 도서관이라는 건 뭐냐, 이런 걸 자본주의의 탄생이라는 시점에서 살펴보려는 게 이 책의 목표다. 도서관이 도대체 무엇이냐? 

“미오기전” 읽다가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 열쇠를 맡게 되면서 책의 세계에 들어오게 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되바라지고, 국민교육헌장도 안 외워서 매일 교문 앞에서 벌서던 시건방진 학생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담임 선생님이 교실 한 칸을 비워서 만들어놓은 도서관 열쇠를 나에게 맡겼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도 책을 어마무시하게 읽었다. 모든 학생이 도서관 열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건 아니다. 그 이후로 백일장에 학교 대표로 나가는 시절이 시작되었다. 움베르트 에코 책에 보면, 어린시절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파시스트를 옹호하는 영악한 글로 우승한 사연이 나온다.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그런 글로 상도 타고, 아마 국정원에서 내는 문집에 글도 실렸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문학반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는 사진반, 고등학교 때는 전산반. 그런 걸 했다. 나중에 커서 보니까 사진반 생활했던 게 일상에서는 가장 도움이 되었다. 사진을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이러다가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서 대학교 들어가면서 사진은 끊었다. 

도서관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컴퓨터 자연언어 공부할 때였다. 자연언어가 뭐야? 그랬더니 그게 도서관학과 교수들이 써놓은 글들이 많았다.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군. 이거 미래 학문인데, 그런 감동이. 초기에 DB 공부할 때에도 문헌정보학 계열 자료들을 많이 봤었다. 이게 외워서 하는 게 아니냐. 역시 감동. 

작년에 한 번도 제대로 끝까지 본 적이 없던 <티파니에서 아침을>, 끝까지 다 봤다. 몰랐는데, 오드리 햅번이 애인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 하자고 하면서 한 게 보석집 가는 거랑 시립 도서관 가는 것. 오, 여기도 도서관이 나오네. 

도서관은 자연스러운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 그 어느 시대에도 힘이 넘치고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야말로 선각자 같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모아서 만든 게 도서관이다. 그런 점에서는 자본주의 현상이기도 하다. 그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윤석열 같은 대통령 한 번만 더 나오면 우리나라 도서관 절반은 문을 닫거나 빈사 상태가 될 것이다. 원래 도서관은 인기 없다. 그래도 누군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윤석열 때만 아니라면 사실 이런 얘기는 누구나 다 하는 얘기라서, 하나마나한 잔소리 같은 얘기일텐데, 윤석열의 시대, 이런 단순한 얘기도 목숨 걸고 해야하는 얘기가 되었다. 참 내, 진짜 어이가 없어서. 

사실 우리는 도서관을 스스로 만든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다들 하니까 보고 따라서 만든 나라다. 민주주의가 배워서 하는 것처럼, 도서관도 배워서 한 거다. 그래서 도서관의 역사가 약하고, 그냥 별도로 있는 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도서관을 개떡으로 아는 정권이 들어서게 된 거 아닌가 싶다. 

사실 도서관은 원래는 보수 쪽 주제다. 돈 많이 번 사람들 혹은 나라를 정말로 잘 만들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묵숨 걸고 만들고 지키는 게 도서관이다. 박정희 기념관 만든다면 반대하겠지만, 박정희 도서관 만든다고 하면 반대할 생각 없다. 이승만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름이야 뭐든, 도서관은 다양하게 많을수록 좋다. 보수도 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 중의 하나라서, 도서관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보수, 이런 게 원래 보수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보수도 아니다. 

도서관이 정치 한 가운데로 밀려들어오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원래 정치는 핍박받고 소외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은 도서관이 지켜야 하는 기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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