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도서관 경제학 책 작업 시작한다. 코로나 전에 준비하던 책이었는데. 이래저래 많이 늦어졌다. 그 동안에 정권도 바뀌었고, 정말 황당한 시대가 펼쳐졌다. MB가 제일 무식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무시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왔다. 책과 도서관을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는 사람이 대통령인 시대.. 한동안 인문학이 유행이던 시기가 있기도 했는데, 한국에 대체 그런 시기가 있었나 싶게 시대는 책과 아주 먼 곳으로 갔다. 도서관이 예능 방송 주제였던 시기가 한국에도 있었다. 

도대체 도서관이라는 건 뭐냐, 이런 걸 자본주의의 탄생이라는 시점에서 살펴보려는 게 이 책의 목표다. 도서관이 도대체 무엇이냐? 

“미오기전” 읽다가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 열쇠를 맡게 되면서 책의 세계에 들어오게 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되바라지고, 국민교육헌장도 안 외워서 매일 교문 앞에서 벌서던 시건방진 학생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담임 선생님이 교실 한 칸을 비워서 만들어놓은 도서관 열쇠를 나에게 맡겼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도 책을 어마무시하게 읽었다. 모든 학생이 도서관 열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건 아니다. 그 이후로 백일장에 학교 대표로 나가는 시절이 시작되었다. 움베르트 에코 책에 보면, 어린시절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파시스트를 옹호하는 영악한 글로 우승한 사연이 나온다.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그런 글로 상도 타고, 아마 국정원에서 내는 문집에 글도 실렸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문학반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는 사진반, 고등학교 때는 전산반. 그런 걸 했다. 나중에 커서 보니까 사진반 생활했던 게 일상에서는 가장 도움이 되었다. 사진을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이러다가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서 대학교 들어가면서 사진은 끊었다. 

도서관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컴퓨터 자연언어 공부할 때였다. 자연언어가 뭐야? 그랬더니 그게 도서관학과 교수들이 써놓은 글들이 많았다.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군. 이거 미래 학문인데, 그런 감동이. 초기에 DB 공부할 때에도 문헌정보학 계열 자료들을 많이 봤었다. 이게 외워서 하는 게 아니냐. 역시 감동. 

작년에 한 번도 제대로 끝까지 본 적이 없던 <티파니에서 아침을>, 끝까지 다 봤다. 몰랐는데, 오드리 햅번이 애인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 하자고 하면서 한 게 보석집 가는 거랑 시립 도서관 가는 것. 오, 여기도 도서관이 나오네. 

도서관은 자연스러운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 그 어느 시대에도 힘이 넘치고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야말로 선각자 같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모아서 만든 게 도서관이다. 그런 점에서는 자본주의 현상이기도 하다. 그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윤석열 같은 대통령 한 번만 더 나오면 우리나라 도서관 절반은 문을 닫거나 빈사 상태가 될 것이다. 원래 도서관은 인기 없다. 그래도 누군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윤석열 때만 아니라면 사실 이런 얘기는 누구나 다 하는 얘기라서, 하나마나한 잔소리 같은 얘기일텐데, 윤석열의 시대, 이런 단순한 얘기도 목숨 걸고 해야하는 얘기가 되었다. 참 내, 진짜 어이가 없어서. 

사실 우리는 도서관을 스스로 만든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다들 하니까 보고 따라서 만든 나라다. 민주주의가 배워서 하는 것처럼, 도서관도 배워서 한 거다. 그래서 도서관의 역사가 약하고, 그냥 별도로 있는 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도서관을 개떡으로 아는 정권이 들어서게 된 거 아닌가 싶다. 

사실 도서관은 원래는 보수 쪽 주제다. 돈 많이 번 사람들 혹은 나라를 정말로 잘 만들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묵숨 걸고 만들고 지키는 게 도서관이다. 박정희 기념관 만든다면 반대하겠지만, 박정희 도서관 만든다고 하면 반대할 생각 없다. 이승만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름이야 뭐든, 도서관은 다양하게 많을수록 좋다. 보수도 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 중의 하나라서, 도서관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보수, 이런 게 원래 보수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보수도 아니다. 

도서관이 정치 한 가운데로 밀려들어오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원래 정치는 핍박받고 소외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은 도서관이 지켜야 하는 기관이 되었다. 

Posted by retired
,